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낭 수선과 관리법 친구에게조차 절대로 빌려줘선 안 되는 것은? 돈, 책, 애인, 그리고 한 가지 더하라면 침낭을 들겠습니다. 침낭을 빌려주는 것은 결국 내 이불을 빌려주는 것과 매한가지 일 수도 있고, 사용 후 세탁 과정도 그리 녹녹치 않기 때문입니다. 침낭하면 떠오르는 것들로는 먼저 어머니 뱃속, 누에고치, 그리고 이집트 미라 일겁니다.
하루의 등산 노동을 마치고 침낭 속으로 고단한 몸을 집어넣었을 때 느껴지는 아늑함은 엄마 품속 같은 모태의 원초적 고요함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누에고치는 누에가 번데기가 될 때 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실을 토해 제 몸 바깥둘레를 둘러서 만든 일종의 집이라고 백과사전에 쓰여 있습니다. 침낭은 곧 집이기도 합니다.또 침낭을 외형으로 나눌 때, 크게 직사각형(rectangular)과 머미 형태로 구분하는데 여기서 머미(mummy)는 말 그대로 미라라는 뜻 외에 아이들이 엄마를 부를 때 쓰는 마미라는 뜻도 있는 것이 우연은 아닌 것 같습니다.
침낭을 고를 때,잠버릇도 꼭 고려해야 합니다. 어딘가 다리를 걸치거나 뒹구는 잠버릇에는 머미형 침낭은 꽤 답답하여, 자다보면 기어코 지퍼를 열고 바깥으로 삐져나와있어 새벽에 선잠깨기 일쑤입니다. 또한 침낭은 사용 용도와 견딜 수 있는 외부 기온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므로 아웃도어 활동을 오래 하신 분들이라면 침낭 서너 개씩은 갖고 계실 겁니다. 생애 첫 침낭을 소유하게 되던 날, '이젠 겨울 백담산장 군용담요와도 이별이구나'생각하니 오히려 쾌쾌한 냄새가 그립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사무실 밤샘 작업을 지켜준 홑겹 합성섬유 침낭과 등허리 부분에 얼음이 밤새 녹아 움푹 파일 정도로 추웠던 동계 주전골 리지등반을 지켜준 익스트림 다운침낭, 그리고 베트남 판시팡산을 등반 할 때 폭풍우 속에서도 뽀송하게 나를 재워준 싱글 다운침낭까지, 잠이 보약이란 신조로 평생 변치 않는 파트너를 여럿 둔 필자의 아웃도어 활동은 참 따스했습니다.
1.침낭의 수선
대부분의 침낭은 겉감과 안감으로 사용된 원단이 아주 얇고 약합니다. 왜냐하면 침낭은 가벼워야 하고 통기가 잘 되어야 체온으로 발산된 땀이 응결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래 사용하다 보면 피치 못하게 침낭은 여가저기 상처를 입게 마련입니다. 이것은 작게 찢어진 상처이기도 하고, 양초로 인한 구멍일 수도 있는데, 수선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 상처부위를 깨끗이 정돈합니다.
▲ 알코올 패드로 상처주위를 잘 닦아냅니다.
▲ 상처 부위보다 사방 1센티 이상 더 큰 사이즈로 티네시어스 테이프를 오립니다.
▲ 공기가 들지 않도록 잘 문질러 붙입니다.
2.침낭의 세탁
합성섬유 침낭과 다운침낭은 때가 타고 오염이 시작되어 특유의 풍성함이 줄어드는 시점, 즉 매 20회 사용 시 한 번씩 세탁해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단순하게는 더러워지고 풍성함이 약해지고 냄새나기 시작하면 주저 말고 과감히 세탁하십시오.
•다운침낭 세탁
가능한 용량이 큰 전면투입방식의 세탁기를 사용하고 여의치 않으면 동네 세탁방의 큰 세탁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사진1
1) 리바이브엑스 다운크리너(Revive X Down Cleaner)를 세탁기에 투입합니다. <사진1>
2) 보관주머니에서 침낭을 꺼내 부풀어 오르기 전에 바로 세탁기에 넣되 지퍼를 닫습니다. 만일 침낭의 겉감이 발수처리된 것이면 반드시 뒤집어서 세탁해야 합니다. 따스한 물로 섬세한 세탁기능을 선택하여 세탁합니다. 건조기능으로 넘어가지 전에 탈수를 한 번 더 돌려줍니다.
▲ 사진2
3) 건조과정으로 가기 전에 침낭을 꺼내어 리바이브엑스 발수 스프레이(Revive X Water Repellent Spray)를 뿌려줍니다. 아직 다운이 여기저기 뭉쳐있는 것이 느껴지지만 건조 후에는 원래대로 풍성하게 풀어집니다. <사진2>
▲ 사진3
4) 건조를 할 때는 가능한 상업용 대형 건조기를 사용하여 중간열을 세팅합니다. 뜨거운 열이나 가정용세탁기중 소형 건조기를 이용하면 합성섬유원단이 눌어붙을 수 있습니다. 건조 시 테니스공을 몇 개 넣어주면 다운 뭉친 것을 푸는데 도움이 됩니다. <사진3>
▲ 사진4
5) 건조가 끝나면 다운이 풀린 상태를 확인하되 아직 다운이 뭉친 부분이 있다면 완전히 건조되지 않은 것입니다.그러나 염려 마십시오. 인내심을 갖고 지퍼를 열어서 밤새 널어두면 됩니다. <사진4>
3.침낭 꼬리표 읽기
거의 모든 침낭에는 온도 등급이 붙어있습니다. 자체 테스트를 거쳐 브랜드의 디자인실에서 매긴 것도 있지만, 더 명확하고 표준화된EN (European Norm 13537)등급을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라면 더욱 신뢰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특별히 고안된 열감지기가 장착된 마네킹을 시험에 활용해서 도출되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체계화한 것으로 소비자의 정확한 선택을 돕고 있습니다. 이 등급에 의해 표기되는 온도에는3가지가 영역이 있는데, 그 기준은 사용자가 내복 한 벌을 입고 있고, 모자를 사용하며 단열 폼 매트를 사용하는 것을 가정합니다.
•COMFORT : 평균 여성이 안락하게 잘 수 있는 최저 기온
•LOWER LIMIT : 평균 남성이 안락하게 잘 수 있는 최저 기온
•EXTREME : 평균 성인 여성이 생존할 수 있는 극한 기온
TIP ▶실전에서 침낭에 관한 유용한TIPS
▲ 사진1
•홑겹으로 된 실크나 면소재의 슬리핑색을 침낭과 함께 사용하면, 약 5도 정도의 추가 보온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인체 분비물에 의한 오염을 줄여 필수세탁 기간을 늘일 수 있습니다. ,<사진1슬리핑색사용>
▲ 사진2
•사용 후 원래 스터프백에 말아 넣기 위해 침낭과 씨름할 필요 없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그냥 마구잡이로 쑤셔넣되 발 부분부터 넣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침낭 속 공기도 자연스레 빠져나가게 되어 작업이 순조롭습니다. <사진2 스터프백에 침낭넣기>
▲ 사진3
•침낭보관용 스터프백 속에 여분의 의류나 다운재킷을 말아 넣으면 훌륭한 베개를 임시로 만들 수 있습니다.극미세사타올 같은 것으로 겉을 감아줄 수 있다면 한결 포근합니다.
<사진3 스터프주머니에 재킷넣기>
▲ 사진4
•캠프에 도착하면 텐트 설치 후 잽싸게 침낭부터 꺼내놓아서, 충분히 부풀어 오를 시간을 주십시오.
▲ 사진5
•가정에서는 침낭을 보관할 때 옷걸이에 걸거나 넉넉한 메쉬 주머니에 보관 하십시오.보관주머니에 우겨 넣어서 오래되면 풍성함이 줄어듭니다. <사진4 침낭옷걸이, 사진5 침낭 메쉬주머니, 사진6 침낭보관주머니- 순서대로 작은 사이즈로 나열>
▲ 사진6
•아침에 텐트에서 빠져나올 때,침낭도 들고 나와서 지퍼를 열고 뒤집어서 널어놓으세요. 밤새 인체에서 발산된 땀을 흡수한 다운을 말려줘야 보송한 새 날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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