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 관련은 평어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동도들의 관대한 양해 부탁드립니다.
뉴진스의 역할은?
뉴진스의 역할은 일종의 초월체인 "뮤즈"이다.
뮤즈는 그리스 신화에서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는 자매신들인데,
통상적으로 현대의 대중 문화에서는 두 가지 의미를 띈다.
①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
② 아티스트가 느낀 영감을 대중에게 완벽하게 구현해주는 존재
(팀 버튼의 뮤즈는 조니 뎁 등)
여기서 뉴진스는 방관자이다.
그녀들의 시선은 철저하게 여주인공(정호연)만을 좇는다.
이 작품에서의 뮤즈는 2번, 즉,
아티스트의 영감을 대중에게 완벽하게 구현해주는 대리자의 역할인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들의 시선은 항상 아티스트를 향해 있으며, 아티스트의 내면을 따라 춤추고 노래한다.
여주인공의 역할은?
여주인 정호연의 역할은 "아티스트"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특정 직업군을 지칭하자면, "음악 프로듀서"이다.
영상에서 직접적인 표출은 에로스(큐피트)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랑 = 영감" 이라고 치환해 본다면,
초반부의 여주는 오로지 대중적인 영감을 위해서만 작업하고 "노동"하는 프로듀서로 비춰진다.
정작 자신을 흥분시키는 영감은 도외시한 채, 대중에게 먹힐만한 대중적인 영감만 좇기 때문에,
그녀란 존재는 전반적으로 무미건조하게 표현된다.
즉, 이 영상의 속내는 아티스트(프로듀서)로의 삶과 영감에 대한 간접적인 표현인 것이다.
그리고 초반부의 모습은 아마도, 프로듀서의 과거일 것이다.
하지만, 변화가 찾아온다.
남을 만족시키기 위한 영감이 아닌, 오로지 나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영감 그 자체를 좇는다면 어떨까?
어차피 대중에게 모든 걸 맞춘다한들, 대중의 인기는 영원하지 않다.
반짝 열광하고 언젠간 다른 트렌디한 음악을 찾아 사라질 뿐.
그럴바에야 온전히 나만을 위해, 내가 사랑하는 영감을 위해 작업하는 것은 어떨까?
프로듀서는 직업과 고정된 역할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오로지 나의 직감과 감각에만 의존하기로 한다.
즉, 내 직감과 감각을 만족시키는 음악을 하기로 결정한다.
(온 몸으로 비를 맞으며 환희에 참)
그리고, 남(대중)이 아닌, 자신을 위한 영감에 빠져들며
이러한 자신의 작품을 사랑해주는 사람(팬)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상위의 초월체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백발의 절대자처럼 보이는 이 초월체는 뭐랄까?
역사 깊은 대중 음악이나 K-pop 그 자체일 수도 있다.
네 영감? 그걸 추종하는 팬?
대중 음악이 왜 대중 음악인 지 알아? 지금부터 그 이유를 보여줄께.
대중을 완벽하게 사로잡는 대중적인 프로듀서가 나오면 네 추종자들도 결국 그들을 따라가게 될거야.
프로듀서는 초월체의 등장만 보고도 위기감을 느낀다.
사실 그녀도 이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결국 대중들의 행보는 그렇게 될 거라는 것을.
그리고선, 확인한다.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영감만을 믿고 작가주의적 작품만 지향한다면,
언제든지 대중들을 열광시키는 다른 프로듀서에 의해 팬들을 몽땅 잃고 꺾일 수도 있다는 것을.
프로듀서는 자신의 작가주의적 노선에 대해 위기감을 느꼈고, 실제로 그 위험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과거의 그녀처럼 대중적 영감만을 좇는 프로듀서로 돌아가진 않았다.
그녀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잃을 수도 있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방향성을 믿고, 자신의 영감을 좇으려 한다.
(프로듀서는 검은색 정장이 아니라 여전히 캐쥬얼을 입고 있다.)
하지만, 예전만큼의 확신은 없다.
그래서 그녀의 뮤즈들을 보고 확인하고 싶다.
내 영감을 좇는 것이 과연 맞는가?
내 영감을 실현시켜주는 대리인인 뮤즈들의 춤과 노래를 보면서 내 선택이 옳은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자 한다.
마지막 표정과 뒤돌아 가버리는 것은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롯이 내 갈 길을 가겠어라는 의지의 표현일 수도
의심과 혼란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복잡한 심사의 표현일 수도
대중 문화가 그러하다면 내가 그걸 깨부수고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는 다짐의 표현일 수도 있다.
대중은 아이돌과 K-POP 시장을 일종의 "이세계"처럼 본다.
Idol 자체가 우상이라는 뜻이니까.
여기서 초월체로 등장하는 것은,
뮤즈이자 "방관자"인 아이돌 뉴진스와,
자신의 뮤즈를 통해 대중에게 영감을 전달하는 아티스트이자 "주인공"인 프로듀서 정호연,
그리고, 아마도 대중 음악 내지는 K-pop 그 자체일 지도 모르는 백발의 양조위다.
그리고 우리들 인간은 그들의 선택에 따라,
새로운 음악, 트렌디한 음악들에서 영감을 느끼고 그것들을 즐긴다.
이 프로듀서는 과연,
자신의 영감을 좇으면서도 대중의 눈길을 계속 잡아둘 수 있을까?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K-pop계의 봉준호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유독 아이돌에게 집중돼 있는 K-pop이라는 세계를
영화감독과 배우의 관계처럼, 프로듀서 & 아이돌이란 구조로 새롭게 바라보게 될까?
이건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이다.
억측일 가능성이 크고, 이 뮤비는 단순히 사랑에 대한 이야기일 가능성이 훨씬 더 클 것이다.
하지만 난 응원한다.
K-pop을 이끄는 건 아이돌 뿐만이 아니라 프로듀서를 위시한 창작자 집단 그 전체일 것이기 때문이다.
봉준호는 봉준호대로, 송강호는 송강호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프로들이다.
송강호에게 왜 직접 메가폰을 잡지 못하냐고 말할 필요가 없듯이,
봉준호에게 왜 직접 연기하지 못하냐고 말할 필요가 없듯이,
뉴진스는 뉴진스 그 자체로, 대퓨님은 대퓨님 그 자체로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우와~~~~~~
최고의 해석 입다👍👍👍👍👍
와 무명자님이 뉴진스에 대한글을 쓰다니! 이건 귀하네요~ 지금까지 나온 해석과는 완전 다른 새로운 시각이네요
재밌어요!!!
와 잘 읽었습니다..!!
4주 징계 후 처음 다는 댓글이 뉴진스 관련 :)
멋진 해석 잘 읽었습니다. 정말 신선하네요!
크 역시 👍
무명자 님 정말 최고
저의 해석은. 뉴진스 이뻐라.. 였습니다
머야 꿈보다 해몽이네 ㅋㅋ 하다가 아이디보고 끄덕끄덕..
허얼 ㅋㅋ 무명자님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