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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신(具臣)
나라에 해를 끼치는 여섯 종류의 나쁜 신하(六邪)가운데 하나로 자릿수만 채우는 신하를 말한다.
具 : 갖출 구(八/6)
臣 : 신하 신(臣/0)
출전 : 유향(劉向)의 설원(說苑)
나라에 해를 끼치는 여섯 종류의 나쁜 신하를 육사(六邪)라고 하는데, 즉 구신(具臣), 유신(諛臣), 간신(姦臣), 참신(讒臣), 적신(賊臣), 망국신(亡國臣)의 여섯 경우를 말한다.
구신(具臣)은 관직에 안주하고 녹봉을 탐하며 공직은 돌보지 않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신하를 말한다.
유신(諛臣)은 군주에게 아부하여 군주의 눈과 귀만을 즐겁게 해주는 신하를 말한다.
간신(姦臣)은 군주로 하여금 신하에 대한 판단을 잘못하게 하여 상벌(賞罰)을 적당치 않게 하고 임무를 잘못 맡기게 하는 신하를 말한다.
참신(讒臣)이란 말과 글을 잘 꾸며 군주가 골육(骨肉)의 친척과 이반하게 하고 조정을 어지럽히는 신하를 말한다.
적신(賊臣)이란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르고 사사로이 당(黨)을 이루어 그 가문을 부유하게 하고 한편으로 군주의 명령을 마음대로 하는 신하를 말한다.
망국신(亡國臣)이란 군주로 하여금 흑백(黑白) 시비(是非)를 제대로 가리지 못하게 함으로서 그 악함이 나라 안팎에 널리 퍼지게 하는 신하를 말한다.
참고로 육정신(六正臣)은 나라에 이로운 여섯 유형의 신하를 말한다. 성신(聖臣; 인격이 훌륭한 신하), 양신(良臣; 어진 신하), 충신(忠臣; 나라와 임금을 위해 충성을 다하는 신하), 지신(智臣; 지혜로운 신하), 정신(貞臣; 지조가 곧고 바른 신하), 직신(直臣; 강직한 신하)이 육정신에 속한다.
◼ 리더를 멈춰 세울 수 있는 진짜 부하
○ 나라망치는 여섯 유형의 신하 구신(具臣)은 리더잘못에 침묵방조
○ 리더와 폴로어는 서로 돕는 관계로 과욕 부리는 리더엔 직언 필요
부하란 무엇인가?
며칠 전 국정감사에서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부하냐 아니냐가 논란이 됐다. 과거 왕조 시대 용어가 관 뚜껑을 열고 나온다.
부하는 대부분 조직에서 사어(死語)다. 일반 기업에서 '상사', '부하', '명', '거역'이라고 유세를 떨었다면? '직급은 지위가 아니라 역할'이란 반발로 본전도 못 찾을 가능성이 크다.
영어의 폴로어(follower)는 '돕다, 후원하다, 공헌하다'는 뜻의 고지대 독일 고어 'follaziohan'에서 유래했다. 리더(leader)도 '참다, 고통받다, 견디다'의 독일 고어에서 비롯됐다.
진짜 폴로어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리더를 돕는 존재이고, 리더와 폴로어의 관계는 평등한 상보관계다.
왕조 시대라고 해서 절대 복종이 의무였는가. '논어'에서 공자의 제자 중유와 염구를 신하로 중용하고 있던 노나라 실세 계자연과 공자의 문답을 살펴보자.
'중유와 염구는 대신(大臣)이라 말할 만합니까?' '대신은 도(道)로 군주를 섬기다가 불가하면 그만두지요. 중유와 염구는 (자릿수만 채우는) 구신(具臣)에 불과합니다.'
'두 사람은 (무엇이든) 시키면 다 따를 사람입니까?' '그럴 정도는 아닙니다. 아버지와 군주를 시해하는 것까진 안 할 겁니다.'
대신과 구신은 지시와 원칙이 충돌할 때 어느 것을 따르느냐로 갈린다. 전한시대 학자 유향은 '설원'에서 나쁜 신하 유형을 6사(邪)로 설명한다.
구신(具臣)은 대세에 편승, 침묵 방조하는 거수기형이다. 유신(諛臣)은 군주의 눈과 귀만을 즐겁게 하려는 아부형, 간신(姦臣)은 신상필벌, 적재적소 인사를 그르치게 하는 불공정 유도형이다. 참신(讒臣)은 갈라치기를 해 분열을 조장하는 이간질형이다.
폴로어십의 선구자 로버트 켈리 카네기멜런대 교수는 폴로어 유형을 모범형, 소외형, 순응형, 실무형, 수동형으로 구분했다.
순응형은 부동(附同)의 홍위병이다. 독립적 사고 없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무리하게 돌격, 물의를 일으킨다. 실무형은 부동(浮動)형, 권력 향배에 따라 움직이는 눈치 백단이다. 수동형은 복지부동(不動)형으로 최대한 몸을 낮춰 보신한다.
켈리 교수는 '리더 과욕의 적신호는 타당성을 설명 못한 채 무조건 따르라고 윽박지르는 것'이라며 '이때 입 다물고 개입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방관하는 것이야말로 문제 있는 폴로어라고 강조한다.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 차는 고장 난 차를 넘어 흉기다. 이를 묵인 방조하거나 적극 동조하는 '가짜 부하'의 책임도 작지 않다. '진짜 부하'는 액셀러레이터뿐 아니라 브레이크, 그리고 기어 역할도 함께 한다.
■ 간신(諫臣)과 구신(具臣)
연산군 시절에 신언패(愼言牌)란 것이 있었다. 자신의 폭정에 대한 신하들의 간언을 잔소리로 여겼던 연산군이 신하들에게 '말을 조심할 것'에 대한 경고문이 적힌 패를 걸고 다니게 했던 것인데 거기에는 오대(五代) 때 재상을 지낸 풍도(馮道)의 시가 적혀 있었다.
풍도(馮道)의 시 '혀(舌)'
口是禍之門(구시화지문)
舌是斬身刀(설시참신도)
閉口深藏舌(폐구심장설)
安身處處牢(안신처처뢰)
입은 재앙이 들어오는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니, 입을 다물고 혓바닥을 깊이 간직하면, 어디서든 몸뚱이가 편안하고 든든하다.
풍도는 어지러운 시대에 네 왕조에서 열 명의 황제를 받들었지만 후세의 사가 어느 누구도 그를 충신의 범주에 넣어본 적이 없었고 '염치를 모르는 사람(구양수)'이라거나 '간신 중에서도 으뜸(사마광)'이라는 혹평만 그를 따라다녔다.
오대의 시대는 당나라 이후 송나라가 들어설 때까지 불과 오십여 년 사이에 다섯 왕조가 부침을 되풀이했던 혼란의 시기였고, 풍도가 몸담았던 네 개의 왕조와 황제 열 명은 한결같이 단명했다.
풍도 한 사람에게는 입신양명의 기회였을지 모르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혼란의 격랑에 휩쓸려 힘든 삶을 살아야 했던 시기였다.
이 나라에서도 새 대통령이 들어선 뒤 오래도록 달라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대통령이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을 때 국무위원들이 묵묵히 그것을 받아 적기만 하는 그것은 오백 년이라는 시대를 건너 만난 또 다른 '말조심(愼言)'의 장면이었다.
대통령은 소통 아닌 일방통행이라는 방식을 택했고, 그런 지도자 옆에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조력자가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
예로부터 나라에 해로운 신하라는 뜻으로 육사(六邪)란 게 있었다. 구신(具臣), 유신(諛臣), 간신(奸臣), 참신(讒臣), 적신(賊臣), 망국신(亡國臣)이 바로 그것이다.
대통령 앞에서 입을 닫았던 국무위원들 모두 간신이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버릴 수는 없어서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거나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할 수 없었던 이도 있었을 테니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자리나 채우는 구신(具臣)의 오명에서 자유로운 이는 없어 보인다. 듣기 싫어하는 말일 것을 알면서도 해야 할 말을 참지 않는 간신(諫臣)이 대통령 주변에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과 대통령,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불행을 낳았다. 두고두고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 우리가 맞은 이 불행한 사태는 대통령이 씨를 뿌리고 그 그늘에 들어가 일신의 영달을 꾀한 구신(具臣)들이 물을 주며 키웠다는 사실을.
■ 대신(大臣)과 구신(具臣)의 차이
도가 있는 신하인가?
인원수 채우는 신하인가?
논어 제11편 선진(先進)
제24장
季子然問: 仲由冉求可謂大臣與.
계자연이 물었다. '중유, 염구는 대신이라고 이를 만합니까?'
子曰: 吾以子爲異之問, 曾由與求之問. 所謂大臣者, 以道事君, 不可則止. 今由與求也, 可謂具臣矣.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그대가 다른 사람을 물을 줄 알았는데, 이에 유와 구를 묻는구나. 이른바 대신이란 도로써 군주를 섬기다가 안되면 그만두는 것이다. 지금 유와 구는 숫자만 채우는 신하라고 말할 만하다.'
曰: 然則從之者與.
(계자연이 물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그저 따르기만 하는 자들입니까?'
子曰: 弒父與君, 亦不從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아버지와 임금을 시해하는 일은 따르지 않을 것이다.'
제25장
子路使子羔爲費宰, 子曰: 賊夫人之子.
자로가 자고를 비읍의 읍재로 삼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다른 사람의 자식을 해치는구나.'
子路曰: 有民人焉, 有社稷焉. 何必讀書, 然後爲學.
자로가 말했다. '백성이 있고 사직이 있습니다. 하필 글을 읽은 연후에야 학문을 했다고 하겠습니까?'
子曰: 是故惡夫佞者.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래서 말재주 있는 자를 미워하는 것이다.'
자신을 닦지 못한 자는 남을 다스릴 수 없다. 학문을 이루지 못하고 정치를 하는 것은, 백성을 학대하는 것이요, 또한 자기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것이다.
공자가 자고가 비의 재가 되는 것을 말린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그런 공자를 이해하지 못한 자로가 궤변을 늘어놓자, 공자가 망녕되이 궤변만 늘어놓는다고 일침을 놓은 것이다.
大臣과 具臣의 차이를 아는가?
대신은 道로써 임금을 섬기는 신하, 구신은 인원수만 채울 뿐인 신하다. 공자는 둘의 차이를 대조함으로써 불의의 권력자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사직(社稷)의 사(社)는 토지 신이며, 직(稷)은 곡물의 신이다. 합하여 나라를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백성과 사직이 있다는 말은 학문의 목적이 정치에 있는 만큼, 실제로 정치를 하는 것이 바로 살아 있는 학문을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란 뜻이다.
꼭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만이 학문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느냐는 자로의 반발이다. 자로의 말이 본의는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말을 둘러댄다는 것이 조금 지나쳤던 것이었으리라.
군자는 먼저 그 몸을 닦고, 그런 연후에 벼슬길에 나아가 백성을 다스린다. 즉 자신을 갈고 닦음으로써 그것이 가족에까지 미치고, 나아가 한 나라, 천하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修身齊家治國平天下). 인(仁)이 가까운 것에서부터 터득하여 먼 데까지 미루어 가는 것(能近取譬/옹야 28)과 같은 이치다.
자고(子羔)는 선진 17에서 우직하다고 한 고시(高柴)다. 자로가 계씨의 재(宰)로 있으면서 자고를 비(費)의 재(宰)로 추천하였다. 자로는 자고가 비의 재가 되기에 능력이 충분하다고 보았지만, 공자가 보기에는 아직 배움이 부족하였다.
그러기에 '남의 자식을 망치고 있구나'라고 말한 것이다. 여기서 남의 자식이란 바로 자고를 일컫는다. 즉 아직 배움의 길이 창창하게 남아 있는 자를 중도에서 끌어내어 망치고 있다는 뜻이다.
기원전 498년 무렵, 노(魯)나라 대부로서 실권을 쥐고 있던 계씨(季氏) 일문의 계자연(季子然)은 공자의 제자인 자로(子路)와 염유를 가신으로 삼고 의기양양해했다.
그는 공자에게 '중유(仲由; 자로)와 염구는 大臣이라고 할 만합니까?'라고 물어 긍정의 대답을 듣고자 했다. 대부가 자기 신하를 대신이라 일컫는 것은 참람한 일이다.
공자는 그 권력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그래서 '당신이 다른 인물들에 대해 물을 줄 알았는데, 고작 중유와 염구에 대해 묻는단 말이오?'라고 되묻고는, 그 두 사람은 결코 대신일 수 없다고 논평했다.
所謂란 '이른바'로 풀이한다.
者는 '~라 하는 것은'의 뜻을 지닌다.
以는 수단, 방법, 기준을 나타내므로, 以道事君은 도로써 군주를 보필한다는 말이다.
不可則止란 군주를 도로써 보필할 수 없을 때는 스스로 물러난다는 말이다.
계자연은 다시, '具臣이라면 군주의 명령을 무조건 따릅니까?'라고 물었다. 공자는 '그들이라고 해도 아버지나 군주를 시해하는 일은 따르지 않을 것이오'라고 단언했다.
염구는 季子가 태산(泰山)에 여제(旅祭)를 지내는 데도 막지 못했고 가렴주구(苛斂誅求)를 그만두도록 간(諫)하지도 못했다.
공자는 그를 사랑했지만, 정의를 실천하지 못하는 사실에 불만을 느꼈다. 그렇다면 지금 세상에서 정치인중 대신(大臣)은 누구 누구인가?
■ 현명한 군주가 경계했던 육사신 실체는?
우리의 반만년 역사 속에는 한민족의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꽃피운 때도 있었지만 당쟁으로 인한 파벌은 물론 간신(奸臣)들로 인한 폐해가 극심해 나라를 잃는 슬픔을 겪어야 하는 등 암울한 시대도 있었다.
우리나라가 왜 이런 사회문화를 갖게 됐고 글로벌 시대인 지금도 역사속의 교훈을 되새겨 반성하기보다는 잘못된 것은 네탓만 하면서 사회분위기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가 하면 스스로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생각조차 하지 않는 행태가 안타깝기만 하다.
물론 이런 행태가 리(理) 지상주의를 표방하면서 그 외의 모든 것은 틀렸다고 주장하는 성리학적 순혈주의와 유교적 가치관이 근본 원인으로 작용해 그렇다고 하는 사학자의 말도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속에는 군주가 깨어있으면 간신이 생기지 않고, 혹 간신이 있더라도 심판이 가능 했다는 역사의 흔적이 존재하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현명한 군주는 여섯 종류의 해로운 신하 육사신(六邪臣)으로, 자리만 채우는 구신(具臣), 아첨으로 권력자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유신(諛臣), 간사한 간신(奸臣), 남을 무고하고 헐뜯어 자신의 이익을 챙기면서 모함을 일삼는 참신(讒臣), 나랏일을 훔치는 적신(賊臣), 나라를 망하게 하는 망국신(亡國臣) 또는 간웅(奸雄)을 경계하고 엄단했다고 한다.
특히 사기꾼이 절대 사기꾼처럼 보이지 않듯이 간신은 절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고 아주 똑똑하고 치밀한 기본 조건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사리사욕처럼 안보이는 사리사욕을 취하는 필수 조건과 파당, 모함, 아첨, 협박, 이간질, 축재를 목표로 하는 실천 강령을 갖고 있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학자들은 이런 패악의 주범 간신을 구별하는 눈을 왕조시대에는 군주에게 요구했지만 민주시대에는 시민들이 가져야 한다고 했으며 지난 정부의 국정농단도 최순실 만의 작품이 아니라 그 옆에 붙어있었던 네트워트적 권력구조의 결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지금의 모든 리더들은 혹시 내가 간신들에게 현혹 당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보고 또 살펴보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금 우리사회의 현실 속에도 양의 탈을 쓰고 악마의 짓을 하는 위선자들이 스스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모르는 것에 학습이 돼 선량의 행세를 계속하고 있어 가슴이 아프고 때로는 그들이 측은해 보이기도 한다.
특히 육사신(六邪臣)을 엄격히 구별해 엄단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모든 리더들의 시대적 소명임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으며 어떤 경우라도 소통과 화합의 시대를 역행하는 행태인 남을 무고하고, 헐뜯고, 이간질하고, 모함하는 것은 사실여부를 신속하고 명확히 밝혀 발본색원 하는 것이 조직이나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실제 무고한 모함을 당한 사람은 상대를 모를 수도 있지만 알면서도 측은한 심정으로 그 때 왜 그랬소?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모함한 사람은 상대가 모른다고 생각하는지 가증스러운 위선의 모습을 보이며 행세하고 있어 그를 지켜보는 피해자는 어떤 생각을 할지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아무튼 '더 이상은 참고 살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분노 목소리를 되새겨 보면서 이유도 명분도 없이 모함의 덫에 걸려 곤란을 당하거나 치명상을 입은 사람이 가슴에 안고 있는 분노와 한을 현명하게 풀어줄 수 있는 리더가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이며 스스로는 야인으로 돌아갔을 때 주위의 존경을 받는 어른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한다.
아울러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 즉 '최고의 정치는 흐르는 물과 같아야 한다'를 되새겨 보면서 어떤 경우라도 순리를 벗어나면 반드시 부메랑이 돼 자신에게 되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우리사회의 모든 리더들이 가슴에 담아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어른은 어른다워야 하고 어른으로의 대접은 상대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망국신(亡國臣)
국가를 망치는 신하를 망국신이라 한다. 육신(六臣)은 ①성신, ②양신, ③지신, ④정신, ⑤직신, ⑥충신이 있고, 육사(六邪)란 ①구신, ②유신, ③간신, ④참신, ⑤적신, ⑥망국신이 있다.
당(唐)나라 현종 때 오긍이 편찬한 '정관정요(貞觀政要)'가 있다. 조선 '태종실록'에 이 자료를 뽑아 정치에 많이 이용했다. 더욱이 사림 정치의 배척도 했으나, 조선 후기까지 많은 영향을 끼쳤다.
신하를 육정(六正)과 육사(六邪)로 분류한다. 그러나 통칭해 목숨을 바치면 충신, 그렇지 못하면 반역이라고 불러왔다. 이를 원용하면 6정을 닦으면 번영하고, 6사를 범하면 치욕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이 육정(六正)의 신하 중에 ①성신(聖臣)은 국가 존망의 기미를 밝히고자 애쓰며, 득실의 요점을 꿰뚫어 봐 사전에 예단하고, 군주가 초연히 자리에 있게 한다.
②양신(良臣)은 마음과 뜻을 다해 도리에 통달하고, 좋은 점을 받들어 순종하며, 악을 바로 잡는다.
③지신(智臣)은 밝게 성패를 살피고, 위험을 막으며 화가 바뀌어 복이 되게 하고, 군주에게 끝까지 근심이 없도록 한다.
④정신(貞臣)은 법률을 지키고, 뇌물을 받지 않으며, 높은 봉록과 하사한 물품을 사양하며, 음식은 검소하게 먹고 절약한다.
⑤직신(直臣)은 아첨하지 않으며, 군주의 엄한 얼굴을 범해, 면전에서 군주의 과실을 아뢴다.
⑥충신(忠臣)은 현명한 자를 진출시키는데 게으르지 않고, 수 없이 옛 성인들의 행적을 칭찬함으로써 군주의 마음을 격려한다.
다음 육사의 신하 중에 ①구신(具臣)은 관직에 있으면서 봉록을 탐하고 공사에 힘쓰지 않는다.
②유신(諛臣)은 군주 말은 모두 훌륭하고 옳다고 권장한다. 또 이목을 즐겁게 하고 비위를 맞춘다.
③간신(奸臣)은 교묘한 말로 안색은 선량한 척한다. 또 군주의 상벌을 부당하게 호령을 실행치 못하게 한다.
④참신(讒臣)은 자신의 비리를 꾸미고 골육을 이간시키고 조정의 내분을 꾸민다.
⑤적신(賊臣)은 권세를 꾸미고, 일의 경중을 변경하고, 사가(私家)에 도당을 만든다. 또 자기 가문은 부유하게 군주의 명령을 멋대로 고쳐 자신의 지위를 높인다.
끝으로 ⑥망국신(亡國臣)은 군주에게 간사하게 아첨하고 불의에 빠뜨리게 하고, 붕당을 지어 서로 친하며, 군주의 눈을 가려 흑백 구별을 못 하게 한다. 또 군주에게 시비를 분별할 수 없게 하며, 악을 나라 안팎까지 퍼뜨린다.
이같이 조선시대는 그런대로 행정과 정치를 구분했지만 요즘은 이런 6정과 6사를 알고나 있을까. 드라마에 충신 아니면 역적이라 흑백논리만 말하고 있다.
앞으로 6정에 해당하는 벼슬아치는 표창하고, 6사의 벼슬아치는 퇴출시키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요즘은 충신(忠臣)과 간신(奸臣)은 어디 가고 '망국신(亡國臣)'만 계속 날뛰고 있으니 말이다. 국민을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할 때가 왔는데.
■ 간신은 군주가 만든다
간신이라고 광고하는 이는 없다. 오히려 생김새는 충신일 수 있다. 지도자는 늘 고민한다. 누가 충신이고, 누가 간신인지. 하지만 군주 자신도 준비가 돼 있어야 훌륭한 신하를 만날 수 있는 법이다.
간신과 충신을 구별하는 건 인류 역사상 지도자들의 오랜 숙제였다. 아마도 끝내 풀리지 않는 영원한 숙제로 남을 것이다. 간신이라고 이마에 '간신'이라는 두 글자를 써 붙이고 다니지는 않는 까닭이다.
사악한 눈빛과 음흉한 미소, 비열한 몸짓처럼 정형화된 간신의 모습은 영화 또는 드라마에서나 존재하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의 마음속에 간신은 그럴 것이라는 선입견이 깊이 새겨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와 드라마가 없던 오랜 옛날부터 간신들에게 속고 놀아나는 군주가 숱하게 많았지 않았나 말이다.
하지만 간신은 간신처럼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남들보다 더 충신처럼 생겼을 수도 있다. 국어사전은 '간사하다'는 단어를 '자기 이익을 위해 나쁜 꾀를 부리는 등 마음이 바르지 않다'고 풀고 있는데, 나쁜 꾀를 부려 충신을 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간신일수록 그렇게 가장할 수 있는 재주가 뛰어날 것이다. 실제로 대한민국 국민에게 간신 하면 떠오르는 인물을 물으면, 열에 아홉은 꼽을 게 분명한 이완용도 전형적인 간신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술과 여자를 멀리하고, 시문과 서예를 즐기는 점잖은 조선 선비의 모습 그대로였다.
중국 최고의 간신 진회도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이 오늘날까지 이름자에 '회(檜)' 자를 쓰지 않을 정도로 부끄럽게 생각하는 인물이다. 중국 항저우 악왕묘에 가면 벌거벗겨진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진회의 동상이 있는데, 그 얼굴조차 20년 재상의 유능하고 인자한 풍모를 보인다.
사실 해로운 신하로는 간신만 있는 게 아니다. 중국 한나라 말기의 학자 유향(劉向)은 '설원(說苑)'이라는 책에서 '육사신(六邪臣)', 즉 여섯 가지 해로운 신하를 밝혔다. 간신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육사신에는 먼저 '구신(具臣)'이 있다. '구(具)'란 시체를 세는 단위다. 즉 시체처럼 아무 역할도 못 하고 그저 수만 채우고 있는 무능한 신하를 말한다. 유향은 구신을 이렇게 설명한다. "관직에 편안히 있으면서 봉록을 탐하고, 공사에 힘쓰지 않으며 시류에 따라 행동하고 좌우의 정세를 관망한다."
둘째는 '유신(諛臣)'이다. 말 그대로 군주에게 아첨만 하는 신하를 일컫는다. 이런 설명이 달린다. "군주의 말은 모두 훌륭하고 군주의 행동은 모두 옳다고 말하며, 은밀히 군주의 좋아하는 바를 알아내 권함으로써, 군주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비굴하게 비위를 맞춰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하며 그 후에 오는 해악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셋째가 간신(奸臣)이다. 설명은 이렇다. "속마음은 음험하고 외모는 소심하며 교묘한 말을 하고 안색은 선량한 척하지만 어진 사람을 질투하고, 천거하려는 인물은 장점만 밝게 하고 악은 숨기며 물리치려는 사람은 단점만 드러내고 장점은 숨긴다."
넷째는 '참신(讒臣)'으로, 자신의 영달을 위해 참소를 일삼는 신하를 말한다. "지혜는 자신의 비리를 꾸미는 데 족하고 말솜씨는 자신의 주장을 펴 실행하는 데 족하며, 안으로는 골육 간을 이간하고 밖으로는 조정의 내분을 꾸민다."
다섯째 해로운 신하는 '적신(賊臣)'이다. 개인적 이익만 앞세워 반역하거나 불충한 신하다. "권세를 제멋대로 하여 모든 일의 경중을 변경하고 사가(私家)에 도당을 만들어 그 가문을 부유하게 하며 군주의 명령을 멋대로 고쳐 자신의 귀함을 높인다."
마지막 신하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망국신(亡國臣)'이다. "간사하게 아첨하여 군주를 불의에 빠뜨리고 붕당을 지어 서로 친하며 군주의 눈을 가려 흑백을 구별하지 못하게 하고 시비를 분별할 수 없게 하며 군주의 잘못을 나라 안과 사방 외국에까지 퍼뜨린다."
앞서 해로운 신하의 다섯 가지 유형을 모두 겸비한 신하다. 그런 인물을 등용하니 나라가 망하지 않을 수 없다.
■ 간신은 간신처럼 생기지 않았다
그렇다면 좋은 신하의 유형은 어떤 것일까. 유향은 좋은 신하도 여섯 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이른바 '육정신(六正臣)'이다. 흔히 말하는 충신 역시 훌륭한 신하 유형의 하나일 뿐이다.
먼저 '성신(聖臣)'이 있다. 그야말로 성인에 버금가는 신하다. "아직 사물의 싹이 트지 않았고 형체의 조짐도 보이지 않지만 홀로 국가 존망의 기미를 밝히고자 하며 득실의 요점을 통찰해 예상하고 대비해 군주가 초연케 하여 영예롭게 해준다."
둘째는 '양신(良臣)'이다. 문자 그대로 어진 신하다. "마음을 비우고 뜻을 다해 날마다 노력하고 도리에 통달하고, 군주를 예의로써 힘쓰게 하며 좋은 계책으로 깨우치게 하고, 장차 훌륭함을 받들어 순정하며, 군주의 악을 바로잡아 구원한다."
셋째가 '충신(忠臣)'이다. "새벽 일찍 일어나 밤늦게 잠자리에 들고 현자를 찾는 데 게으르지 않고, 수없이 옛 성현의 행적을 칭송함으로써 군주의 마음을 독려한다."
넷째는 '지신(智臣)'이다. 지혜로운 신하다. "밝게 성패를 살피고 조속히 위험을 막아 대책을 찾아 구제하며, 틈새를 막고 화근을 끊어 전화위복이 되도록 한다. 군주로 하여금 끝까지 근심이 없게 한다."
다섯째는 '정신(貞臣)', 즉 곧은 신하다. "법률을 지키고 받들며 관직에 임해서는 사무를 충실히 하고 뇌물을 받지 않으며 높은 봉록과 하사한 물품을 사양하며 검소하고 절약한다."
마지막은 '직신(直臣)'이다. 곧은 신하를 일컫는다. "국가가 혼란한 시기에도 아첨하지 않으며 군주가 엄한 표정을 지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면전에서 군주의 과실을 아뢴다."
유향의 '육정신 육사신'은 좋은 신하와 나쁜 신하를 구별하는 방법이라기보다는, 훌륭한 신하가 되는 길을 밝히는 것에 가깝다. 유향 역시 신하들의 유형을 나누기에 앞서 이렇게 썼다. "육정을 따르면 영예롭고, 육사를 범하면 치욕을 당한다(行六正則榮 犯六邪則辱)."
게다가 신하들의 유형이 너무 정형화돼 있어 현실과 유리되기 쉽다. 세상에 선한 사람이라고 모든 행동이 옳고, 악한 사람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악하기만 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유향의 분류에 이어 순자의 말을 들어보는 게 좀 더 도움이 될 듯하다.
순자는 신하의 길(臣道)를 다섯 가지로 나눈다. 명령을 따르고 군주를 이롭게 하는 걸 순(順)이라 한다. 현군 아래 현신 있는 이상적인 경우다. 군주가 올바른 지시를 내리고 신하가 잘 따르니 순조롭지 않을 리 없다.
이어 명령을 거스르며 군주를 이롭게 하는 게 충(忠)이다. 무조건 따른다고 충성이 아니란 얘기다. 군주가 어질지 못해 올바른 지시를 내리지 못한다면 좋은 신하는 그것을 무조건 따라서는 안 된다. 군주의 잘못된 판단을 지적해 올바른 명령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군주 앞에서 쓴소리할 줄 알아야 충신이다.
명령을 따르되 군주를 이롭지 못하게 하면 첨(諂)이다. 아첨의 적극적 해석이다. 군주의 잘못에 눈감는 것도 아첨이란 말이다. 군주의 명령이어서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건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명령을 거슬러 군주를 이롭지 못하게 하면 그건 찬(簒)이다. 군주가 현명해서 올바른 명령을 내렸는데 이를 거역해 끝내 군주를 나락에 빠뜨리는 것이다. 그야말로 찬탈, 즉 반역이다.
여기서 순(順)과 찬(簒)은 최상과 최악의 사례이니 크게 설명할 게 없다. 흔히 문제가 되는 건 충(忠)과 첨의 상황이다. 군주가 어리석을 때 대처하는 신하들의 자세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
말만 잘 듣는 것이 충)이 아니라 옳지 않은 지시는 거스를 줄 알아야 최악의 결과를 막고 궁극적으로 군주를 지킬 수 있다는 적극적 의미로서의 충).
■ 간신인 줄도 모르고 간신으로 전락
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 모자란 군주가 내리는 명령이 아무리 잘못됐다 하더라도 그것을 거역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날처럼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권력자에게 바른 소리를 하기가 쉽지 않거늘, 하물며 생살여탈권을 거머쥔 군주 앞에서 "불가한 줄 아뢰오"라고 외치는 게 어디 쉽겠나. 목이 아니더라도 행여 자리라도 날아갈까 봐 입 다물고 물러나는 사람이 열에 아홉일 것이다.
순자의 기준으로 보자면 이들 모두 첨신, 즉 아첨하는 간신들이다. 간신이 된 줄도 모르고 어느새 간신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간신들이 주위에 있다면 그것은 모두 군주 책임이다. 직언이란 직언을 들을 준비가 된 군주 앞에서나 가능하다. 그렇지 못한 군주 곁에는 간신들만 꼬이게 되는 게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순자는 간신들을 막는 '군주의 길(君道)'에 대해서도 말한다. "밝은 군주는 함께하길 좋아하고 어두운 군주는 혼자 하길 좋아하며, 밝은 군주는 직언하는 신하를 포상하고 어두운 군주는 처벌한다."
권력자가 쓴소리 통로를 크게 열고 밝게 비춰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못한 어두운 군주 앞에서 신하들은 첨(諂) 아니면 찬(簒)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그것도 아니면 다섯째 길만 남았다. 어쩌면 가장 많은 이가 가는 길이다.
군주의 명예나 치욕, 나라의 흥망엔 관심 없이 구차하게 영합해서 녹봉이나 받는 것을 국적(國賊)이라 한다. 군주가 욕되건 말건, 나라가 망하건 말건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이런 간신 아닌 간신들로 넘쳐날 때 군주의 치욕은 말할 것도 없고, 백성들의 잠자리가 편안할 수 없다. 그것은 곧 군주의 책임이다.
순자 말이 그것이다. "이것은 신하 된 자를 논한 것으로, 나라의 길하고 흉함과 군주의 어질고 어질지 못함을 알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
군주 입장에서도 좋은 신하와 나쁜 신하를 구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언로를 활짝 열고 쓴소리를 받아들인다고 해서 모든 신하가 충신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고로 간신들은 충신의 탈을 쓰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췄고, 그런 능력이 없는 충신들은 쉽게 간신의 누명을 쓰기도 한다. 그래선지 예로부터 충신과 간신 구별법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
강태공의 저술로 전해지고 있는 춘추전국시대의 병법서 '육도(六韜)'에는 '팔관법(八觀法)'이라는 게 있다. 여덟 가지 관찰법이라는 의미다.
• 질문해서 대답하는 말을 살핀다.
• 자세히 캐물어서 그 반응을 살핀다.
• 몰래 사람을 보내 성실함을 살핀다.
• 핵심을 찌르는 말로 덕을 살핀다.
• 돈과 관련된 일을 시켜 청렴함을 살핀다.
• 여자를 붙여 단정함을 살핀다.
• 재난이 일어났다고 알려 용기를 살핀다.
• 술에 취하게 해 솔직한 모습을 알아본다.
전국시대 진나라 때 여불위가 편찬한 '여씨춘추'에도 여덟 가지 방법이 나온다.
• 순조로울 때 어떤 사람을 존중하는가 살핀다.
•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어떤 사람을 추천하고 기용하는지 살핀다.
• 부유할 때 어떤 사람을 접촉하는지 살핀다.
• 평소 무엇을 말하고 듣는지 살핀다.
• 한가할 때 무엇을 즐겨 하는지 살핀다.
• 친해진 다음 말하며 드러내는 속뜻을 살핀다.
• 실의에 빠졌거나 좌절했을 때 지조를 본다.
• 가난할 때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는지 살핀다.
간신 구별법이라기보다는 인재 판단법에 가까운 것들이다. 게다가 함정수사에 가까운 테스트와 장기간 관찰해야 하는 까닭에 현실적인 방법이 되기 어렵다.
이보다는 한비자가 제시한 '찰간술(察奸術)' 다섯 가지가 더 소구력 있어 보인다.
첫째, 관청법(觀聽法)이다.
즉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정보에 의해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흔히 평판을 듣지만 다른 이들의 눈과 귀에 의존하는 정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공자 역시 "모든 사람이 다 좋다고 해도 직접 보고 판단하고, 모든 사람이 다 나쁘다고 해도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일청법(一聽法)이다.
개인적 또는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제나라 선왕은 합주를 선호해 300명이나 되는 합주단까지 거느렸다. 그중에 남곽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연주 능력도 없으면서 최고 연주자로 자처해 높은 보수를 받았다. 선왕의 뒤를 이은 민왕은 독주를 좋아했다. 그래서 한 사람씩 독주를 시켰다. 그러자 남곽은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셋째, 협지법(挾智法)이다.
알면서도 모르는 체하며 상대를 시험하는 방법이다. 한나라 소후는 손톱을 깎다가 잘린 손톱이 없어졌으니 불길한 징조라며 신하들에게 찾게 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측근들이 방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손톱이 있을 리 없었다. 그때 한 신하가 찾았다고 외쳤다. 자신의 손톱을 이빨로 끊어낸 것이었다. 소후는 모른 척하며 그 신하를 포상했으나 그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인 뒤였다.
넷째, 도언법(倒言法)이다.
말을 뒤집는 것으로 사실에 맞지 않는 말로 사람을 시험하는 방법이다. 진나라의 2세 황제 밑에서 전횡을 펼치던 환관 조고가 자신의 편을 알아내기 위해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한 ‘지록위마(指鹿爲馬)’ 고사가 바로 전형적인 도언법이다.
다섯째, 반찰법(反察法)이다.
상반된 입장에서 동기를 찾는 방법이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지 판단하는 것으로, 현대의 수사기법에서 자주 응용되는 방법이다. 한나라 희후가 목욕을 하다 욕조에서 돌을 발견했다. 희후는 욕조 담당을 혼내지 않는 대신 그가 파면되면 뒤를 잇게 될 후임자를 불러 죄를 다그쳤다. 결국 후임자가 욕조에 돌을 넣었다고 실토했다.
이처럼 어떤 신하가 해로운 신하인지 구별하는 방법이 예로부터 다양하게 전해 내려오는 것은 그만큼 사람을 다루는 용인술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해 보인다. 신하란 군주 하기에 달렸다는 것이다. 군주 스스로 준비가 돼야 훌륭한 신하를 만날 수 있다. 그것은 시대를 넘어 오늘날까지도 유효한 진리다.
▶️ 具(갖출 구)는 ❶회의문자로 두 손으로 물건을 바치는 모양의 글자와 貝(패; 물건이나 돈)의 합자(合字)이다. 물건을 공급(供給)하여 모자라지 않도록 하다, 갖추다, 갖추어짐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具자는 '갖추다'나 '구비하다', '온전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具자는 鼎(솥 정)자와 廾(받들 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금문에 나온 具자를 보면 양손에 솥을 받쳐 들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솥은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것이다. 여기에 廾자가 더해진 것은 솥을 양손으로 받들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신에게 제사를 지낼 준비가 완료됐다는 뜻이다. 그래서 具자는 모든 것이 준비됐다는 의미에서 '갖추다'나 '구비하다'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具(구)는 (1)일부 명사(名詞) 뒤에 붙어 기구(器具), 용구의 뜻을 나타냄 (2)시체(屍體)의 수효(數爻)를 세는 단위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갖추다, 갖추어지다 ②구비하다 ③온전하다, 족하다 ④모두 ⑤일일이 ⑥자세히, 상세히 ⑦함께, 다 같이 ⑧차림 ⑨그릇, 연장(어떠한 일을 하는 데에 사용하는 도구) ⑩설비, 준비 ⑪힘, 기량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갖출 비(備), 갖출 해(該)이다. 용례로는 빠짐없이 차림이나 고루 갖추어 있음을 구비(具備), 실제로 나타냄 또는 나타난 그것을 구현(具現), 전체를 구비함을 구체(具體), 형상을 갖추어 가진 것을 구상(具象), 양친이 다 살아 계시어 경사스러움을 구경(具慶), 본전과 이자를 합함을 구리(具利), 격식에 맞음을 구격(具格), 구체적으로 말함을 구술(具述), 서류의 형식을 갖춤을 구문(具文), 충분히 갖추어 있음을 구족(具足), 갖추어서 빠짐이 없이 적음을 구록(具錄), 일에 쓰이는 여러 가지 연장을 도구(道具), 그릇이나 도구 따위를 통틀어 일컬음을 기구(器具), 차에 관한 여러 가지 기물을 다구(茶具), 몸의 어느 부분이 제 기능을 못 하거나 기형인 상태를 불구(不具), 살림살이에 쓰는 온갖 기구를 자구(資具), 장난감으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여러 가지 물건을 완구(玩具), 물건을 만들거나 고치는 데 쓰는 기구나 연장을 공구(工具), 고기잡이에 쓰이는 제구를 어구(漁具), 무엇을 하거나 만드는데 쓰는 제구를 용구(用具), 몸을 단장하는 데 쓰는 여러 가지 도구를 장구(裝具), 이부자리와 베개를 침구(寢具), 구체적으로 열거하여 기록함을 개구(開具), 반찬을 갖추고 밥을 먹음을 이르는 말을 구선손반(具膳飱飯), 각 방면의 사람과 널리 사귀는 친구를 일컫는 말을 구색친구(具色親舊), 형체는 갖추었으나 보잘것 없음을 일컫는 말을 구체이미(具體而微), 온갖 아름다운 자태가 다 갖추어져 있음을 이르는 말을 백태구비(百態具備) 등에 쓰인다.
▶️ 臣(신하 신)은 ❶상형문자로 본디 크게 눈을 뜬 모양을 형상화했다. 내려다 본 사람의 눈의 모양으로 전(轉)하여 신을 섬기는 사람, 임금을 섬기는 중신(重臣), 신하(臣下)를 말한다. ❷상형문자로 臣자는 '신하'나 '하인', '포로'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臣자는 고개를 숙인 사람의 눈을 그린 것이다. 臣자가 '신하'라는 뜻을 가진 것은 왕의 눈을 마주하지 못하는 사람의 눈을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臣자는 본래 '포로'를 뜻했던 글자였다. 고대에는 포로로 잡히거나 항복한 노예들을 왕실의 노예로 삼았다. 臣자는 그들을 일컫던 글자였다. 그러나 후에 왕을 섬기는 모든 사람을 통칭하는 용어로 쓰이면서 지금은 '신하'나 '하인'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臣자는 단독으로 쓰일 때는 '신하'를 뜻하지만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監(볼 감)자나 臥(엎드릴 와)자처럼 고개를 숙인 사람의 눈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한다. 그래서 臣(신)은 ①신하(臣下) ②백성(百姓) ③하인(下人) ④포로(捕虜) ⑤어떤 것에 종속(從屬)됨 ⑥신하(臣下)의 자칭(自稱) ⑦자기(自己)의 겸칭(謙稱) ⑧신하(臣下)로 삼다 ⑨신하로서 직분(職分)을 다하다 ⑩신하답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임금 주(主), 임금 후(后), 임금 군(君), 임금 제(帝), 임금 왕(王), 임금 황(皇), 임금 후(矦), 임금 벽(辟)이다. 용례로는 임금을 섬기어 벼슬을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을 신하(臣下), 신하와 서민 또는 많은 신하를 신서(臣庶), 신하가 되어 복종함을 신복(臣服), 신하된 처지를 신분(臣分), 나라에 공로가 있는 신하를 공신(功臣), 국가나 임금의 명령을 받고 외국에 사절로 가는 신하를 사신(使臣), 임금과 신하를 군신(君臣), 중직에 있는 신하를 중신(重臣), 봉토를 받은 신하 곧 제후를 봉신(封臣), 슬기와 꾀가 있는 신하를 모신(謀臣), 문관인 신하를 문신(文臣), 무관인 신하를 무신(武臣), 남의 신하를 인신(人臣), 간사한 신하를 간신(奸臣), 나라와 임금을 위하여 충절을 다하는 신하를 충신(忠臣), 지위가 낮은 신하를 미신(微臣), 이름난 신하를 명신(名臣), 다리와 팔뚝에 비길 만한 신하라는 뜻으로 임금이 가장 신임하는 중신을 이르는 말을 고굉지신(股肱之臣), 다리와 손에 비길 만한 신하라는 뜻으로 임금이 가장 신임하는 중신을 이르는 말을 고장지신(股掌之臣), 임금과 신하와 물과 물고기란 뜻으로 떨어질 수 없는 친밀한 관계를 일컫는 말을 군신수어(君臣水魚),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신하와 어버이를 해치는 자식 또는 불충한 무리를 일컫는 말을 난신적자(亂臣賊子), 간사한 신하와 불효한 자식을 일컫는 말을 간신적자(奸臣賊子), 임금은 그 신하의 벼리가 되어야 함을 이르는 말을 군위신강(君爲臣綱), 임금과 신하 사이에 의리가 있어야 함을 이르는 말을 군신유의(君臣有義), 목구멍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듣기에 괴로운 직언을 하는 강직한 신하를 일컫는 말을 골경지신(骨骾之臣), 임금의 사랑을 잃게 된 외로운 신하의 원통한 눈물을 일컫는 말을 고신원루(孤臣冤淚), 임금과 신하 사이에 지켜야 할 큰 의리를 일컫는 말을 군신대의(君臣大義), 풀을 베는 천한 사람이란 뜻으로 평민이 임금에 대해서 저를 낮추어 일컫던 말을 자초지신(刺草之臣), 임금의 명령을 비롯한 나라의 중대한 언론을 맡았다는 뜻에서 승지를 일컫던 말을 후설지신(喉舌之臣), 벌이나 개미에게도 군신의 구별은 뚜렷이 있다는 뜻으로 상하 위계 질서를 강조할 때에 이르는 말을 봉의군신(蜂蟻君臣), 임금이 치욕을 당하면 신하가 죽는다는 뜻으로 임금과 신하는 생사고락을 함께 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군욕신사(君辱臣死), 풀떨기 같은 신하라는 뜻으로 벼슬하지 않는 백성을 이르는 말 또는 신하인 자가 스스로를 낮추어 이르는 말을 초망지신(草莽之臣), 임금이 치욕을 당하면 신하가 임금의 치욕을 씻기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는 뜻으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도와 생사고락을 함께함을 이르는 말을 주욕신사(主辱臣死)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