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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무슨 생각인거야."
"안하니까 듣기 좋다, 해도 좋지만."
현비환의 뒷모습이 점이되어 사라지고나서 진유린이 목소리를 낮게 떨어트리며 김한중에게 무섭게 말했다.
하지만 김한중은 진유린의 말에 대답할 생각은 않고 알아듣지 못할 이상한 소리만 했다.
탁-.
김한중이 기분좋은 미소를 얼굴에 담으며 오른손으로 진유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려 하지만,
진유린의 매서운 손놀림에 탁-. 이라는 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힘없이 떨어져 나왔다.
"씨바라, 나 기분 안좋아. 따라오지마-."
복잡했다. 항산 단조롭게 한 두생각만 하던 머리속에 갑자기 많은 생각을 하려니 머리가 아파오려 했다.
김한중을 생각할때 절로 지어지던 미소가 이젠 또 다른 남자를 생각할때에도 지어졌다.
머리속을 정리해야만 했다.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었다.
무엇이든지 의지라면 현비환에게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의 대한 생각을 정리해야 하니 현비환에게도 의지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 둘을 아예 모르는 은화령한테 의지할 수도 없었고, 최혜진에게 털어놓기도 꺼림찍했다.
역시나 당사자인 김한중에게 털어놓는것도 말도 안돼는 일이였다.
"학교란 곳...... 역시 오지 말걸 그랬어."
진유린은 조그맣게, 아무도 듣지 못하게 중얼거렸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이, 학교를 오고 난 후부터다.
"!!!!"
그녀는 아무런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 결벽증-. 그 병이 이미 사라졌을까,
이상하게 많은 사람들과 접촉을 해도 예전처럼 기분이 나쁘지가 않다. 언제부터 일까-?
숨이 탁 막혀오는듯 했다. 심장은 주체 못하고 미친듯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뒤에서 갑작스럽게 진유린의 허리를 감싼 여자보다 뽀얗고 얇은 팔에 그저 반항도 못하고 멍하니 김한중의 팔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해."
"......"
김한중의 또 영문모를 말에 대답할 힘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진유린을 뒤에서 껴안은 순간부터,
몸안의 모든 기관들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 같았다.
"라이크 였는데......"
역시나 아무말도 내뱉을수 없었다, 그녀는. 머리속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되어버렸다.
복잡하게 엉키던 생각들이 해결된건 아니였다. 그냥,
잠시만 진유린의 머리속에서 사라져버린것 뿐이었다.
"알면 알수록, 왜."
현비환은 신기할 정도로 김한중의 말을 잘 알아듣는것 같았지만, 진유린 자신은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저 말이 무슨뜻인지 해석할 여유도 없었다.
빨리 미친듯이 설레이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멈춰버린 몸의 기관들을 활성화 시켜야만 했다.
그리고 빨리 김한중의 품을 빠져나가야만 했다.
여기서 빠져나가지 않는다면 김한중에게 빠져들어 영영 빠져나오지 못할것만 같았다.
"왜 러브로 변해?"
머리속이 새하얗게 비어버려서 김한중의 말이 더욱 더 똑똑히 진유린의 귀에 들어왔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긴 공백을 둬서 기억하긴 어려웠지만 여태까지 한 말들을 이어보면 이러했다.
'이상해. Like였는데...... 알면 알수록, 왜. 왜 love로 변해가?'
조합시켜 한마디가 되어버린 그 말이 진유린의 귓가에서 맴 돌았다.
"그걸 내가 알리가 없잖냐, 씨바라."
라고 대답할 수도 없었다. 그저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대답할 수도 없었다.
만약 장난이었다 해도, 심장이 너무나 뛰고있었다.
심장이 장난이 아니라고 제멋대로 받아드리고 있었다. 김한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김한중 역시 진심일 것만 같았다.
"사귀자."
"...... 싫어."
김한중이 내뱉은 한마디에 이제야 말문이 터져 나왔다. 심장도 조금씩 진정이 되어갔고,
몸의 기관들도 제 기능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이제야 숨통이 좀 트였다. 심장이 조금 진정되긴 했지만,
그저 놀랐던 심장이 진정됐을뿐, 아직도 설레는 느낌은 멈추지 않았다.
"왜?"
물끄러미 물어오는 김한중의 천사같은 얼굴에 진유린은 더 이상 매몰차게 말할수가 없었다.
'그래, 이 녀석에게 호감이 갔던것도...... 이 녀석의 천사같은 얼굴때문이었지.'
별로 길지 않은 손톱임에도 불구하고 손바닥에 파고들어 피를 낼때까지 주먹을 꼭 쥐었다.
아픔따윈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김한중을 거절해야만 하는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왠지 안될것만 같았다. 여기서 김한중에게 빠져들면, 자꾸 다른 한 사람이 생각났다.
그리고 불안은 그뿐이 아니었다. 무엇때문에 느끼는 불안인진 모르겠지만,
여기서 김한중에게 빠져들면 상처의 크기가 커질것만 같았다.
지금은 아무에게도 상처는 없는데 이상하게 상처가 꼭 생길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 그런 이유같지도 않은,
느낌만으로 불안하다는 이유를 진유린이 내새우면 김한중은 분명 무시할 것이다.
"...... 좋아."
김한중이 침묵을 지키다 조용히 속삭인다.
진유린의 머리가 그 말이 무슨뜻인지 해석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몸이 180도 돌아갔다.
덕분에 진유린은 김한중에게 폭 안겨버렸다.
"쳇."
진유린은 지금 안겼다는 사실보다는 김한중이 자신보다 키가 더 크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빠졌다.
자존심이 그리도 강한 진유린이 었으니-.
하지만 체 1초도 지나기 전에 진유린의 온 몸은 자신이 김한중에게 안겼다는 것을 인식했다.
"뭐, 뭐야-!!!"
"느리다-."
이번에도 앞뒤는 뚝 잘라먹은 장난스러운 듯한 김한중의 말이었지만 진유린은 대충 반응이 느리다는 것을 말한다는 것을 알아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딴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아까 등 뒤에서 안겼을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너무 포근해서, 이대로 영원히 있고싶은 착각까지 불러 이르키게 했다. 하지만 빠져나가야만 했다.
행복한 기분과 불안한 기분이 동시에 밀려들어왔다.
찰칵-.
어디선가 조그만 사진기 셔터소리가 들려왔다.
진유린은 몽롱해져만 가는 정신을 바로잡고 조금 힘을 주었다.
"이거 놔봐."
"싫어."
진유린은 물론 김한중을 떼어낼순 있었지만,
그렇게 억지로 밀어내 김한중에게 상처를 주고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한숨을 쉬었다.
찰칵-.
'또다. 아직 내가 눈치챈걸 몰라. 여기서 그쪽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3 초. Ok, 잡을 수 있어.'
진유린은 좀 더 힘을 줘 김한중을 밀어냈다. 김한중도 셔터 소리를 못 들었을리가 없었다.
그는 단지 진유린은 조금 더 껴안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역시 스토킹은 나쁜짓 이니까......
라고 생각한 김한중은 손을 진유린의 몸에서 풀었다.
그리고 진유린은 곳바로 그곳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까 그 강채윤이란 여자는 아니었다.
그 여자의 디지털 카메라는 진유린의 손에 부쉬어 졌으니, 그 사이에 사진기를 또 샀다고는 해도,
살짝 보이는 실루엣이 아담한 싸이즈였던 강채윤은 아니였다.
"개쉐야, 잡히면 뒤진다-!!!"
"더 안고싶다-."
김한중의 칭얼거림은 귀여웠지만, 지금은 그보다 사진 찍은 사람을 잡는게 더 중요했다.
사실 김한중과 진유린이 포옹하고 있는 사진이 퍼진다 해도 상관은 없었다.
진유린은 막 미한고에 전학온 전학생일 뿐이었고, 김한중도 유명하긴 했지만 공인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불쾌했다. 원래 스토킹 당하면 다 이런건가-.
"제길-!!"
한 남자의 굵직한 소리가 들려오고, 그 남자는 진유린이 체 잡기도 전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진유린은 더이상 쫒지 않았다.
"새끼, 뛰는 폼 하고는."
진유린은 도망가는 남자의 실루엣을 삐딱한 자세로 서서 구경했다.
그리고는 콧바람을 불면서 남자가 떨어트리고 간 사진기를 주웠다.
"이건 수동 카메라네-."
요즘 사람들이 애용하는 디지털 카메라가 아니였다. 더 선명하고 잘 나오지만,
사용법이 어려운 수동 카메라 였다.
"제길."
진유린은 욕을 나지막히 내뱉었다. 필름을 빼내 주머니에 넣고, 카메라를 한 손으로 산산조각 내버렸다.
남자가 떨어트리면서 손상이 되어 다시 쓸수도 없었다.
어차피 쓸수도 없는거 그냥 산산조각 내버리는게 낫겠지 라고 생각한 진유린은 주머니에 손을넣고 김한중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엥?"
김한중은 있지 않았다.
대신 김한중이 있을 자리에 어디서 났는지 라이터 하나와 그 밑에는 종이가 한장 있었다.
진유린은 그 라이터와 종이를 동시에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첫댓글 -_-;; 마지막 부분 그리고 그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있엇다. 하고 안녕하세요 라는 사자님의 말씀 이어져 버려요 ㅠ. ㅠ ㅋㅋㅋ
아, 그랬던가요- .-?;; 인삿말은 귀찮아서 다 없에버렸습니다 _ _)) 어쨋든 첫 댓글이라 기쁘네요, 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