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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오백예순 번째 현장법사야, 저팔계야?
직접 읽지는 않았어도 <손오공>을 통해 대강의 스토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500여 년 전의 중국소설 <서유기>는 삼장법사 현장이 불경을 구하러 멀리 천축까지 갔다 온 이야기입니다. 여기 등장하는 삼장법사 현장은 허약하고 무능하기 그지없지만 불법佛法에 대해서만은 단호한 태도를 보입니다. 오히려 주인공처럼 보이는 손오공은 불로장생의 신선술과 변신술뿐만 아니라 공중제비돌기 한 번으로 10만 8,000리를 날아갈 수 있는 근두운觔頭雲을 불러오기에 폭력을 휘두르는 무법자의 모습입니다. 욕망의 화신 저팔계도 등장합니다. 외모가 돼지의 머리에 덩치 큰 사람의 몸뚱이를 갖고 있는데 불제자에게 금지된 다섯 가지 음식과 도가에서 금하는 세 가지 음식을 끊어 저팔계猪八戒라 불리지만 여전히 왕성한 식욕은 물론 성욕까지, 그리고 남이 잘되는 것을 보지 못하는 질투의 화신입니다. 손오공이나 저팔계와는 달리 조용한 성격이지만 우유부단하고 엉뚱한 짓을 잘하는 사오정沙悟淨도 등장합니다. 이 넷의 행동거지가 어째 우리 모습과 닮지 않았나요? 나는 현장법사, 저 친구는 저팔계? 그리 구분하고 살지 않았나요? 서유기는 인간들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구도求道의 길을 일러주고 있는 소설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길에서 이들의 모습은 조금도 경건하고 엄숙한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끄럽고 혼란스럽고 스릴까지 느껴집니다. 구도의 길이 반드시 엄숙 경건할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삶이 곧 구도求道니까요. 108요괴(번뇌)를 거쳐 마지막에 불가에서 말하는 구구 팔십일, 81난이 등장합니다. 108번뇌와 81난을 거쳐야 해탈할 수 있답니다. 우리가 겪는 모든 고난들은 해탈의 길에서 당연히 겪는 것들이니 평안하게 받아들이라는 가르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