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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북한산이좋은사람들 원문보기 글쓴이: 반잔
신기리 코스모스
詩. 김진혁
가을빛 올을 모아 이언덕에 떨고 나서 밤새껏 그리움에 빈 가슴은 이슬에 젖네. 두고온 추억 한 자락을 떠올리는 신기리.
인연의 더딘 발길 남도 땅을 절며 떠나 까만 십년 세월 차창 밖을 흩던 날 홀연히 여윈 몸매로 다독이며 울던 님.
낯선 강둑을 넘어 세월 내려 쌓이면 꽃으로 피는 추억 낱낱 그 어디메 머물려나 지금쯤 네 까만 꽃씨만 먼 하늘로 떠가겠지.
이 시조는 광부출신 시조시인이자, 서예가이신 김진혁님의 두번째 시조집 "술잔속에 넘치는 바다"에 나오는 현대 시조입니다. 시인은 1947년 전남 광주에서 출생하여 조선대학교 광산공학과를 졸업하시고, 탄광촌에서 광부들과 탄 캐는 일을 하시다 공직으로 옮겨 저와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습니다.탄을 캐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하늘"을 잃어 가는 것을 안타까이 여겨 광산 사고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일을 하게 되신 게지요.
88년, 제가 처음 공직에 발을 들일 즈음 저보다 한 달 먼저 경북 점촌시(지금의 문경시로 통합됨) 신기리에 둔 임시 사무실에서 첫 만남의 인연을 가졌지요.84년에 시조문학에 등단한 시인은 당시 신문지에 검은 색 먹물을 튀기면서 "한 일"자를 써가며 붓글씨에 입문하기 시작한 예비 서예가였지요.
늘 저에게 "언제이던 예고없이 죽음이 닥쳐올 수 있으니 언제 죽어도 후회없도록 사람은 항상 죽음을 준비해야 하고 갑작스레 대면할 죽음에 늘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며 자신의 삶에 매사 늘 후회없는 삶,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으라 하셨지요.
지금은 벌써 여섯번째 시조집을 내셨고, 국전에도 서예가로서 당당히 이름을 올리신 시인. 해마다 저에게 연하카드 대신 시 한 수나 아니면 넉자의 멋진 글귀로 화선지에 살아 숨쉬는 당신의 마음을 보내 오신답니다.
이 분과 점촌 신기리 쌍용양회 공장으로 가는 길 가로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 길을 걷던 추억이 그립습니다. 삶은 때로 여유로움과 배움, 그리고 누구와도 벗할 수 있어야 하고, 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모습을 실천으로 보여주신 시인을 뵙기 위해 올 봄에는 광주로 떠나볼까 합니다.
이 시 릴레이의 아름다운 차례를 음악을 사랑하시는 "흰여로"님에게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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