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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을 보내며 밭에서 하는 실제 농사일은 얼마나 될까 ?
추워지면 쉬어야 되는 11월 부터 4월경까지 육개월은
농부에게 주어진 온전한 자유시간이다.
봄의 리듬에 맞춰 시작된 밭일은
뜨거운 여름을 견디고 풍성한 가을의 수확까지
육개월남짓 열심히 땀흘리노라면
먹고 쓰고 남을만큼의 소출을 거둘 수 있다.
그 와중에서도 비오고 손님 오고
가끔 먼길 다녀오고 집주변 정리하는 날 까지
한달정도는 빼야되지 싶다.
기껏해야 오개월 남짓 농사일이
왜그리 힘이든다 말들이 많을까?
몸의 고달픔 보담
이것저것 생각과 걱정이 앞서는
마음의 무거운 짐 때문이리라.
올림픽 경기도 아닌 데
힘든 목표 ( 학교 문제부터 시작해서 멋지게도 살고 싶고 돈도 벌고 싶고... ) 를 정해 놓고
조금더 많이 더 편리하게 더 빨리 하려고
발버둥 치다보니 늘 마음은 바쁘고
편히 쉬어야 되는 겨울까지 여기저기 교육다니느라
몰려다니기 바쁘니 잠시도 여유로울 새가 없다.
산좋고 물맑은 곳에 와
시원한 바람 맞으며 산새소리 벗삼아
유유자적 하겠다던 소박한 꿈은
시골에 발을 들여놓자 마자 농사일과 싸움을 시작한다.
돈을 벌기 위해 땅이 싫어하는 일을 한다는 건
땅에게 시비걸어 싸움한번 해보자는 얘기다.
또 귀농하기 전부터 온갖걱정부터 해대는 이들은
오늘도 그 잘난 교육일정표를 들여다 보고
모여서 술부터 마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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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거나 말거나 풀천지 가족들은
오늘도 모두들 바쁜 농사철에 아랑곳 없이
땅 넓히는 즐거운 놀이에 여념이 없다.
풀천지 터에는 십여년 전 어여쁜 여자 스님이
부처님 전에 귀의하고 조용히 머무르기 위해
여기저기 나무도 참 많이 심고 연못도 만들고
구석구석 아름답게도 만들어 놓았었다.
헌데 지금은 술병으로 일찍 죽었지만
혼자사는 여자스님에게 동네 주정뱅이 하나가 자주 찾아와
괴롭히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도망치듯 떠나고
한사람 건너 어떤 기막힌 인연으로 5년전 풀천지 터가 되었다.
귀농 첫해 하고 싶은 일 부터 해야 직성이 풀리는 법.
토종꿀부터 하고 싶어
모르는 농사일은 천천히 하기로 하고
뒷마당에 아주 동네 어른을 꿀벌 스승으로 모시고
열심히 배우며 의욕적으로 시작하였다.
그러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토종벌을 위해
그 아름답던 정원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토종벌 몇마리 빠져 죽었다고 노인의 요구대로 연못도 메우고
꿀 실어 나르는 꿀벌들 방해 안되로록 나무란 나무는 죄다 자르고
벌통자리에 안성맞춤 이라며 고집하는 노인의 성화에 못이겨
그 아름답던 꽃밭도 싹 없애버렸다.
나중 우리한테 돌아오는 건
툭하면 벌에게 온식구가 번갈아 쏘여대며
벌침 맞았다고 좋아하며 흉하게 부은 얼굴로
억지 웃음밖에 남는게 없었다.
분봉한다고 멀쩡한 벌통밑에서
황금의 오월을
벌통만 쳐다보고 앉아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실로 어이가 없다.
결국 한모금의 꿀도 못 건지고 깨끗이 포기하고서
좋은 경험 했다고 자위하며 아내와 서로 위로 했던
씁쓰레 하면서도 재미있던 경험이 생각 난다.
해를 거듭하고 차츰 농사일이 손에 익어가며
토종벌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많이만 심어놓은 나무들을
이제는 우리가 자꾸 일부러 자르게 되었다.
집 주위에 밭 주변에 나무들이 밀식하여 서로 피해를 주고있다.
과감히 베어버리면 시원한게 보기가 더 좋았다.
오늘도 몇년의 고민 끝에 탐스럽게 잘 자라
화장실 옆에 보기좋게 터를 잡은 층층나무를
밭에 그늘이 너무 많이져 과감히 베어버렸다.
베어논 나무주변을 아들들과 이리저리 궁리하며
땅을 보기좋게 넓혀 놓았다.
큰 돌들을 일일이 손으로 나르느라
아들들이 고생이 많았지만
밭매는 틈틈이 지나다니며 신나하는 아내덕분에
풀천지 화장실 주변이 산뜻하게 정리가 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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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넓어진 밭 끝에는 야콘모종 옮겨심고
화장실옆 새로만든 조그만 화단엔 국화를 옮겨심자 하고
큰애는 할미꽃 심어 독충들을 막자하고
작은애는 파리모기 잡아먹는 식충식물 심자하고
나는 덩쿨장미를 올려 보고싶다.
몇년 간의 짧은 농사 경험이지만
심고 관리하고 거두는 농사일도 소중하지만
모두들 바쁠때 에도 농장 주변을 조금씩 조금씩
우리 힘만으로 맨손으로 열심히 단장해 가는 가운데
행복과 보람을 느낀다.
그러다 보면 가끔 풀천지를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정겨움도 느끼고
여기저기 스며있는 행복도 발견해 내곤 한다.
열심히 흙을 실어나르던 둘째가 완성된 모습을
디카로 찍고싶어 일을 시작하면 유난히 꼼꼼한 아빠를 의식하고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자 언제 끝나냐고 물어보다
나중엔 아카시아 꽃이 지고있는데
언제 따서 효소를 담을 것인지 성화를 부린다.
해마다 캐는 쑥은 5월이 다가도록 손도 못 대고
솔잎은 누래져 가고 아카시아 꽃들은 지기 시작하는데
하천에 무거운 돌들만 하루종일 져날라
화장실 옆에 돌을 쌓는 풀천지 가족은
농사일을 잘 하고 있는 것인가 ?
분명 기분좋은 아내가 저녁에 술 안주를 장만할 것 같은데
마셔가며 천천히 생각해 봐야겠다.
하늘가득 새털구름이 흘러가는 오월을 쓸어안고
못다한 봄날의 이야기들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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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정말 화장실 앞이 훨씬 산뜻해졌네요. 저 무거운 돌을 옮기다니. 천하무적만 모여사는 것 같아요. 풀천지네 밭 주변에 약을 안 치니 야생초가 많을 것 같아요. 재홍군이 관심있으면 미리 책을 보고 오전에 채취를 해도 될 것도 같은데요. 엉겅퀴,뽀리뺑이,지칭개,쑥등이 지금 한창이거든요.
향긋한 내음이 입안가득 퍼지는 방림재의 청정효소의 깊은 맛이 늘 생각납니다. 어제 다정한 친구처럼 서울에서 내 또래의 멋장이 부인이 홀로 방문하여 오늘 하루종일 같이 아카시아 꽃을 따며 귀농 이야기 꽃을 피우다 아쉬운 작별을 했습니다.
귀농이 꿈이 되어버린 오늘의 현실에서 풀천지의 짧은 하루가 그녀의 외로움에 작은 위로가 된듯 합니다. 풀천지 밭주변의 취나물을 따가며 아쉬운 정을 심어놓고 떠났습니다.
화장실이 드러나 보여 시원합니다. 노동을 즐거운 놀이로 삼는 풀천지네가 부럽습니다. 저에게 꼭 필요한 얘기같네요. 요즘 저희는 여유가 정말 없어요. 주위를 의식적이라도 둘러보며 살아야 겠네요.
두메살이 아우님 허리는 괜찮으신가 ? 요즘 우리는 손님들 맞이에 괜히 바뻤네. 힘겨운 도시인들이 소박한 우리네 삶들에서 참된 위로를 받고 가네. 우리 함께 신명나게 기운을 내기로 하세.
꿈이라고 하지만 막상은 다들 문명의 이기가 주는 편리함을 버리기 싫어 꿈으로만 환상처럼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