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란 “일가(一家)의 계통을 계승한 자, 분가한 자 또는 기타 사유로 인하여 일가를 창립하거나 부흥한 자는 호주가 된다.”(현행 민법 제778조 “호주의 정의”)
여기서 보면, "호주"는 가계 계승의 주체로서의 부계혈통과 함께 그 역할이 지대한 존재이다. 그리고 호주는 가(家)의 존재를 그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선대가 지켜온 가(家)와 가문(家門)만은 절단시키지 않고 존속시켜야 한다는 “가(家)중심 문화”의 소산인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고 대부분 선진국가에서 계속되고 있는 가계문화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지금 정부의 개정안에서는 이런 문화를 폐지하려는 것이다.
(1) 가계계승의 주체가 없어짐: 민법에서 규정한 "호주"(戶主)란 ㉠ 가(家)의 계승자, ㉡ 분가(分家)한 자, ㉢ 가의 창립자(創立者)의 세 경우에 호주가 된다(민법 제778조: 호주의 정의). 따라서 "호주"가 없으면, 가계를 계승할 주체도 없어진다.
(2) 가와 가문이 폐지됨: "호주제를 폐지"하면 동시에 "가(家)와 가문"도 폐지되는데, 가를 폐지하면 개인만 남게 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개인에 우선하여 "가문"(家門)과 "일가의 명예"를 중시하는 동양의 "가족중심 문화" 속에서 그런 것을 소중히 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왔다. "가문과 조상이 있은 뒤에야 내가 존재한다"고 배웠다. 이것이 우리나라 가족문화의 핵심이고 강점이었다.
(3) 개인의 정체성 상실로 문화적 혁명 초래: 그런데 가와 가문을 폐지한다는 것은 가문과 씨족 속에서 형성된 개인의 정체성(正體性) 상실과 혈족(血族)이나 선대(先代)와의 연계성을 단절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며 이로써 파생될 가족생활과 사회변화, 나아가 문화혁명으로 연결되어 그 변화 양상은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가(家)"란 곧 인간사회의 최소 단위를 말한다. 독일의 사회학자 퇴니스(F. Toennies)도, "가"는 게마인샤프트(Gemeinschaft: 공동사회, 혈연사회)에 속한다고 보았다. 결국 "가"는 국가나 정치제도와는 관계 없이 혈연과 혼인을 기초로 자연히 형성된 "자연발생적 기초집단"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익사회요, 법적 사회로 분류되는 게젤샤프트(Gesellschaft: 이익사회, 2차사회) 즉, 일반기업체나 자치단체, 국가 등과는 그 본질을 달리한다. 결국 가와 가계는 국가가 생기기 이전에 존재한 것으로 법적 규제의 대상이 아니고, 위법과 위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전국민의 동의를 얻어서 고쳐야 할 것이다.
[문제점 2] "민법에서 가(家)와 가계계승을 완전히 폐지할 경우"
이번 정부의 개정안은 "호주를 중심으로 가(家)를 구성하는 호주제도가 1)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남녀평등과 2)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3) 시대적 변화에 따른 다양한 가족형태에 부합하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가(家)의 개념과 호주제(戶主制)를 전면 폐지하여 헌법이념에 충실하고 현실의 가족생활에 부합하는 가족제도를 마련한다"고 하였다. 과연 그럴까?
(1) 가와 가문은 구시대 유물이 아니다: 영어의 "family"는 가족, 가문으로 번역된다. 그래서 미국에서 성을 family name(가족성)이라 하지 않는가. 미국이나 서양에 family가 없는가, 있다. 가족성이 우리보다 엄격하다. 다만 법률로 규정하지는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가족성 제도가 없다. 가문의 성만 있을 뿐이다. “여성차별철폐협약”제16조 (사)항의 "가족성 선택"에 관한 조항은 우리나라의 경우 아예 가족성 제도가 없기 때문에 국회동의에서 유보되었던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민법 제 781조와 제 826조 3항을 규정해 놓아서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법적 규제에서는 삭제하고 관습과 전통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한다면, 1항에서 모(母)의 성 선택도 불필요하고 상호 모순되는 규정이 아닌가? 같은 사안에 대한 법적 규율이 통일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2) 가(家)제도를 폐지하면 국가가 개인을 지배하기 쉽게 된다: 가를 폐지하면 개인만 남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가족의 울타리와 가족 사이의 유대가 없어지므로 국가의 통제가 한결 더 용이하게 된다. 이는 중국과 북한 등 사회주의 국가의 예에서 나타난 바와 같다. 결국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 가제도를 폐지하면 사회주의나 전체주의 사회와 같이 되기 쉽고 결과적으로는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잃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개인에 우선하여 "가문"(家門)과 조상의 명예를 중시하는 동양의 "가족중심 문화"에 익숙하고, 그런 것을 소중히 하는 교육환경 하에서 살아왔다. "가문과 조상이 있은 뒤에야 내가 존재한다"고 배웠다. 따라서 가와 가문을 폐지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3) 개인의 기본권이 국가에 의해 유린될 수 있다: 중국과 북한, 몽골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일찍이 사회주의 혁명에 있어서 가정은 혁명노선에 방해가 된다고 보아 전통적 대가족제를 모조리 파괴 말살했던 것이다. 그리고 부자간, 부부간에도 사상적 경쟁을 유도하고, 상대방의 사상과 이념을 상호 감시하게 하여 국가에 고발하게 했던 것이다. 그들은 모든 인간의 역사는 대립과 투쟁의 관계로 보고, 인간의 문화와 정신적 소산도 유물론적(唯物論的)인 관점에서 파악하여 가족 사이의 사랑과 애정, 조상에 대한 숭배 등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사랑과 혈연을 기본으로 형성된 애정이 넘치는 가족사회를 원하며, 딱딱하고 모래알 같이 하나하나 흩어진 개인으로 나누어지고, 그 결과 기계적이며 비정한 형태의 "이름뿐인 가족"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녀를 견결한 혁명가로, 공산주의적 인간으로 키워야 한다"(북한 가족법 제 27조)고 규정하여, 가족 내부에까지 국가가 개입하는 공산주의 체제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문제점 3] "가족의 범위가 개정안과 같이 될 경우"
(1) 배우자의 직계혈족(시부모)은 함께 살 때만 나의 가족: 부부는 여자와 남자의 만남이고 여자도 호주가 되게 하면 그만이지 호주제가 있어서 담지 못할 가족형태는 어떤 것인가? 현재의 민법 제779조의 "호주의 배우자, 혈족과 그 배우자 기타 본법의 규정에 의하여 그 가에 입적한 자는 가족이 된다."는 규정은 호주와 혈족을 중심으로 구성하여 비록 떨어져 살아도 조부모와 부모도 호적에 등재된 이상 가족이 되지만, 정부개정안에서는, "배우자, 직계혈족과 형제자매 그리고 생활을 같이 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과 형제자매" 가 가족이 되므로 너무도 광범위하고, 또 "생활을 같이 한다"는 말 역시 매우 막연하여 법적으로 가족의 수를 한정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 주장해 온 소위 “다양한 가족”을 담지도 못하고 있다.
(2) 남편의 가족과 아내의 가족이 법률상 서로 다를 수 있다: 현행 민법 제779조에서는 호주를 기준으로 하고, 혈연 관계에 따라 가족을 구별하기 때문에 확연하고 제한적이지만 개정안대로 하면, 결혼에 의한 아내의 부가(夫家) 입적이 폐지된 이상, 첫째 1항의 "직계혈족"과 "형제자매"란 누구의 직계혈족이고 누구의 형제자매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남편의 입장에서 보면, 남편의 직계혈족, 형제자매일 수 있고, 아내의 입장에서는 아내의 직계혈족과 형제자매일 수 있다. 그런데 2항에서 "배우자의 직계혈족" "배우자의 형제자매"는 동거하는 경우에만 가족이 된다고 했기 때문에 동거하지 않으면 아내의 경우의 가족에는 시부모와 시동생 시누, 남편의 경우에는 장인장모와 처남 처제가 가족이 아니게 된다.
(3) 다양한 가족은 역시 배제됨: 현재의 민법으로도 충분히 다양한 가족을 담을 수 있다. 정부, 특히 여성부에서 주장하는 다양한 가족이란 도대체 어떤 유형의 가족을 말하는가? 편부모가족, 이혼가족, 재혼가족, 독신가족, 미혼모가족, 혼전 동거가족, 동성애가족 어디까지인가? 이중에서 현행 민법에서 제외되는 가족은 어떤 것인가? 이런 가족들이 모두 개정안에는 포함되었는가? 또 현행민법 하에서도 동성애가족, 혼전동거가족, 미혼모가족은 계속 나타나지 않았는가? 이런 다양한 가족을 모두 정부의 사회복지 시책의 품안으로 끌어 안는 것이 정책의 목적이고, 여성들이 그토록 원하는 바라면 현행 제도 하에서 복지정책이나 그것도 안 되면 특별입법으로 해결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첫째, 이번 개정안에서 이처럼 다양한 가족을 모두 가족의 범위에 끌어들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고 선진화된 방향인가 하는 것이고 둘째, 이와같이 개인주의 사고 방식으로 가족을 형성한다면 구태여 이들을 제도나 법규범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 자체가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자유와 평등사상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경우에도 동성애자들의 결혼신청은 거부되지 않는가? 개정안의 "배우자"라는 용어가 법적, 제도적 혼인을 전제로 한 용어가 아니라도 좋다. "사실상 동거의 상대방"을 모두 지칭한다 할 때 이처럼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국가가 무슨 수로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인가?
(4) 배우자(부모) 밑에 가족을 구속시킴도 위헌: 원래 가족이란 가(家)를 전제로 해서 "가의 피붙이"라는 뜻인데, 가의 존재를 부정해 놓고, 그 가의 구성원인 가족을 존속시킨 이유를 알 수 없다. 혹시 국가에서 조세 병역 등 행정 필요상 최소한 이것은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존속시킨 것이 아닌가? 따지고 본다면 호주 밑에 가족을 구속시키는 법리나, 배우자 밑에 가족을 구속시키는 법리나, 다 똑같이 헌법이 보장한 법 앞에서 개인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고 구속한 것은 같다고 본다. 따라서 개정안의 가족 구성안도 위헌의 소지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폐지측은 현행 호주제는 미혼모의 가정이나 재혼가정, 혼자 살아가는 한부모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담아낼 수 없다고 지적하는데, 이는 아주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 미혼모가족: 현행 호주제는 미혼모도 당연히 자신의 의지에 따라 분가할 수 있다. 분가를 하면 호주가 되고(민법 788조) 호주가 되면 가정을 갖게 된다. 그리고 아이 역시 아버지가 없으니 당연히 미혼모의 성과 본을 물려받고 미혼모의 호적에 입적 된다. (민법 781조2항)
* 재혼가족: 역시 현행 호주제도 하에서도 당연히 가능하다. 재혼가정은 호적신고가 안되는 것이 아니다. 호주의 거가동의 조항(민법 제784조)으로는 재혼녀가 데리고 온 자녀까지 계부의 호적에 올라갈 수 있다.
* 한부모가족: 역시 호적신고가 가능하다 . 호주제는 오직 1인으로 구성되는 호적등본에서부터, 살아 있으면 고조 증조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고손증손으로 이루어진 대가족까지 하나의 가족으로 모두 기록할 수 있는 제도이다.
도대체 무엇이 다양한 가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1인1적제도는 다양한 가족을 반영한다는 말인가? 1인1적제에 가족 공동의 호적이 있는가? 없다. 가족공동의 호적조차도 없는 개인별 신분등록제가 어떻게 다양한 가족을 반영할 수 있겠는가? 가족 공동의 호적이 있어야 가족을 반영할 수 있지 않겠는가? 1인1적은 가족 공동의 호적 자체가 없고 가족마져도 개인별로 따로따로 기록하는 방식인데 이것이 다양한 가족을 반영하기라도 한다는 식으로 선전하는 것은 지나친 사실 왜곡이다.
[문제점 4] "부모가 협의하여 모의 성을 쓸 경우"
(1) 용어 사용의 혼선: 이제 갓 결혼하여 혼인신고하려는 마당에 벌써 "부모" 라는 용어가 타당한가? 부부라면 몰라도. 혹시 부부의 부모라는 뜻은 아닐테고. 법조문은 용어 선택에 신중해야 할 것이다. 이미 자녀를 대리고 혼인하는 경우라면, 1. 친부를 알 수 없는 경우, 친부와 2대 이상의 혈족이 동의한 경우, 재혼인 경우, 성격이 포악하고 악질적인 성격으로 혈연을 단절할 필요성 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친부인 경우에, 가정법원의 판결에 의할 것, 외가의 성을 쓰게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 남편의 성, 아내의 성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친가의 성, 외가의 성으로 대립시켜야 올바른 대립인 것이다. 친가의 성을 버리고 외가의 성을 선택하는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법원이 승인할 것이다.
(2) 혈족이냐, 인척이냐: 장남부부, 차남부부 3남부부의 협의가 서로 상이할 경우 그 연계성은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자유방임이냐? 그 가족에게 일임? 조부모에게 일임? 민법에서 규정? 어떤 식으로 규정할 것인가? 4촌 사이의 상이한 성씨 발생에 대한 대안? 단일 성씨로 혈족을 구성하지 않을 경우 혈족과 인척의 구별 방법은?
(3) 같은 781조 안에서의 모순: 동조 3항에서는 "부를 알 수 없는 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 조항의 취지는 부를 알 수 있는 경우에는 부성 강제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1항의 경우는 부를 알고 있는데도 모성을 쓸 수 있다고 했으니 부성강제의 법원칙을 부부협의라는 개인적 합의(의사)로 법원칙을 깨뜨리는 결과이다. 이는 법의 일반적 속성인 불변성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4) 이해관계인의 동의 절차도 필수: 부모 이외에 최소한 현재 우리나라 성씨의 이해관계인 즉, 형제와 조부모 등의 혈족과 그 성씨와 본관의 씨족단체(대종회)의 동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5) 이혼녀의 자녀성 문제: 이혼녀의 자녀는 대부분 양부와 성이 달라 학교에서 친구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다. 자녀의 복리를 위해 양부의 성을 쓰게해 달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혼인신고시에 벌써 친부의 성을 쓰기 싫으니 모의 성을 쓸 수 있게 하자고 주장한다. 서로 모순이 아닌가?
(6) 연구 부족을 드러냄: 왜, 모의 성도 쓸 수 있어야 하는가? 아직 우리에게는 이에 대한 문화사적 사회학적 인류학적 고민과 연구가 너무도 부족하다. 결론은 그렇게 해야 할 명분과 합리적 이유가 없다.
[문제점 5] 신설된 "친양자제도(親養子制度)의 문제점"
"현재의 양자제도를 유지하면서 양자의 "복리증진"을 위해 양친자관계를 친생자관계로 간주하여 종전의 친족관계를 종료시키고, 출생시에 소급하여 부부의 혼인중의 친생자로 인정하는 제도"(개정안 제 908조의 2-제908조의 8)라고 설명하고 있다.
(1) 현행 양자제(현행 민법의 양자)와 친양자제 공존의 실익 문제 : 이 경우의 예상되는 문제는 법적 실익 문제이다. 원래 조선시대 양자제도는 가의 계승과 조상제사의 유지에 그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아들(장남 우선)이 호주가 되고 맞 아들은 종손이 되어 가계와 조상에 대한 봉사를 이어가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래서 양자는 반드시 같은 형제의 중자(장남 이외의 아들)나 없으면 같은 문중에서 중자가 양자로 되었다. (당연히 성씨가 같으므로 성의 변경 같은 문제는 일어날 수 없었다) 그런데 호주제와 가계의 계승이 모두 폐지되는 마당에 성본이 같은 형제나 동일 종중에서 양자를 할 필요성도 없어졌다. 현행 양자는 다리 팔이 모조리 잘려서 거의 기형의 존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아예 폐지해 버리고 친양자제만을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구태어 공존시키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혹시 종중이나 정가련 같은 단체의 저항을 다소나마 줄이기 위한 것이라면 큰 오산이다.
(2) 한쪽 배우자의 친생자를 친양자로 하는 경우: 문제는 부부의 합의나 가정법원의 허가도 필요 없고, 결혼 후 5년 경과 조건도 배제되고 바로 친양자로 당연 의제되는 점이다. 이것이 타당한 것인가? 그리고 또 이때는 친양자관계 성립 후에도 배우자와 친생자, 배우자의 친족과 친생자 사이의 종전의 친족관계가 그대로 존속하도록 한 점이다. 즉 모자관계나 어머니의 친족(외가) 사이의 관계나 부자인 경우 부자관계나 아버지의 친족(친가) 사이의 관계를 친양자 이전의 관계를 존속시킨 것을 말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현행 민법이라면 이 경우에는 간단히 입적으로 처리하면 그만인 것을 호주제와 가의 입적제도를 폐지했기 때문에 이런 구차스러 규정을 삽입한 것이다. 한마디로 입적제도를 폐지했기 때문에 자기의 친생자를 입양하는 웃지 못할 넌센스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3) 이혼녀의 경우: 전남편의 자녀를 전남편이나 재혼 남편의 동의도 필요없이 현재 남편의 친자로 변경 가능하다.(개정안 제 908조 2의 ) 다시 말하면 친양자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이혼녀의 고민이 일거에 해소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할 경우 법의 형평성 문제는 고스란히 남아 있음도 알아야 할 것이다. 친부와 혈족의 권리 보상 문제, 자녀가 원치 않을 경우의 대책, 부성원칙에 대한 중대한 예외를 인정해야 하는 합리적 이유 등이 문제점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 6] 아내가 자기 친생자(親生子)를 부인할 경우
현행 민법상 친생의 부인은 아이의 부만이 가능하다. 그것은 그 아이의 어머니는 자기가 낳은 자식이므로 그 아이의 친부가 누구든 관계없이 친모임은 확실하기 때문에 부인을 할 이유와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행민법 제846조도 "부(父)가 혼인중에 포태한 자를 자기의 아들임을 부인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이것이 남녀평등 위반인가? "친생자"라는 용어는 남녀가 혼인중에 여자가 직접 낳은 적출자를 의미하는데, 그 아이를 직접 낳은 어머니가 이 애는 내가 낳은 아이가 아니라고 부인할 수 있는 일인가?
이것은 현재민법의 혼외자의 인지문제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결국 결혼 중인 여자가 현재의 남편 외에 다른 남자와 사귀어 아이를 낳았음을 공개적으로 고지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이런 넌센스가 있을 수 있는가? 혼외자의 인지에 대한 아내의 동의라면 지금까지 이것 없이 남편이 단독으로 입적시키게 되어 있어서 아내의 권리를 신장하는 측면에서 이번에 남녀평등하게 수정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친생부인 문제는 이것과 전혀 다른 사안인 것이다.
[문제점 7] "자(子)의 복리(福利)"를 위해 성본(姓本)을 변경할 경우
"자의 복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규정이 없어서 알 수는 없지만, 어쨌던 "왕따 안 당하고 그 아이를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1) 제781조의 성본원칙이 유명무실화 된다: 개정안도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제781조) 고 규정하고 있으면서 "부부의 협의"로 변경 가능하고, "자의 복리"를 위해 변경 가능하다...이렇게 예외를 많이 규정하면서 어떻게 원칙이 지켜질 수 있다고 볼 수 있겠는가? 이번 개정안에는 없지만 이미 사회에서 "부모 양성" 쓰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는 마당에 부성원칙의 소멸은 시간문제가 아니겠는가? 혹시 이번 개정안이 은근히 이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2) 자의 복리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밝혀야 한다: 자의적인 해석을 막고 법생활의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 개정안의 국회 심의와 반대측의 의견 개진에도 구체적 사례를 밝혀야 반대라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3) 법원의 허가도 문제이다: 가정법원이 "자의 복리"를 판단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법관이 어느 쪽 성을 선택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고 "부, 모, 본인"이 각각 성변경 신청이 가능하고, 법원의 허가만 있으면 변경할 수 있다고 한 것이 성스런 부성원칙에 대해 너무도 손쉬운 훼손과 변질을 가져오게 될 것을 우리는 우려하는 것이다.
(4) 최소한 양쪽 종친회(親族會)의 동의는 필요하다: 성씨는 장구하게 이어온 가(家)와 혈통(血統)의 표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가족 이외에 그 성씨의 공동 사용자인 친족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그렇게 하여야 한쪽은 종중원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쪽은 그 종중에서 퇴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출척: 黜陟)
[문제점 8] 근친혼(近親婚) 금지 제도의 문제점
현행민법에서 "동성동본인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는 금혼규정을 이번 안에서는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안 제809조)로 고쳤다. 그런데 현행규정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서 그 동안 새로운 입법을 고민해온 정부가 10년만에 마련한 것이 이 조항인데 역시 문제점은 있다.
(1) 용어 선택의 문제점: 1항에서는 8촌 이내의 혈족 사이는 금혼이라 하였다. 인척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런데 법안의 모두에 있는 <주요내용>에서는 이 부분을 "8촌 이내의 부계혈족 또는 모계혈족 사이에서는 금혼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혈족이라면 "남계의 피를 나눈 사이"이고 그 반대용어는 인척으로 "혼인에 의한 외가와 처가의 혈족"으로 "모계혈족" 대신에 "인척"이라고 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따라서 외가와 처가의 친척은 인척으로 불러야 마땅하다. 개정안의 표현에 의하면 친가의 혈족중 8촌 이내는 혼인하지 못하고, 외가나 처가의 경우에는 언급이 없는 셈이다. 더구나 동조의 2항에서는 인척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2) 실효성의 문제점: <주요내용>에 의하면 외가(모계혈족)의 경우도 8촌까지 혼인하지 못한다고 할 때는, 오는날과 같이 친척관계가 소원하고 왕래도 별로 없는 시대에, 친가도 아닌 외가의 8촌인가 아닌가를 평소에 잘 알고 사귀는 젊은이가 얼마나 될 것이며, 성까지도 다른데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많은 범법자를 양산하여 젊은이들을 울리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3) 외가의 경우는 8촌까지, 처가의 경우는 6촌까지 금혼 범위를 다르게 규정한 것도 문제가 있다.
[문제점 9] 재혼금지기간 폐지의 문제점
(사례) 금년 5월, 다른 사람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결혼한 여성에 대해 법원이 혼인 취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가정법원은 5월 31일, 결혼한지 2년된 남편 이모씨가 부인이 낳은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며 친자관계 확인소송과 함께 낸 이혼소송에서 법원은 혼인을 취소하고 부인 김모씨에 대해서는 남편 이씨에게 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결혼 당시 부인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부부 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인데도 이를 알리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98년에 부인 김씨를 만난 이씨는 2002년에 부인이 낳은 아이가 유전자 검사 끝에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는 결과가 나오자 혼인을 취소해 달라고 서울가정법원에 소송을 냈었다.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한 케이스다. 위의 사례에서 남편 이씨가 의심하지 않고 소송을 내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부인 김씨는 무덤에 갈 때까지 남편과 자식에게 이 사실을 숨기고 살았을까? 아무리 유전자기술에 의한 친자확인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숨기는 경우 하늘과 본인 이외에 누가 알겠는가? 그 동안 남편 김씨와 부인의 결혼 생활이 어떠하였겠는가? 부부 사이의 부정과 불륜에 대한 의혹보다 더 무서운 비극이 있겠는가?
그리하여 현행민법은 이런 의혹과 불행을 사전에 법률로 막아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해 마련된 것이 재혼금지 기간제도의 입법 취지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것이 여성의 행복추구권과 개인의 인권 침해 규정으로 단정하고 폐지해야 한다니, 이것이야말로 도둑놈이 자신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니 형법 제 234조의 절도죄 규정을 폐지하라는 논리와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가?
원래 재혼금지 기간은 1년이던 것을 지나치게 재혼의 자유를 억제한다고 하여 6개월로 단축한 것이다. 만일 이번에 이 규정을 폐지한다면 친생확인 소송 등으로 그 부담을 고스란히 가정법원이 져야 할 것이다. 혹시 "다른 남자의 자식이면 어때? 부부간에 서로 사랑만 하면 그만이지" 한다면 몰라도.
[문제점 10] 부양상속분(扶養相續分) 제도의 문제점
(1) 상속의 원래 의미: 상속의 원래 의미는 어떤 지위를 계승한다는 뜻이다. 호주상속은 호주의 지위를 계승하는 것이고 구민법의 제사상속은 선조의 봉사하는 지위를 승계하는 것을 말한다. 호주와 제사상속을 모두 폐지해 버린 현재 민법에 상속을 언급하는 자체가 알맹이가 빠진 빈껍데기 규정에 불과하다. 호주와 호주승계를 폐지한 이상 그것의 대안으로 가문과 조상을 버리지 않도록 하는 입법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
(2) 실질적 효도를 장려하는 입법이 되어야: 과거에는 부모의 뜻을 살펴 순종하고 공경하는 것을 효도라고 했으나 지금은 그져 혼자 죽지 않도록 하고 부양하는 정도가 효도의 전부다. 그나마도 부양의무를 민법에 규정하고 법원이 나서서 부양 지급을 강제집행해야 겨우 마지 못해 몇푼 내어줄 뿐이다.
그런데도 부모의 재산에 대해서는 관심들이 지대하다. 국가는 좀더 적극적 입법으로 부모에 대한 효도와 조상의 뿌리를 중히 여기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입법을 해야 할 것이다.
(3) 효(孝)를 물질로 대신하는 사고 버려야: 가족 사이에서 부모를 부양한 자녀에게만 50%의 인센티브를 준다면 이는 물질을 주고 받는 거래와 다름 없다. 자식은 누구나 살아 있는 부모를 모시고 효도를 다해야 자식된 도리를 다하는 것이다. 이런 인센티브제도는 오히려 효도를 마음이 아니라 물질로 대신하도록 조장하는 결과가 되어 우리의 고유한 효사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다. (끝)
첫댓글 잘 숙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