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보리 이재기가 패는 것 같더니
아카시아꽃이 하얗게 피고
뒷산에 뻐꾹새가 하매 우네요.
보리 대궁이 타닥타닥 부억 아궁이 밀어 넣고 또 밀어 넣어도 검불같은 보릿단 금새 타 버리는데
정지바닥 몽당 빗자루에 힘없어 철버덕 주저앉으면 엉덩이에 걸린 늦둥이 애물단지가 그리 울었다지요.
울기나 말기나 마 내려놓지 허리 아프시다면서 왜 들쳐 없었어요.
그래 장질부사 돌든 그 해 동개댁이 데려다가 객귀
물린다면서 소금 바가지 온 마당에 뿌리고 내 얼굴에 대나무 흔들어 비비고 문살에 시커먼 식칼로 드그럭 드그럭 무슨 영화 보겠다고
마당에 칼 꼽아 귀신 쫒아내며
뭐 할라고 그토록 애간장이 말라했어요.
지놈 지명대로 못 살아도 지 팔자 거니 마 그냥두지
울 엄마 불쌍한 울엄마 당신 젖이 말라 비틀어 지도록 키우느라.
늙막에 병 얻어 자식 몰라보고 돌아 가시면서~~~
논고동 처럼 파먹힌 젖무덤 그 덕분에 이날 입때껏 잘 묵고 잘 살면서 자꾸자꾸 잊어버리고 살아서 죄송합니다.
철들자 망녕 난다더니 살아생전 못해 본 꽃 한바구니 보냅니다.
울엄마 계신 서방정토 저 멀리까지
꽃 배달 아저씨 꼭 배달 해주세요.
행여 누가 보냈냐고 묻거들랑
비행기 태워 제주도도 한번 구경 못시켜드린 천하에 불효막심한
당신 생전에 그리도 속 새기던
못난 니째놈이 죄송해 하드라고 꼭 일러주세요.
엄마 죄송해요.
어머니 너무 죄송합니다.
-좋은 글에서-
회심곡/ 김영임
https://www.youtube.com/watch?v=qYYwYQBUWf4
뭔가
마음
저 밑바닥
뭉클한 감정
아!
울엄마
톡보내고 나니 아직 여섯시가 안되었다
집사람이 아래밭 고추고랑에 제초매트를 깔잔다
서늘할 때 일하는게 좋다고
그래 여름엔 새벽과 저녁무렵 일하고 한낮엔 쉬는게 좋다
곡괭이 괭이 삽등을 챙겨 내려갔다
괭이로 고랑을 골랐다
저번 비 왔을 때 고랑이 질퍽한데도 고추와 참깨 심느라 고랑을 밟아 엉망이 되었다
울퉁불퉁한 고랑을 괭이로 골라 어느 정도 평평하게
물빠짐이 좋지 않아서인지 아직도 고랑이 마르지 않았다
고랑을 고른 뒤 제초매트를 펴서 깔고 두둑의 비닐과 겹쳐 삼지창으로 고정
이도 일이라고 허리 다리 아프다
60과 70이 이렇게 다른가?
파딱파딱한 맛을 점점 잃어간다
아무래도 행동이 굼뜨고 조금만 일해도 여기저기 아파온다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고추고랑을 다 씌운 뒤 참깨 고랑도 씌우잔다
난 그만 했으면 좋겠는데...
남은 매트를 가져와 펼쳐 깔고 고정했다
겨우 두 고랑 깔았다
나머진 제초매트를 사서 깔자고
난 남은 고랑 사이에 차라리 들깨나 서리태를 심으면 어떻겠냐고
풀매기가 힘들단다
물이 잘 빠지게 연못쪽으로 난 고랑을 파 주어야겠다
삽으로 파고 괭이로 다듬는데 쉽지가 않다
10여미터도 안될 거리를 정비하는데 무려 10여번 쉬면서
몇 삽 파면 허리 아파 안되겠다
이렇게도 힘이 빠지나
집사람은 그 사이 마늘쫑을 뽑는다
마늘쫑이 제법 올라왔다
마늘이 굵어지려면 쫑을 뽑아 주어야한다
마늘 쫑 지져 먹으면 밥반찬으로 괜찮다
겨우 한쪽만 물빠지게 고랑을 팠다
힘들어 못하겠다며 나머진 아침 먹고 난 뒤 하자고
배도 고프고 손에 힘도 빠진다
올라오니 벌써 아홉시
아침에 무려 3시간 가까이 일했다
이러니 배도 고플만하지
시골분들은 일어나자마자 바로 식사한 뒤 일하러 나간다
요즘엔 보통 다섯시면 아침식사를 한단다
아침을 들지 않으면 배고파 일하기 어렵다고
그래서 보통 10시엔 새참을 먹어야한다
서너시간 일하고 나면 배가 푹 꺼져버리겠지
집사람이 어제 잡아 온 백합으로 국을 끓였다
국이 참 시원하다
백합국으로 아침을 맛있게 먹었다
몸이 무척 노곤해 밥숟가락 빼고 침대에 누우니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
일어나니 11시가 다 되간다
잠깐 사이에 많이도 잤다
집사람은 열무 뽑아 김치를 담겠단다
난 황룡농협프라자에 가서 엔케이비료와 닭사료를 샀다
사거리 농협프라자에선 닭사료를 농축협에서 만든 사료만 팔아 비싸다
닭사료중 농협사료가 가장 비싼 것 같다
성분을 비교해 보면 차이나는게 없는데 왜 비싼지 모르겠다
황룡농협프라자에선 비교적 저렴한 사료를 가져다 놓고 포장도 20키로로 되어 있다
이젠 20키로 이상되면 들기가 어렵다
어떨 땐 20키로도 번쩍 들지 못한다
나이든 사람을 위해 포장은 20키로 이하로 하는게 좋을 것같다
엔케이 비료는 고추뿌리가 땅심 받으면 고추 사이사이에 반주먹씩 질러 주어야겠다
또한 고추가 붉어져 따고 난 뒤에도 엔케이비료를 조금씩 뿌려주면 좋다
우유와 요구르트를 사서 집에 오니
집사람은 열무김치를 담고 있다
맛을 한번 보라며 김치 한가닥 입에 넣어 준다
열무가 연하고 맛있다
지금 열무가 가장 맛있단다
오늘 점심은 열무김치로 먹자고
여름엔 열무김치 국수도 맛있다
집사람이 조개 씻는 사이 난 아래밭에 내려가 나머지 고랑을 정비
이젠 비 오드라도 고랑에 물이 많이 고이질 않을 것같다
집사람이 점심을 차려 놓았다
열무김치 한가지지만 넘 맛있어 한그릇 뚝딱
갓담은 열무김치가 참 맛있다
집사람이 월산아짐이 아프시다니 열무김치와 조개를 좀 가져다 드리고 싶단다
좋은 생각이다
가는 길에 재환 동생이 내려왔다고 하니 동생에게도 한봉지 가져다 주라고
자연에서 얻은거니까 서로 나누면 좋겠지
난 남은 조개를 봉지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해 두고 나머진 삶았다
조개는 삶아서 국물과 함께 보관해 두어도 좋다
집사람이 월산아짐 집에 다녀왔다
재환이 동생에게선 매실엑기스를 한병 얻어 왔다
고맙기도 하지
월산아짐이 전혀 일어나시질 못하더란다
일어나 앉아 있기도 힘들다고
차라리 얼른 떠났으면 좋겠다고
그래 고통이 심하면 떠나버리는게 편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제 팔순 넘으셨는데...
생로병사는 비켜 갈 수 없는 인간의 운명
조금이라도 편히 떠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비료와 사료를 가져다 정리했다
이제 닭장에 있는 병아리에게도 후기 사료를 먹여야겠다
마당가 병아리장 있는 병아리는 중닭이 되었으니 싸래기를 먹이기로
닭이 중닭되면 싸래기와 미강등을 섞여 먹여야 고기와 달걀이 모두 맛있다
집사람은 목욕장에 다녀 오겠다고
오늘은 장날이라 목욕을 한다
난 낮잠 한숨
자고 일어나니 집사람이 왔다
오늘은 바둑 모임
나가서 한수 두어야겠다
오늘은 침착하게 잘 두어야할건데...
분명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것같은데도 왜 자꾸 수가 뒤틀린지 모르겠다
바둑휴게소에 가니 재봉동생 혼자
이미 바둑 모임 시간 지났는데 왜들 안오지
농사철이라 바쁜가?
재봉동생과 한수
내가 흑
초반 포석에서 백돌을 작게 살려 주어 흑의 우세
중반 들어 백이 살아버린 돌을 중심으로 야금야금 먹어 오는데 정확히 못받겠다
분명 수가 있을 건데...
거기까진 아직
흑이 덤내기 어렵겠다
이럴 땐 승부수를 띄워야하는데 미적거리다 타이밍을 놓쳤다
참으로 어리석다
지난번에도 졌는데 오늘 또
내 실력이 거기까지인가?
결국 백이 20여집을 남겨 크게 져 버렸다
참
재봉동생이 약속있어 들어가야한다기에 김사범님과 한수
돌갈라 김사범님이 흑
김사범님도 재봉동생 스타일과 비슷
작은 곳에서도 곧잘 수를 내며 형세가 이미 기울어져도 끝까지 수를 찾아 두는 스타일
바둑을 둘 땐 상대의 스타일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작은 것도 주지 않으려 악착같이 덤빌 때는 비켜서야한다
상대가 죽기살기로 덤빌 땐 상대의 숨통을 조일 타이밍을 보면서 물러서야지
그렇지 않고 맞받아치다 자칫하면 역으로 당해 버릴 수가 있다
이 판은 재봉동생과 두었던 걸 생각하면서 한발짝 타이밍을 늦추었다
약한 돌을 공격해 가니 여기저기 다 살려 내려한다
마무리 짓지 않고 계속 전단을 구해갔다
서로 양귀를 차지하고 변도 나누어 가졌지만 집 크기로 따지니 내가 좀 우세
거기에 덤까지 챙긴다면 흑이 역전시키기 힘들 것같다
그래도 투석하지 않고 조그만한 틈이라도 찔러 댄다
서로 맞수인데...
맞수는 그렇게 두는게 아닌데 날 하수로 보나?
마지막 공배까지 메꾸고 계가해 보니 40여집을 이겼다
이럼 진즉 투석했어야하는데...
김사범님께 막걸리나 한잔 하자니 오늘 임플란트 하셨단다
아이구야 그럼 얼른 집에 들어가시라고
전총무와 읍내 김회장도 왔지만 같이 술한잔 할 수 없는 분들
오늘은 나도 일찍 집에 들어 가야겠다
집사람이 웬일이냐고
같이 마셔줄 사람 없어 빨리 왔다며 닭들을 챙겼다
뻥이를 다시 아래 닭장으로
넌 그곳에서 당분간 지내야겠다
노열동생에게 전화
막걸리 한잔 하러 올라오라고
돼지고기와 고등어를 구웠다
굽는 사이 동죽 삶은 걸로 안주
동죽이 참 맛있단다
한잔 두잔
그래 이리 마시면서 살다 가는거지
조개국도 맛있고 고등어 돼지구이도 좋아 마시고 또 마시고
아 좋다
저녁놀은 사라지고 어둠이 몰려 온다
노열동생은 내일을 생각해 먼저 내려가고 집사람은 연속극 보러
난 어둠과 한참 씨름
가로등만 점점 밝아 온다
나 떠날 땐 뭐가 남아 있을까?
서울 친구 생각나 전화
언제 얼굴이나 보자니 27-8일경에나 내려 간다며 전화하겠단다
그래 내려오면 집에 들러 가라고
때론 친구들이 보고 싶다
낼모레 어버이날 자식들이 식사하잔다
이왕이면 처형네랑 같이 하면 어떨까?
자식들 의견 묻지도 않고 처형에게 전화
시간이 맞지 않겠다고
올라왔다 내려가기가 더 힘들 것 같다
내가 나이가 드는가 보다
형제들 정이 더 그리운 걸 보니...
오늘도 두 별이 나란히 떠 오른다
새벽부터 짝을 찾아 울어대는 산새소리가 싱그럽다
님이여!
오늘은 토요휴무일
가족간의 따뜻한 정 나누며
오늘도 행복한 하루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