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용 이에스리조트클럽 사장은 “사람들이 자연에서 맘껏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게 우리의 운영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이 최근 문을 연 통영ES리조트에서 남해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 |
㈜이에스리조트클럽 이종용(67 ) 사장의 독특한 경영철학 때문이다. “돈은 못 벌어도 좋아요. 진짜 여가문화라는 게 어떤 건지 보여주면 그만이죠.” 적자 속에서도 회원 자격을 까다롭게 하고, 투숙객을 함부로 들이지 않는 게 그의 일관된 운영 방식이다. 이 사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투숙 요청도 정중히 거절했었다”고 전했다. 회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리조트는 손님을 많이 받아야 돌아가는데 이런 식이니깐 돈벌이는 남의 일이 됐다. 실제 능강리조트(255실)의 객실 가동률은 연평균 30%밖에 안 된다.
회사는 회원권을 판 돈 일부를 재투자해 겨우 돌아가는 정도다. ES리조트의 자산이라면 고급 리조트 명성이다. ‘만 40세 이상 회원 가입’이라는 이상한 조건을 내걸었는데도 분양률(회원 2550명)은 100%다. 1500만원이던 회원권 값이 지금은 3000만원 선으로 올랐다.
그의 특별한 이력과 행보를 보면 ‘리조트 철학’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작은 섬유업체를 운영하던 그는 1970년대 중반 섬유산업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런 고민은 자연스레 ‘사람들은 무엇을 원하고, 또 무엇을 해야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까’로 이어졌단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뜻밖에도 ‘자연’이었다. “인간은 미래지향적이자 과거회귀적입니다. 도시가 팽창할수록 자연 회귀 본능 또한 커질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은 세계 어디에나 있지만 나라마다 다르죠. 이 둘을 결합해 상품화하자, 이런 고민에서 리조트 사업이 시작됐죠.”
장소 물색에 나선 그는 76년 지금의 능강리조트 터를 샀다. 3.3㎡당 50원씩 쳐서 46만㎡을 샀으니 땅값만 700여만원이 든 셈이다. 이런 땅이 지금은 공시지가로 450억원짜리가 됐다. 그는 “땅을 아주 싸게 산 게 지금의 적자를 견딜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아무튼 그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의 머릿속에는 ‘풍광’만 있었을 뿐 어떤 리조트를 만들지 ‘철학’이 없었던 것. 그 길로 회사를 정리하고 스위스와 이탈리아 등의 유명 관광지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 94년 드디어 능강리조트 건설에 들어갔다.
국립공원 안 통영리조트는 비회원에게도 개방
그가 여행을 통해 얻은 것은 크게 두 가지. 새로운 여가문화 창조와 자연과의 조화였다. “우리나라의 여가문화는 삼겹살 구워 먹고, 술 마시며 노래나 부르는 수준인데, 조용히 산책하고 사색을 즐기는 여가문화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40세 이상 중·장년의 인텔리층만 회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무나 회원이 되고, 아무나 묵으면 기존 여가 행태를 탈피하기 어렵다”는 게 이 사장의 생각이다.
자연과의 조화를 위해서는 콘크리트의 대형 건물 대신 키 작은 목조 건물을 택했다. “능강리조트는 완벽하게 자연의 일부가 됐어요. 별장형의 독립식 리조트 안에서는 충주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사계절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 조용하고 고즈넉해 새소리, 풀벌레 소리를 음악 삼아 책을 읽고 사색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이런 이유로 능강리조트는 지금도 각지에서 회원 가입과 투숙 문의가 온다. 고 김수환 추기경도 생전에 이곳을 자주 이용했다. “아무리 그래도 계속 적자가 나면 곤란하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웃으면서 “운영비가 많이 들지 않아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며 “회원권을 판 돈으로 적자도 메우고 통영ES리조트 건설비도 댔다”고 답했다.
한려수도국립공원에 들어선 통영리조트는 2001년 김혁규 당시 경남지사가 국립공원 개발을 위한 모델을 찾던 중 능강리조트를 둘러보고는 이 사장에게 개발을 요청해 탄생했다. 이 사장은 “통영리조트는 매일 콘서트가 열리는 음악의 공간이고, 책과 사색이 머무르는 문화의 공간이며, 나무와 바람이 머무르는 자연의 공간”이라고 정의한다. “국립공원이 모두의 것이듯 통영리조트는 능강리조트와는 달리 비회원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통영리조트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이 새로운 여가문화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황정일 기자
◆이종용 사장은=1942년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로빈슨 크루소』와 같은 모험소설을 즐겨 읽으며 도전정신을 키웠다. 64년 경북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영농농장·장안섬유를 운영했다. 그러던 중 제천 수몰지역의 한 주민이 마을 뒷산을 판다는 소식을 듣고 땅을 매입한 뒤 준비기간을 거쳐 95년 능강ES리조트를 완공했다. 독특한 리조트 운영 방식으로 업계에서는 괴짜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