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0일 일요일 청호반새를 찍으러 철원의 진익태(생태사진작가) 선생님 댁으로 갔습니다. 교하리에 들러서 다미양과 어머니를 차에 태우고 같이 갔습니다. 전날에 많이 내렸던 비는 이 날은 내리지 않았고 휴전선 바로 아래 남쪽의 국도길은 자동차가 거의 없는 한 적한 길에다 비온뒤의 공기는 깨끗하여 멀리 있는 산의 녹음이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자동차 창문을 열고 시원하게 달렸습니다. ........................
청호반새 우리 선생님 정다미 선생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새입니다. 오죽하면 청호반새샤랑정다미라는 아주 긴 이름을 사용하고 있을까요. 다미양으로부터 빌린 책 원병오 著 ‘원색도감 한국의 조류’를 보니 정다미양이 청호반새를 본 것은 ‘2002년 8월 24일 늘우물 숲 전기줄’이다라고 적혀있군요. 이렇게 청호반새를 보는 것은 정다운 님보는 것보다 더 반갑다는 뜻이니... 우째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옛날 먼 옛날... 교하동네에는 한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당전의 쌍제비는 알까기하고 뒷산 회화나무에서는 솔부엉이가 졸던 눈을 비비던 어느 따뜻한 봄날. 갑자기 한낮의 적막을 깨는 요란한 개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앞마당에 개 두 마리가 낯선 손님에 쌍고동을 불어대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다 뭣도 모르는 진순이까지 덩달아 짖어댑니다.
청호반새샤랑 손가락에 침을 묻혀 문풍지에 구멍을 뚫어 바같을 내다보니 웬 총각 한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청호반새샤량: 댁은 뉘시온지... 손님:저는 옆 동네에 사는 대화중학교 3학년 학생인데 이렇게 대화 한번 하려고 찾아왔습니다. 청호반새샤량: 흥 중3? 한참 아래 시동생뻘이구나. 아직 젖내가 폴폴 나는구나. 집에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다 오너라. 하느님, 부처님, 마호메트여~ 우찌 저에게는 이런 삐리리~들만 와서 봄바람은 일으키지 않고 흙바람만 일으키는지요. 청호반새같은 쌈박한 총각들은 어디에 가면 만날 수 있을까요. 그러나 이 삐리리~도 만날 수없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도 하지 않고 머리도 감지 않고 방안에서 띵까띵까 구불었기 때문입니다. 꿈많은 내 가슴에 봄은 왔는데...청호반새야 어디에 갔느냐
♬꿈많은 내 가슴에 봄은 왔는데 봄은 왔는데/ 알고도 모르는 체 알면서 돌아선 선생님 선생님/ 아~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싶어도 여자로 태어나서 죄가 될까봐/ 안녕 안녕 선생님 이 발길을 돌립니다. 부풀은 이 가슴에 꽃은 피는데 꽃은 피는데/ 보고도 모르는체 모르는체 돌아선 선생님 선생님/ 아~님이라고 불러보고 싶어도 여자 마음으로 죄가 될까봐/ 안녕 안녕 선생님 멀리 떠나가렵니다 ..........................
철원입구에는 폐가가 된 노동당사가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민통선 지역이었는데 지금은 개방이 되었습니다. 건물에는 아직도 탄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습니다.
진선생님 댁에 도착하여 초면이라지만 반갑게 인사를 하고 청호반새가 있는 둥지로 향했습니다. 청호반새 둥지는 진선생님의 농장 뒷산이었으며 아마도 진선생님께서 소유한 개인 사유지로 생각되었습니다. 전방 지역이라서 인적이 거의 없는 수풀이 우거진 산 절개지에 몇 년동안 둥지를 만들면서 청호반새가 서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청호반새 둥지 근처에는 이미 위장막이 쳐져 있었고 진선생님께서 위장 수풀로 가려주고 내려가셨는데 바로 청호반새 한 마리가 나무 위에 날아왔습니다.
청호반새가 예상외로 예민하여 오지 않을 경우는 하루 종일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날도 처음에는 잘 오지 않았는데 다미양과 어머니가 잠깐 내려간 사이에 부지런히 날아왔습니다. 이 모습은 둥지 앞 횃대 앞에서 먹이를 물고 와서 앉아있는 모습입니다. 아시아존에서 이렇게 가까이서 찍을 수 있는 장소는 진선생님 댁외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농담아님다). 이유는 묻지 말아주셔요.
부부 두 마리가 동시에 날아온 모습입니다. 다미양 말을 들어니 세 마리가 온 경우도 있었답니다. 허나 여기는 한쌍만 서식하는지라 한 마리는 이웃에 사는 녀석이 껄떡거리러 온 녀석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청호반새가 날아온 뒷산에는 산딸기가 탐스럽게 피었습니다.
패랭이꽃도 피었습니다. 모두들 아실랑가 모르겠군요. 옛날 먼 옛날 우리동네 아랫각단에는 패랭이꽃처럼 하늘하늘한 옥이라는 여학생이 살았드랬습니다. 패랭이꽃만 보면 옥이 생각납니다. 더 이상 속쓰려 말 몬합니다.
뒤쪽에 화살표가 쳐진 산은 북한 지역 산인데 이 사진에는 나오지 않으나 철의 삼각지대에서 가장 높은 지역인 오성산으로 연결됩니다. 여기가 최전방 지역이었습니다.
진익태 선생님이 찍으신 청호반새의 멋진 장면입니다. 그림 엽서 사진을 스캔했습니다. 이 사진은 진선생님 댁에서 2002년?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에 일면 박스 기사로 이 사진과 글이 게제된 것을 보았습니다. 일본 쪽에서도 몇 번 취재를 왔다고 하시더군요.
역시 그림 엽서에 있는 두루미의 댄스 장면입니다. 이 날 여러모로 시간을 내주신 진익태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또 사모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 (PS) 청호반새는 이웃 일본에서는 번식을 하지 않으며 서식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본동물대백과에는 청호반새의 설명은 생략되어있고 야마시나조류(연)에는 간략하게 서술되어있습니다. 청호반새를 ‘야마쇼빙’이라고 하는데 오키나와에서 일부가 발견되는 정도라고 합니다.
위의 새는 청호반새(야마쇼빙)와 같은 물총새과 새인데 1887년 2월에 오키나와 근처 섬에서 딱 한 마리만 발견되었고 그 후로는 발견된 적이 없는 ‘미야코쇼빙’이라는 새라합니다. 이 표본은 태평양 전쟁 전에 동경제대에서 야마시나 연구소로 이관되었다라는 설명이 있군요.(From 야마시마조류(연) 著 새의 잡학사전)
첫댓글 호반새야 도대체뭘먹는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