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2월 하고도, 십사날!
발렌타이 데이라나? 모라나?
가게에 밥 가질러 갔더니?
봄의 전령이던가? 반갑지도 않은,
모래바람이 와르르 마중 나와, 거리가 온통 지네 판이다.
가게인들 무사할쏘냐?
현수막 자락이 떨어져 내리고, 입구 유리문 아래틈으로,
쓸려 들어온 모래넘들은 와삭와삭 진치며 대기중이다.
그래 나갔다 와서 보자!
가게 잘 지키고 있으렸다!
간만에 동성로 거리 함 걸어 보자구!
버스에 몸을 실어 내렸다.
대구역서 내려, 교동전자 상가쪽으로, 나풀나풀 걸어 가다보니?
커피 한잔에 바바나 하나 까먹고 나온, 늦은 점심때라,
돌솥비빔밥 한그릇으로 시장끼를 날래 잠재우고는,,,,
느닷없이 장사장 가게 문 열고 들어서니?
이 양반 놀랬는지?
안경 너머로 바라 보는 눈길이 촉촉히 젖어 있음 좋겠구만,
하~~~~ 흔들림 하나 없네!
'형수님! 무슨 바람이 불었능교?'
치고 있던 훌라판 마우스로 내려 버린다.
'그냥 왔어요~~~~~~~'
말꼬랑지를 살풋 내렸징.
업이라고 벌리다 보니?
손님도 거진 남자판, 거래처도 그러려니와,
이 척박한 유배지에서, 견디고 온 시간동안
옳은 동성의 벗 하나 건지기 어려웠고,
있던 벗마저도, 이해득실 따지며 망가진 나를 잡고 흔들길래?
가거라 내 잡지 않으마! 그러고 사는 요즘이다.
간 밤에 불던 바람 혹독 하여서, 기껏 온단 데가 장사장 가게 이다.
불맨아찌랑 호형호제 하는 사이이고, 가게도 더러 놀러 오고 하니?
발길이 그저 닿았을 뿐인, 오늘의 행보는 야리까리 할게 한개도 없다.
앉아 얘기하다보니, 주품목인 가전제품 사러 오는 손님은 하나 보이지 않고
팔아서 자기 담배값 하면 딱 맞다는, 담배 사러 오는 근처 상인들만
간간이 오갈뿐이다. 배달 커피 한잔으로 입술을 축일 즈음
낯익은 얼굴 하나, 바람 피해 문 여는 손길이 잽싸다.
'어! 현 사장님!'
장사장 현사장은 미리 온에서 입 맞추고 '갈게!' 한 사이가 들통났다.
난 느닷없이 출연한 불청객(?)이라 몸값이 결코 비싸질수 없네! 헛! 참!
우리의 주관심사, 날려 버린 챤스에 대한 아쉬움 토로하며,
다음번엔 꼭 성공 하자고, 결의를 의연히 다지고,
먼저 자리를 떴다.
동성로 나오면 꼭 한번 들려 달라던, 클라식 음반 매장을
쉽게 찾긴 했는데, 무슨 음악인지도 모르는 클라식 음반이 쾅쾅
울려 대는 가게엔 손님도 있다. 조용히 사라져 주자.
내가 언제 격조 높은, 클라식 매니아 였던가?
가다 보니, 동백앞이라?
동백 매대에서, 카키색 벙거지 하나 사쓰고, 집에 갈 요량으로
바람이 하루종일 헐떡대는 거리를, 지친 어깨를 부둥켜 롯데로 간다.
롯데선 찬거리 사서 나오는데, 모자 매대가 또 눈에 들어 온당.
어쩔 도리 없이, 유혹에 또 넘어가 이넘 저넘 또 써 본다.
창도 크지 않고, 입고간 보라 파카랑 어울리는 붉은 와인빛에다가
보라빛도는 벙거지가 맘에 딱 들긴 하는데, 과소비려나? 두개째인데?
합해 봤자 파마 한번 하는 값도 아니네! 일만 하고도 오천원,,,
애써 합리화로 위장하곤, 바꿔 쓰고 버스에 올라, 스쳐 지나는
회색으로 물들어 가는 거리를 보고 섰는데?
아차! 잊었구나! 으그~~~~~~~~~
아침에 가게 밥가질러 갔을때, 어제 샀던 초콜렛 봉지가 보였었다.
제과점의 형형색색 기기묘묘한 초코렛은 아닐지라도?
마트에서 2천원 주고 데려온 그 넘을 풀어 헤치니,
핑크 노랑 연블루 속에 담긴 지 몸 색깔 맞춰,
각기 다른 옷을 입고 쪼르르 달려 나왔다.
'오늘이 발렌 맞나?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렛 주는 날?'
'응 맞아 엄마!' 딸아이가 답했다.
우리집엔 두남자가 있지,
'그럼 큰남자는 니가 책임져!'
'응!' 이럴때 딸뇬 하나 안 두었음 어쩔뻔 했어? 헤~~~~~~
난 두남자중에 작은 남자 어깨를 슬몃 당기선,
'이거 받고, 게임 열심히 더해! 얌마! 그래도 니게 젤 많이 주는거야!'
씨익 웃는 폼이 안 준거 보단 낫단 표정이네!
'갔다 온다! 알아서 해!' 큰남자를 떠 넘겼다.
그러며 백에 몇개 넣고 나갔던 초코렛이, 임자를 찾아주지 못한체
그냥 귀가길에도 따라 오고야 말았네!
'사장님! 손 함 펴보실래요?'
장사장 손안에 쥐어 주고 올 요량이던, 초콜렛이었는데,,,,,,
난감한 참에 고개 돌려 보니? 앞거울에 비쳐진....
우잉~~~~기사 양반 겁나게 멋쟁이아냐?
대번 눈이 똥그래 져선, 말없이 버스 몰고가는 그의 면면을
슬쩍 훔쳐 볼라치니, 연블루빛 잠바 그 안에 받쳐 입은 차이나풍의
하얀 바탕에 까만테 둘린 옷깃하며, 짧은 머리 가리운 깜장 야구 모자하며,
그 배색과 코디로 인해, 40대 중반이라기 보단,훨 젊게 비쳐지는
하얀 얼굴에 담겨진 조화로운 그의 이목구비는, 암만 봐도
버스기사할 마스크는 절대 아닌데,(기사님 모두를 폄하하는 발언은 아님다!)
마침 자리가 나와 앉아선, 초콜렛 두개를 꺼내 손에 쥐었다.
챤스를 노리며, 꼭 쥐고 있었더니 하나는 녹아 부러져 버려
백에 담긴거와 바꾸어, 쥐고 맘 조리고 있는데
'형수요! 빨리 오소! 맛있는거 사줄게요!'
예전에 낙지가게 사장이, 요란 스럽게도 호출해 온다.
신호대기에 비교적 오래 걸린 챤스 한번 놓치곤,
내릴때가 다 되어 간다. 더 머뭇 거리다간 낭패 하겄쥐?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곁으로 슬 다가갔다.
'저 아저씨! 이거 드세요!'
자그마 하고, 깍쟁이 같이 생긴 모습의 어떤 아줌마가 뜬금없이,
초콜렛 두개를 내미니 의아한거 같네? 선뜻 대답도 못 하고! 후우~~~~~
'이거 초콜렛이니, 드시라구요!'
'아~~~~~예! 감사 합니다.'
다행히 생긴 모습에, 걸맞게 목소리 또한 비교적 여유롭고 위풍있다.
내리며 717번 버스 꽁무니를 바라본다.
그 양반! 아무리 멋지고 봐줄만 했다 쳐도!
과격한 운행으로, 승객들 간 떨어지게 했담, 초콜렛 커녕!
뒤꽁지에 대고라도, 욕만 엄청 퍼덤아 줬을 건데! ㅎㅎ
가게로 들어 서니, 낙지 사장이 모 드시고 싶은교?
막 얘기 하라 다그치네?
왜 저러나? 누구의 사주 내지 지령인가?
하두 하두 대라 해서, 앞집 찰순대 사달랬다.
오랫만에 먹어본 찰순대는 쫄깃 야릿했다.
'손 함 펴 봐요!'
손 안에 꼭 쥔 초콜렛 두개를 그의 손바닥에 내려 놓으니,
입에 까넣으며, 안그래도 마누라가 맥주병 모양 초콜렛 사주더라나?
지긋이 바라보던 불맨님 한마디!
낮에 딸래미가 주던 초콜렛이 오늘이 그런날이어서 였구나?
터득 한번 빠르다 보니?
왜 내가 우회전법으로 초콜렛 배달 했는지나? 아나 몰라?
이 참에 좀 깨우칠 일이로다!
으메! 답답고도 한심한(?) 그대 이름은?
불맨이건대!
언제 내 이 55입는 가슴에, 요원의 불길 같은 뜨거움
확 번지게 해줄래나? 아직 기회는 내가 더 주는 고로!
카페 게시글
글 사랑방
주고 싶은 남자!
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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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2.15 18:09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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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남자한테 바다야 하는걸? 딸내미 한테 받은 쵸코릿.. 그래도 주는것이 고마워서 헬렐레~~~ 으이구~~ 내 신세 이리 쪼그랑방텡이!! 되부럿넹..
왕우가 칼을 잘쓴다고 하지만 부엌칼로 요리는 잘하지 못할것이라 사료돕니다. 미리님 글을 읽을때 늘 생각키우는것이 기행문을 쓰시면 얼반 지길것 같습니다. 주위 배경 묘사가 정말 탁월합니다..여름에 경주오시면 등물 쳐드릴께요.. 안하신다고요? 공짜인데.....씨..
미리님 반갑 십니더. 나두 어제 딸래미가 주던걸 왜 주나 햇더니 그것이였네요 ㅎㅎ 나도 맹물이여 참..
초코렛! 여자가 남자한테 줘야한다면서요? 아무한테도 줄데가 없으니...아이고 내 팔자야...
갱주로 그람 함 갈볼까예? 암만 봐도 레비님 손길이 저보다 훨 부드러울테니요! ㅎㅎ
대구가면 미리님가게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 언제 약도 좀 그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