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욕해달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욕하기는 좀 애매한데, 조금씩 불편한 상황들...
* 영업의 영역
제가 일하는 곳이 행정구역 경계에 걸쳐있습니다. 학교는 행정구역 상 A시인데 100m만 나가면 B시이고, B시의 주거지-식당 등이 모여있는 곳은 차로 10분거리인데 A시의 주거지-식당 등이 모여있는 곳은 차로 30분 정도 떨어져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행정구역상은 A시이지만 생활근거지는 B시에 훨씬 가까운 곳이죠.
한번씩 학생들 간식 때문에 B시의 모 프렌차이즈 식당에서 주문을 몇번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전화를 하니깐 자기들은 더 이상 우리 학교에 물건을 못판다 하더라고요. 그게 무슨 소리냐 하니깐, A시에 위치하고 있는 지점에서 본사측에 왜 B시에 있는 지점이 A시의 학교에 물건을 파느냐 라는 항의를 했답니다. 그거 때문에 그 업체는 더 이상 우리 학교에는 물건을 납품하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첨엔 그냥 약오르더라고요. 우리를 소비자라고 생각하면 행정구역 때문에 내가 점포 선택을 못해야하나? 라고 생각하니 좀 빡쳤습니다. 그래서 첨에는, 물건 준비해달라, 나는 OOO이란 사람이고 내가 500개 주문해서 그걸 들고가서 내가 다 먹던지, 내다 버리던지, 고아원에 기부를 하던지, 학교에 가져다 주던지 그건 내가 알아서 할 문제고, 판매처에서 내 직업, 소속, 사용처 같은걸 왜 따지느냐, 뭐 이렇게 이야기해서 억지로 주문 했습니다. 대신 배달을 해주면 가게에서도 배달처를 알게되는거니, 내가 직접 가지러 가겠다는 조건으로요.
근데 사실 그거 500개씩 나르는게 보통 일은 아니라서 내가 너무 힘들고ㅋㅋ B지점에서도 불편해 하는게 눈에 보여서, 한동안은 그 프렌차이즈에서 주문을 안했습니다. 그러다가 이게 뭐 간식을 내 맘대로 다 하는건 아니라서, 그 프렌차이즈 물건 요구가 있어서 어쩔수 없이 A지점에 주문을 했습니다. A지점은 직원이 오는것도 아니고 배달대행 보내고 떙이더라고요. 그게 뭔 잘못이냐고 물으면 아무 잘못 없죠. 하지만 B지점에서는 거리가 가까워서 그런지 사장님이랑 직원들이 직접 와서 물건도 옮겨주고 하는 일종의 서비스가 있었는데, A지점에선 그런 서비스가 빠진거죠. 게다가 튀김이 섞여있는 음식인데 배달시간 10분 vs 30분은 음식퀄러티 차이도 있을수 밖에 없고요.
이렇게 되니깐 또 다시 한번 머리가 복잡해 집니다. 행정구역 기준으로 지점의 선택권을 없애는게, 프렌차이즈 정책이라면 어쩔수 없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권리를 침해받는 느낌, 게다가 실질적인 손해까지 있는 상황이니 A지점이 원망스러운건 사실인데, 그렇다고 A지점이 잘못했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애매한거 같아요. 내가 A지점 사장이라면 본사 항의 까지는 모르겠지만, 속으로는 좀 투덜 거렸을거 같긴 하거든요.
그래서 저도 속으로만 욕 하고 있습니다.
* 지하주차장에서 정차 중 시동
이게 지하주차장 딱 들어서면 바로 느껴지거든요. 공기 순환이 아예 안되는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느릴 수 밖에 없는 지하주차장이라서, 한 5분~10분만 시동 켜놓은 채로 두면 매연 때문에 나쁜 냄새가 나고 거기에 오래 있으면 머리 아프고 그럴거 같습니다. 확 불쾌해지죠. 그러면 정차 중에 시동 건 차에가서 똑똑 두드리고, 시동 끄세여, 할 수 있냐? 하면 그건 또 애매한거 같습니다.
특히, 요즘 같이 덥고 습한 날에 시동도 안켜고 차에서 대기한다? 쉽지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30분 넘게 기다리는 경우도 있을건데, 일단 저는 못합니다. 야외 주차장에 대면 되지 않냐고요? 요즘 야외 주차장 없는 아파트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사실 답이 없죠.
그렇게 생각하면, 그러려니 양해하고 넘어가야 되는데.. 이게 불편하긴 불편하거든요. 특히 아침에 출근하려고 지하주차장에 첫발 딛는데 매연 냄새 확 나면, 어쩔 수 없이 좀 불쾌해집니다. 이게 딱, 달려가서 욕하기엔 정당성이 부족하지만, 불편하긴 한 그런 상황인거 같습니다.
번외. 콜키지 비용
모 식당을 예약했는데, 업종은 점심은 식사 온리, 디너는 이자카야 식으로 운영하는 가게입니다. 디너 예약을 하면서 술을 한 병 가져갈려고 하니깐 콜키지 비용이 30,000원이더라고요. 좀 비싼편인거 같긴 한데, 뭐 가게 맘이고 그럴수 있죠. 그런데 콜키지 비용을 내고 내 술을 가져오더라도 술은 한 병 이상 주문을 해야된답니다. 어? 이게 떼놓고 보면 가게 입장에서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사항인데, 이걸 동시에 요구한다고? 이건 좀 이해가 잘 안가더라고요.
디너에 술 한병 이상 주문 필수, 이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밥보단 술자리가 되면 길어지기 마련이고, 가게 입장에선 술에서 많이 남다보니 요구할 수 있는거라고 생각해요. 콜키지? 당연히 그럴수 있죠. 술에서 마진이 많이 나오는데, 우리 가게 술을 안팔아주겠다면 비용을 내놔라, 충분히 그럴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콜키지 비용은 비용대로 내고, 술은 술대로 시켜야된다? 이건 뭐랄까 이중과세? 그런 느낌으로 좀 과하다는겁니다. 그래서 좀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이게 또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자 한번 봅시다. 콜키지 비용은 3만원, 와인&사케는 제일 싼거 기준으로 가게 판매가 - 시중가 하면 대충 5만원 정도 남겠더라고요. 여기서 좀 특이한게 와인&사케를 주로 파는 가게인데, 화요25가 있습니다(소주는 없음). 가격은 35,000원. 화요 25 시중가가 대충 13,000원 정도 하니깐 화요 1병 팔면 22,000원 정도 남겠죠.
이걸 바탕으로 계산을 해보면, 원래 와인or사케 1병만 마시는 팀이라면 가게가 기본적으로 술로 인해 50,000원 정도의 마진이 남을겁니다. 여기서 만약에 콜키지를 한다면? 콜키지 비용 30,000원만 수입이 잡히니 가게 입장에선 손해겠죠. 그런데 이 가게는 콜키지 + 1바틀 의무 구매가 있다보니, 원래 1병만 마시는 팀이라면 콜키지 1병 외에 가장 싼 화요 1병을 시켜서 그냥 들고 가는게 가장 흔한 패턴일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콜키지 30,000원 + 화요 마진 22,000원 해서, 그냥 가게에서 1병 팔았을때 발생하는 대략적인 마진 50,000원에 유사합니다. 물론 2병 이상을 마시는 팀이면 원래 술 팔았을때 생기는 마진과 콜키지 금액 간의 차이로 인해 손해가 일부 발생하지만, 최소 8만원 이상의 마진이 발생하기 때문에 결국은 남는 장사라고 봐야겠죠.
여기까지 생각하니, 이야, 장사 허투로 하는거 아니구나, 나름 다 계산기 열심히 두들겨서 나온 금액이고 정책인거 같더라고요. 짐작일뿐이지만, 화요가 메뉴에 있는 이유도 물론 찾는 분도 있겠지만 콜키지 + 1병 구매하는 손님들 주문하라고 넣어놓은건가? 싶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술을 주로 파는 업장인데 콜키지 프리를 하는 곳들은, 손해 감수하고 서비스 차원에서 하는거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건, 불편할뻔 했으나 곰곰히 생각해보고 납득한 케이스라서 번외로 넣어봤습니다ㅋ
첫댓글 비싼 식당들이 음식만으로는 돈이 안되는 수준이 아니고 적자가 되는곳이 많은걸로 알고 있어서 저런 콜키지 정책은 그려려니 합니다.
프랜차이즈 경우는 흡사 택시 승차거부같네요.
사려도 깊으시고 글도 잘 쓰십니다. 했던 말 또 하게 만드심. :)
말씀 감사합니다!
프랜차이즈는 참 그러네요..서비스도 없으면서 항의를 하고..
먼가 굉장히 현실적이고 사람사는 이야기같아서 재밌게읽었습니다!
1번이 참 열받네요 저같으면 화딱지나서 다른 가게 이용할 것 같습니다. 아 열받아
프랜차이즈는 회사 불만 접수하면 해결될것 같기도 한데요~ 흠~
지하주차장에서 시동켜놓고 있는건 법위반 아니었나요? 찾아봐야겠네
상대방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하시는게 참 좋네요. 배우고 갑니다.
공회전은 불법입니다.
혹서기 혹한기 제외하고 2~5분(차종에 따라 다름) 이상 공회전 하면 불법이에요.
오 그렇군요. 예전에 시외버스터미널 같은데서 플랜카드 붙은걸 본 기억은 있는데 그게 전 차종 모두 적용되는건가 보네요. 몰랐던 사실을 덕분에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