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브뢰헬의 대표작 중의 하나입니다. 브뢰헬은 16세기 네덜란드의 대표적 화가입니다. 지금처럼 하나의 국가라기 보다는 지금의 벨기에와 네덜란드 지역에 있던 여러 독립주와 도시들이 모인 것이었는데요. 요즘엔 Euro2000의 열기가 뜨거운 곳이지요.
2주 동안 이 지역, 그러니까 플랑드르라고 하는 지역의 화가들을 다루게 되는군요. 생각해보니 이 지역 화가들을 특히 많이 다루었던 것 같네요. 브뢰헬은 농민들의 생활 풍경을 하나의 진지한 주제로 받아들여 풍속화라는 것을 그린 최초의 화가라고들 이야기됩니다. 그의 그림들 중에서도 새덫이 있는 겨울 풍경이나 이카루스 추락의 풍경같이 인생에 대한 날카로우면서도 냉소적인 통찰이 돋보이는 그림들은 아주 인상적입니다.
이 그림의 소재가 된 이카루스는 다이달로스라는 전설적인 장인의 아들입니다. 다이달로스는 미노스왕의 명을 받아 미노타우로스를 가두는 미궁을 건설한 사람인데요. 우선 미노타우로스는 반은 사람이고 반은 소인 괴물입니다. 이 괴물은 미노스왕의 부인인 파시하에 왕비와 황소 사이에서 태어났는데요. 제물때문에 화가 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저주를 내려서 파시하에 왕비가 황소를 사랑하게 만들었답니다. 너무 괴상한 사랑이지요.
이 사랑에 고민하던 파시하에 왕비는 다이달로스의 도움을 받아 사랑을 이루었다는데요, 나무로 암소의 형태를 만들어서 사랑을 도왔답니다. 정말 괴상하지요, 그렇게 해서 태어난게 바로 괴물 미노타우로스입니다. 이 미노타우로스는 나중에 테세우스와 아리아드네의 사랑이야기에 등장합니다. 하여간 이 괴물을 가두기 위한 미궁역시 다이달로스가 짓는데요, 다이달로스는 왕비와 황소의 사랑을 이루게 도와준 사실이 탄로가 나 그 역시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미궁에 갇히게 됩니다. 그는 탈출하기 위해 궁리하던 중 밀랍으로 깃털을 이어붙인 새의 날개를 만들어 하늘을 날아 탈출합니다. 하지만, 아들 이카루스는 너무 높이 날아 태양열에 의해 밀랍이 녹아서 바다로 떨어져 죽고 맙니다. 해안에 떠내려간 시체를 매장하고 그 섬의 이름을 이카루스라고 했답니다. 이카루스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인간의 헛된 욕망을 경계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인간의 끝없는 도전에 대한 상징으로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앞에서도 안주하기 보다는 도전하려는 이런 정신이 바로 인간의 위대함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한편으로는 치명적인 약점이구요.
제가 이 그림을 처음 본 것은 1994년 11월 30일이었습니다. 어떻게 정확하게 날짜를 기억하는지 궁금하시죠? 신문에서 처음 보고 오려놨었거든요. 집에 있는 화일에서 찾아보니까 제대로 남아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아요. 당시에 이주헌씨가 한겨레신문에 유럽미술관여행이라는 연재를 했거든요. 그 때 연재하던 내용을 보충해서 나중에 2권짜리로 나왔지요. 그 연재하고 정성일씨 영화평론을 너무 좋아해서 미술관여행이 나오는 수요일하고 영화평론이 나오는 금요일날만 사서 스크랩을 했었습니다. 하여간 그때 처음 이 그림을 봤는데요, 그림 아래에 이렇게 설명이 써있네요. -페터 브뤼겔의 이카루스의 추락. 브뤼겔의 그림에는 인생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번뜩인다.- 제목은 이카루스의 추락이라는데 이카루스는 보이지 않고, 인생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라고 해서 저는 이 평온하고 일상적인 삶의 모습속에 추락한 이카루스의 좌절, 체념같은 것이 녹아 있다는 것인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다 했답니다. 근데, 그림을 잘 보니 문제의 이카루스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림 한 켠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다리......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이카루스라는 이름과 함께 연상되는 모든 단어들. 도전과
실패,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이카루스의 후예이기를 자처하며 끊임없는 도전을 하는 사람들. 하지만, 이 그림은 그 모든 것이 허망하고 허망하도다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이 잔인한 고요함, 무시무시할 정도의 평온함은 한 인간의 도전과 실패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군요. 바다에 떨어져 이카루스가 숨을 거두는 그 순간 세상은 언제나 처럼 변함없이 제 모습을 하고 있을뿐, 농부는 밭을 갈고, 목동은 가축을 돌보고, 바다에 떠 있는 배는 제 갈길을 재촉합니다. 그의 인생에 대한 통찰은 너무도 잔인하고 냉소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그림을 보면 가끔은 무서워집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덧없음이여......
이 그림에 비해 샤갈의 이카루스의 추락(1975년작)은 비극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마치 이카루스가 순교하는 듯한 비장함이 느껴지지요. 브뢰헬의 그림처럼 이카루스 개인에게 있어서는 그의 죽음이 너무도 비참하고 허망한 것일지 모르지만, 인간에게
있어 그의 죽음은 보다 비장한 무엇이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샤갈 역시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지요. 좋아하는 화가나 작품 꼭 다루어 달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언젠가는 꼭 다룰겁니다. 그리고 방학이니까 꼭 빼먹거나 늦지 않게 발행할께요. 죄송..... 시험기간이라... 이제 시험이 끝났습니다. 4학년이 시험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만 그래도 즐겁군요. 그럼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