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인을 보듬고 사는 신선들
샤르별에는 푸스슈시, 루스구스, 긴이구스 등의 이름을 가진 큰 바다들이 거대한 해양천국을 이루고 있었는데, 해양천국의 넓은 바다에는 천억 개가 넘는 무수한 섬들이 떠 있었다.
그 중에는 육지와 가까운 곳에 떠 있어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섬들이 있는가 하면, 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들은 넓은 세상과 단절된 채 고립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샤르별의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은 대륙에서 가까울수록 밀집되어 있고 먼 바다로 나갈수록 외톨이로 떨어져 있어 고도의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먼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망망대해 위에, 높은 파도에 가려 보일 듯 말 듯 점처럼 찍혀 있었다.
망망대해의 그 점처럼 작은 섬 위에서 인류들이 외부와의 교류를 단절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신기했다.
샤르비네와 나는 그 고립된 세상들을 방문하면서 육지에서 가까운 섬보다는 멀리 떨어진 고도들을 먼저 방문하고 여행했다.
세상과 동떨어진 외딴 섬에서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생활은 기이하고 기상천외한 삶들을 연출하고 있었다. 문명의 세계와는 완전히 담을 쌓고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었기에, 원시시대에나 존재했을 법한 본능적인 질서만이 그 고립된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샤르별이 비록 4차원 문명세계라는 초월적인 세상을 건설하여 고차원적인 삶과 고차원적인 정신세계를 추구한다고는 하지만, 그 세상의 밝은 이면에는 어두운 단면들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었다.
샤르별은 지구의 70배에 달하는 거대한 천체인 관계로 땅이 넓은 세계라고 설명할 수 있었으며, 그 넓은 땅에는 우주에서 가장 앞선 첨단문명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문명보다 낙후된 원시문명의 현상들도 얼마든지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수수께끼였다.
샤르비네와 나는 춘우셔시를 이용해서 며칠에 한 번씩은 반드시 먼바다의 외로운 고도들을 찾았다. 그러한 고립된 세상을 찾아가면 인류의 근원들이 나타나고 문명사회에서 느낄 수 없는 우주의 섭리를 느낄 수 있어 유익한 여행이었다.
본래 그대로의 순수함을 잃지 않는 원시사회의 모습에서 영감이라고 하는 놀라운 지혜를 터득할 수 있었다.
확실히 원시사회는 문명의 스승이었고, 문명세계에서 지향할 삶의 근본들이 그 세상에서 커다란 교훈으로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시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위대한 교훈을 믿고 있었기에 샤르별의 문명인들은 오만방자하게 굴지 않고, 문명의 우월적인 힘만을 내세워 원시사회의 순수성을 오염시키는 행위는 삼가고 있었다.
자연 속에 존재하는 본래의 그 현상 그 상태를 소중히 여기면서, 그것들을 파괴하고 추방하려는 노력 대신에 정성을 다해 보살피고 보존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들이 아름다웠다.
4차원 문명세계라고 하는 우주첨단문명과 오지의 원시문명사회가 공존하고 있는 샤르별은, 모순의 법칙이 가장 현실감 있게 상존하는 세상이었다.
미개함을 바탕으로 개발의 힘이 탄생하고 악의 조련으로 선을 육성하며 추함을 바탕으로 미가 탄생하는 우주모순의 법칙은, 샤르별 인류들이 살아가는 모든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샤르별에서는 모순의 법칙을 버리려 하지 않고 지혜롭게 응용할 줄 알았다. 그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4차원 문명세계와 원시문명세계를 조화롭게 가꾸려는 의지가 원시사회를 방문할 때마다 발견됐다.
샤르별의 문명인들은 자주 오지들을 방문하고 고립된 섬들을 방문하지만, 그 목적은 원시를 현대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 그것들을 보존하고 돌보려는 것이 더 큰 목적이요 의도라고 했다.
한마디로 신선들은 야만인들을 사랑스럽게 보듬고 살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문명인들의 의도를 바르게 인식하고 있는 샤르별의 어떤 원시사회에서도, 문명인들의 접근이나 방문에 대해 배타적으로 대하는 사례는 발견할 수 없었다.
샤르비네와 내가 고립된 섬들을 수시로 방문하고 그들의 원시생활을 체험해 보았지만, 한 번도 원주민들로부터 위협을 받거나 행패를 당한 경우는 없었다.
멀리서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듯, 그들이 베풀 수 있는 정성을 다해주는 마음들이 그렇게 소중한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
그만큼 샤르별의 신선문명인들이 원시사회에 대한 배려를 바르게 하고 있다는 증거이리라.
문명과 뒤떨어진 원시사회로 갈수록 힘의 논리와 본능적 질서가 그 사회를 통치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기 쉽지만, 아무리 원시사회라 해도 인간이기에 인간들만 통하는 이성과 철학이라는 기본적인 우주질서가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어떤 고등동물의 세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성과 철학이라는 힘, 그 고귀한 힘은 미개하고 깨어나지 못한 세상에서도 뚜렷한 빛으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쁨으로 다가왔다.
인간은 본래부터 우주적 존재로 세상에 출현한 것이지 동물로 태어나 인간의 허물만 바꿔 쓴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그때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샤르비네와 함께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고립된 세상을 찾아다니면서도, 한편으로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인류의 동족들이 반문명이라는 이름으로 불행한 운명을 맞이하지 않기를 빌었다.
고립된 원시세계는 문명인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잘 보살펴야 할 대상들이었다.
원시사회에는 자립으로 방지할 수 없는 재난의 그림자들 앞에 속수무책으로 공격을 당하고 있었으며, 그러한 공격 앞에 자칫하면 원시사회 전체의 생사와 운명이 결정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래서 샤르별의 문명인들은 오지에서 살고 있는 미개화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구조지원본부가 설립되어 있었다.
구조지원본부에서는 주로 식량지원, 의료지원, 재난대책지원을 맡고 있었는데, 그러한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스지스디 문명인들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특히 구조지원부대 정예요원 대부분이 특수훈련을 받은 인조인간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훈련된 인조인간들은 어떤 악조건의 재난 속에서도 미개화족들을 무사히 구출할 수 있는 불사신과 같은 존재들이라고 했다.
샤르별의 구조지원부대는 임무를 충실히 하기 위해서 모든 오지에 정찰부대를 파견하고 미개화족들의 삶을 관찰, 주시했다.
정찰활동으로 발견하지 못한 재난은 오지를 여행하는 여행객들의 신고를 받고 해결하기도 했다.
미개화족을 보호하는 정책은 신속하고 철저했다.
아무리 오지에서도 미개화족들의 재난이 신고만 되면 구조지원부대가 신속히 출동해서 보호작전을 펼쳤다.
원시문명세계의 오지를 여행하다가 그러한 사례를 가금씩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사례 중 하나가 망망대해의 먼 바다에 떠 있는 고도 서츠를 방문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서츠 섬은 망망대해에 외롭게 떠 있는 고도이기는 하지만 무성한 삼림이 온 섬을 덮고 있었다.
서츠 섬 원주민의 숫자는 450명 정도였다.
서츠 섬 원주민들은 울창한 나무숲의 그늘에 원두막 같은 집을 짓고 살아가는데, 문을 달지 않은 개방식 주거형태들이었다. 원두막집들이 집이라기보다는 그늘막의 형태였다.
원두막들은 주로 높은 나무들을 이용해서 숲속에 띄엄띄엄 지어져 있었는데, 얼른 보아서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원주민의 숫자나 주거지를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려웠다.
이 섬을 방문했을 때 우리는 뜻하지 않게 밀림의 한 장소에서 산불을 발견했다. 이제 막 건조기로 접어든 계절이라 산불이 번지면 모든 섬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릴 것 같았다.
샤르비네는 즉시 그 내용을 육지의 구조대에 연락하고 우리는 불길이 치솟고 있는 장소로 향했다.
불행히도 화재가 발생한 곳은 섬 원주민들이 밀집해서 살고 있는 부근이었다. 아직 불길이 원주민들의 원두막까지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었다.
원주민들은 성난 불꽃을 멀리서 바라보며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아무 손도 쓰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며 비명만 지르고 있었다.
화재현장에 도착한 우리는 먼저 어린이들부터 춘우셔시에 태우고 안전한 장소로 날랐다. 두세 번 그러고 있는 사이 연락을 받고 현장에 출동한 구조지원부대의 구조활동이 시작됐다. 한편에서는 화재진압이 시작되고 한편에서는 원주민들을 대형 춘우셔시에 태워서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구조지원부대의 요원들은 인조인간들이었지만 신속하고 민첩한 행동들이 놀랍기만 했다. 뜨거운 불길이 치솟고 있는 위험한 장소에서도 불사신처럼 활동하는 모습이 믿음직스럽기만 했다.
인조인간 구조대의 출동이 조금만 지연되었더라도, 고립된 섬의 운명은 기로에 설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화재의 재난 앞에서 위기에 처한 미개화족들이 속수무책으로 아우성
을 치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던 내 가슴은 오랫동안 진정되지 않고 벌렁거렸다.
구경하던 우리도 놀랐는데 실제로 재난을 당한 원주민들의 가슴은 더욱 간이 콩알처럼 되었을 것이다.
겨우 화재의 재난으로부터 구조된 벌거숭이 미개화족들이 아직까지 겁에 질린 눈망울로 오돌오돌 떨고 있는 장면이 마음을 찡하게 했다.
그 가여운 미개화족들에게 먹을 것도 주고 다친 곳을 치료해 주면서 따뜻한 마음으로 안심시키는 인조인간들의 구조활동이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인조인간들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의 손으로 만들어 낸 모조생명체에 불과한데 인간의 따뜻한 감정을 미개화족의 인간들에게 전달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인조인간 구조대들이 화재진압을 하고 위기에 처한 미개화족들을 따뜻한 인간애로 구조하는 그 순간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는 큰 감동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문명인들이 미개화족의 인류들을 업신여기지 않고 따뜻한 인류애로 보살피고 있는 장면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렇게 샤르별의 인류들은 문명과 원시의 공존 속에서 문명보다 더 아름다운 우주정신세계의 빛나는 이상을 실현시켜 나가고 있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著
첫댓글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