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자리를 보고 많은 아이들이 꿈을 키우듯이 남자라면 누구나 마음속 어딘가에 오토바이 자리가 있을것이다.
나 만의 바이크를 갖겠다는 집념을 갖고 살지만 이것 역시 남자라면 누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일 뿐이다.
기약없는 약속이지만 삶이 내 뜻대로 나아가 주지 않을때 바이크는 나를 태우고 광활한 사막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하염없이 질주해 주었다.
생각이 잦아드는건 삶이 녹록치 않다는 것.
우연히 검색하다가 카페에서 어떤 바이크를 보았다.
어떤 여인을 보았다.
정확히 말해 어떤 바이크에 올라 탄 어떤 여인을 보았다.
기계라는것이 사람과 조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처음 봤을때 기계는 웅장했고 여자는 가늘펐지만 다시 봤을때 기계는 섬세했고 여자는 강인해 보였다.
바이크는 여인을 흡수했다가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발산시키는 매개체 역활을 하고 여인은 다시 바이크의 매력을 더 돋보이게 끔 했다.
몇 억짜리 자동차가 오너의 경제적 능력을 부각시키는 것이라면 바이크는 라이더의 감성을 부각시킨다.
살아있는것들이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을 바이크는 갖고 있는듯 보였다.
바이크도 여인도 진정 아름다웠다.
몇 번의 검색끝에 알아낸 바이크의 이름은 "할리 데이비슨"
기종은 비밀.
그 날 이후로 휴대폰 배경화면에 할리와 여인이 들어왔었다.
순간순간 들어왔다 나가버리는 생각을 묶어두기 위해서이다.
바이크를 사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할리 홈페이지와 카페,중고 바이크 판매하는 사이트를 수시로 접속했다.
한달쯤 지났을때 기종에 대한 분별력이 생기기 시작했고 조금 더 지나자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려운 건 바이크를 선택 하는 것이었다.
기종마다 느껴지는 느낌이 달라 그 날의 기분에 따라 바이크는 수십번 바뀌었다.
몇 달동안 눈으로 모든 바이크를 섭렵후 경제적인 부분과 나이, 주행 성격을 고려하여 세가지 기종으로 압축 시켰다.
물론 그 여인이 타던 바이크는 최고 순위에 두고서.
각 바이크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나의 성향을 매치 시켜 보았다.
한 번 사면 잘 바꾸지 않는 성격탓에 넓은 영역대의 바이크가 좋을 듯 싶었다.
투어 갈 일은 없다고 보지만 중,장거리는 가끔 갈수도 있다.
고심끝에 결심한 바이크는 다이나 "스트리트 밥"
꾸미기 싫어하기에 순정 상태가 이뻐 보였고 배기량도 가격대에 비해 높아 무리가 없어 보였다.
그 여인의 바이크는 마음속에 넣어두고서 열정을 불태우는 용도로 쓰기로 했다.
기종이 정해진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어짜피 사야 할 물건이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사는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가장의 안전이 걸리고 가정에 큰 돈이 나가는 중대한 일을 혼자 결정하면 두고두고 시끄럽다.
집사람에게 할리를 살거라고 몇 번을 타진했지만 허락을 받아 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헛 일 한것은 아니다.
나중에 정당화하기 위한 계산이 깔린 형식적인 물음이었고 예상했던 결과다.
이것으로 후에 집사람이 따지고들면 조금의 논리는 내가 가져 갈 수 있다.
먼저 구매하고 나중에 타협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할리를 갖는데 그 정도 수고와 진통은 얼마던지 감수 할 수 있지 않은가?
신차는 아무래도 무리이기에 중고를 사기로 하고 년식은 13년~15년 사이, 가격대는1500정도를 잡았다.
물건을 고를때 객관적인 조건을 나열해서 하나하나 따지면 피곤하다.
아직 커스텀의 가치를 알아 보지 못하기도 하고 내가 선호하지 않는 것들은 없는것 보다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체에 대한 분석보다 느낌을 중시한다.
몇 번을 구매 직전까지 갔지만 끌리는 뭔가가 없어 최종단계에서 포기 했다.
이것은 바이크뿐만 아니라 내가 물건을 고르는 전반적인 방법이다.
가격대가 좋아도 느낌이 오지않으면 구매하지 않는다.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파란색의 스트리트 밥을 본 순간 묘한 흥분을 느꼈다.
내가 본 스트리트 밥들은 거의가 검정색 계통이었고 가끔 유색이 있기는 했으나 하드캔디는 아니었다.
색 자체만으로 "나는 남들과 다르다"(카톡 닉네임) 라는 평소의 내 소신을 담아내고 있었다.
나는 스트리트 밥의 반항아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획일적이고 규격화 된 것은 내것이 아닌 것이다.
이 바이크가 바로 내가 찾던 할리 데이비슨이다..
차주와 통화를 하고 다음날 바로 거제도로 달려갔다.
약속 장소인 지상4층 주차장에 들어섰을때 겨울 햇살에 금속부분이 반짝거리며 위치를 알려준다.
차주에게 인사를 하면서도 눈은 할리에게 가 있었다.
부끄러운지 고개가 살짝 돌아가 있지만 내가 찾던 바이크라는 확신이 들었다.
차주는 바이크를 판매하게 된 사연부터 시작해서 각 부분의 명칭, 사용방법등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서 앉아 보라고 한다.
타고서 처음 느낀건 그냥 묵직함.
사람의 무게따위는 개의치 않는듯 조금의 요동도 없다.
이 듬직함이 무한신뢰의 근원이겠지.
차주는 한 번 타보라고 권유하지만 그럴 수 없다.
난 면허증이 없으니까....
그리고 클러치가 있는 오토바이를 타본적이 없다.
차주는 면허증이 없으면 매매가 안될수도 있다고 한다.
그제서야 후배들에게 전화해보고 인터넷 검색해본다.
다행히 된단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예상을 상회한 연식과 금액이다.
지금 당장에 방법도 없거나와 당장에 필요한것도 아니다.
오늘은 오늘 할일만 하고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기로 했다.
계약금을 걸고서 차주와 마시는 커피는 달았다.
언젠가 공도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내 것이 되고 바라본 스트리트 밥은 굵고 단순하다.
누를것이 많거나 조밀하면 잡념이 생기기 쉽다.
무엇을 선택하거나 찾는다는 것은 생각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고 그렇게 하면 느려지기 마련이다.
팔을 뻗으면 총이 있어야 하고 내가 죽지 않을려면 당겨야 한다.
서부시대의 와일드한 남자들처럼 쉽게 결정하고 본능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끔 핸들, 스텝의 위치도 적당하다.
스트리트 밥의 성격은 사춘기 소년의 서툰 사랑처럼 불안정하다.
기다림이나 치장은 필요없다.
앞으로 돌진해나갈 용기만 있으면 된다.
조그만 자극에도 순식간에 핏줄이 붉어지다 결국 터져버리고 나면 울면서 아파하는 청춘이다.
언제 튀어나갈지 항상 조마조마하다.
엔진의 힘을 기체가 제어하지 못해 라이더에게 고스란히 전해지지만 그 힘이 나쁘지 않다.
마음속 남아있는 열정 같아서... ....
집사람은 아직도 할리가 천만원인지 안다.
대신 몸에 반짝이는 몇가지를 챙겨 갔다.
아이들 방에는 피아노가 들어갔고.
여름에 신형 에어컨까지 들어오면 집사람과 협상이 마무리 된다.
그리고 휴대폰 배경속에는 이제 그녀도 그녀의 바이크도 없다.
대신 파란색 할리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ㅡ.
저랑 어쩜 이렇게 비슷하신지..
어릴때부터 로망이었던 것도, 6개월 넘게 모델 결정에 갈등을 하는 것도, 그리고 최종 모델로 스밥을 결정한 것도, 그리고 원하는 색상마저도..
같은 스 밥이군요.
즐겁고 안전한 라이딩 해요ㅎ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마치 제가 그 자리에 있었던것처럼 섬세함이 느껴지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필력이라시니요.
몸 으로 힘쓰는 일을 하는데 저에게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올려주세요, 기다려지는 글입니다, 또한 제가 따라가고 픈 길입니다
잘 쓰지도 못할뿐더러 빨리 쓰지도 못합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페라유령 필력 짱이세요,, 사진과 함께 연작 기대합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너무나 낭만적입니다. 몇번이나 보게되는
참 좋은 글이셔요~ 행복한 할리라이프가
영원히 지속되시길!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7.18 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