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류(亞流) 영화
우리영화 걱정이다.
흥행에 성공해 화제가 되었던 영화들을 모방(模倣)한 아류(亞流)의 영화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과거 1982년 '람보'시리즈가 한창 인기 있을 당시 '람보' 아류의 영화들이 국적들이 모호한 체 마구잡이로 제작되어 수입되어 상영되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에선 이러한 영화들로 봇물을 이루어나갔고 이후 영화계의 침체로 이어지는 홍역을 치른바 있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 영화가 왠지 잘 되어 가는 듯 하니 이젠 우리도 과거 '람보' 스타일처럼 아류의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이 계속된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우리영화 산업은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분명 영화는 산업이다. 그러므로 경제적인 측면을 모두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될 수 있으면 우리영화를 아끼는 차원에서 즉 방화를 부추겨 세우는 입장에서 많은 장소에서 이야기하고 신문 등에도 기고도 한 바 있다.
그러나 요즈음 너무 필자의 마음이 아프다.
영화마다 독특한 개성이 있어도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하는데 많은 영화들이 마치 노스텔지아(nostalgia)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으로 보일 뿐이다. 물론 옛 모습에 취한다고 나쁠 것은 없으나 항상 경쟁 속에 새로움을 추구해야 살 수 있는 요즈음의 영화계에선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물론 영화의 소재가 현대물로는 너무 많이 선택되어 마땅한 소재가 고갈 상태인줄 알지만 많은 영화들이 옛 교복 세대들을 자주 그리고 있다.
과거 부모님 세대나 또는 낙도나 오지 산골 등의 배경을 영상화 시켜 관객들로 하여금 옛 향수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그래서 잠시나마 과거를 돌이켜 보고 현실 속에서 재충전하는 기회가 되게 하곤 한다.
2001년 3월부터 '친구'라는 영화가 크게 인기를 누리고 난 후 교복세대들의 모습들이 많이 영화화되었다. 얼마 전 상영된 '클래식'도 그랬고 '엽기적인 그녀'에서도 노스텔지아에 빠져 보기도 하였으며 또 조폭류 영화들이 성공하자 많은 영화가 조폭류 형태로 흘러갔고 이로 인해 역기능적인 요소가 발생하기도 하여 세간에 많은 질타를 받기도 했다.
과거엔 멜러 드라마가 주류를 이룬 적이 있는데 영화는 멜러와 환타지류가 가장 잘 팔리는 소재임에는 틀림없다.
지난 3월 23일 미국의 제7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뮤지컬영화 '시카고'에 6개의 상을 안겨 주었다. 지난 1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시카고'에 많은 영화 평론가들은 손을 들어 주었던 작품으로 3월 아카데미시상식 수상결과를 예상하기도 했으나 과연 6개 부분에서 상을 받을만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
이 영화는 뮤지컬로써 우리 영화계에선 상상도 못하는 장르이다. 이유는 재능 있는 많은 인력과 자금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실정은 조금은 빠른 감이 있다. 아직 인력수급이 안 되는 실정이다.
춤과 노래, 연기를 함께 갖춘 타고난 인물들이 그리 많지 않고 자금 투자도 미지수이다. 아마 자금력보단 인재양성이 더욱 시급한 시점이다.
이 뮤지컬장르는 환티지한 영화이며 즐거움과 페이소스도 함께 선사해 주는 다양한 메뉴가 종합선물처럼 갖추어진 영화이다.
차라리 우리도 아류의 영화가 나올 바엔 뮤지컬을 완성도 있게 만들어낸 인도영화들 처럼 '까삐 꾸시 까삐 깜'^(제2회 광주국제영화제 상영작) 흉을 내듯 우리도 뮤지컬이나 모방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본래 연극에서도 뮤지컬 부분은 많은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제작이 가능하다.
누구나 '시카고'를 보고 나면 최고의 뮤지컬임을 그냥 느끼게 될 것이다.
"영화 제작자님들 이젠 뮤지컬 아류의 영화들을 제작하시는 게 어떠실런지요!…"
피눈물로 제작한 영화'동승'
입력시간 : 2003. 04.12. 00:00
많은 영화들이 개봉 전 일반관객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갖는 것이 요즈음 추세이다.
어제 개봉된 주경중감독의 '동승'을 필자는 지난 4월 4일 광주극장에서 시사회를 치른 직후 감독과의 대화시간을 통해 그를 알고 감독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꼭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게 되었다. 필자도 너무나 생생하게 직접 우리영화계의 속성과 흐름을 겪어본 터라 거론하게 되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자존심 하나로 버티는 것이 과거 양반들과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었으며, 특히 열약(劣弱)한 환경에서부터 시작된 우리영화계는 더욱 그러하다. 그의 영화경력으론 대학시절(외국어대 '울림'영화동아리)부터 시작한 영화수업 이후 충무로에 진출해 1989년 영화사 사장으로서 광주항쟁을 소재로 한 '부활의 노래'를 제작했으나 당시 그는 빚잔치를 하고 말았다.
14년 동안을 빛 더미 속에서 오로지 영화만을 생각하며 은근과 끈기로 버틴 그는 필자처럼 가족에겐 많은 죄를 지은 인물이다. 그러나 가식(假飾)없이 솔직한 그의 태도와 솔직하며 담백한 화술, 또 고향도 여수부근 율촌지역 이기에 더욱 가까운 정감이 가는 인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순수함이 느껴지는 그의 모습과 상대에게 절대 부담스럽지 않게 대하는 그의 품새 등이 요즈음 사람들과는 너무 다른 느낌이었다.
1930년대 월북작가인 '함세덕'선생의 희곡으로 쓰여진 '동승(童僧)'은 한국의 색채와 정서가 살아있는 동화 같은 드라마로서 기획에서부터 3년 간의 치밀한 시나리오 작업을 거처 7년여간의 제작 기간이 소요됐으며, 전국 각지를 계절의 변화에 맞춰 넘나들면서 철저히 자연광에 의해 순간의 신비로움을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큰스님과 총각스님 그리고 동자스님을 내세워 불교이야기를 현대적 시각으로 풀어낸 작품이며 아홉 살 어린 스님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서정적이며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또 '동승'은 국내개봉에 앞서 해외시장과 국제영화제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작년 상하이국제영화제의 최우수각본상 수상에 이어 몬트리올영화제의 world cinema 부문과 코펜하겐국제영화제, 카이로영화제, 상파울로영화제, 시카고국제영화제, 하와이국제영화제에서도 공식경쟁부문에 초청되었고 특히 38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시카고국제영화제에서는 관객상을 수상했다. 이 외에도 스웨덴 예테보리국제영화제 등 30여 곳의 세계유수영화제에서 초청의사를 타진해 오고있어 앞으로 '동승'의 행보는 더욱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제작기간 동안 너무 괴로웠던 후일담들을 웃으면서 가볍게 털어놓는 솔직한 감독의 대화시간 뒤엔 피눈물 같은 느낌들이 그의 가슴속 깊이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촬영부원들이 어려운 '동승'의 제작여건을 알고 前 촬영 팀에서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필름을 얻어와 '동승'에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이 작품은 십시일반(十匙一飯) 스탭 모두의 노력과 정성으로 탄생시킨 작품이로구나 하고 감탄 할 수밖에 없었다.
'별'로 감독 데뷔한 '장형익'감독은 당시 '동승'의 조감독으로서 갖은 고생과 역경을 헤친 숨은 공로자인데, 그는 주경중감독의 고교와 대학 후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촬영을 마치고 십 여일 동안의 밀린 숙식료를 대신해 마치 과거 악극단시절을 연상케 하는 경우처럼 영화사 대표로 여관에 볼모로 잡혀 있다가 우여곡절 끝에 서울로 올라 왔다는 등 괴로웠던 일들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한다.
"마지막까지 그와 함께 자리를 지켜준 스탭과 배우들에게 꼭 보답할 터이다"라고 힘차게 외치는 주경중감독이 왠지 부럽게만 느껴진다.
이렇듯 아무리 배가 고파도 한 방향으로 꾸준히 노력한다면 마음이 큰 부자로 바뀐다는 사실을 '동승'을 통해 새삼 터득하게 했다.
영화제는 꼭 필요한 문화사업
입력시간 : 2003. 04.19. 00:00
언제 봄이 왔었던가. 산과 들엔 매화, 벚꽃, 이화, 유채 꽃들이 피고 지면서 무공해의 상징인 나비들도 찾아들어 이젠 무겁고 차가운 겨울이라는 계절은 스스로 외투를 벗어 던져 버린지 오래이다. 그러나 겨울인지 여름인지 모호한 날씨가 계속되어 혼란스러운 계절임에는 사실이다.
잔인한 4월이라고 했던가. 연일 이어지는 전쟁뉴스로 아침을 시작해서 지친 경제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우리들의 모습을 하루종일 지켜보다가 또 피곤한 자화상을 보듯 전쟁의 공습소리와 함께 저녁뉴스를 맞으며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영화를 대입시켜 이야기하기란 왠지 신선놀이나 하고있는 조금은 모호함과 환상 속에 살아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다.
영화보기 좋은 계절이며 책보기도 좋은 호절기((好節期)이다. 영화보기 좋은 날을 알리는 듯 지난 4월 11일 서울여성영화제를 시작으로 금년 우리나라 영화제행사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고 나름대로 준비와 가동에 들어갔고 다가오는 4월 25일 개막되는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는 눈코 뜰 사이 없이 한창 바삐 움직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엔 국제영화제라는 타이틀로 장편 극영화를 주 소재로 선택한 영화제는 부산, 부천, 전주, 그리고 광주가 있다. "조그마한 우리나라에 왜 이렇게 영화제가 많은가? 예산 낭비다"라고 의문을 제시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때마다 필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영화제를 개최하는 큰 이유로는 여러나라에서 제작된 영화들을 일정한 장소나 인접한 부근에서 짧은 기간에 다수의 작품들을 상영하여 영화매니아들이 짧은 시간에 타국의 큰 영화제까지 가지 않고 골고루 쉽게 경제적으로 접 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고, 아울러 그 지역에 관광이나 문화산업적인 측면에서도 플러스 알파가 적용되는 그런 시너지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장점을 그 특징으로 들 수 있다"라고 강변(强辯)하곤 한다.
또 우리에겐 좋은 문화를 향유 할 수 있는 특권도 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하였듯이 영화를 볼 바엔 좋은 영화를 다양하게 보고싶어 하는 것이 영화매니아들의 열망이기도 하다.
각종 영화제에서는 지난 1년 간 제작된 영화와 최근 미 개봉된 작품들 기준으로 상영하거나 이미 제작되었어도 또 많은 이들에게 인정을 받아 수작으로 정평이 난 화제작품들을 그리고 크게 부각시켰어야 할 작품들이 이러 저러한 사정들로 인해 오랫동안 지하에 묻혀 있다가 영화제를 통해 다시 세상 밖으로 햇빛을 보게되는 그래서 새롭게 재조명시키는 경우들을 종종 접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는 다행스러운 이야기다. 예를 들어 1960년대 제작되었으나 당시는 잡다한 이유들로 빛을 보지 못했지만 어제 막을 내린 제5회 서울여성영화제에서는 1963년 '또순이'(박상호감독) 1967년 '월하의 공동묘지'(권철휘감독) 1967년 '산불'(김수용감독) 1969년 '백골령의 마검'(박윤교감독)등의 작품들이 연기자 '도금봉선생의 회고전'이라는 섹션으로 상영되어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작년 서울 여성영화제에서도 이 고장의 출신인 송경식감독의 '사방지'가 14년 만에 다시 재조명되었다고 알려 드린바 있지만 또 이번에도 많은 영화들이 이처럼 새롭게 각인되었다. 이렇듯 영화제를 통해 3~40년 만에 다시 새싹처럼 피어올라 튼실한 열매를 기약하며 영화매니아들의 화두(話頭)에 오르고 있어 영화제의 또 다른 순기능을 엿볼 수 있다.
필자는 영화제가 고을마다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거의 중소도시들은 적은 규모이지만 여러가지 영화제들을 통해 영상문화의 마인드를 키워 나가는 경우들을 볼 수 있다. '경제대국' 또 '이코노믹에니멀'등으로 불려지고 있는 일본의 경우 국제영화제 성격보다 소규모로 치러지는 영화제 행사들이 250여 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즉 영상으로 인한 '문화대국'이 곧 '경제대국'이며 바로 영상문화수준이 세계 속의 강국임을 알리는 바로메타이다. "영화제는 꼭 필요한 문화사업이다."
영상위원회의 부가가치
입력시간 : 2003. 04.26. 00:00
오는 30일. 광양, 순천, 여수 등 3개 도시가 연합하여 설립한 '남도영상위원회'(위원장 조충훈 순천시장)가 본격적인 출범을 하게된다.
'남도영상위원회'(이후 '영상위'로 표기) 탄생이 주는 여러 가지 의미는 매우 크다.
필자는 이들 3지역 '영상위' 관계자들의, 그동안 보이지 않는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 드리며 '남도영상위'탄생은 '예향' '문화수도'등등 운운하며 자아도취(自我陶醉)나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져있는 광주광역시를 비롯한 타 지역 영상관련 자들에게 큰 경종을 울려주기에 충분하다. 영화전문가라고 자부하고있는 필자도 '남도영상위'의 출범을 진심으로 반기면서도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관계자들에게 송구스러울 뿐이다.
필자는 2월 하순 "광주. 전남권역 영상문화 발전방향에 관한 제언"이라는 주제로 某 포럼단체에서 연사로서 '영상위원회'에 관련된 사항을 발표한 바 있다. 또 다시 2개월 전 필자의 제언들을 되새기고자 하는 이유는 너무나 황망(惶忙)하고 허전해서이다.
'영상위'란 서울에 집중된 영화 영상산업을 지역으로 끌어 들여 해당 지역의 영상문화 마인드를 구축시키고 아울러 지역경제에 큰 도움을 주는 단체이다. 다시 말해 영화 한편이 지방에서 촬영되어 만들어지면 문화적인 인프라구축은 물론이거니와 관광산업, 숙박업, 요식업등 여러 분야가 그 혜택들을 누리게 된다는 결론이다.
얼마 전 '전주영상위'에서 발표한 통계수치를 참고로 알려드리면 서울에 소속한 영화사 1팀이 지방에서 영화를 한편 완성할 경우 해당지역 경제에는 평균 5억원 이라는 거액이 유통되어 지역경제에 상당한 도움을 주게 된다. 요즈음 돈의 가치를 따져보면 지역에 뿌려진 5억 원이란 효과는 그리 크지 않게 생각될지 모르지만 이후 영화성공으로 인한 부가적인 가치는 실로 어마어마한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예를 들면 부산의 경우 세계적으로 "서울은 몰라도 부산은 안다"라는 말이 통할 정도로 영상도시로 탈바꿈되지 않았는가. 2002년 부산에서 촬영된 영상관련 제작편수가 80편이며 전주는 24편에 달한다. 참고로 작년 우리영화가 78편 제작되어 77편이 개봉되었던 통계수치를 볼 때 부산이나 전주에 몰린 영상촬영관련 팀 수는 우리나라 제작편수를 능가하고 있다. 그것은 해외에서도 이곳을 촬영지로 선정해 많이 찾고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우린 거꾸로 동남아나 미주 지역으로 눈을 돌려 TV드라마, 영화, CF, 뮤직비디오 등을 촬영해 오고있는 실정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가까운 전주를 예로 들면 작년 영상제작팀을 유치한 24편×5억원^120억원이 지역경제에 이바지하였고 '영상위'를 1년 꾸려 나가는 살림 비용은 1억 9천만 원의 市 예산이 집행되었다.
단순한 논리(120억원-1.9억원^118.1억원)라 해도 이것은 분명 남는 장사가 아닌가…
각 지역의 단체장님들께선 아마 이 정도의 기초적인 수학실력들은 갖추었으리라 생각된다.
필자는 지면이나 포럼 그리고 TV, 라디오방송 등을 통해 자주 이러한 문제들을 거론한바 있다. 그러나 공염불에 불과한 공허한 메아리만 돌아올 뿐 진지하며 참다운 영상에 관련한 관청(官廳)에서의 반향(反響)은 전무한 실정이다.
부디 각 관청의 문화, 예술, 홍보분야 관계자들께서 막중한 업무 속에 영상업무까지 곁들여 일 보시기 바쁘고 고달픈 줄 잘 알지만 조금 다른 각도에서 다시 한번 영상관련 업무 쪽에 안테나를 세워보심이 어떨지 제언해 본다.
경제적, 문화적, 관광산업측면 등 지역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이 좋은 아이템에 민(民)과 관(官)이 눈과 귀를 기울여 현실의 흐름을 직시하였으면 한다.
변화하는 시대에는 변화의 흐름을 잘 읽어 대처했던 나라나 지역이 크게 발전했던 경우를 생각해 본다면 영상과 관련된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설렘과 감동의 영화제
입력시간 : 2003. 05.03. 00:00
이런 경험들 있으시지요!…
어린 시절 소풍가기 전날 밤 설레는 가슴으로 밤잠을 설치곤 했던 추억들.
필자는 규모가 크든 작든 그 어떤 영화제에만 참석하게 되면 어릴 적 소풍을 갔었던 당시의 마냥 즐거웠던 그때와 다름없이, 모든 것을 잊고 훌훌 도시의 묶은 때와 먼지를 털어 내듯이 가족을 팽개친 체 혼자 영화제 심연 속으로 깊이 빠져들곤 한다. (가족들에게는 진심으로 미안!… 대한민국 남성들 저를 따라하면 복(?) 받을 거예요!…)
지난 4월 25일 전북 온고을(全州)에서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가 개막되었다. 벌써 10일 째인 내일 폐막식이 순서를 기다리며 또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개막 당일부터 너무나 많이 몰린 매니아들 덕분에 기후 변화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심플하면서도 경쾌하고 훌륭한 방식으로 말끔하게 치러 냈다. 그것도 62만 중소 도시에서 어쩌면 25만명 도시인 '깐느'처럼 조용하게 그리고 실속 있게 거뜬하게 치렀다는 것이 매우 대견스럽다. 그것은 바로 관청의 힘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종래에 볼 수 없었던 문화관광부장관도 참석을 했기에 더욱 자리가 빛났다고 보며 그곳에 대통령이 참석하게 된다면 국제적 규모의 영화제가 더욱 빛이 나리라 사료된다. 그야말로 성대히 개막식을 치러 냈다고 관계자들은 싱글벙글이다.
매년 온 고을 전주영화 축제에는 참가했었으나 이번처럼 필자는 가슴 뿌듯했던 기억이 없다. 많은 인파 속에서 치러낸 행사도 행사이거니와 내용과 질적인 측면에서 예년에 비해 훨씬 변화되었음을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단 한 영화 프로그램으로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말았다. 과거 연극무대를 그대로 영화에 옮겨 상영했던 Film d′art (필림다르)라는 세계영화사에서 크게 다루는 사조가 있었다.
Film d′art (필림다르)란 연극무대를 영화필림에 기록하는 단순작업에 불과 했지만, 줄거리 전달 및 연극배우들의 먼 거리(Long Shot)에서 행해지는 연기들을 마치 환상 속의 연기처럼 관객들은 받아들였고 그 자체를 또 하나의 장르인 영화로 느끼고 감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필자는 과거 '필림다르' 시절의 그 흥분을 이번 전주에서 작품 '마지막 편지'(The Last Letter^ 2002년 프랑스, 미국제작 '프레드릭 와이즈만'^Frederick Wiseman감독과 여자주인공인 연로한 '카트리느 세이미'^Catherine Samie)를 통해 재삼 느낌 바 크다. 그 이유는 다른 영화제에선 프로그램 선정 당시 대중성이 크게 결여된다는 이유 하나로 조건 없이 대부분 작품선정 과정에서 제외되곤 했다. 그러나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선 과감하게 받아들이고 대안적인 요소로 승화시켜 차분하게 풀어 가려는 재치 또한 일품이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유대인 포로수용소에서 죽음을 눈앞에 두고 대항군의 전선에서 고군 분투하는 아들에게 어머니의 절박한 감정이 실린 음성과 감정을 유언처럼 크게 부각시켜 보내는 편지를 주 내용으로 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 속에는 그림자극을 비롯하여 영화의 가장 특징인 클로즈업, 그리고 유리나 그림자를 통해 투영된 피상적이며 다분히 상징적인 화면들로 엮어 가는 모노드라마형식의 독특한 영화로 많은 매니아들에게 새롭게 선보여 영화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했다. 예를 들어 빅 크로즈업(Big Close Up)된 어머니의 자상한 손과 어머니의 인자하신 모습 등 어머니의 이미지가 모두 이 영화 속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영화 매니아 여러분!… 영화제기간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작품들 위주로 선택해 보시는 것이 영화제를 즐기는 요령중 하나입니다.
다음 제7회 부천영화제를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영화제는 영화인이 중심 돼야
입력시간 : 2003. 05.13. 00:00
광주에서 어떻게 국제영화제가 치러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에 필자는 지면을 통해 광주국제영화제(이하 'GIFF'로 표기함)의 활성화를 위한 쓴 소리를 하고자 한다.
사단법인 광주국제영화제는 사무국 중심으로 잠정적으로 오는 8월 22일을 개막 D-DAY로 정해 놓고 새롭게 홈페이지도 단장하고 나름대로 영화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일은 아직도 몇몇 영화인들이나 중부지방 위에 있는 많은 영화전공 학생들도 'GIFF'의 개최 사실도 모르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작년 제2회 개막식은 TV 생중계라는 우리나라 영화제 역사상 전무한 시도로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광주의 생방송 사실에 상당히 고무되어 부랴부랴 TV 생중계를 실시한 바 있었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나름대로 알리기에 주력을 했던 'GIFF'는 최선을 다 했었다고 본다.
각설하고 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2000년 1회를 치러낸 '전주국제영화제' 성과 정도쯤 2003년 광주국제영화제 행사가 잘 치러졌으면 한다.
매년 'GIFF'는 행사 2개월 전에야 영화제 팀들이 정상적으로 가동이 되는, 그러한 잘못된 습관이 금년에도 또 답습될 공산이 매우 크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최소한 6개월 전에는 모든 시스템들이 정상적으로 가동이 되어도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이 모든 영화제 진행자의 공통된 의견들이다. 더욱이 타 영화제보다 더욱 빨리 시작한다해도 노하우가 약한 광주로서는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영화제의 꽃이라 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집부터 시작해서 그들의 교육과 조직위나 집행위 등의 인적구성 그리고 프로그래머 선정 등이 약 6개월 전에는 완료되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GIFF'가 내적으론 밑그림들을 구성해 놓고 있다 하지만 외적으로 여러 부분에서 걸림돌들이 있어 아직 조직위나 집행위, 프로그래머 선정 등의 발표가 늦어지고 있어 아직도 매끄럽게 진행이 안되고 있는 현실이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다. 관청의 이러 저러한 사유들로 인해 예산 집행이 늦어지고 있어 8월 영화제행사를 앞두고 관에선 먼 산의 불 구경하듯 방관만 하고있다는 느낌이 든다. 좀더 적극적인 관청의 지원이 아쉽다는 이야기이며 아울러 예산 집행이 늦은 이유로 인해서 지난 1,2회 행사처럼 상황이 급조되어 급히 액션을 취하게 되는 현상들이 영화를 하는 필자로서 마치 양심을 속이고 얼렁뚱땅 행사만 억지로 치러내는 짜 맞추기 형태의 불합리한 현상들을 직접 보면서 몹시 유감스럽고 개탄(慨嘆)스러웠었다는 사실이다.
한편 'GIFF'의 활성화를 위해 선 광주시청을 비롯하여 유관단체 그리고 범 도․시민적인 행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언론매체들이나 문화 예술분야의 관계자들의 적극적이고 성의 있는 행동과 이 지역에 있는 규모 큰 기업들의 경제적인 지원책들이 적극적으로 이루어 져야만 한다. 또 중요한 부분은 조직위원장인 광주시장님께서 직접 타지역 영화제에 참석해서 어떻게 행사를 하고 있는지 한번쯤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연구 분석해 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한편 이 지역 영상발전에 관련하여 과감하게 메스를 대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영상하고는 아무 관련이 없는 지역인사들이 서로 'GIFF' 행사에 참여하려는 것이다. 영화제는 영화에 몸담고있는 자들이 주축이 되어 이루어져야 올바른 행사가 된다. 아무리 대중성을 띤 영화라 하지만 아무나 영화제 행사를 치를 수는 없다. 正道를 걷지 않는 영화제는 필요없는 영화제이다.
음악제는 음악인이, 미술제는 미술인이, 무용제는 무용인이 관련된 행사를 다루고 치러내는 것이 당연하지 않는가.
영화제 역시 영화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서 서로 힘을 모아 영화인들을 도와주어야만 한다.
함께 보고픈 영화'나비'
입력시간 : 2003. 05.17. 00:00
'나비'(김현성감독)를 보고 '오락영화의 장르도 여러 가지다!' 라고 강조하고 싶다. 필자는 종종 이 면을 통해 영화란 종합선물이어야 한다고 피력한 바 있다.
'나비'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며칠 전 오락성 영화로만 알고 극장을 찾았었다. 이 영화는 우리만의 독특한 정서를 모르면 그 참 맛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대한민국적인 요소가 듬뿍 담겨진 작품으로서 과거 우리의 모습을 통해 현재, 미래를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며 기술한 종합선물의 다양성을 찾아볼 수 있었다.
프롤로그 부분인 영화 속 1975년 배경은 한때 우리영화계를 풍미했던 오버미학의 진수로 일컬어지는 신파(新派)유형의 스타일로 꾸며져 더욱 흥미로웠고 이후 코믹과 멜러 부분이 펼쳐지고 이어서 1980년대의 조직폭력배들이 등장하는 액션장르도 담겨진다. 또 속칭 3류 인생들을 표현하는 양아치들의 세계도 잠시 보여지며 그밖에 황당한 상황 설정 등으로 인한 대중적인 요소들도 함께 아우러져 보는 즐거움도 담겨있다. '이 정도로 영화가 마무리되겠지!…' 하였는데 큰 착오였다.
순간 필자는 이 영화가 '그냥 넘겨서는 안될 영화구나!' 하고 모든 촉각과 신경을 곤두 세워 곧 바로 관람자세를 고추 새운 체 머리에 쥐가 나도록 낱낱이 살피며 영화 분석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다시 말해 이 영화 속엔 인간의 大命題인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 등이 담겨있었으며 또한 갖가지 에피소드들과 함께 영화적 요소들이 넘치도록 들어있었다. 한편 장면마다 의미가 부여된 즉 영화용어로 '미장센(mise-en-scene^장면화)화' 되어진 매우 탄탄한 작품이기에 필자는 금년 들어 우리 영화 중 최고의 영화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감탄하게 되었다.
영화 '나비'속에는 사랑과 배반, 부적절한 삶 그리고 부조리한 상황들과 또 과거 우리의 큰 아픔 등이 담겨있었고 당시 크게 부각되었던 정치적인 문제들과 통수권자의 독재 행위가 영화의 소재로 인용되어져 한편으로는 다시는 기억하기조차 싫은 회색 빛 과거들이 영상을 통해 그 반성의 장을 마련한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구원적(救援的)인 요소와 함께 반전(反轉)에 반전이 거듭되어 그럴듯한 영화적인 맛도 느낄 수 있었다.
한정된 시간 속에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다보니 다른 철학적 요소를 강조한 지적이며 중후한 스타일의 영화에 비해 깊은 맛이 떨어지는 부분도 볼 수 있었고 억지스러움도 엿보이나 영화라고 하는 매체 속에선 다분히 그냥 넘어갈 수 밖에 없는 그러한 상황들로 연출되어졌다.
또한 과거에 금기 시 되었던 삼청교육대 부분들을 '나비'에선 과감하게 민과 군의 첨예한 부분들까지 사실성에 바탕을 두고 매끄럽게 극적인 구성을 표현시켰기에 높이 평가된다.
이처럼 작품 '나비'는 사회정화를 빙자한 삼청교육대가 독재의 도구로 활용되던 시절을 배경으로 다룬 작품으로서 지나간 모든 일들을 망각 속에 까마득히 잊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다시 한번 자극을 주고 있다.
마치 6년을 애벌레로 지내다 세상에 나와 불과 몇 시간 또는 며칠을 날개 짓하며 살다가 영원히 사라지는 나비들처럼 이 작품 또한 숱한 각고 끝에 탄생된 걸작이라 판단되기에 좀더 오랫동안 작품 '나비'가 관객들의 뇌리에 남겨졌으면 한다.
필자가 영화의 줄거리도 밝히지 않고 이야기하고 있어 아직 못 보신 관객들은 조금은 의아해 하며 답답하시게 느껴지시리라 생각되지만 왠지 이 지면을 통해 구체적인 '나비'의 줄거리는 소개하고 싶지 않다. 꼭 극장에 가서 확인들을 해 보셨으면 하기 때문이다.
필자처럼 가끔은 아무런 예비 지식과 정보 없이 영화를 접해 보는 것도 본인 스스로 자신의 영화감상에 대한 척도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작가주의 영화와 대중적인 영화
입력시간 : 2003. 05.24. 00:00
요즘 '살인의 추억''와일드 카드'가 박스오피스의 1,2위 순위에 올라가 있다.
두 작품 모두 대중적인 요소들이 매우 강하면서도 작가주의적인 코드들도 담겨있어 관객들 마음속에 깊이 파고들고 있다. 금년 우리영화 최고의 자존심으로까지 예상되는 '살인의 추억'은 두 연기자의 독특한 캐릭터와 종래에 찾아보기 힘든 튼튼한 시나리오, 그리고 치밀하고 안정된 연출로 인해 관객몰이에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지난 5월16일 개봉된 '와일드카드'(김유진감독)에 왠지 애정이 더 많이 간다.
1990년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라는 문제작으로 데뷔한 이후 김유진감독은 줄곳 본인의 의지가 강하게 돋보인 작품들만을 선 보였었다. 아울러 이번 '와일드카드' 또한 너무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기에 더욱 필자의 마음을 동요 시켰다.
40세 미만의 젊은 감독들이 한국영화계를 뒤흔드는 요즈음의 흐름 속에서 꿋꿋이 54세의 적지 않은 나이로 젊은 감성에 호소하며 힘이 넘치는 진실한 영화를 연출하는 용기가 고귀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물론 몇몇의 연세 드신 대 선배감독들도 아직 충무로를 지키고 계시지만…
1998년 조폭의 보스와 여의사와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약속'으로 전국 300만 관객들의 가슴을 두들겼던 김유진감독이 이번엔 또 다른 인간적인 카드를 들고 자신 있게 관객들에게 다가섰다.
'와일드 카드'는 고달픈 직업으로 분류되는 '형사'라는 직업을 집요하면서 적나라하게 파헤쳤다고나 할까? 2년에 걸친 밀착 취재 결과 네이크 리얼리티(naked reality)를 추구하는 리얼형사극으로 영화를 탄생시켰다.
김감독은 데뷔시절부터 그의 작품 속엔 작가주의적인 정신과 대중적인 상황들이 알맞게 담겨있으며, 또한 미리 관객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면서 완성시키는 철저한 프로 정신이 앞선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와일드 카드'는 선(善)을 구(救)하는 입장에서 죄를 짓고 살아가는 집단들과 공존공생 할 수밖에 없는 수사관들의 모습들을 가감 없이 그대로 자연스럽게 표출시켰다. 그래서 필자는 이 영화를 다큐영화장르처럼 진실된 영화로 분류한다. 또한 '와일드카드'라는 제목은 직접 몸으로 부대끼면서 거친 상황 속에서도 묻혀 지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직업적인 현실에 걸 맞는 단어이기도 하다.
거친 화법 속에서도 곳곳에 숨겨진 휴머니즘적인 요소와 함께 페이소스도 들어있어 2시간이 훌쩍 넘어가고, 결말부분에 기대했던 선과 악의 대결구도는 관객들의 상상을 미리 예측해 상황을 미궁으로 슬쩍 미루어 놓는 즉, 명쾌히 끝내주지 않고 관객들의 몫으로 여운을 남기고있어 더욱 영화 보는 재미를 더욱 맛깔스럽게 해 준다.
작가주의적인 관점에서 볼 때 '와일드카드'는 선과 악의 대결구도가 공존하는 현실 속에서 관객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과 아울러 반성의 기회까지도 제공하며, 또 이 사회 속엔 언제든지 또 다른 악의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음도 라스트 시퀀스에서 슬쩍 운을 남기고 있다. 그래야 선(善)이 더욱 돋보인다.
대중적인 요소로서 강한 인상을 주었던 라스트 시퀀스는 일품이었다.
형사집단들은 몽둥이와 쇠파이프 등의 거침없는 세례로 그동안 법의 테두리 속에 갇혀 있던 참을 수 없는 울분들을 한 장면으로 처리해 움츠리며 수사하던 자신들의 처지를 일 순간에 해소하고 만다.
또한 주인공 '방형사'역인 양동근이 범인으로부터 다리에 큰 상처를 입는 안타까움도 곁들여 관객들로 하여금 더욱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재치도 담고 있다.
이처럼 대중적이면서도 작가주의적인 영상들로 꾸며져 있기에 영화 보는 재미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상의 기쁨이 되었다.
우리영화 너무 좋다!!
영화는 세계공통어
2003. 05.31. 00:00 입력
영화社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가상의 현실을 대 전제로 미래의 인간구실을 하게될 기계인간들이 순수인간들로부터 생체 에너지를 약탈하려 한다"는 주제로 설정하여 만들어진 '매트릭스2 리로디드'가 전국 320여개의 스크린을 장악하였음을 자랑스럽게 발표하였다.
어떻게 보면 허무 맹랑하면서 환상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들로 엮어진 '매트릭스2 리로디드'가 세계영화계 평정에 나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이곳 광주지역 37개의 개봉스크린 가운데에서도 10개의 스크린이 '매트릭스2 리로디드'를 상영하고 있어 거대 공룡의 실체를 새삼 느끼게 한다.
얼마 전 미국이 짧은 기간에 이라크를 점령해 버리듯, 많은 영화들이 거대한 공룡의 포효 속에 숨죽이며 '메트릭스2 …'의 열기가 식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5월 14일 개막된 제56회 깐느영화제가 25일 그 막을 내렸다. 당시 현장의 분위기를 알리는 기사 중에 '메트릭스2…'의 주인공들도 눈에 띄는, 세계적 톱스타들이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프랑스는 미국을 싫어한다. 그러나 깐느는 미국을 좋아한다."라는 사진 밑에 써진 글을 본적이 있다.
언뜻 듣기엔 부조화된 현상이라 느끼면서도 왜! 무슨 이유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문구이다.
역시 깐느는 다르다. 언제 전쟁이 있었던가 싶게 그들을 환영하고, 환호하고, 열광하고, 모두 함께 영화의 심연 속으로 빠져들었으며 또한 영화제 기간을 이용해 메인 상영관 지하 1층에서 "필름마케팅시스템"도 가동이 되었다. 필름마케팅시스템은 세계 각처에서 자국의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부스를 설치하고 마케팅 전략을 펼치기도 해, 영화제 기간 중에 정식적으로 선정된 공식프로그램 이외에도 각 국의 부스를 통해 또 다른 영화들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되어 있다. 즉 다양한 행사로 깐느는 영화 속에 푹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지닌 영화제이다.
언제부터인가 행사기간 중엔 깐느 어느 곳을 가도 우리나라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우리 나라도 영화를 사랑하는 인구가 많아졌다는 데 그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영화 매니아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깐느를 찾아 새로운 타입의 영화를 구하기도 하고, 우리영화를 판촉 하는데 열을 올리기도 한다. 여기에 많은 한국의 영화사 관계자들이 대다수 참여해서 영화의 수출입을 상담하는 장이 펼쳐지기도 한다. 금년 우리나라는 마케팅부분에서 좋은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매년 깐느 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작품들은'대중성 결여'라는 큰 상처를 안고 탄생된다. '역사에 기록은 되어도 대중의 사랑은 별로다' 라는 대접을 받는다.
즉 영화를 심의하는 전문가 집단과 영화를 관람하는 대중과의 사이엔 많은 관점의 차이가 있음을 여실히 증명해주는 단적인 예이다. 다시 말해 대중성과 순수성은 많은 차이가 있다. 아무리 영화라는 매체가 오락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해도, 예술적 순수성의 범주를 벗어나게 되면 1회용 라이터 또는 1회용 휴지에 불과하다고 필자는 항상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대중가요와 클래식 음악을 구분하듯 영화도 대중영화와 순수영화 등으로 구분되어 진다고 지난주에도 기술한바 있다.
우리 나라에도 많은 영화제가 있다. 어느 곳에서나 순수장르를 비중이 있게 다루고 있어, 우리 나라 영화매니아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필자는 대중적인 영화들도 좋지만 순수영화, 독립영화, 작가주의영화, 저예산영화, 단편영화, 실험영화, 안티(anti)영화, 대안영화 등의 단어들이 나열된 영화 프로그램엔 주목을 하셔서, 순수를 지향하는 영화예술인들의 사기를 높이 올려주셨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앞서 '프랑스'와 '깐느'를 예로 들어 기술한 것처럼, 영화는 이념이나 사상 그리고 국경도 없으며 오직 영상의 힘만으로 이견(異見)들을 하나로 만들어 내기도 하며, 세계를 화합으로 유도하는 세계공통어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고있다. ---2003년 6월 5일 02시 20분 박형균 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