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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언과행(恥言過行)
말이 행동을 벗어나는 것을 부끄러워 한다는 뜻으로, 말을 조심하고 실천을 말보다 앞서게 해야한다는 말이다.
恥 : 부끄러울 치(心/6)
言 : 말씀 언(言/0)
過 : 지날 과(辶/10)
行 : 갈 행(行/0)
출전 : 논어(論語) 第14篇 헌문(憲問)
子曰: 君子는 恥其言而過其行이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말을 조심하고 실천을 말보다 앞서게 한다."
(憲問 29)
인간을 흔히 정신과 육체로 이루어진 존재라고 말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심신(心身), 몸과 마음이라고 말한다. 간혹 정신을 리(理)에 비유하고, 육체를 기(氣)에 비유하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리기(理氣)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아니다. 그러나 정신과 육체의 관계를 리기의 관계로 설명하면 이해하기 쉬운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정신이란 눈으로 보거나 코로 냄새를 맡거나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것이지만, 육체는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것이라고 이해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성리학(性理學)에서는 리기(理氣)의 관계를 '말에 탄 사람'과 '말'에 비유하기도 한다. 정신인 리(理)가 육체인 기(氣)를 타고 위에서 조종한다는 것이다.
물론 비유이기 때문에 리기론을 모두 이런 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자칫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정신이 육체를 움직여 활동하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말 정신은 육체를 움직이고, 육체는 그 정신의 명령과 지시를 따르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정신은 과연 누가 움직이고 주관하는 것일까?
정신 그 자체일까, 육체일까, 아니면 어떠한 초월적인 존재일까? 이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질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자는 이러한 복잡한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논어'에 보면, '공자는 괴이함, 힘, 어지러움, 귀신에 관한 것을 말하지 않았다(술이 20)', '공자는 이익과 명(命)과 인(仁)에 대해서는 드물게 말하였다(자한 1)'는 구절이 있다.
이를 통해 공자는 철학적, 추상적, 이론적인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공자는 훌륭한 인격에 대해 설명하면서 '군자는 말은 어눌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려고 노력한다(이인 24)'고 말할 뿐이다.
말보다는 행동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말이다. 즉 하기 쉬운 말하기에 치중하지 말고, 오히려 그것을 실천하는 데에 노력해야 한다는 뜻으로 생각할 수 있다.
언행일치(言行一致)란, '말과 행동이 하나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주위 사람 중에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처음에는 의아해 하다가 그 사람의 행동을 통해 속마음을 알게 되면 속았다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사실 말처럼 행동하고 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러한 언행일치를 하는 사람을 보면, 오히려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사람은 대체로 생각하고 행동을 한다. 생각은 주로 정신이 주관하고, 행동은 주로 몸이 담당한다. 그런데 사람의 모든 행동이 정신의 작용이며, 이성의 통제 아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예컨대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새벽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은 잠자리에 들기 전 다음 날 새벽 6시에 알람을 맞추어 놓으며 반드시 일어나 새벽 운동을 하리라 마음을 먹는다.
그런데 막상 다음 날 6시가 되었을 때, 의지가 약한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알람을 끄고 다시 잠든다. 이것은 결국 육체가 정신을 이긴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굳은 의지가 없는 것도 이유가 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간의 육체가 언제나 정신의 명령에 따라 움직여 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정신에 의한 생각보다 몸에 의한 행동이 앞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공자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매우 경계했다. 그래서 생각을 말로 표현할 때에는 항상 신중하고, 자신이 한 번 내뱉은 말은 실천에 옮기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말은 어눌하게, 행동은 민첩하게' 하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 '신중하게 말하고 부지런히 실천하라'는 뜻이다.
■ 치언과행(恥言過行)
‘논어’ 제14편 ‘헌문(憲問’에 나오는 구절이다. 공자(孔子)는 "군자(君子)는 그 말을 부끄러워하고 그 행동은 말보다 앞서게 한다(君子, 恥其言而過其行)"고 하였다.
‘치(恥’는 감히 다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는 것이다. ‘과(過)’는 남음이 있을 정도로 행동을 말보다 앞서게 함을 뜻한다. 말이 행동보다 앞서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그 말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함을 설파한 것이다.
‘중용(中庸)’ 13장에 보면 "(할 말이) 남아도 감히 다하지 아니하고, 말이 행동을 돌아보게 하고 행동이 말을 돌아보게 하여야 한다(有餘不敢盡 言顧行 行顧言)"는 구절이 있다. 사람의 말은 쉽게 감정에 휘둘려서 흘러넘치기 마련이다. 이는 결국 자신의 말을 자신도 감당치 못할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말을 내뱉기 전에 실천이 가능한 지를 생각하여야 하고, 행동을 함에는 자신이 했던 말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말과 행동이 서로 어긋나지 않아 언행일치(言行一致)가 되고, 이는 군자가 지녀야 할 기본 덕목으로 위의 논어 구절의 뜻과 상통한다.
우리는 말과 글로 서로 소통한다. 그런데 말과 글은 행동을 통하여 신뢰를 얻는다. 매일 쏟아지는 말과 글의 홍수 속에서도 소통부재의 시대가 된 것도 알고 보면 말과 글의 진정성을 찾을 수 없는데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한편 말과 글의 신뢰는 개인 간의 문제만도 아니다. 북한의 도발로 인한 위기가 무박 4일간 이어진 남북협상에서 다행히 대화로 해소된 듯하다. 그 결과를 합의문의 형식으로 발표하였다. 앞으로의 과제는 남북이 합의한 내용을 믿음직한 행동으로 실천하는 데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남북한이 ‘치언과행’의 자세로 화해와 협력의 단계로 접어들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 실천을 우선하는 리더
先行其言, 而後從之.
먼저 실천한 후에 말하라
공자의 제자인 자공(子貢)은 탁월한 사업가이자 외교관이었다. 그가 가진 최고의 장점은 말을 잘한다는 것이다. 말에 관한 한 자공을 따를 사람이 없었다. 논어에서도 공자에게 적절한 질문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자공이었다. 이렇다보니 공자학단에 있어서 자공의 위치는 오늘날 정부와 비교한다면 외교장관, 재무장관, 대변인을 겸직할 정도로 막강한 위치에 있었다.
사실 논어는 공자와 제자들의 대화를 기록해 놓은 책이다. 다양한 개성과 능력을 가진 제자들이 질문을 하면 공자가 각자의 특성에 맞게 답변을 해 놓았기에 맞춤식 교육의 좋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공자의 눈에 비친 자공은 말을 잘하고 말에 자신감을 가졌다는 것이큰 강점이면서 동시에 약점으로 보였다.
어느 날 자공이 스승에게 군자에 관하여 질문하자 공자가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선문답하듯 한 마디를 던진다. 자공이 군자에 관해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자신이 말하려고 하는 것을 먼저 실천하고 난 이후에야 그것을 말해야 한다.”
子貢問君子, 子曰: 先行其言, 而後從之.
선행기언(先行其言) 이후종지(而後從之)는 공자의 핵심 사상인 仁(인)을 실천하는 수단이다. 공자는 말보다 행동을 강조한다. 실천을 수반하지 않은 말을 가장 경계했던 것이다. 교언영색(巧言令色)을 공자가 싫어한 이유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말에는 진실성이 있어야 한다. 말을 앞세우다 보면 실천이 어려워진다. 공자는 먼저 실천한 다음에 말을 하라고 권유한다. 말과 행동의 우선 순위를 분명히 하고 있는 셈이다.
자공은 그의 성격이나 역할을 볼 때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말이 많으면 실천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군자의 말에는 위엄이 있어야 하는데 실언을 하면 권위를 잃게 된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빈번히 사람을 대하며 말을 해야 하는 자공은 군자가 되기 위해서 말을 삼가고 또 삼갈 것을 요청받고 있다.
공자는 논어의 곳곳에서 말을 삼가고 먼저 행동할 것을 역설한다. 논어 학이편에서 교언영색을 경계하면서 민어사(敏於事) 신어언(愼於言), 즉 "일에는 민첩하되 말에는 삼가라"고 권면한다.
이인편에서도 욕눌어언(欲訥於言) 민어행(敏於行)이라고 하여 "말에는 어눌할지라도 행동이 민첩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두 행동을 먼저 한 후에 말을 해도 늦지 않는다는 솔선수범을 강조하고 있다. 공자는 말만 앞세우고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 사람들을 부단히 경계하면서 언행일치를 부르짖었다.
공자의 선행기언(先行其言) 이후종지(而後從之) 철학은 오늘날 리더십에서도 여전히 소중한 덕목으로 인용되고 있다. 리더십은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기 때문에 그렇다. 지식사회에서 초일류 조직으로 발전하기 위해 투명경영, 윤리경영, 정도경영의 중요성을 우리는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조직에서 이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본다. 왜 그런가. 선행기언(先行其言) 이후종지(而後從之)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자가 이토록 신중한 말하기를 강조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사람의 지위와 영향력이 높아질수록 언론의 자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언론 자유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예컨대 대통령이나 기업체 회장의 말은 책임과 직결되어 있어서 일정 기간 동안 법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실제로 최고결정권자가 한 말에 반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리더들이 언론 자유가 있다고 오해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어떤 면에서는 위로 올라갈수록 정답만 말해야 하는 것이다. 리더는 정답을 모를 경우 정답을 찾아낼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정답을 알고 있으면 말을 해도 된다. 하지만 정답을 모를 경우는 우선 내부에서 난상토론을 해보면 정답을 도출할 수 있다. 필요하면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면 보다 정확하게 정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앞두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광우병 발생 위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야당과 상당수의 국민들이 정부의 협상 능력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안타까운 일이다. 국내 문제도 아니고 국가 간에 맺은 협상이라서 이유야 어찌 되었든 국익을 위해서도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자칫 쇠고기 때문에 통상마찰을 가져와 소탐대실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국민의 식생활에 불안 요인이 제기되고 있는데 무조건 믿으라고 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 같지도 않아보인다.
공무원 출신으로서 민간 기업 사장을 맡고 있는 모 인사는 우리 공무원들의 협상 능력과 협상 시스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과거에 자신이 정부에 있을 때 협상을 해보면 미국 사람들의 협상 자세는 정말 놀랍다고 전해준다.
협상 장소에서는 공무원이 주도를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전문가의 코멘트를 들어서 의견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협상관련 전문가와 이해당사자 그리고 변호사까지 옆방에 대기하고 있다가 사안마다 종합적인 검토를한 후에 일을 마무리 짓는다고 한다.
반면에 우리 협상팀은 공무원만 참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전문가나 이해 당사자의 견해를 현장에서 듣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영어에 대한 불리한 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시시콜콜 따지는 것을 쩨쩨하다고 생각해서 대충 대충 합의를 하는 성향이 있다 보니 때로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과거에 비해 우리 공무원들의 협상 능력과 자세도 많이 달라지고 선진화되었지만 미국 공무원들의 협상 태도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고 강조한다.
비단 쇠고기 협상뿐만 아니라 어떤 협상 과정에서도 선행기언(先行其言) 이후종지(而後從之)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다. 리더가 정답이 아닌 오답을 말할 경우 그 혼란과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과거 수직적인 조직 구조에서는 명령과 통제에 의한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가능했다. 하지만 수평적인 조직 구조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졌다. 아무리 목적이 옳을지라도 수단이 정당하지 않거나 과정의 공정성이 없으면 이해당사자를 설득하기가 어렵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질수록 과정과 절차를 중요시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리더에게 선행기언(先行其言) 이후종지(而後從之)의 철학이 강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운찬 前서울대 총장은 2008년 1월 서울대 수시 합격생들을 위한 특강에서 "여러분이 지도자가 되면 말을 조심해 개인의 품격도 높이고 아울러 국가의 품격도 높여 달라"고 강조했다. 존경받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학생 때부터 말보다는 먼저 행동하는 자세를 가져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공자가 말이 특기인 자공에게 제시한 선행기언(先行其言) 이후종지(而後從之)의 자세는 오늘날에도 변함없는 철학임을 확인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리더십은 기다림이라고 볼 수 있다. 스피드를 강조하는 디지털시대에 우리는 말 역시 빨리 해야 한다는 유혹을 받기 쉽다. 그러나 사안의 중요도에 따라 말과 행동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어떤 말은 실천과 동시에 말을 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사안들은 그 중요도에 따라 한 박자, 두 박자 때로는 세 박자, 네 박자의 시차를 두고 먼저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실천한 후에 터뜨려도 결코 늦지 않다는 사실을 유념하자.
■ 지금, 당신의 '말'은 어떻습니까?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자기표현 능력이며, 현대 경영이나 관리도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좌우된다." 이 말은 현대 경영 환경을 비롯한 조직생활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표현해준다.
새해를 열며 누구나 여러 계획들을 세우고 실천해가고 있을 터, 아직 한 해의 시간이 남은 지금, 모든 사회생활의 기초가 되는 '말'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최근 이루어진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근무 시간 중 70~90%가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루어진다는 결과가 있다. 이제 직장인들에게 말은 더 없이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회사 차원에서는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각종 회의 자리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또 개인적으로는 상사에게 완벽한 보고를 하기 위해 자기 표현 능력을 연마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력한다고 해서 그 노력들이 모두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위 이 분야의 전문가나 유명 인사들의 스피치를 배우고, 대화법에 관한 책을 읽고, 말하기 학원에 다니며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실제로 성과를 거두는 사람은 소수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말하기 공부'라고 하는 지도 모른다.
더욱 어려운 것은 개인보다 조직에서이다. 조직 내에서의 말의 흐름을 우리는 소통이라고 부른다. 상사와 부하, 부서와 부서 간에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조직은 닫힌 조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러한 현상은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 천 번을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은
논어 위정편에는 제자 자공(子貢)이 스승 공자에게 군자에 대해 묻자 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먼저 실천하고, 그 다음에 말을 하라." 풀이를 하자면 '군자가 되려면 말을 앞세우지 말고 먼저 실천하라'는 가르침이다. 공자의 이 말은 우리에게 말을 잘한다는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자공은 어떤 인물인가? 공자의 제자 중 가장 말을 잘 한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인물이다. 상업에 탁월한 재능이 있어 큰 부를 이루었고 타고난 언변과 외교술로 위기에 빠졌던 노 나라를 강대국들로부터 구해낸 적도 있다. 심지어 노나라의 대부 숙손무숙은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자공이 공자보다 더 현명하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렇듯 자공은 누구나 인정하는 탁월한 능력과 뛰어난 말솜씨를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도 공자는 그에게 말의 실천과 신중함을 강조한 것이다.
크든 작든 하나의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고 하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알고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해야 탁월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리더, 자신이 있다.
진실한 말을 해야 하고 말에 앞서 실천을 할 만큼 말에 무게가 있어야 한다. 자신뿐 아니라 조직 내부에서 상하 간은 물론 부서 간에도 물이 흐르는 것처럼 소통할 수있도록 열린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 책임도 있습니다.
● 당신의 말이 곧 당신이다
주문왕이 송나라를 치고 봉황의 언덕에 이르럿을 때 신발 끈이 풀어지자 직접 허리를 굽혀 끈을 묶었다. 태공망 여상(강태공)이 물었다. "폐하, 시킬 신하가 없습니까?"
주문왕이 대답했다. "최고의 군주 밑에 있는 신하는 모두 스승이요, 중간의 군주 밑에 있는 신하는 모두 친구요, 하급 군주 밑에 있는 신하는 모두 시종입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신하들은 모두 선왕 때부터 있던 신하들이므로 이 일을 시킬 사람이 없소."
주문왕은 낚시로 세월을 낚던 강태공을 알아보고 중용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중국을 통일한 위대한 군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하들 위에 군림하지 않고 오히려 신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부하들이 자신의 아랫사람이 아니라 스승과 같기에 함부로 일을 시킬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말은 곧 그 사람 자신이다'는 말이 있다. 말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됨됨이를 모두 내보인다는 뜻이다. 위의 고사처럼 주문왕과 같은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사람은 말에도 자연스럽게 품격이 배어 나온다. 그리고 꼭 지킬 말만 한다.
당연히 부하들의 존경을 한 몸에 모을 수 있다. 그가 이끄는 조직에서는 소통이 마치 물처럼 흘러 모든 조직원들이한 방향을 바라보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당연히 조직은 승승장구하게 된다.
그렇다면 상사를 대하는 부하의 말은 어떠해야 할까? 상사가 말보다 실천을 통해 조직을 이끌어 가야 한다면, 부하들은 '잘'이 아니라 '지혜롭게'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삼년불비(三年不蜚)'의 고사에는 뛰어난 능력은 있지만 즉위한 지 3년이 지나도록 환락에 빠져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던 초나라 장왕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를 지켜보던 신화 오거가 "3년 동안 날지도 울지도 않는 새가 있는데 그 새의 이름은 무엇입니까?"는 물음을 통해 환락에 젖어 있는 장왕의 마음을 흔들어 깨운다. 장왕은 신하들의 지혜로운 간언으로 다시 정사에 힘써 패왕이 될 수 있었다.
물론 누구나 상사의 잘못을 보고 이런 간언을 하지는 못한다.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사 역시 감정을 가진 사람, 지혜롭게 접근하면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만약 직접적으로 말하기 곤란한 상황이라면 적절한 비유로 다른 것을 지적하여 깨닫게 하는 순발력과 재치를 발휘하면 된다. 상사를 설득하는 목적은 나의 언변을 자랑하거나 나의 충성심을 증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 의견을 관철시켜 조직을 바르게 이끌어가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리더십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사람을 통합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통합한다는 것은 리더를 포함한 모든 조직원들이 조직의 목표에 공감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리더십이 통하기 위해서는 리더와 조직원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고 하나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만 한다.
한 번 날개를 달고 입 밖으로 날아간 말은 절대 다시 잡아들일 수 없다. 자신의 말이 입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가기 전에 적어도 한두 번 정도 곱씹어 보며, '곰'과 같이 우직하게 실천하는 리더와 '여우'처럼 지혜로운 조직원이 되어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 恥(부끄러울 치)는 ❶형성문자로 耻(치)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마음심(心=忄, 㣺;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붉다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耳(이, 치)로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恥자는 '부끄러워 하다'나 '부끄럽게 여기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다. 恥자는 耳(귀 이)자와 心(마음 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부끄러워하는 것은 감정과 관련된 것이니 心자가 의미요소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귀'를 그린 耳자는 여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恥자는 사람이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면 얼굴이나 귀가 빨갛게 달아오르게 되는 것에 착안해 만들어진 글자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그래서 恥(치)는 마음 속으로 생각하여 얼굴이 붉어지다의 뜻으로 ①부끄러워 하다, 부끄럽게 여기다 ②욕보이다, 창피를 주다 ③부끄럼 ④남에게 당한 부끄러움 ⑤욕(辱), 치욕(恥辱)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부끄러울 괴(愧), 부끄러울 참(慙), 부끄러울 수(羞)이다. 용례로는 좌골의 앞쪽에 있어서 장골이나 좌골과 같이 골반을 에워싼 뼈를 치골(恥骨), 남녀의 생식기 언저리에 있는 불룩한 부분을 치구(恥丘), 음부나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부분을 치부(恥部), 쩨쩨하게 굴어 아니꼬움을 치사(恥事),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치심(恥心), 부끄럽고 욕됨이나 불명예를 치욕(恥辱), 당당하거나 떳떳하지 못하여 느끼는 부끄러움을 수치(羞恥), 남에게 신세를 지거나 폐를 끼치거나 할 때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상태를 염치(廉恥), 부끄러움을 씻음을 설치(雪恥), 나라가 치욕을 당함을 국치(國恥), 뉘우치어 부끄럽게 여김을 회치(悔恥), 괴롭고 부끄러움을 고치(苦恥), 부끄러움을 면함을 면치(免恥), 부끄러움이 없음을 무치(無恥), 부끄러움을 무릅씀을 모치(冒恥), 그 전에 받은 수치를 숙치(宿恥), 고통스런 치욕을 우치(憂恥), 치욕을 견디는 일을 인치(忍恥), 얼굴이 두껍고 부끄러움이 없다라는 뜻으로 뻔뻔스러워 부끄러워할 줄 모름을 일컫는 말을 후안무치(厚顔無恥),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불치하문(不恥下問), 예절과 의리와 청렴한 마음과 부끄러워하는 태도를 일컫는 말을 예의염치(禮義廉恥), 가슴에 맺힌 원한을 풀어 버리고 창피스러운 일을 씻어 버림을 일컫는 말을 신원설치(伸冤雪恥), 세 번 싸워 세 번 당하는 패배의 부끄러움이라는 뜻으로 곧 번번이 싸움에 지는 부끄러움을 일컫는 말을 삼배지치(三北之恥), 나라의 수치와 국민의 욕됨을 이르는 말을 국치민욕(國恥民辱), 총애를 받는다고 욕된 일을 하면 머지 않아 위태함과 치욕이 온다는 말을 태욕근치(殆辱近恥), 염치 없는 줄 알면서도 이를 무릅쓰고 일을 행함을 이르는 말을 모몰염치(冒沒廉恥),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이 수치가 아니라는 뜻으로 누구에게든지 물어서 식견을 넓히라는 말을 하문불치(下問不恥), 회계산에서 받은 치욕이라는 뜻으로 전쟁에서 진 치욕 또는 마음에 새겨져 잊지 못하는 치욕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회계지치(會稽之恥) 등에 쓰인다.
▶️ 言(말씀 언, 화기애애할 은)은 ❶회의문자로 辛(신)과 口(구)의 합자(合字)이다. 辛(신)은 쥘손이 있는 날붙이의 상형이고, 口(구)는 맹세의 문서의 뜻이다. 불신이 있을 때에는 죄를 받을 것을 전제로 한 맹세로, 삼가 말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言자는 '말씀'이나 '말'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言자의 갑골문을 보면 口(입 구)자 위로 나팔과 같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을 두고 생황(笙簧)이라고 하는 악기의 일종을 그린 것이라는 설도 있고 나팔을 부는 모습이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말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言자는 이렇게 입에서 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부수로 쓰일 때는 '말하다'와 관계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참고로 갑골문에서의 言자는 '소리'나 '말'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래서 금문에서는 이를 구분하기 위해 여기에 획을 하나 그은 音(소리 음)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言(언, 은)은 ①말씀, 말 ②견해(見解), 의견(意見) ③글 ④언론(言論) ⑤맹세(盟誓)의 말 ⑥호령(號令) ⑦하소연(딱한 사정 따위를 간곡히 호소함) ⑧건의(建議), 계책(計策) ⑨허물, 잘못 ⑩혐극(嫌隙: 서로 꺼리고 싫어하여 생긴 틈) ⑪이에 ⑫요컨대, 다시 말하면 ⑬여쭈다, 묻다 ⑭기재하다, 적어넣다 ⑮소송하다 ⑯이간하다(離間; 헐뜯어 서로 멀어지게 하다) ⑰알리다 ⑱예측하다 ⑲말하다 ⑳조문하다, 위문하다 그리고 ⓐ화기애애 하다(은) ⓑ화기애애 하면서 삼가는 모양(은) ⓒ위엄(威嚴)이 있는 모양(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말씀 화(話), 말씀 설(說), 말씀 어(語), 말씀 담(談), 말씀 사(辭), 말씀 변(辯),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글월 문(文), 호반 무(武), 다닐 행(行)이다. 용례로는 말로나 글로써 자기의 의사를 발표하는 일을 언론(言論), 어떤 일과 관련하여 말함을 언급(言及), 사람이 생각이나 느낌을 소리나 글자로 나타내는 수단을 언어(言語), 말과 행동을 언행(言行),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을 언중(言衆),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입으로 나타내는 소리를 언사(言辭), 말로 한 약속을 언약(言約), 말을 잘 하는 재주를 언변(言辯), 입담 좋게 말을 잘 하는 재주를 언설(言舌), 말로써 옥신각신 함을 언쟁(言爭), 상대자가 한 말을 뒤에 자기가 할 말의 증거로 삼음을 언질(言質), 말과 글을 언문(言文), 말 속에 뼈가 있다는 뜻으로 예사로운 표현 속에 만만치 않은 뜻이 들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언중유골(言中有骨), 여러 말을 서로 주고 받음 또는 서로 변론하느라 말이 옥신각신 함을 이르는 말을 언거언래(言去言來), 서로 변론 하느라고 말이 옥신각신 함을 이르는 말을 언삼어사(言三語四), 말하고 웃는 것이 태연하다는 뜻으로 놀라거나 근심이 있어도 평소의 태도를 잃지 않고 침착함을 이르는 말을 언소자약(言笑自若), 말인즉 옳다는 뜻으로 말 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언즉시야(言則是也), 말과 행동이 같음 또는 말한 대로 행동함을 언행일치(言行一致), 말할 길이 끊어졌다는 뜻으로 너무나 엄청나거나 기가 막혀서 말로써 나타낼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언어도단(言語道斷), 말이 실제보다 지나치다는 뜻으로 말만 꺼내 놓고 실행이 부족함을 이르는 말을 언과기실(言過其實), 말이 천리를 난다는 뜻으로 말이 몹시 빠르고도 멀리 전하여 퍼짐을 일컫는 말을 언비천리(言飛千里), 말 속에 울림이 있다는 뜻으로 말에 나타난 내용 이상의 깊은 뜻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언중유향(言中有響), 들은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는 뜻으로 들은 말을 귓속에 담아 두고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말을 언유재이(言猶在耳), 말 가운데 말이란 뜻으로 순한 듯 한 말속에 어떤 풍자나 암시가 들어 있다는 말을 언중유언(言中有言), 두 가지 값을 부르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에누리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언무이가(言無二價), 남의 인격이나 계책을 깊이 믿어서 그를 따라 하자는 대로 함을 이르는 말을 언청계용(言聽計用), 하는 말과 하는 짓이 서로 반대됨을 일컫는 말을 언행상반(言行相反), 말은 종종 화를 불러들이는 일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언유소화(言有召禍), 태도만 침착할 뿐 아니라 말도 안정케 하며 쓸데없는 말을 삼감을 일컫는 말을 언사안정(言辭安定) 등에 쓰인다.
▶️ 過(지날 과, 재앙 화)는 ❶형성문자로 过(과)는 간자이다.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咼(와, 과; 입이 삐뚤어짐)의 뜻이 합(合)하여 바른 길을 지나쳤다는 데서 지나다를 뜻한다. ❷형성문자로 過자는 '지나다'나 '경과하다', '지나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過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咼(가를 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咼자는 '뼈'를 뜻하지만, 여기에서는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過자는 어떠한 상황이나 상태가 지나갔음을 뜻하기 때문에 길을 걷는 모습을 그린 辶자가 '지나가다'라는 뜻을 전달하고 있다. 다만 지금의 過자는 '초과하다'나 '넘치다'와 같이 한계를 넘어선다는 뜻이 확대되어 있다. 그래서 過(과)는 지나치는 일, 통과하다, 도를 넘치다, 과오(過誤) 따위의 뜻으로 ①지나다 ②지나는 길에 들르다 ③경과하다 ④왕래하다, 교제하다 ⑤초과하다 ⑥지나치다 ⑦분수에 넘치다 ⑧넘다 ⑨나무라다 ⑩보다, 돌이켜 보다 ⑪옮기다 ⑫허물 ⑬잘못 ⑭괘(卦)의 이름 ⑮예전 그리고 ⓐ재앙(災殃)(화)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지날 력/역(歷), 지날 경(經), 그릇될 와(訛), 그르칠 오(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공 공(功)이다. 용례로는 일이 되어 가는 경로를 과정(過程), 지나간 때를 과거(過去), 예정한 수량이나 필요한 수량보다 많음을 과잉(過剩), 지나치게 격렬함을 과격(過激),정도에 넘침을 과도(過度),지나치게 뜨거워지는 것을 과열(過熱), 잘못이나 그릇된 짓을 과오(過誤), 지나간 일을 과거사(過去事), 조심을 하지 않거나 부주의로 저지른 잘못이나 실수를 과실(過失), 잘못에 대하여 용서를 빎을 사과(謝過), 통하여 지나가거나 옴을 통과(通過),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사물의 한도를 넘어섬을 초과(超過), 공로와 과오를 공과(功過), 대강 보아 넘기다 빠뜨림을 간과(看過), 때의 지나감이나 시간이 지나감을 경과(經過), 모르는 체 넘겨 버림을 묵과(默過), 능력 같은 것이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함이나 딱 알맞지 않음 또는 중용을 얻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과불급(過不及), 모든 사물이 정도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으로 중용이 중요함을 가리키는 말을 과유불급(過猶不及), 밀밭을 지나면 밀 냄새만 맡고도 취하게 된다는 뜻으로 술을 도무지 마시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을 과맥전대취(過麥田大醉), 뜰에서 가르친다는 뜻으로 아버지가 자식에게 사람의 도리를 가르치는 것을 이르는 말을 과정지훈(過庭之訓), 눈에 스쳐 지나가면 잊지 않는다는 뜻으로 한번 본 것은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말을 과목불망(過目不忘), 아는 이의 문전을 지나가면서도 들르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과문불입(過門不入), 성인이 지나가는 곳에는 백성이 그 덕에 화하고 성인이 있는 곳에는 그 덕화가 신묘하여 헤아릴 수 없다는 말을 과화존신(過化存神), 지나친 공손은 오히려 예의에 벗어남을 이르는 말을 과공비례(過恭非禮), 잘못을 하면 즉시 고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함을 이르는 말을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그 사람이 내 집 앞을 지나가면서도 나를 찾아주지 않았다 하여 별로 유감스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으로 그 사람을 대수롭지 않게 여김을 이르는 말을 과문불감(過門不憾), 사실보다 지나치게 평가함을 일컫는 말을 과대평가(過大評價), 잘못을 서로 고쳐 줌을 일컫는 말을 과실상규(過失相規),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과 같음을 일컫는 말을 과여불급(過如不及), 잘못하고서 고치지 않는 것이라는 뜻으로 그것을 잘못이라고 하는 의미의 말을 과이불개(過而不改), 지나간 일을 일컫는 말을 과거지사(過去之事), 지나가는 불에 밥을 짓는다는 뜻으로 어느 특정한 사람을 위해 한 일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음을 이르는 말을 과화숙식(過火熟食), 다리를 건너고 나서 그 다리를 부수어 목재를 훔쳐간다는 뜻으로 극도의 이기심이나 배은망덕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과하탁교(過河坼橋), 분수에 지나치는 욕망을 일컫는 말을 과분지망(過分之望), 사물을 지나치게 떠벌림을 일컫는 말을 과대황장(過大皇張), 분에 넘치는 일을 일컫는 말을 과분지사(過分之事), 과오를 저지른 후에 능히 고침 즉 한 번 잘못을 저지른 연후에 잘못을 참회함으로써 선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과연후능개(過然後能改), 보통 사람보다 훨씬 센 힘을 일컫는 말을 과인지력(過人之力), 한 번 보기만 하면 그대로 욈을 일컫는 말을 과목성송(過目成誦) 등에 쓰인다.
▶️ 行(행할 행, 항렬 항)은 ❶회의문자이나 상형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彳(척; 왼발의 걷는 모양)과亍(촉; 오른발의 걷는 모양)의 합자(合字)이다. 좌우의 발을 차례로 옮겨 걷는다의 뜻을 나타낸다. 또는 네거리, 굽지 않고 바로 가는 일, 나중에 가다, 하다란 뜻과 항렬(行列), 같은 또래란 뜻의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❷상형문자로 行자는 '다니다'나 '가다', '돌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行자는 네 방향으로 갈라진 사거리를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行자를 보면 네 갈래로 뻗어있는 사거리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람이나 마차가 다니던 사거리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行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길'이나 '도로', '가다'라는 뜻을 전달하게 된다. 行자는 한쪽 부분이 생략된 彳(조금 걸을 척)자가 쓰일 때가 있는데, 이는 彳자 자체가 별도의 부수 역할을 하는 경우로 역시 '가다'라는 뜻을 전달한다. 참고로 行자가 '항렬'이나 '줄'이라는 뜻으로 쓰일 때는 '항'으로 발음을 구분하고 있다. 그래서 行(행, 항)은 (1)글의 세로 또는 가로의 줄 (2)길을 감. 군자(君子)는 대로(大路) (3)행동(行動) (4)한시(漢詩)의 한 체 (5)당(唐)나라에서는 한 곳에 집중되어 있던 동업 상점의 조합, 또는 도매상, 중간 업자 혹은 단순히 상점을 가리킴. 은행이란 말은 여기에서 유래되었음 (6)어떤 지명(地名)이나 시간 아래에 붙이어 그리로 감, 어떤 곳으로 감의 뜻을 나타내는 말 (7)일체의 유동(流動), 제행(諸行)하며 변화하는 존재. 현상 (8)십이 인연(因緣)의 하나. 과거세(過去世)에서 신(身), 구(口), 의(意) 세 업(業)으로 지은 선악 일체의 본원적 생명 활동. 십이 인연(因緣) (9)수행(修行) (10)실천. 행위. 인간적인 행동(知, 智) (11)칠사(七祀)의 하나. 도로와 행작(行作)을 주장하는 궁중의 작은 신(神) (12)조선시대 때 관계(官階)가 높고 관직(官職)이 낮은 경우에 벼슬 이름 위에 붙여 일컫던 말. 가령 종1품(從一品) 숭정 대부(崇政大夫)의 품계를 가진 사람이 정2품(正二品)의 관직인 이조판서(吏曹判書)가 되면, 숭정대부 행 이조판서(崇政大夫行李曹判書)라 했음 등의 뜻으로 ①다니다, 가다 ②행하다, 하다 ③행하여지다, 쓰이다 ④보다, 관찰하다 ⑤유행하다 ⑥돌다, 순시하다 ⑦늘다, 뻗다 ⑧장사(葬事)지내다 ⑨시집가다 ⑩길, 도로, 통로 ⑪길, 도로를 맡은 신(神) ⑫고행(苦行), 계행(戒行) ⑬행실(行實), 행위(行爲) ⑭여행(旅行), 여장(旅裝: 여행할 때의 차림) ⑮행직(行職: 품계는 높으나 직위는 낮은 벼슬을 통틀어 이르는 말) ⑯일 ⑰행서(行書), 서체(書體)의 하나 ⑱시체(詩體)의 이름 ⑲장차, 바야흐로 ⑳먼저, 무엇보다도 그리고 항렬 항의 경우는 ⓐ항렬(行列)(항) ⓑ줄, 대열(隊列)(항) ⓒ열위(列位), 제위(諸位)(항) ⓓ항오(行伍), 군대의 대열(隊列)(항) ⓔ순서(順序), 차례(次例)(항) ⓕ같은 또래(항) ⓖ직업(職業)(항) ⓗ점포(店鋪), 가게(항) ⓘ깃촉(항) ⓙ의지(意志)가 굳센 모양(항) ⓚ늘어서다(항) ⓛ조잡하다(항)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움직일 동(動), 옮길 반(搬), 흔들 요(搖), 옮길 운(運), 들 거(擧),할 위(爲), 옮길 이(移),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알 지(知), 말씀 언(言), 말씀 어(語)이다. 용례로는 길 가는 사람을 행인(行人), 동작을 하여 행하는 일을 행동(行動), 여럿이 벌이어 줄서서 감을 행렬(行列), 가는 곳을 행선(行先), 물건을 가지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파는 일을 행상(行商), 실지로 드러난 행동을 행실(行實), 정치나 사무를 행함을 행정(行政), 체면에 어그러지도록 버릇 없는 짓을 함을 행패(行悖), 법령의 효력을 실제로 발생 시킴을 시행(施行), 관례대로 행함을 관행(慣行), 앞으로 나아감 또는 일을 처리해 나감을 진행(進行), 계획한 대로 해 냄을 수행(遂行), 일을 잡아 행함을 집행(執行), 약속이나 계약 등을 실제로 행하는 것을 이행(履行), 절뚝거리며 걸어감이나 균형이 잡히지 않음을 파행(跛行), 자기의 거주지를 떠나 객지에 나다니는 일을 여행(旅行), 방자하게 제 멋대로 행함 자행(恣行),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아울러 행함을 병행(竝行), 차량 등이 정해진 노선에 따라 운전하여 나감을 운행(運行), 출판물이나 돈이나 증권 채권 따위를 만들어 사회에 널리 쓰이도록 내어놓음을 발행(發行), 강제로 행함을 강행(强行), 몸으로 움직이는 모든 것을 이르는 말을 행동거지(行動擧止), 지식인이 시세에 응하여 벼슬에 나아가기도 하고 물러설 줄도 아는 처신의 신중함을 일컫는 말을 행장진퇴(行藏進退), 길을 가는 데 지름길을 취하지 아니하고 큰길로 간다는 뜻으로 행동을 공명정대하게 함을 비유하는 말을 행불유경(行不由徑), 하늘에 떠도는 구름과 흐르는 물이라는 뜻으로 다른 힘에 거스르지 않고 자연 그대로 유유히 움직이는 모양 곧 자연에 맡기어 행동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행운유수(行雲流水), 타향에서 떠돌아 다니다가 병들어 죽음을 일컫는 말을 행려병사(行旅病死), 길에서 만난 사람이라는 뜻으로 아무 상관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행로지인(行路之人), 걸어가는 송장과 달리는 고깃덩이라는 뜻으로 배운 것이 없어서 쓸모가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행시주육(行尸走肉), 그 해의 좋고 언짢은 신수를 일컫는 말을 행년신수(行年身數), 간 곳을 모름을 일컫는 말을 행방불명(行方不明), 일을 다하고도 오히려 남는 힘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행유여력(行有餘力), 기러기가 줄을 지어 남쪽으로 날아감을 일컫는 말을 행안남비(行雁南飛)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