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골치 아픈 일도 많고, 멀리 바깥나들이 할 형편은 더욱 더 되지 않아서
혼자서 조용히 동네 산책을 나섰다.
집 앞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서울 성모병원에 내린다.
누에다리 가는 길은 인도를 파헤쳐 또 무슨 공사 중이다.
가는 길에 누에다리를 올려보며 찍어 본다.
건너던 중에 남쪽을 향하여 우면산 조망을 막는 사랑의 교회를 보며 욕을 하며 건넌다.
입과 꼬리가 마주치는 곳에 손을 대고 소원 한가지만을 빌어 본다.
집 가까이에 이런 공원이 있다는 건 축복 받은 일이다.
오랜만에 꽃 핀 무궁화를 본다.
몽마르뜨 언덕에 대한 헌시.
이 시를 보며 유창하게 불어로 낭송하던 수필문우회의 작년에 돌아가신 고회장님을 생각한다.
일주기에 사모님에게 연락을 하였더니 조용히 지내고 싶다고 하여
더 이상 말씀을 드리지 못하였다.
아직 산책 나온 사람들이 별로 없이 호젓한 산책로.
공원을 지키는 토끼 네 마리 중 한마리.
화가들은 고호, 고갱과 피카소이다.
나는 운 좋게 파리의 몽마르뜨 공원을 세 번이나 가보았다.
화려하였던 장미도 시들어져 간다.
장미꽃밭 한가운데 춤추는 남과 여.
이번에는 나를 빤히 쳐다보는 토끼.
날이 더우니까 배를 깔고 누운 토끼와
비둘기들.
이 애는 다른 토끼 한 마리이다.
그러면 나머지 한 마리의 행방은?
물 한 모금 마시고, 이 아래가 바로 저수탱크이다.
집에서 나온 지 한 시간이 되었고,
낮 최고기온이 30도가 훨씬 넘는다고 예보되었는데 벌써 29도이다.
멀리서 장미꽃밭을 찍어 보았다.
누가 집에서 키우던 토끼를 갖다 버리는 모양이다.
전번에는 보지 못하였던 토끼 급식소.
산책을 마치고 내려온 서초경찰서 옆에 담장을 따라 흐드리지게 핀 능소화.
국립 도서관 내려가는 길 옆에 비비추가 피어 있다.
비비추를 보면 우리 곁을 떠난 애견 '토토'와 용평 버치힐의 비비추가 핀 길을
같이 산책하던 일이 생각난다.
잠시 들린 국립 도서관 앞의 조용한 커피 .
가격도 카페 라테 한잔이 3천 2백원으로 싸다.
커피를 가져 온 아가씨가 예쁘게 하트를 만들어 놓았다.
하트의 정점 쪽으로 마시면 끝날 때 까지 하트 모양을 유지한다.
마을버스 정류장에 붙은 프랑스 대혁명 기념 축제 포스터.
과연 피를 흘리지 않는 촛불 혁명이 혁명인가.
두 시간여의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커피 값 포함하여 왕복 마을버스,
총 오 천원으로 혼자 생각하며 걸었고, 혼자 생각하며 커피를 마셨다.
첫댓글 프랑스대혁명이라는 것이 수많은 사람들 목 짜르는 혁명이었는데,
그걸 우리가 기념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