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산책]
🌴 歲寒圖 (세한도) 🌴
秋史 金正喜 세한도는
세밑 혹한의 추위와 고독속에
松柏 같은 선비의 節操와
제주도에 유배 중인 처절한
자신의 처지를 표현한
우리 나라 文人畵의
대표적인 불후에 명작이다
일체의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최소한의 먹만으로
빈집과 노송, 세 그루
잣나무를 그렸는데
잎이 다 떨어져 겨우겨우
목숨을 이어가는 듯한
노송과 잣나무는 말그대로
荒寒小景 그 자체이다.
걸림과 매임도 없고,
비었기에 부족함도 없고.
갈필로 최소한의 것만
간추린 듯 그려내어
더함도 덜함도 용서치 않는
까칠한 선비정신이
필선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옛 선현들의 그림을 보면서
그 손때로 결은 먹 너머에
서린 사연을 더듬는다는 건,
그 마련부터가 대단히 즐겁고
값진 일이려니
추사 세한도가 보여주는
時空을 초월한 고인의 멋과
그 맛에 함초롬히 취해버린다
중턱이 부러진 老松의
亭亭함에 앙상하게 드리워진
한 가지는 아직 예전의 蒼蒼을 과하고도 남는 자신의 表象이요,
거기에 어울려
그려진 세 그루의 소나무,
안마당에 서 있는 한 그루는
자못 의젓하고 주위환경에
아랑곳없이 당당하다.
척박한 적막강산에
하늘과 땅이 백설로 뒤덮여
한 빛이건만,
싱싱한 솔잎에는 節操가
드높다.
맞추어 세상을 잊은 토담집, 인기척조차 감감한
지붕위에는 눈이 하얗다.
이 모두가 완당의 剛直한
삶이요,
格調 높은 古拙의 울림장이라
사뭇 옷깃을 여미게 한다.
거기에, 표제 "세한도''에
덧붙인 典雅한 題跋은
그림을 더욱 돋보이게 하며
눈이 와도 마냥 푸른 소나무로 하여금 인간의 非情을
돌아다 보게 한다.
그 意態를 승화시킨,
그 떳떳한 內在에 오히려
가슴이 뭉클해진다.
권세와 이해에 좌우되는
간사한 무리를
서릿발 같은 붓매로
사정없이 꾸짖는다.
토담집 속에 도사리고 앉아
있는 완당이
"너는 또 뭐길래!"하며
불호령을 내릴 것만 같다
그림에서는
진경산수에 대응하여
이념미를 추구하는 文人畵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글씨에서는 秋史體라는
글씨체를 창안한 것이다.
그는 학문과 詩,書,畫
겸수의 예술 세계를 통합,
지성과 감성이 잘 조화된
담담한 渴筆과 乾墨으로
그린 격조와 文氣에
아름답고 강인한 楷書체의
표제와 발문이 더해져
불후의 명작이 아닐수 없다.
김정희의 천재성은
모진 시련 속에서 한층 빛을
내었고
그는 생애의 시련기에
새로운 예술을 창조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