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0,1-9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날 때? 일단 믿고 갑시다.

루카 10,1 – 9
그때에
1주님께서는 다른 제자 일흔두 명을 지명하시어, 몸소 가시려는 모든 고을과 고장으로 당신에 앞서 둘씩 보내시며,
2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주십사고 청하여라.
3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4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
5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여라.
6그 집에 평화를 받을 사람이 있으면 너희의 평화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고,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7같은 집에 머무르면서 주는 것을 먹고 마셔라. 일꾼이 품삯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 집 저 집으로 옮겨 다니지 마라. 8어떤 고을에 들어가든지 너희를 받아들이면 차려주는 음식을 먹어라.
9그곳 병자들을 고쳐주며, ‘하느님의 나라가 여러분에게 가까이 왔습니다.’ 하고 말하여라.”

† 추수할 것도 많고, 일꾼도 많은데...
정확한 사실이라 보긴 어렵지만 루가복음과 사도행전의 저자로 알려진 성 루가는 시리아 지방 안티오키아에서 이방인 가정의 아들로 태어나 그리스도교 신앙으로 개종하였다. 사도 바울로의 서간들에 의하면 루가는 직업상 의사였고 바울로의 동반자로서 두 번의 선교여행을 함께 하였다.(골로 4,10-14; 2디모 4,11; 필레 1,24)
루가는 복음을 저술하는 과정에서 예수어록과 마르코복음을 원전(原典)으로 삼았으나 복음서 전체에 흐르는 고유한 사상과 섬세함을 미루어 볼 때, 루가는 복음사가들 가운데 그리스 어문에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고, 상당한 교육을 받은 사람임을 알 수 있다. 당시 안티오키아에 유명한 학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루가는 특히 가난한 사람들과 죄인들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와 예수님의 사랑을 강조하고, 기도의 중요성과 성령 하느님의 능력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성서학자들은 루가복음을 일컬어 ‘자비의 복음’, ‘보편적 구원의 복음’, ‘가난한 사람들의 복음’, ‘절대적 재생의 복음’, ‘기도와 성령의 복음’, 또는 ‘기쁨의 복음’이라 부른다.
예수께서 약속하신 성령강림으로 시작된 초기 교회의 실상을 전해주는 사도행전의 저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저술을 위해 루가는 여러 가지 자료들을 수집하였을 것이지만, 사도 바울로의 제2차, 제3차 전도여행을 함께 하고 로마수감생활 시절 그 근처에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사도행전의 많은 부분은 루가 자신의 직접적인 목격과 체험일 것이다. 루가의 죽음에 관한 기록은 어디에도 없으나 전설에 의하면 그리스의 남부 파트라스에서 순교하였다고 한다.
루가는 자신의 복음서 1장에서 24장 전체에 걸쳐 많은 부분 고유의 특수사료를 삽입하여 복음서를 풍부히 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오늘 복음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12제자 외에도 따로 일흔 두 제자를 뽑아 앞으로 가실 곳으로 파견하시면서 그들이 해야 할 일과 함께 엄격한 여장규칙을 훈시하시는 내용이다. 루가는 마르코와 마태오에서와 같이 12제자의 파견에 관한 보도는 이미 하였다.(마태 10,5-11,1; 마르 6,6-13; 루가 9,1-6)
루가는 이것으로 예수님의 갈릴래아 활동기를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예수님과 그 일행은 예루살렘을 향하여 긴 여정에 오른다. 그런데 사마리아 사람들의 예수일행에 대한 거부와 냉대로 말미암아(루가 9,52-56) 전혀 새로운 데카폴리스와 베레아 지방을 두루 거쳐 예루살렘으로 상경해야 하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또 한번의 제자파견은 지극히 필요한 사안으로 추정된다. 이에 루가는 ‘일흔 두 제자의 파견사화’(10,1-16)를 창작하여 자신만의 특수사료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으니 주인에게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 달라고 청하여라.”(2절)는 예수님의 말씀이 일흔 두 제자의 파견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예루살렘을 향한 여정은 먼데 시간은 촉박하다는 뜻이다. 즉 예수께서 복음을 전해야 할 곳은 많은데, 종말론적 하느님의 심판이 목전에 왔다는 것이다. ‘추수’ 라는 상징어가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성 루가 복음사가 축일이 들려주는 오늘 미사의 복음은 우리 교회의 ‘복음과 선교의 사명’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종말론적 하느님의 심판이 목전에 왔다는 사태의 심각성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비중으로 크다. 추수해야 할 곡식이 온 세상에 널려 있는데 일꾼인 우리들은 내 밭에 있는 곡식추수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가 제공하는 교회통계자료를 잠시 살펴보자. 참고로 []안은 2002년의 자료이다. 우리나라 교세통계는 2003년 총인구 48,823,839명 [48,517,871명]에 신자수는 9.1% [9%]에 달하는 4,430,791명 [4,347,605명이]다. 이 중에 주교가 31명 [28명], 신부가 3,584명 [3,397명], 수사가 1,352명 [1,263명], 수녀가 9,343명 [9,416명], 신학생이 1,357명 [1,436명], 선교사․교리교사가 1,099명 [1,344명]이다.
주일미사 참여자는 전체 신자의 26,9% [26.5%]라고 한다. 통계상의 일꾼은 매년 증가한다. 그러니 일꾼이 모자란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더욱이 지난 5년간 세례자 증감상태를 보면, 전년도에 비해 1998년에 3,5% 증가, 1999년에 12,7% 증가, 2000년에 5,9% 감소, 2001년에 7,5% 감소, 2002년에 15,8% 감소로 나타난다. 그러나 2003년에는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코 모자라지 않는 일꾼들이 추수할 것이 많은데도 추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1999년에 세례자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세상종말의 휴거열풍 때문이었을 것이다. 2003년 비로소 1,9%로 증가추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교회가 갈수록 침체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에 우리는 ‘복음과 선교의 사명’을 다시금 손과 발에 불붙이고, ‘선교상의 여장규칙’을 머리와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 박상대 신부

+일단 믿고 갑시다
<독서 : 2티모 4, 10 – 17ㄴ / 복음 : 루카 10, 1 – 9>
얼마 전에 인사발령이 났습니다. 흔히들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베네딕토회는 관상 수도회도 아니요, 활동 수도회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반관상’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적당치 않습니다. 고상한 말로 수도승 수도회라고 하지만, 사실은 딱히 규정지어 말하지 않고 ‘기도하고 일’하는 가운데 그 시대 그 세상이 요구하는 삶에 더 투신하는 수도회가 베네딕토회입니다.
그래서 얼마 전 저는 수도회 최고 장상이신 ‘아빠스Abbas’를 찾아가 더 나이를 먹기 전에 우리 시대 우리 연합회가 원하는 아프리카 선교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습니다. 아빠스께서는 매우 기뻐하시며 손수 아프리카에 있는 아빠스께 연락을 해놓겠다고 하셨습니다. 일은 순조롭게 제가 원하는 대로 진행되었고, 저도 마음을 비우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인사발령 며칠 전 아빠스께서 저를 다시 부르셔서는 공부하는 것으로 방향을 돌리라고 오랜 시간에 걸쳐 설득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인사발령이 났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지상생활 중 여러 차례, 또 당신 승천 후에 박해받을 제자들한테 누차 말씀하십니다. 준비하지 말고 보내는 대로 가라고. 가면 다 이루어 주실 거라고. 다만 두려워하지 말고, 당신만을 믿으라고 하십니다. 하느님의 계획은 우리 사람들 머리로는 알 수가 없어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지만, 그래도 조금씩 뒤를 돌아보면 ‘이 때문에 이렇게 준비를 해주셨구나.’ 하고 감탄할 때가 많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날 때? 일단 믿고 갑시다.
- 이장규 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