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 삼부작의 첫 작품. ‘코야니스카시’란 호피 족 인디언 말로 ‘균형 깨진 삶(Life Out of Balance)'라는 뜻이다. 뚜렷한 내러티브도 대사도 없이 그저 음악과 영상으로만 되어 있는 이 영화는, 고대 인디언들이 그린 벽화에서 시작한다. 이후 광활하고 경외로운 대자연, 그리고 인간이 약간의 가공을 가한, 노동하는 인간과 함께 하는 자연을 그린다. 이후 정신없이 빠른 속도로 굴러가는 도시를 묘사하는 씬으로 오면, 자연과 완전히 등을 진 채 오롯이 인간이 만든 인공적인 환경 속에서 속도와 파괴에 지배당하는 인간의 도시문명이 대비된다. 도시 문명의 속도는 점점 심해져 클래이맥스에서는 거의 기하학적 무늬로 표현되며 현기증을 준다. 영화는 패스트 모션과 슬로우 모션을 적절히 사용한다. 자연경관을 찍은 씬에서도 패스트 모션은 사용되지만, 이것은 각종 구름의 빠른 모양들을 아름답게 표현할 뿐 자연경관 그 자체는 언제까지나 그대로, 변함없이 존재한다. 그러나 도시문명에서의 패스트 모션은 완벽한 혼란을 보여준다. 슬로우 모션은 물결의 흐름, 바다의 모습 등에서 사용되었다. 은빛으로 반짝이다 못해 거의 방송중이 아닌 TV화면의 잡음처럼 보이는 물결빛 역시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주지만, 도시문명에서 보인 것처럼 ‘혼란’이나 ‘현기증’과는 거리가 멀다. 도시 문명에서의 슬로우 모션은 인간의 도시문명과 ‘전쟁’과의 관계, 그리고 ‘파괴’로 치닫는 광경을 표현하는 데에 사용된다. 이러한 화면이 필립 글래스의 아름답고 영적인 음악과 어떻게 서로 조응을 이루는지 살펴보는 것도 이 영화 감상의 키포인트다.
고드프리 레지오 Godfrey Reggio
고드프리 레지오 감독은 1940년 미국 뉴올리언즈주의 루이지애나에서 태어났다. 14세 되던 해에 로마 카톨릭 수도회에 들어간 그는, 이후 14년 동안 침묵과 기도의 수행을 계속한다. 그는 환경운동에 헌신했고 한편으로는 거리의 청소년 갱들을 교화시키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뉴 멕시코 지역에서 봉사하면서 그는 지역주민들에게 의료 보호를 제공하는 일에 함께 했다. 1972년, 그는 지역교육학교를 동료과 공동으로 창설했고, 미디어와 예술 개발, 공동체 조직, 리서치 등에 주력하는 비영리단체를 공동 창설했다. 또한 이후에는 통제를 위해 사생활을 침해하고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멀티미디어 공공 이익 캠페인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런 활동 가운데 그는 점차 미디어에 대한 관심과 식견을 넓혀갔고, 1975년부터 82년까지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작업해 완성한 <코야니스카시>를 만들게 된다. 이로서 고드프리 레지오 감독은 영화감독으로서, 프로듀서로서 이름을 알리게 된다. <코야니스카시>로 주목을 받은 레지오 감독은 88년 <포와카시>를, 2002년 <나코이카시>를 내놓음으로써 카시 삼부작을 완성했다. 그 사이 그는 89년에는 독일밴드 ‘알파빌 Alphaville'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 <송라인 Songlines>을, 91년에는 자연을 위한 전세계기금에서 생물학적 다양성 프로그램을 위한 28분짜리 영화 <아니마 문디 Anima Mundi>를 연출하기도 했다. 또한 95년에는 현대의 삶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룬 8분짜리 단편영화 <증거 Evidence>를 연출하기도 했다. 고드프리 레지오 감독은 현재 뉴멕시코 산타페에 거주하며 철학, 테크놀로지, 영화를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