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법을 듣고 기뻐하다
1. 이때, 거룩한 수행자인 장로수보리와 마하가전연과 마하가섭과 마하목건련인 부처님으로부터 일찍이 듣지 못하였던 법을 듣고, 또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먼 훗날에 위없이 높고 바른 깨닫음을 성취할 것이라는 수기 주심을 듣고 감탄하여 뛸뜻이 기뻐하였다.
2장 뜻을 펴서 믿게 하다
1.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단정히 하고 오른쪽 어깨를 걷어 올리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 앉아 일심으로 합장하고 허리를 굽혀 공경하며 부처님의 거룩한 얼굴을 우러러보면서 말씀드렸다.
『저희들은 대중 가운데 상수로서 나이가 들어 육신이 노쇠하니 저히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이미 세속적인 괴로움에서 벗어나 열반의 경지를 얻었기 때문에 더 할 일이 없다.」하여 다시 위없이 높고 바른 깨달음을 구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오래전부터 저희들을 위해 법을 설해 주셨지만 저희들은 그때 설법을 듣는 자리에 있으면서 몸이 피곤하여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게으른 마음을 일으킨 나머지 다만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실체가 없고 오로지 공에 의해 생긴 것으로 원래부터 형상이 없으며 그 실상의 세계는 인연의 조작을 넘어선 상주 불변의 존재이다.」하는 따위의 생각에만 사로 접혔을 뿐, 보살이 법과 신통에 즐거워함과 부처님 국토를 깨끗이 함과 중생을 성취시키는 일은 마음에 즐거워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왜냐하면 세존께서는 저희들로 하여금 고통스러운 삼계에서 벗어나 편안한 경지인 열반을 얻도록 하셨으며, 또 저희들이 나이 이미 늙어 부처님께서 보살을 교화하시려고 위없이 높고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도록 설하시는 것을 보았지만, 저희들은 그러한 경지에 도달하고 싶다는 동경과 서원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아니하였나이다.
2. 저희들이 지금 부처님 앞에서 성문들에게 위없이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는 수기주심을 직접 듣고 마음이 크게 기뻐 지금까지 전혀 경험치 못한 즐거움을 얻었나이다. 지금 뜻밖에 아주 드문 법을 들으니 매우 기쁘고 즐거우며, 크고 좋은 이익을 얻으니 구하지 아니한 한량없는 진귀한 보배를 저절로 얻은것과 같나이다.
3장 비유하여 경사를 설하다
1.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지금 비유를 들어 이 뜻을 밝히겠나이다.
어떤 사람이 나이 어렸을 적에 아버지를 버리고 집을 나가 다른 지방에 가서 오래 살다보니 십 년, 이십 년, 오십 년이 지나갔나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매우 가난하여 이곳 저곳으로 떠돌아다니며 옷과 밥을 구하다가 우연히 본국으로 가게 되었나이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잃고 찾아 다니다가 만나지 못하고 수없이 어느 도시에 머물러 살게 되었나니다. 그 아버지는 부자여서 재물이 한량없으니, 금 . 은 . 유리 . 산호 . 호박 . 파려 . 진주 등이 창고마다 가득하였고, 남종 . 여종 . 상노 . 고용인 . 사무원들을 많이 거느렸으며, 코끼리 . 말 . 수레와 소와 양이 무수히 많았고, 재물이나 곡식을 거래하는 이익이 다른 나라에까지 미치어서 장서꾼과 고객이 매우 많았나이다.
그때, 아주 가난하고 헐벗은 아들은 여러 지방과 여러 마을을 떠돌아다니다가 마침내 아버지가 살고 있는 도시에 들어오게 되었나이다.
아버지는 아들과 이별한 지 오십여 년이 지난 것을 항상 기억하고 있었지만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이런 일을 말하지 아니하고 오직 혼자 마음속으로 한탄하고 걱정하였나이다.
「나는 이제 늙고 자식은 없으니 만일 죽게도면 창고마다 가득한 금 . 은의 진귀한 보배를 누구에게 전해줄 것인가.」하면서 은근히 다들을 기다렸으며, 다시 생각하되「내가 만일 아들을 만나서 재산을 전해 주게 되면 마음이 기뻐서 다시는 근심과 걱정이 없으리라.」하였나이다.
2. 세존이시여, 그때 빈궁한 아들은 품팔이를 하며 이리저리 다니다가 우연히 아버지가 사는 집의 대문 앞에 이르렀나이다.
3. 아들이 대문 앞에서 멀리 집안을 살펴보니 보에도 고귀한 분이 좋은 의자에 걸터앉았는데 보배궤로 발을 받쳤고, 신분이 높은 바라문과 왕족과 거사들이 모두 공경하며 둘러서서 모셨으며, 천만 냥이나 되는 값진 진주 . 영락으로 몸을 장엄하였고, 시종과 하인들이 흰 총채를 들고 좌우에 서서 시중드로 있었으며, 좋은 천으로 지어진 천막으로 위를 덮고 아름다운 깃발을 많이 드리웠으며, 향수를 땅에 뿌리고 아름다운꼿을 흩었으며, 보물들을 늘어놓고 내엊고 받아들이는 이러한 장엄한 일들이 위엄과 덕이 높아 보였나이다. 빈궁한 아들은 그 아버지가 큰 세력을 가진 줄을 알고는 곧 두려운 생각을 품어 이곳에 온것을 크게 후회하면서 이렇게 생가하였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