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터미널은 조금 독특하다면 독특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예산-공주를 잇는 국도변에 자리잡은데다 차령산맥을 넘으면 바로 온양시내가 펼쳐지는 탓에,
행정구역이 공주임에도 불구하고 예산과 아산의 영향도 상당히 받는 지역이다.
세 지역이 교차하는 중점이라는 점 덕분에 주변 지역에 비해 마을 규모가 커질 수 있었지만,
오히려 그 반대로 상권이 세 지역으로 골고루 분산되는 역효과를 맞기도 하였다.
대개 지방의 왠만한 읍 지역들이 그러하듯이,
유구 또한 몇 십년 동안 마을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마을의 중심에 위치한 유구터미널은 그러한 세월을 잘 반영하고 있다.
세련됨,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사람 냄새가 구석구석 깊게 배어있다.
조금은 어색할지라도 주민들과 오랜 시간 깊게 호흡을 같이 해온 벗이기도 하다.
유구터미널은 유구읍내 중심가에서 살짝 남쪽으로 틀어진 곳에 위치한다.
공주에서 예산으로 갈 때엔 읍내로 들어가는 입구 역할을 하는 반면,
예산에서 공주로 갈 때엔 읍내를 벗어가는 마을의 경계선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마을 자체가 꽤 오래된 동네이다 보니 세월의 손때가 곳곳에 깊게 배어있다.
유구터미널에 입힌 색깔도, 유구터미널을 장식하고 있는 간판도, 유구터미널로 들어가는 계단도...
모두 오랜 세월의 흔적을 자랑스레 꾸며놓은 듯하다.
굉장히 오래되고 낡은 건물이기 때문인지, 조금은 알 수 없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건물의 입구, 매표소와 승차장을 가로막는 중앙부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놓여있다는게 이색적이다.
보통 이런 계단은 구석에 조용히 놓여있기 마련인데...
유구터미널의 계단은 유독 다른 곳의 계단들보다 무척 당당하다.
건물 중앙에 놓인 계단을 사이로 양쪽엔 대합실이 조그맣게 마련되어 있다.
운영을 어렵게 하고 있는지 실내가 무척 어두컴컴하여,
지금처럼 비 오는 낮에는 책조차 읽기 힘들 정도로 어둑어둑하다.
각 방면으로 이어지는 표를 구입할 수 있는 매표소.
할아버지 한 분께서 매표업무를 홀로 하고 계시는데,
그 때문에 전산화가 되지 않아 일일이 종이승차권에 행선지를 손으로 작성해주신다.
유구읍같이 교통의 혜택을 크게 보는 지역이 얼마나 될까.
인구 1만명 내외의 조그만 촌락임에도 불구하고 연계되는 교통편이 무척 편리하다.
일단 충남의 중앙에 있는 공주와 서부권의 버스가 밀집하는 예산의 중점에 있기 때문에,
예산(홍성-서산-당진), 공주, 대전행은 상상 이상으로 굉장히 많은 편이다.
허나 그 외에는 죄다 시내버스로 운행이 되는데,
온양시내로 연결되는 아산시내버스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고,
청양행과 정산행 시내버스도 적잖게 연결된다.
주변의 모든 지역과 버스로 연결이 되는, 나름대로 교통의 요지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죄다 완행시외버스 또는 장거리 시내버스 위주로 운행이 되어서 그런지 전체적인 요금은 꽤나 비싼 편이다.
유구가 속한 공주(시내)로 가는 시외버스마저 요금이 2,600원이고,
예산 또한 2,600원, 천안 4,400원, 대전 6,000원, 서산은 무려 8,200원씩이나 한다.
서산-유구 요금이 서울-유구 요금과 같을 정도라는 것이 조금은 놀랍다.
대부분 조그만 면 규모 터미널에서 저런 수제 시간표를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하는 반면,
유구터미널의 수제 시간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매표소 바로 옆에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정리해놓은 시간표가 버젓이 마련되어 있다.
주변 지역인 서산, 예산, 공주, 대전, 아산과 는 정말로 연계가 잘 되어 있는데,
이 정도 규모의 마을에서 주변지역과의 연계가 잘 되어있는 곳을 정말 찾기 힘들 거다.
청양군 정산으로 운행되는 버스와 아산으로 연결되는 버스를 한꺼번에 목격한다.
행정구역상으론 공주에 속하고 생활권도 공주 생활권이지만,
참으로 다채로운 구성의 여러 시내버스들도 고루고루 목격할 수 있다.
사실 다채로운 시내버스 운행으로 치자면 청양을 따라올 자가 없겠지만,
이렇게 조그만 마을을 타 지역 노선들이 기점으로 삼는다는 것 자체로도 대단하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버스 차량들만 아니라면 정말로 세월이 멈춰진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세월의 발자취가 승강장에서도 건물에서도, 주변 마을 분위기에서도 한껏 느껴진다.
평범한 듯 하면서도 절대로 평범하지 않은 유구터미널의 분위기는,
마치 시골 고향에 온 듯한 편안하면서도 조용한 느낌이다.
승차장과 건물과의 경계도 모호하고, 시내버스와 시외버스가 한데 뒤엉켜 제 멋대로 개성을 뽐낸다.
공주시 서북쪽에 위치한 조그만 마을 유구에서,
따스하고 포근한 세월의 발자취를 느끼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본다.
첫댓글 지금은 쇠락했지만 유구읍의 유구농공단지는 6,70년대 경제성장의 동력원이었던 섬유산업의 메카(?)와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유구로 몰렸고 그에 따라 상권도 발달해 오히려 유구의 상권이 행정구역상의 주도였던 공주읍을 능가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유구가 "읍"으로 승격된 것도 이무렵이었죠. 하지만 섬유산업의 지표가 점차 하향세를 그리면서 번창했던 과거 유구의 모습은 사라지고 오늘날의 모습을 보이게 되었구요.. 그나마 이정도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웅진코웨이/웅진식품 공장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동네규모에 비해 연계노선이 많은 이유는 예산방면의 32번국도와 아산방면의 39번국도가 유구에서 분기되기 때문입니다. 그와 함께 역사적인 이유와 결부되어 연계교통이 편리하게 된 것입니다. 심지어 공주엔 92년에 처음 들어온 대원이지만 유구엔 그보다 훨씬 일찍 들어왔지요.
유구 예전에 여기서 과외 알바했던 기억이 나네요^^;
시군의 제2의 읍 소재지는 하나같이 쇠락을 길을 함께합니다. 장항, 강경, 광천, 합덕, 삽교, 유구, 정산(면) 등
고교시절이던 89~91년 제 고향인 합덕에서 공주까지 가려면 늘 거쳐가던 유구터미널이네요. 제가 대원고속의 호랑이도색 버스를 유구에서 아마 처음으로 봤을겁니다. 그 당시에는 예산-공주 직통도 자주있었는데 지금은 전체적으로 운행 편수가 많이 줄었네요. 사진으로나마 유규터미널을 볼수있어서 참 반갑네요..
고을방방곡곡 좋은 정보감사 드리며 앞으로도 좋은정보 많이주시고 건승하세요
예산방면 직통 운행편수가 많이 줄었네요.. 원래 직통은 유구에 정차하지 않았는데 90년대 초 민원으로 인하여 유구에 정차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