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풍속의 '歲'는 한해를 의미하고 '時'는 네 계절을 뜻하므로 1년 4계절에 관련된 풍속이다. 따라서 세시풍속은 한해를 단위로 일정한 시기에 관습적, 주기적, 전승적, 반복적, 의례적으로 거행되는 행동양식 또는 생활행위라고 할 수 있다. 세시풍속을 다른 말로 연중행사라고 하듯이 일년 동안 행해지는 자연신앙, 조상숭배 등의 종교주술적인 행위와 각종 놀이, 관습 등이 내포된다.
현대적 의미의 세시풍속은 시대나 사회, 관념 등의 변화로 복합적인 면모를 지니는데 자연의 운행법칙에 따른 자연력, 생산주기의 생업력, 전통적인 의례력 뿐만 아니라 경축일, 기념일, 공휴일 등으로 그 개념이 확대변화되고 있다.
세시풍속은 공동생활 집단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최선의 행동체계로 관습화되고 유형화되어 생활상 변화를 주게 되는데, 단순한 시간의 변화를 역동적이고 의미있는 시간의 흐름으로 바꾸어 주게 된다. 강원도 지역의 세시풍속은 지역적 상황에 따라 달리 나타나고 있는데 산간과 해안, 평야지대의 경우가 다르고 계층, 생업, 성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인 강원도의 세시풍속을 중심으로 자연력과 의례력, 생산력의 사례를 논하면 다음과 같다.
第 1節 春季의 歲時曆과 農漁業曆
춘계는 음력 1월부터 3월까지인데 맹춘, 중춘, 계춘으로 나뉜다. 봄철의 세시풍속이므로 예축적인 의미의 행사들이 중심을 이루며 한해 동안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게 된다. 이때는 24절기에 의한 자연력과 함께 농경의례적인 생산력, 전통적인 의례력의 시작을 알리므로 다양한 행사들이 집중된 계절이기도 하다.
춘계에 드는 대표적인 세시풍속은 1월의 설과 보름, 2월의 영등날, 3월의 삼짇날이 있으며, 24절기로는 1월 입춘과 우수, 2월 경칩과 춘분, 3월 청명과 곡우가 들어있다.
1. 正月
1) 설날
1월에는 설날 행사가 대표적인 의례력이다. 설날은 한해의 첫째날로 이날을 명절로 삼고 있는데 우리 민족이 한해 첫날에 예를 표했음은 《後漢書》 등의 중국문헌에 기록되어 있듯이, 서로 경하하고 해와 달의 신에게도 배례를 하였다.
《三國遺事》에는 亥子午日에 온갖 일을 꺼리고 조심하여 감히 움직이지 않았다는데, 이를 '달도'라 했으며 서글피 근심되어 백사를 금하는 뜻이라 하였다. 설날은 이처럼 섧다, 슬프다에서 나온 것으로 보기도 하고 나이를 뜻하는 우리의 고어 '살'에서 나왔거나, 새로 솟아난다는 뜻과 마디의 뜻을 지닌 산스크리트어 '살'(sal)에서 기원했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설날의 가장 큰 행사는 무엇보다 조상을 기리는 追遠報本의 차례다. 《농가월령가》에서 "사당에 배알하니 병탕에 주과로다"라고 한 것 처럼 새해에는 각 가정에서 음식과 술을 장만하여 제사를 지낸다. 사당이 있는 집에서는 4대조를 모신 위패 앞에서 지내고 그렇지 않은 집에서는 안방에 제상을 차린다.
설날에는 새옷을 입고 차례를 지낸 후에 웃어른이나 이웃에 세배를 다니는데 새 단장으로 꾸미는 것을 '설빔'이라 한다. 남녀 성인들은 한복으로 갈아 입고 아이들은 색동저고리와 금박 옷고름을 다는데 머리도 단정히 빗으며 얼굴도 정갈하게 한다.
가정에서는 나이 한살 더 먹는다며 떡국으로 시작을 하고 찰떡, 절떡, 과줄, 곶감, 수정과 등을 세배객에게 내놓는다. 봄을 맞는다는 뜻으로 '세주'를 마시며 서로간에 '德談'을 나눈다. 덕담은 일종의 언어주술적인 행위로 각자의 처지에 맞는 덕담을 웃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게 된다. 떡국은 흰가래떡을 동전처럼 동그렇게 썰어야 좋고 만두는 말굽처럼 만들어야 재물이 많이 들어 온다고 한다. 아울러 남아 있는 나물이나 찬류를 정리하는 의미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강릉시 사천면 노동중리 갈골마을에서 만드는 과줄은 맛이 좋은 산자로 차례상에는 필수품화되었지만, 강정류와 함께 간식으로도 많이 쓰인다. 요즘에는 양력 설을 지내는 가정이 많지만 음력 설날아침에는 여성들이 남의 집을 방문하는 것을 삼가는 풍습이 남아있다.
전통적인 제례를 지내는 집에서는 안택제와 텃고사도 지내고, 배가 있는 선주들은 배에 모신 배성주신을 위하고 풍어와 무사고를 빈다. 배성주는 한지를 무명실에 묶어 선장실의 구석에 매년 새로 만들어 건다. 떡꾹을 메 대신 놓고 제물은 평소 잡았던 생선 가운데 크고 좋은 것을 잘 말렸다가 쓴다.
동해안 어촌에서는 배성주신에게 한해의 풍어를 기원할 때 목욕재계를 하고 부정을 금한다. 제물을 진설하고 술잔과 소지를 올리며 "배성주님 올해도 가는 고기 눈감기고 오는 고기 손을 쳐서 아무쪼록 만선기를 꽂도록 축원하옵니다"라고 빈다.
설이 지나고 첫 개시장에서 복조리를 사는데, 남보다 먼저 사야 좋고 더욱이 복조리 장사를 불러서 사면 복이 더 들어 온다고 믿는다. 조리는 쌀을 이는 도구로 가정에서는 긴요한 물건이다. 요즘은 기계로 타작을 하므로 돌을 고르지 않아도 되나, 예전에는 일년동안 가정에서 사용할 조리를 정초에 사서 붉은 색실로 묶어 안방 윗쪽 벽이나 부엌에 걸어 두었다. 복조리 속에는 돈, 엿, 무명실, 성냥 등을 넣어 가정이 발복하기를 빈다.
강원지역의 복조리는 산죽을 쪼개어 물에 잘 불린 죽사를 엮어서 만드는데, 전남지방의 매끈한 모양과 달리 쌀을 떠올리는 부분이 반원이 아닌 사각형이며 손잡이도 다듬지 않은 투박한 것이 많다.
강원도 속담에는 "처갓집 세배는 앵두꽃 꺾어 가지고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처가에는 늦게 가며, '떡국겪기'라 하여 이웃을 초대하여 떡국을 나누어 먹는 미풍양속이 전한다. 강릉시 초당동에는 약 50년전부터 양력 설날에 '都拜'라 부르는 합동세배를 하는데 강릉시 성산면 위촌리에서는 음력 설날에 도배례를 행하고 있다. 마을에서는 가장 나이가 많고 결함이 없는 연장자를 촌장으로 모시고 주민들이 합동으로 세배를 올린다. 약 200년 정도의 전통으로 잇고 있는 이 마을에서는 율곡선생의 향약을 구심체로 하여 계원들이 매년 촌장 세배를 한다. 촌장은 계원 중 전임자가 사망하면 '존숭례'를 거쳐 추대를 한다. 계원은 직계존속 '승계'와 타계원 추천의 '신입'으로 나뉘는데, '승계'에도 맏아들이 잇는 '승입'과 차남 손자가 잇는 '추입'이 있어 오랫동안 계승된다.
계원의 축출은 불효자에 한하고 있을 정도로 효를 강조하고 있음을 보더라도 향촌사회 전통규율의 엄격함을 보여준다. 음력 정초나 초이튿날에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주민들이 각자 선물이나 음식을 준비하여 가지고 오며, 촌장댁 마당에 멍석을 깔고 일시에 촌장에게 절을 한다. 촌장 세배가 끝나면 연배순으로 교배례를 거행하며 전체 도배가 끝이 나면 이장의 주관하에 담배나 술, 양말 등의 선물을 서로 나누고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새해를 설계한다.
여성들은 안방에서 쌍윷을 놀고 아이들은 연날리기나 팽이치기, 썰매타기를 한다. 도배는 옥계면 남양리나 북동리 등 인근 마을에서도 행하고 있는데, 남양리에서는 200년이 넘게 도배를 하고 있으며 석남정에서 음식을 마련해 놓고 덕담을 나눈다.
정초에는 며칠 동안 상점이나 시장은 문을 닫게 되므로 시장에 가지 않으며 바느질이나 빨래도 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정월 초하룻날에 머리카락을 빨면 머리가 좋아진다고도 한다.
설날의 풍속은 영동 영서의 차이가 거의 없는데, 차례의 경우 제수차림이나 절차가 같으며, 덕담은 미래형이나 희구하는 말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정초놀이인 윷놀이의 경우는 윷의 크기가 다른데 영서쪽에서는 '장작윷'이라 하여 크게 만드는 고장이 많고, 영동에는 실내에서 '종지윷'을 가지고 논다.
2) 장승깎기
정초무렵이면 춘천, 홍천 등지의 마을에서는 장승깎기를 한다. 장승은 마을을 지켜주는 守門神格으로 마을의 안팎을 구분하는 경계표지와 이정표의 구실을 함께 한다. 따라서 장승은 수호신, 수문신, 방위신, 路神으로도 파악되는데, 홍천군 북방면 화동리 웃범골에서는 매년 정월 초나흣날 마을 주민들이 모여 가정의 행운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고 장승과 수살간을 깎는다. 주민들은 옛날에 전염병이 돌아 소가 병으로 폐사되었으므로 장승과 솟대인 수살간을 세우고 부터는 소의 병이 걸리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이 마을의 장승은 자귀, 끌, 낫 등을 이용하여 장승을 깎고 있으며, 신앙적으로 믿기도 하지만 마을의 전래 세시풍속으로 장승깎기를 하고 있다.
3) 코뚜레걸기와 금성동이 모시기
강원 농촌부락에서는 정초무렵이나 새로 이사를 하였을 때 안방위에 소의 코뚜레를 거는 풍습이 있다. 이것은 소의 코에 거는 물푸레 나무가 소를 길들이듯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재액을 코뚜레로 걸겠다는 협박형 풍속인 셈이다. 홍천군 동면 이대부락과 삼척, 고성 등에서 볼 수 있으며, 엄나무를 거는 입춘날의 풍속과도 유사한 관념을 보여준다. 또한 영월군 중동면 연상마을에서 금성할머니라는 분을 모시는 물동이가 있는데 이것을 '금성동우'라 부른다. 주로 劉氏 집안에서 믿고 있는 집안신인 금성할머니는, 단종의 호위군으로 영월에 왔던 입향시조 유익석의 부인이다. 금성할머니가 금성산에서 호환으로 작고함으로써 그 분을 모시고 매년 정초에 안택고사를 지낼때 단지 속에 쌀을 넣고 극진히 모신다. 금성할머니는 문중사람들의 액을 막아주고 자손들의 안녕을 지켜주기에 2월 6일 영등날의 영등할머니, 여성의 출산신인 삼신할머니와 함께 우리 지역을 지켜주는 여신으로 받들고 있다.
4) 정초의 일진행사
정월 초하룻날부터 열 이튿날까지 12干支의 이름에 따라 쥐날, 소날, 호랑이날 등으로 부르고 이에 따른 관습이 전한다. 이것을 강원도에서는 '일진가리기' 또는 '날가리기'라고도 부른다.
간지는 10천간과 12지지를 줄여 말하는 것으로 '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의 12地支를 동물로 바꾸어서 일컫는다. 12일을 동물의 모습에 따라 有毛日과 無毛日로 나누어 털있는 동물이 그 해 첫날에 들면 풍년이 든다고 믿는다.
일진에 따라 정월에 처음 드는 쥐날을 '上子日'이라 하는데, 이 날에는 "쥐 조댕이 볶자"며 콩을 볶아 쥐의 피해를 막고자 하며 논두렁이나 밭두렁을 태우는 '쥐불놀이'도 한다. 쥐불이 잘 타면 그 해 농사가 풍년이고 조금 타다 꺼지면 흉년이라고 예측한다.
《三國遺事》사금갑조에는 이날을 꺼리고 조심한다고 했으며, 이수광의 《芝峰類說》에도 쥐가 곡식을 축내므로 백가지 일을 이때 금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朝鮮朝 宮中에서는 子囊을 만들어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京都雜志》에는 횃불을 땅에 끌면서 쥐나 돼지의 피해를 막고자 했다고 기록하였다.
평창지방에서는 쥐날 뒷간의 재를 뒤지면 쥐가 꼬이지 않는다고도 하는데, 쥐불놓기와 같은 뜻으로 보인다.
첫 소날을 '上丑日'이라 하는데 정초 5일 이내에 들면 그 해에는 연중 소값이 높을 것으로 예측한다. 소는 농가에서 중요한 동물이므로 잘 보호하기 위해 첫 소날에는 칼이나 낫으로 무엇을 끊는 일이나 쟁기질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도살의 의미도 있고 소에게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숟가락으로 누룽지를 끍지 않고 남자가 키를 만지면 연장에 다친다고 한다.
이날 만큼은 소에게 일을 시키지 않고 놀리며 방아도 찧지 않는다. 또한 밥과 나물을 쌀을 이는 키에다가 담아서 먹도록 하는데, 어느 것을 먼저 먹느냐에 따라 벼가 풍년인지 채소가 풍년인지 점친다.
군웅신을 집에서 모시는 농가에서는 외양간에 삼베를 끊어 매년 걸며 제물을 차려 놓고 소를 잘 보살펴 달라고 빈다.
첫 호랑이날은 '上寅日'로 일명 '사람날' '人日'이라고도 부른다. 그 이유는 호랑이를 뜻하는 '인'자와 사람 인자가 음이 같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날에는 또한 백발을 태우면 길하다는 말이 전하며, 온갖 일을 삼가면 한해를 무사히 보낸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호랑이가 나타난다고 집안에서 쉬었으며, 아이들은 일부러 "虎頭를 깬다"며 널뛰기를 하였다.
여성들은 바느질을 하면 생손가락을 앓는다고 금하였지만, 일반 상점이나 음식점에서는 털많은 짐승인 호랑이날에 첫 개시를 하면 한해가 좋다고 문을 열고 있다.
첫 용날인 '上辰日'에는 초 하룻날에 용날이 들면 용 한마리가 치수를 하고, 10일에 들면 열마리가 물을 관장한다고 믿어 그 해 홍수와 가뭄을 짐작한다. 이날 가정에서는 샘물을 길어 오면 여름 농사때 비가 내려 망친다고 금하며, 어촌에서는 용왕제를 지내면 고기가 잘 잡힌다고 한다. 또한 이날에는 물을 집밖으로 내쏟지 않으며 쟁기질을 하지 않는다. 물을 버리면 소나기가 내린다 하여 찬물을 버리지 않는다.
첫 뱀날인 '上巳日'은 無毛日이므로 어부들은 출어를 피한다. 고기도 안잡힐 뿐더러 바다가 뱀처럼 미끄러워 조난을 당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東國歲時記》에는 이발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뱀이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긴 머리와 긴 모양의 뱀을 연상한 것으로 보인다. 농가에서는 뱀을 막기 위해 잡초를 태우며 도끼질을 하면 좋다고도 한다.
이외에도 상해일인 돼지날을 농사일이라 하여 긴 장대끝에 짚단을 꿰어 문앞에 세워 풍년을 기원하고, 변소에 앉아 주머니를 만들어 차면 재수가 좋다고 하며, 토끼날에는 쟁기질을 하면 산전 곡식을 썬다고 금한다.
5) 입춘날
24절기의 첫째인 이 날에는 立春大吉, 建陽多慶, 壽福, 龜龍 등의 축원문을 써서 대문이나 기둥에 붙이고 소리내어 읽는다. 이것을 "입춘 쓴다"고 하는데, 喪家에서는 쓰지도 않고 붙이지도 않는다.
집안에 漢學을 한 사람이 있거나 붓글씨를 배우는 어린이들은 요즘도 써서 붙이는데, 더러 인쇄한 입춘축을 사서 붙인다. 입춘의 '立'은 '始'와 같은 뜻을 내포하는데, 새봄을 맞이하여 새로운 기분으로 출발한다는 뜻이 있다.
농가에서는 입춘날 아침에 복쌈을 싸먹으면서 "한 섬이오", "열 섬이오"라고 외치면 보리가 풍년된다고 그와 같이 한다. 복쌈은 봄에 뜯어서 말려둔 묵은 산나물로 입춘날 이것을 삶아 보리밥에 싸먹으면 별식이다.
《增修臨瀛誌》 풍속조(1933)에는 입춘제를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고을 풍속으로 매년 동지에 오곡 씨앗을 항아리에 담아 흙집에 두고 부풀게 한다. 다음해 입춘날에 헌관을 뽑아 봄을 맞이하는 예를 올리고 흙으로 만든 소를 몰고 밭을 가는 시범을 한다. 항아리에서 불은 씨앗의 무게를 달아 저울질하여 불어난 정도에 따라 그 해 일년동안 풍년의 정도를 시험하였으나 지금은 없어졌다."
6) 까치보름날
정월 14일을 '까치보름날'이라 부른다. 이날 아침에는 오곡밥을 해먹고 저녁에는 밥 대신 만두국과 국수를 일찍 먹는다. 일찍 먹는 이유는 농가에서 추수를 일찍 끝낼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하는 뜻이 있다.
까치보름날에는 '짚신삼기'나 '오곡형상 타작하기', '수수빗자루 매기' 등을 하는데, 짚신삼기는 한해의 근면성을 시험하기 위해 주민들이 넓은 장소에 모여 공동의 경쟁을 하였다. 오곡형상은 수수깡의 속부분으로 쌀, 보리, 조, 콩, 기장 등의 모습을 만들어 거름에 하룻동안 보름날 타작하는 흉내를 내면, 그 해는 오곡이 풍년된다고 한다. 이른바 모방주술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으며 豫祝性이 깃든 민속행위다. 수수는 잘 말렸다가 빗자루를 매는데 그만큼 부지런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날을 '여름날'이라고 별칭한다. 13일은 봄날, 15일은 모든 것이 풍족한 가을과 같다 하여 가을날, 16일은 귀신날이라 하여 쉰다.
전하는 속담에 "남자는 14일 낮에 밥 아홉그릇먹고 나무 아홉짐, 거름 아홉짐을 해야 하고, 여자는 삼을 아홉 광주리 삼아야 한다"고 할 정도로 한해 농사를 부지런히 시작하였다.
이날 저녁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지기 전에 농가에서는 밥 대신 국수를 해먹는데, 논의 거머리를 없앤다는 뜻이라 한다. 거머리는 논에서 일을 할 때 다리에 달라 붙어 사람의 피를 빨아 먹으므로, 이를 기피해서 이와 같이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곡식의 무게를 저울로 달아 똑같은 부피로 놔두었다가 15일날 새벽에 다시 그 무게를 달아 보고 무거운 곡식이 풍작이라고 점친다.
아울러 매월 비의 양을 점치는 '달불음'도 하는데, 콩 12개를 수수깡 속에 차례로 넣고 우물물에 불렸다가 다음날 부푼 상태를 보고 어느 달에 비가 많이 올 것인지를 알고자 하였다. 많이 부푼 달에는 강우량이 많고 그렇지 않은 달에는 가뭄이 들 것으로 믿는다. 이를 문헌에서는 '月滋'라 했는데, 각 戶口數대로 콩을 정하여 가장 많이 불은 집이 풍작을 이룰 것으로 점치는 '戶滋'도 있다. 요즘에는 기상대의 예보에 따라 농사일을 계획하지만 예전에는 이러한 占歲가 정초에 많았다.
까치보름날에는 설떡을 만들다가 남은 떡무거리를 잘 보관하였다가 떡국이나 만두국에 넣어서 함께 끓여 먹으면 그 집 맏딸이 시집가서 잘 산다고 한다. 근검절약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민속이다.
이날에는 금하는 것으로는 아침에 머리를 감지 않으며 눈썹이 센다고 일찍 잠을 자지 않는다. 얼굴에 버짐이 많은 아이들에게 이날 분가루를 발라주면 깨끗해진다고 한다.
7) 대보름날
대보름날은 우리의 세시풍속에서 가장 많은 행사들이 전하고 있으며, 한가윗날과 함께 보름 주기의 대표적인 민속명절이다. 정월 대보름날은 농경중심의 명절로 물, 달, 여성, 대지의 음성원리에 입각한 풍요기원의 성격을 가진 날이다.
속담에 "설은 질어야 좋고 보름은 밝아야 좋다"고 하듯이 보름의 어원이 밝음이므로 우리 민족의 밝음 지향의식이 잘 반영되고 있다. 대보름날에는 시식으로 약밥을 해서 먹는데 영서지방에서는 거의 오곡밥을 만들고, 영동은 찹쌀에 감과 대추, 밤을 머무려 넣은 약식을 하는 집이 많은 편이다.
(1) 게줄다리기 칡줄다리기 차전놀이
대보름 세시풍속놀이는 豫祝的이고 간접적인 占歲의 일환으로 편전형태가 다양하게 이루어지는데, 강원도의 줄다리기와 차전놀이는 다른 지역과 차이가 난다. 삼척에서는 게줄다리기가 전해지는데 강원도 無形文化財第2號로 지정되었다.
게줄다리기는 줄의 모습이 게의 다리처럼 만들어서 당긴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朝鮮時代 顯宗 2년(1662) 삼척부사로 왔던 許穆이 가뭄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자 세 곳의 저수지를 수축하였음이 기록으로 전하는 것으로 보아, 이때 자기 면에 할당된 부역을 다른 마을로 전가하는 방안의 하나로 줄다리기가 행해졌을 것으로도 보고있다.
그러나 게줄은 신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게껍질을 문앞에 걸어 나쁜 재액을 막았던 이 지방의 풍습으로 미루어 볼 때 벽사진경이 주된 목적이었고, 다음은 풍요를 기원하는 뜻으로 말곡마을과 부내마을을 갈라 해안마을인 부내가 이기면 해사가 잘되고 말곡이 이기면 농사가 잘된다는 식으로 암줄과 수줄의 모의 성적인 결합을 유도하였고, 작은 줄부터 큰 줄로 꼬아 나가는 술비통의 작업을 통하여 힘의 결집을 추구하였을 것을 본다.
삼척의 게줄다리기는 일제하에 전승이 끊겼는데 조선총독부 조선자료 47집인 《조선의 향토오락》에는 정월 대보름날의 삼척 마을대항 줄다리기가 기록되어 있다. 1973년 정월 대보름날 제1회 삼척고유 민속기줄대회를 통해 게줄다리기는 부활되어 현재는 죽서문화제를 통해 전승되고 있다.
칡줄다리기는 영월일대에서 대보름날 달밤에 행해지는데 칡으로 만든 줄이 완성되면 端宗의 영혼을 모시고 고사를 올린다. 칡으로 줄을 만들면 짚보다 튼튼하다는 장점이 있을 뿐 아니라 뗏목을 매는 데도 유용하게 쓰여지는 관계로, 이긴 편에서 칡줄을 활용하며 부역과 세금도 진 편에게 넘겼다고 한다.
또한 부녀자들은 득남의 비방으로 줄을 한줌 끊어서 가는데, 영월의 칡줄다리기는 肅宗 26년(1700)경부터 칡줄의 전통이 이어진다고 한다.
차전놀이는 대보름날 점세놀이로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줄다리기와 마찬가지로 힘과 슬기를 겨루었다. 춘천지방의 대보름 민속놀이중에서 외바퀴 차전은 조선 正祖때 간행된 《동국세시기》에 수록되어 있는데, 마을의 동쪽과 서쪽이 편을 갈라 동채라 부르는 삼각형의 나무틀을 만들고 그 위에 대장을 태워서 상대방 동채를 땅에 닿게 하면 이기게 된다. 춘천의 차전놀이에 대한 기록은 다음과 같다.
"춘천 풍속에 차전이 있다. 외바퀴 수레를 동리별로 떼로 나누어 앞으로 몰고 나와 서로 싸워 그 해의 일을 점친다. 쫓기는 편이 흉하다."
(2) 새쫓기와 새소리 듣기
대보름날 저녁에 아이들은 새쫓기를 하는데 이날 새벽에 대문이나 벽, 땅에 막대기나 싸리나무로 치거나 그릇을 두드리면서 소리를 내서 참새쫓는 흉내를 낸다.
"웃녘새야 아랫녘새야 덤불밑에 기는새야 안반밑에 넙적새야 워어이, 이통천의 부잣집 밭에 가거라 워이이, 웃녘새야 아랫녘새야 안반밑에 기는새야 덤불밑에 숨는새야 우리집벼 파먹지말고 저건너 장재집벼 파먹어라 워어이"
"(말)언년아 야야 날이 인제는 밝았다. 대보름날 아침이 벌써 됐다. 저기 저 새 쫓아래이, 어 무신 샌고. 이 새 저 새, 저 새 이 새, 마카 쫓아 베려라. (창)우여 우여안반밑에 기는 새야 녹두밭에 앉은 새야, 새야 새야 꼬부랑새야, 할미새야 어둔새야 이리간사 서리센다, 저리세고 내다운다. 우여 우여 이"
"웃녘새야 아랫녘새야 우리논에 앉지말고 우리밭에 앉지말고 워어이 워어이 가라"
"새야새야 웃녘새야 아래웃밭 녹두새야 우리논에 들지말고 아래논짝머리에 내려가그라"
새쫓기는 벼를 파먹는 참새의 피해를 막기 위해 어린이들과 함께 어른들도 하는데, 어느 해든지 대보름날 새벽 丑時 무렵에 문밖에 나가서 들을 내다 보면서 메나리조로 부른다.
메나리조는 강원도 삼척민요나 경상도 민요 무가에 두루 쓰이는 선율로 5음계의 주요음은 '레도라'가 되기도 하고 '도라미'가 되기도 하는데, 종지음은 라, 미로 끝을 내어서 느리게 부르면 슬프게 느껴진다. 첫 새벽에 까마귀가 지붕 용마루를 넘으면 흉한 일이 셍긴다고 하여 넘지 못하게 한다.
새소리 듣기는 보름날 아침 일찍 일어나 새소리를 듣고 풍흉년을 점친다. 영동과 영서지방에 모두 전하는 풍속으로 까치소리를 들으면 '얼럭풍년'이라 하여 잘되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고 하는데, 까마귀 소리를 들으면 평년작이라고 점친다. 이밖에도 소가 우는 소리를 들으면 풍년이고 소에게 밥과 나물을 주어 먼저 먹는 것이 그 해 풍년, 첫닭이 많이 울면 풍년이라고도 한다.
(3) 달맞이와 횃불싸움 석전
대보름날 저녁에 마을의 남녀노소가 횃불을 가지고 동쪽산에 올라 달맞이를 한다. 이때 농악을 치다가 달이 떠오르면 가지고 간 횃대에 불을 붙여 "망월이여, 망월이여"라고 소리를 높이 지르며 달맞이를 하고 소원을 빈다.
강원도는 산간마을이 많은 관계로 동산에 올라 달맞이를 하는 것은 전래되는 풍습으로, 관동팔경 누각에서 바라보는 달은 시인문객의 좋은 소재가 되어 많은 창작활동이 이루어졌다. 달이 다섯개가 뜬다는 경포대를 비롯한 月帶山은 《증수임영지》산천조에 月正山이라고 하였는데, "이곳 고을 풍속에 매년 정월 대보름날 이곳에서 달을 보고 일년 농사의 풍년과 흉년을 점쳤다 하여 월정산이라 이름하였다(邑俗每於上元候月於此以占一年豊凶故仍名焉)"고 그 유래를 적었을 정도로 지역마다 풍흉을 점치고 안녕을 기원하는 다양한 점세풍속들이 달맞이때 행해진다.
달맞이를 할 때는 달빛으로 그 해의 풍흉을 예측하는 '望月占'을 친다. 대개 달의 빛깔과 윤곽, 형체로 점을 치는데 빛이 붉으면 가물고, 희면 장마가 지며, 황색이면 풍년이라 한다. 또한 달이 북쪽에 가깝게 보이면 산쪽이 풍년, 남쪽에 가까우면 해변이 풍어가 된다고 한다. 보름달을 제일 먼저 보는 사람이 한 가지 소원을 빌면 성취가 된다고 믿는다.
횃불싸움은 지금은 행해지지 않으나 예전에는 이웃 동네와 하였는데, 철원지방이 가장 대규모로 행해졌고 이밖에도 속초의 내물치와 하도문, 강릉초당과 송정마을, 시동마을, 박월동, 옥계 낙풍과 금진, 천남과 주수부락이 유명했다고 한다. 노인들에 의하면 저녁에 뒷산에 올라 둥근 달이 떠오르면 대치하고 있던 양 편이 서로 놀리고 상대편이 화를 내도록 욕설을 하다가 서로 함성을 지르고 맞싸워 옷도 태울 뿐 아니라 부상자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때 농악대들은 자기편이 흥을 돋구기도 하고 농악대 상쇠의 쇠절금으로 다툰다. 이와 같이 애써서 이기려고 한 것은 횃불싸움에서 진 마을이 흉년이 된다고 믿는 속신 때문이었다.
철원지방에서 횃불싸움이 격렬하게 된 것은 철원출신의 김응하 장군의 추모제가 시작된 때 부터라고 한다. 김응하 장군은 宣祖 14년(1580) 철원군 어운면 하갈리에서 태어나서 25세에 무과에 급제하고 여러 벼슬을 거쳤으며, 39세에 좌영장으로 明나라를 돕기 위해 출병을 하였다가 전사하였는데, 그를 용감성을 기리는 뜻에서 화지리와 오덕리 주민들은 편을 갈라 다리 위에서 횃불싸움과 투석전을 하였으며 횃불싸움에 진 마을에서는 무명천의 한다리를 놓게 되었다고 한다.
편싸움의 형태로 횃불싸움과 함께 강원도내에서 石戰을 하였던 마을은 강릉 하평마을, 홍천군 동면 속초리와 성수리 등이 있다. 홍천의 석전은 설날 차례가 끝나면 내를 사이에 두고 시작하여 14일까지는 낮에만 하고 15일날 횃불싸움으로 판가름을 낸다. 횃불싸움으로 결판이 나면 진 편에서 성수천의 다리를 놓았다고 한다.
횃불은 대마의 껍질을 벗기고 남은 백색의 목질 회초리로 엮어 불을 붙인다. 홍천의 석전은 마을의 소년들이 성수천을 사이에 두고 민씨를 중심으로 한 소년들이 섬무산에 모이고, 속초리의 허씨들을 중심으로 두리봉에 모이면 서로 '술령' 또는 '술령수'라는 것을 건다.
이것은 상대방에게 도전을 하는 것으로 한 사람이 선창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제창을 하는데 "노도령 나오셨다. 속초 쫄쫄이 나오라 일러라"고 하면 상대방이 이것을 받아 "덕고개 쫄쫄이 나오너라. 여기 노도령님이 나와 계시다"라고 서로 외치다가 냇가에 나와 서로 돌을 던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하다가 해가 지면 돌아갔다가 15일날까지 계속하였으며, 이후에는 아무런 원한이 없는 사이로 돌아 간다고 한다.
(4) 다리밟기
다리밟기를 한자로 '踏橋'라고 부른다. 다리를 밟는데 자기 나이 숫자대로 왕래하면 그 해는 재앙이 없어진다고 한다. 또한 횃불을 들고 다리를 먼저 밟으면 그 동네가 번성한다고 하여 달맞이를 하기 위해 앞산에 올라가 있다가 달이 뜨면 낡은 마당비나 싸리, 삼껍질을 벗긴 저릎 등을 여러개 모아 묶고 군데군데 광솔을 넣어서 만든 횃대에 불을 붙여 산등성이를 돌다가 서로 다리를 먼저 밟기 위해 달려 내려 온다.
다리를 밟는 사람이 어느 동네 사람이냐에 따라 그 동네가 풍년이 된다고 하여 서로 먼저 다리를 밟으려고 한다. 《동국세시기》에도 이날 다리를 밟으면 다리의 음이 같아서 속설로 脚疾이 1년 동안 생기지 않는다 하였다. 민간 속설로는 열두 다리를 밟으면 열두달의 액을 면한다고도 한다.
(5) 용물달기와 용알뜨기
대보름날 강릉시 성산면 금산리 임경당의 샘우물에서는 '용물달기'를 한다. 용물달기는 용이 물을 달고 온다는 뜻으로 조선초부터 계속해왔다고 하는데, 14일 저녁에 짚으로 용의 형상을 만든다.
그 해 농사에서 나온 짚으로 줄꼬기, 줄드리기, 줄엮기, 줄말기 등으로 사람의 키만큼 용을 만드는 동안 臨鏡堂에서는 약밥을 찌고 제물을 마련한다. 자정이 되면 집의 뒷편 우물안에 담가 두었던 용을 꺼내놓고 제례를 행한다.
제사가 끝나면 남자들은 물을 뜰 그릇을 하나씩 들고 나오고 용을 새끼줄에 매달아 들고서 "용물달자, 용물달자"고 외치며, 동서남북 사방의 샘터로 가서 물을 길어다가 임경당 우물에 갖다 붙는다. 이것이 끝나면 용을 정히 모시고 음복을 하며 약밥을 고루 나누어 먹는다. 짚으로 만든 용은 삭아질 때까지 샘물가에 놔둔다.
영동지방에는 대보름날 이른 새벽에 용알뜨기가 전한다. 용알뜨기는 남보다 일찍 떠야 좋다고 하는데, 용이 새벽에 알을 낳아 놓고 하늘로 올라가기 때문이라 한다. 대보름날 새벽 아직도 잔월이 남아 잠긴 우물물을 뜨는 것을 《동국세시기》에는 '勞龍卵'이라 하였다.
용알을 먼저 뜨면 그 해 농사를 제일 잘 짓는다는 생각 때문에 물을 뜨고 나면 우물에 짚으로 또아리를 틀어서 넣거나 또아리를 우물옆에 놓거나 오곡밥이나 약밥을 작게 뭉쳐 던져 넣는다. 이것을 본 사람은 벌써 남이 떠간 것을 알게 된다. 대보름날의 용과 관련된 이러한 풍속은 농경의 풍요주술적인 민속이다.
(6) 물훔치기
대보름날 우물물이 부족한 마을에서는 물훔치기를 하는데, 자기집의 우물물이 부족하면 수량이 많은 이웃마을이나 이웃집의 물을 훔쳐온다. 물 훔치기는 두 사람이 밤에 남몰래 수량이 많은 우물물에 가서 주전자로 물을 떠서 한 사람이 앞에서 물을 조금씩 흘리고 가면서 "오나"하고 물으면 뒷사람은 "온다"라고 대답한다.
이렇게 자기집의 우물까지 물줄기가 이어지게 하고 남은 물은 자기 우물에 붓는다. 이와 같이 하면 우물물의 수량도 많아지고 물맛도 좋아진다고 하며, 반면에 도난당한 우물물은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므로 예전에는 대보름날 밤에 동네의 우물지키는 일도 있었다.
대보름날의 이러한 훔치기 풍속중에는 부자집 '복토훔치기'나 '퇴비훔치기', 전라도해안의 '갯펄훔치기'와 같은 경우도 모두 타인의 복이나 좋은 것이 자기에게 전이되기를 바라는 기복적인 행위로 볼 수 있다.
(7) 불점치기
영동지방에서는 대보름날 아침 약밥을 찌는데 사용했던 불쏘시개를 12개로 나누어 그 각각을 입으로 불어 불씨가 꺼지는 상태와 정도롤 보고, 1년 12달 각각 가물고 비가 오는 정도를 예측한다. 불씨가 먼저 꺼진것 일수록 비가 오는 달이 되고 안꺼지면 가문다고 한다.
(8) 액매기
액매기를 '액막이'라고도 하는데 강원도의 영서간 다소의 차이가 있다. 산간마을에서는 짚으로 허수아비를 만들어 액매기를 하고, 어촌에서는 보름날 저녁에 그 해의 신수가 나쁜 사람이 '魚付食'이라 하여 흰종이에 자신의 이름을 쓰고 밥 세접시를 싸서 물속에 던진다.
인제 한계리나 용대리에서는 냇가에 가서 어부식을 하고, 동해안 어촌마을인 강릉 안목, 주문진 등에서는 9 또는 7이 든 나이의 사람은 신수가 불길하다 하여 어부식을 한다. 이때 오곡밥을 숫가락으로 나이 수대로 떠서 한지에 싼 후 바다에 던져 넣고, 달을 보고 무사하기를 빌며 절을 한다.
강릉 안인진에서는 14일날 밤에 백지를 조끼처럼 재단하여 그 조끼의 등쪽에 한자로 "海東 朝鮮國 江原道 溟州郡 江東面 安仁居 某氏 今年 身數防厄"이라고 써서 입고 하룻밤을 잔다. 다음날 약밥을 세숫가락 떠서 대보름달이 뜰 때 달을 향하여 "아무개 금년수 방액"이라고 세번 부르고 나서 바다에 던진 뒤 달을 향하여 두번 절한다. 그렇지 않으면 용왕궁전 고기들에게 "액매기요"라고만 외치며 바다에 휙 집어 던진다. 강릉 금진에서도 '어부식'이라 하여 오곡밥을 나이대로 떠서 한지에 싸 바다에 넣고 달을 보며 절을 한다.
농촌에서는 토정비결을 보아 신수가 나쁘다는 사람은 짚으로 '제용'이라 하는 허수아비를 만들어 며칠간 베개로 삼다가 대보름날 길에 버려 그 액을 예방한다.
(9) 나무시집보내기
나무시집보내기는 《동국세시기》에 '嫁樹'라고 하는데, 대보름날 감나무나 대추, 호두나무에 이것을 많이 한다. 감나무의 갈라진 두 가지 사이에 돌을 깊숙하게 끼워 놓으면 그 해 열매가 많이 연다는 것이다.
이것은 남녀간의 성교를 모방하여 풍요를 비는 행위로 호두나 밤나무, 대추나무에도 하며, 더러는 대보름날 쪄낸 약밥을 가지 사이에 갖다 붙여 과실이 풍년들기를 기원한다.
(10) 찰밥과 찬물
대보름날 저녁에 남의 집에 다니면서 찰밥을 얻어 먹으면 자기집 농사가 잘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찬물을 먹으면 여름에 길을 가다가 소낙비를 만난다고 피하고 김치를 먹으면 여름에 쐐기에 쏘인다고도 한다.
(11) 엄나무와 체바퀴, 게껍질달기
대보름날 가시가 있는 엄나무와 체바퀴를 처마밑에 매달면 잡귀가 침범하지 못한다고 하여 매다는 집안이 있다. 영동지방에는 입춘날이나 대보름날 엄나무를 문설주에 매달아 재앙을 막는 풍습이 전한다.
엄나무는 오갈피나무과의 낙엽교목으로 껍질은 약재로 쓰고 재목은 가구나 바둑판을 만들기도 한다. 엄나무 가지를 약 60㎝ 정도의 크기로 잘라 한묶음을 매다는데 일부러 산에 가서 잘라 오기도 하고 입춘날 팔러 다니는 사람에게 구입한다. 엄나무는 줄기에 가시가 많이 나있는데, 입춘날에는 특별히 가족 수대로 사거나 가시가 많은 것 두 서너개를 사서 대문이나 안방, 부엌 등에 매달면 좋다고 한다.
삼척이나 강릉, 동해 어촌에서는 바닷게를 끓여 먹고 나서 그 껍질을 처마 밑에 매달면 잡귀를 쫓는다고 하는데, 뾰족한 가시나 게의 붉은 색은 재앙을 막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12) 지신밟기와 걸립
강원도의 농악은 영동과 영서가 지역별로 독특하며 차이가 나지만 농악대의 지신밟기는 비슷하게 진행된다. 농악대가 농기를 앞세우고 가가호호를 방문하여 새해의 복을 빌어주고 지신을 밟아준다.
마당에서 먼저 지신밟기를 하면 주인은 집을 향하여 자리를 깔고 상위에 쌀 한말을 떠놓고, 돈이나 실도 놓고 농사가 잘되게 해달라고 절을 한다. 농악대의 상쇠가 이때 나서서 고사반을 올리는데 집안과 자손의 번창을 빈다. 농악대가 우물을 지나갈 때는 우물굿을 치고 정지에서도 조왕신의 축을 한다. 이렇게 걸립을 하여 농악대의 경비를 마련하거나 어려운 사람을 돕기도 하고 경로당의 비용으로 쓴다.
홍천지방에서는 지신밟기를 하고 주인의 대접에 불만이 있으면 농기를 거꾸로 들고 나오는데, 이렇게 되면 그 집안에는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고 한다. 영월지방 농악걸립 고사문은 다음과 같다.
(13) 팔랑개비와 짚신
대보름날 팔랑개비를 만들어 지붕이나 낟가릿대에 꽂아 놓고 그 해의 길흉을 점친다. 팔랑개비가 잘 돌아야 그것을 만든 사람의 신수가 좋고, 쉴새 없이 돌면 까마귀나 솔개, 박쥐같은 흉조들이 날아 들지 못하고 귀신의 출입을 막는다 한다. 이날 밤에 변소 출입문 위에 짚신을 새끼로 묶어 달아매는데 이렇게 하면 도둑을 막을 수 있다 한다.
기타 연날리기를 "연 귀양보낸다"고 하는 지방이 있고, 더위팔기를 '신병내기', 부름깨물기는 "흔디(부스럼)를 막는다"고 하며 대보름달이 뜨기전에는 개에게 밥을 주지 않는 개보름쇠기, 귀밝이술마시기 등은 강원지역의 세시풍속이 지역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14) 살대세우기
삼척시 근덕면 광태리, 동막리, 덕산리 등에서는 음력 정월 13일 부터 재액을 막는다는 뜻인 살대를 만들어 마을 중앙에 세우고, 한달 후인 2월 15일 영등할머니가 하늘로 올라 가는 날 거둔다.
마을 마당 한복판에 큰 나무를 세워놓고 거기에 각종 장식을 매달고 종이로 만든 꽃과 등도 달아 밝히며 팔랑개비를 만들어 잘 돌아가게 한다. 이외에도 오곡을 형상하는 조, 수수 등을 짚으로 매달아 假農作 형태로 풍년을 기원하며 상부에는 나무로 만든 오리를 세마리 단다. 이것은 삼재를 막아 준다고 하는데 그 옆에는 활과 화살을 매달고 상단에는 '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쓴 농기를 건다. 농기에는 육축번성, 삼재팔난 영절, 오곡풍등, 만성지 행복구전이라는 내용도 함께 쓴다.
살대세우기는 마을의 살을 막아주는 살이므로 주민들은 모두 모여 짚신을 삼고 새끼를 고아서 농기구와 함께 매달아 풍농을 기원하고 재액방지를 위해 살대제를 지낸다. 살대제의 축문은 한자로 되어 있는데, 이를 풀어보면 "이 살대를 세운 후에 이 구역에 나쁜 기상이 없어지고 만성에 행복이 두루 갖추어지고 사귀와 마귀를 쫓아내는데 도음이 아주 심하고 직업을 회복하고 집안이 편하게 하는 백성의 일이 모두 중하니 어찌 신명의 도움이 아니겠는가? 삼가 술과 과일로 고합니다"이다.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나 낙풍리에서는 마을 입구에 따로 솟대를 세워 삼재를 막는다.
(15) 거북놀이
춘천시 남면 동정리 제궁동에서는 조선중기부터 매년 정월 대보름날을 전후하여 천재지변과 맹수의 피해를 막고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산신제 거북놀이를 행하고 있다. 이것은 농악대와 거북이가 한데 어울려 당주집에서부터 마당굿을 치고 부엌에서 정지굿, 장독대에서 철륭굿을 차례로 하나, 다음 집으로 옮기며 집집이 방문하여 거북이와 함께 마당굿을 하는 놀이다.
(16) 그림자 점과 보리뿌리 점
대보름날 정선, 임계, 강릉, 주문진 등에서는 대보름날 달이 뜨면 마을 가운데 한 자쯤 되는 나무를 세워놓고 그 그림자의 길이로 한해의 풍흉을 점친다. 그림자의 길이가 여덟치 정도면 길하고, 다섯치면 불길하고, 네치가 되면 곡식이 여물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보리뿌리를 캐보아 뿌리가 여러개면 그 해는 보리농사가 풍년이 들 것으로 미리 예측한다.
농촌에서는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 의미가 크므로 이날 '보리알 불금'이라 하여 보리뿌리를 캐서 풍흉을 점친다. 뿌리가 세가닥 이상이면 풍년, 두가닥이면 평년작, 한가닥이면 흉년이라고 짐작한다. 이러한 麥根占은 다른 지방에도 전래하는 것으로 木影占과 함께 옛 문헌에 전하는 것들이다.
8) 귀신달림
정월 16일은 '귀신날'이라 하여 하루를 쉬며 어촌에서는 출어를 피한다. 이날 일을 하면 귀신이 붙어 죽을 때 헛손질 하면서 죽는다는 속설이 전한다. 학산에서는 '귀튼날' 또는 '귀신 붙은 날', '귀신을 달구는 날'이라 하는데 어촌의 경우는 출어를 피하고 나들이도 삼간다.
이날 집안으로 귀신이 들어오지 못하게 "귀신불 놓는다"며 대나무를 불에 태워 그 터지는 소리로 귀신을 쫓으며, 집 입구에 깨금 은행 콩 낙엽 등을 모아서 불을 지르기도 한다. 속초지방에서는 문앞에 머리카락이나 고추씨를 모아놓고 태운다.
체를 문밖에 걸어 두고, 또 신발을 엎어 놓고 집안에 들여 놓는데, 신발을 훔치러온 귀신이 체구멍을 세다가 정신이 혼미하여 돌아간다고 한다. 신발을 잃어 버리면 그 사람은 불길하다고 한다. 안인진리에서는 머리카락을 태워서 귀신을 못오게 하거나 고추를 문앞에 놓아 매운 냄새로 쫓기도 한다.
《동국세시기》에는 야광귀라는 귀신이 정초나 보름날에 내려와 신발이 맞는 것을 신고가면 운수가 불길하고 말다툼이 있다 하였다. 또한 야광귀는 약왕이라는 불교신의 와전으로 그 형상이 아이들이 두려워할 정도로 추하므로 일찍 잠자도록 하기 위해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라 하였다.
9) 정월의 농어업력
농가에서는 음력 초하루부터 약 초닷새 동안은 집에서 쉬며, 초엿새부터 열사흘까지 농사일을 한다. 이때는 새끼를 꼬거나 땔나무를 하며, 멍석도 매고 자리도 맨다. 열나흗날은 까치보름날이라 하며 수수빗자루를 맨다.
대보름날에는 보름음식 준비를 하고 새벽에는 외양간의 거름을 한짐 져다가 논에 뿌린다. 농가에서는 벼품종 고르기, 모래논 객토, 밭작물 종자준비, 느타리 버섯 볏짚묶기, 고구마 저장고 관리를 한다. 어촌에서는 명태잡이와 오징어채낚기 어업과 기선저인망 어업이 한창이다.
2. 2月
1) 영등날
음력 2월 1일을 '영등날' 또는 '영동날', '바람님날', '풍신날'이라고 부른다. 영등맞이는 風神祭를 말하는데 여신인 바람신을 모시는 날이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영등신은 할머니로 음력 2월 1일날 하늘에서 내려왔다가 보름 후인 2월 15일에 다시 하늘로 올라가며, 영등신을 따르는 수부신은 20일날 올라간다고 한다.
영등할머니가 올때 비가 내리면 '물영등'이라 하고 바람이 불면 '바람영등'이라 부른다. 영등할머니가 하늘에서 며느리와 함께 오면 비가 오고, 딸을 데리고 오면 바람영등이 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딸의 경우는 바람에 다홍치마가 보기 좋게 잘 날리고, 며느리는 비에 옷이 젖어 밉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라 하여 전통적인 고부간의 갈등을 빗대기도 한다. 그러나 비가 오는 물영등이 되어야 농사나 해사가 풍농어를 이룬다고 한다.
이날에는 어촌에서 대부분 출어를 하지 않고 영등신을 '바람님' 또는 풍신이라고 부르며 제사를 지낸다.
《동국세시기》에는 영남지방 풍속에 집집마다 영등신을 맞아 제사를 지내며, 신이 무당에게 내리면 무당이 동네를 나돌아 다니고, 동네 주민들은 15일 혹은 20일까지 사람을 꺼려 만나지 않는다 하였다.
고성군 죽왕면, 동해시 어달동, 양양군 오산리, 속초시 대포동, 삼척시 갈남리 어촌과 강릉 안목마을, 견소동, 학산, 안인진, 금진, 도직, 주문진 등에서는 지금도 농사와 어업이 무사하게 해달라는 뜻으로 영등신을 모시고 있다. 양양의 어촌마을에서는 영등할머니 제사를 지낼 때 명태와 무를 넣고 왁재기를 끓여 떠서 장독대에다 내놓고, 밥을 많이 하여 솥에 식구수대로 수저를 꽂는다.
제물의 한가지인 떡은 바다의 듬북이를 뜯어다가 삶아서 가루를 내어 만들어서 쌀떡을 만들어 놓고, "바람님 잘 잡수고 가시고 잘되게 해주십시오"라고 빈다. 바람님에게는 2월 15일 하늘로 올라가기 전까지 무엇이든지 먼저 먹으라고 놓고, 밖에서 먹을 것이 들어오면 반드시 장독대에 내놓았다가 먹는다고 한다.
고성에서는 영등날에 쓰는 제물은 첫 출어때 잡은 것을 한지와 함께 부엌에 매달아 잘 말렸다가 쓰며, 동해시 어달동에서는 2월 15일까지 매일 술을 올린다.
2월 1일에 아이들은 산에서 칡을 캐먹으면 약이 된다며 갈근을 캐러 다니기도 한다.
2) 좀이알떨기
2월 초하루를 '옛날 설'이라고도 하는데, 朝鮮朝에는 이날을 '중화절'이라 했으며 농촌에서는 '머슴날'이라 불렀다. 농가에서는 이날 대청소를 하는데, '노래기날'이라 하여 묵은 먼지를 털어내며 "좀이알떨자"고 한다.
이것은 노래기를 예방하는 벽충행사로 '香娘閣氏速去千里'라고 써서 거꾸로 문에 붙여 구축하는 경우와 같은 민속이다. 《동국세시기》에는 노래기를 香娘閣氏라는 여자로 미화하여 칭하는 것은 노래기를 미워하고 물리치려는 뜻이라 하였다.
산간마을에서는 솔가지를 초가지붕 처마에 꽂고 아궁이의 재를 논에 갖다 쏟으면서 "숭숭벌기(벌레) 노래각시(노래기) 침주라"고 말하면 집안의 노래기가 없어진다고 한다.
성현의 《용재총화》에는 이러한 솔가지 침을 '僻針'이라 하였다. 평창, 강릉 등지에서는 이를 '좀볶기'라 하여 콩을 볶아서 먹거나 초가 지붕위로 콩을 던져 노래기를 없애고자 하였으며, 주부들은 "손거스러미 볶자"는 소리를 외우며 곡식을 볶는데 농사일을 할 때에 거스러미가 나는 것을 예방하는 뜻이다.
양양에서는 이날 천둥이 치면 할머니들이 장독대에 나가서 돌을 하나 뒤집어 놓는다. 이렇게 하면 노낙각시가 벼락을 맞아 없어진다고 한다. 요즘은 주택개량으로 초가집이 사라지면서 좀볶기 행사는 볼 수 없다.
농가에서는 대보름날 곡식 이삭을 묶어서 세웠던 '볏가릿대'를 이날 내려서 솣편 즉 솔떡을 만들어 농군들에게 나누어 주는데, 자기 나이 수대로 먹어야 일을 잘한다고 한다. 솔떡은 찔 때에 솔잎을 넣는데 솔잎향이 향기롭다.
3) 삼베점
강원도의 삼배 중에서 강포는 안동포와 함께 이름이 났는데, 삼베를 많이 하는 삼척을 비롯하여 영서지방인 평창, 임계, 대화 등지에서는 음력 2월 초하룻날 아침에 키가 작은 사람이 집안에 들어오는 것을 꺼린다. 그 이유는 삼베가 잘 자라지 않는다는 속신인데 키 큰 사람이 들어오면 오히려 반긴다.
양양지방에서는 정초나 대보름날 금기로서, 키작은 사람이 들어 오면 삼이 키가 작다고 하고 여자가 남의 먼저 들어가면 재수없다고 하는 풍습이 전한다.
4) 좀생이 보기
음력 2월 6일을 '좀상날', '좀생이 날'이라 하며 "좀생본다"고도 말한다. 좀생이는 하늘의 묘성으로 이 昴星은 28개 별자리중 '폴레아테스'라는 작은 별이 모여있으며 육안에는 대여섯 개에서 열개 정도로 보이지만, 망원경으로 보면 100개 이상이라 한다. 강원도 속담으로 "조무생이 보고 그해 일할 짚신 삼는다"고 하는데, 좀생이의 빛깔이 붉으면 가믈고 투명하면 곡식이 잘된다고 점을 친다.
좀생이 보기는 이날 초저녁 7시쯤 좀생이별과 달과의 거리를 보고 그 해 풍흉을 점치게 되는데, 좀생이가 가는 방향을 풍년이 드는 지역으로 판단하기도 하고 달과 좀생이의 거리가 접근하면 흉년이라 한다. 그러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 좀생이 잘 따라 간다"고 하며 풍년이 들 것으로 판단한다.
《열양세시기》에는 2월 6일 저녁에 묘성이 달과 나란히 가거나 寸尺 이내의 거리를 두고 앞서 가면 길하고, 만일 앞이나 뒤로 멀리 떨어져 가면 그 해에는 흉년이 들어 어린이들이 먹을 것이 없다고 하는데 징험해 보니 제법 맞는다 하였다.
이날 낮에는 동네사람들끼리 모여 국수를 해먹고 놀며, 사천 하평마을에서는 壬辰倭亂때 생겼다는 다리뺏기농악을 한다. 이 마을에서는 좀생이 별이 달과 거리를 소고삐 만큼 떨어져서 가면 농사가 잘되고, 달의 앞이나 옆으로 가면 농사가 안된다는 비결점을 친다.
이날을 '농사날'이라 부르는데, 좀생이별은 농촌의 아이들이고 초생달은 어머니가 논에 모밥을 이고 가는 밥광주리라고 본다. 이때 횃불놀이와 다리뱃기를 하면서 다리 중간에서 모든 일이 잘 풀리게 해달라는 뜻으로 농악을 울리면서 술렁노래를 하며 풍년을 기원하는 고사를 올린다. 고사 제물은 돼지머리, 주과포, 산자, 향, 술 등을 올리며 한문축을 읽는다.
영동지방에서는 "좀상을 본다"고 하여 음력 2월 초하룻날 별이 다섯개가 뭉쳐있는 좀상과 초승달과의 거리로 풍년을 점쳤다. 좀상이 별 다섯개는 아들이고 달은 밥을 담은 함지로 보는데 별이 달 뒤에 가까이 가면 배가 고픈 것으로 보고, 어느 정도 떨어져서 가면 배가 불러 밥함지와는 상관하지 않으므로 풍년이라고 본다.
달과 좀생이가 소고삐 한 휘장 정도의 거리에 있어야 적당한 거리이며, 그래야 풍년이라고 점친다. 그러나 좀생이와 달이 너무 떨어져 있으면 어린아이가 배가 고프기에 따라서 그 해는 흉년이 든다고도 한다.
강릉에서는 남대천 하류의 비옥한 농토를 가진 초당과 송정사이에는 억지다리, 일명 삼형제 다리를 이날 서로 먼저 빼앗으면 그 마을이 풍년이 든다고 하여 다리뺏기놀이를 하였다. 하늘에 뜬 달의 빛깔과 좀생이 별과의 거리를 측정하여 풍흉년을 점치고 나면, 농악대를 앞세운 두 마을에서는 횃불을 들고 石戰을 하면서 풍년을 기원하였다.
영서지방에서는 북두칠성을 보고 점치기도 하는데, 별의 색이 밝으면 그 해는 좋다고 한다. 좀생이 보기와 북두칠성 보기는 세시풍속과 천체운행의 긴밀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5) 무즙 마시기
음력 2월 7일날 아침에는 무채를 썰어 놓고 이것을 짜서 무즙을 낸 다음에 몸을 동쪽으로 향하고 단숨에 마시면 한해 동안 건강하다고 한다. 무는 한자로 '없을 無'字이므로 무병의 의미가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는 또한 음력 2월 1일날에는 영등할머니 풍신제사에는 반드시 무를 넣은 찌개를 끓여서 내놓은 집안들이 많은데 같은 의미가 들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6) 한식날
한식은 동지후 105일만에 드는데 '찬밥먹는 날'이라고도 부른다. 이날은 '공마일'이라 하여 귀신도 꼼짝하지 않으므로 평소에 꺼리던 일을 하거나 무덤을 손질해도 탈이 없다고 한다. 보통 2월에 한식이 들면 "철이 빠르다"고 하고 3월에 들면 부지런히 농사일에 대비한다.
조선조에는 5절사라 하여 설, 단오, 추석, 동지와 함께 제사를 지냈으나, 요즘에는 묘지에 가서 사초를 하는 것으로 그치는 집안이 많다. 중국에서는 춘추시대 진나라 문공의 충신이었던 개자추가 면산에 숨어서 나오지 않고 이날 불에 타서 죽었으므로 불을 쓰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때쯤되면 바람이 심하므로 불조심을 촉구하는 뜻이 많다.
2월달에는 속담으로 "2월 바람에 큰 독이 깨진다"고도 하고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고 하듯이, '꽃샘추위' 일명 '花妬娟'이라 하는 바람이 세게 불어오므로 불조심을 한다. 태백시 연화동이나 삼척시 일부에서는 한식차례를 아직도 지내고 있어 한식을 명절로 여기는 집안이 아직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7) 釋奠祭
釋奠祭는 2월 上丁日과 8월 상정일에 중국과 우리나라의 先賢 儒學者를 모신 文廟에서 제향을 올리는 儒敎祭禮다. 문묘석전은 유생들이 이날 모여 대제를 행하는데, 司祭는 삼헌으로 나누어 초헌은 地方守令이 맡고 아헌 및 종헌은 덕망있는 그 지방유생들이 하게 된다.
大祝은 축문을 읽고 奉者는 향로를 받들며 집례 집사는 여러 관계되는 일을 한다. 강원도 유림에서는 지역마다 이날 제물을 차려놓고 엄숙하게 석전제를 올린다.
8) 2월의 농어업력
강원도 농촌에서는 보리밭에 나가 보리를 밟는다. 겨울에 부풀어 오른 보리의 뿌리가 흙에 단단히 묻혀 풍년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보리밭의 두엄주기, 볍씨고르기, 고추 가지씨 뿌리기를 한다.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영등할머니를 위하고 중순경부터는 논에 가래질을 하고 밭을 갈아 감자 심을 준비를 한다. 영동지방에서는 논에 가래질할 때 '들개'라 하여 두레를 짜서 함께 일을 하고 품앗이를 한다. 또한 2월 1일에는 짚신과 멍석, 새끼줄을 꼬아서 한데 모아 품평회를 하고 함께 어울려 음식을 먹는다.
20일에는 집집마다 나무 한그루를 심는데 "부지깽이를 거꾸로 꽂아도 살아난다"고 한다. 이달에는 본격적인 영농에 대비하는 달이다. 동해안 어촌에서는 명태, 문어잡이, 오징어 채낚기와 꽁치그물 수리를 한다.
3. 3月
1) 삼진날
음력 3월 3일을 '삼짇날', '삼진일' 또는 '上巳日'이라 하는데, 이때는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온다고 한다. 아이들은 제비를 처음보면 "문둥이보라"고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또한 이날에는 아이들의 머리를 깎아주면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 한다.
강원지방의 부녀자들이나 예전 서당의 학동들은 이날에 '꽃다림'이라 하고 화전놀이를 가는데, 花煎은 진달래꽃을 뜯어 찹쌀가루에 반죽하여 참기름을 발라 가면서 둥글게 지져먹는다. 화전놀이는 사람들에 따라 '화류놀이', '꽃놀이', '화놀이'라고도 부른다. 정선과 임계 등지에서는 부녀자들이 물가에서 화전놀이를 하고 있으며, 남자들은 계곡에 가서 천렵을 한다. 화전가 일부를 보기로 한다.
이날 화전놀이를 가서 처음 본 나비로 점을 치는데, 호랑나비나 노랑나비와 같은 채색나비를 먼저 보면 기쁜일이 생기며 그해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길조로 여기고, 흰나비를 먼저 보면 부모의 상을 당해 상주가 될 징조라고도 한다.
옥계의 남양 옥녀봉과 낙풍 장수봉, 산계 반암 등이 화류장으로 유명했다고 하는데, 특히 옥녀봉의 화전놀이는 인근까지 알려졌다. 화전음식으로는 진달래꽃, 막걸리, 화주, 메밀국수, 백갈분탕, 참드릅, 녹두적, 은어튀김, 황육, 대구포, 백자포, 문어, 백합, 전복, 양간회가 있었다고 한다.
3월에는 진달래꽃이 많이 피므로 일반 가정에서는 해수병에 좋다고 술을 담가 먹으며, 일부 양반가문에서는 연못에 핀 연잎으로 감주를 담아 이틀 정도 봉했다가 마시는 연엽주가 유명하다. 독특한 향과 맛이 있어 이달의 시식으로 꼽혔다.
《東國輿地勝覽》에는 강릉풍속으로 70세 이상의 노인들을 명승지로 초청하여 위로한 '靑春敬老會'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차츰 잊혀지는 풍속으로 삼짇날 산에 땔나무를 하여 지고 오는데 산과 들에 꽃들이 만발하므로 전하는 말에 "봄나뭇꾼은 평양감사가 부럽지 않다"고 하였다.
농가에서는 부락 단위로 유람을 떠나며 가정에서는 음력 3월에 택일하여 메주로 간장을 담근다. 간장이 써진다고 辛日은 피하고 午日을 택하며 부정을 막기 위해 금줄을 치고 황토를 문밖에 뿌리는 집도 있다.
이외에도 3월에는 은어를 잡아 매운탕을 끓이거나, 은어튀김을 하면 수박향을 느낄 수 있어 봄철의 별식으로도 인기가 높았다.
2) 禱神놀이
음력 3월 3일날에 영동 산간마을에서는 '삼월도신놀이'라 하여 아침부터 서낭당제사를 마치고 웃마을, 사잇마을, 아랫마을의 농악대가 모여서 농악놀이로 경쟁을 하였다. 각 마을 농악대의 영좌 대방들이 심사하여 잘못한 마을에서 술과 음식을 내놓게 되는데, 이와 같이 하루를 화전놀이 겸하여 농악대의 삼짇날 도신놀이가 행해졌다. 예전에는 강릉 삼산부락에서도 도신놀이를 했는데 인근에는 큰 잔치로 알려져 홍천, 진부쪽의 건달들과 엿장수, 들병장수, 옷장수가 모여들었다고 한다.
3) 곡우물먹기와 경칩먹기
3월에는 절기상 청명과 곡우가 들어 있는데 24절기의 여섯번째인 곡우일이 되면 산에 올라가 자작나무물을 마신다. 봄철이 되어 생장활동이 활발해진 나무줄기에 흠집을 내어 깡통을 매달고 흘러 내리는 수액을 받는데 이것을 곡우물이라 한다.
곡우물은 위장병이나 신경통에 좋다는 설이 있어 일부러 찾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산림보호를 위해 금지하고 있으며 설악산의 곡우물 한통값이 휘발류 한통보다 비싸다는 말도 있다. 또한 경칩날에는 요통에 좋다 하여 개구리알을 먹는 사람도 있다.
4) 3월의 농어업력
농가에서는 초순에 간장을 담그기 위해 메주를 독에 풀어 넣는다. 농가에서는 곡우 무렵에 못자리를 마련하여 볍씨를 담그는데 풍작을 위해서 밖에서 부정한 것을 보거나 상가집에 들렸을 경우 집앞에 불을 놓아 타넘어 들어오며, 볍씨를 만지거나 보지도 않을 만큼 신경을 쓴다.
3월 들어 길일을 택해서 영동지방 농가에서는 '첫밭갈기'라 하여 일부러 밭을 가는데, 대보름날 수저로 밥을 먹으면 넓은 밭고랑을 차지하고, 젓가락으로 먹으면 가는 밭고랑을 맡는다고 한다. 이는 첫밭갈기와 연관된 이야기로 처음 밭을 갈때 잘 갈려야 그해 농사가 잘 된다고 한다. 모심기 준비로 볍씨를 물에 담그고 오이, 감자, 파, 깨, 고추, 가지 등은 씨를 뿌린다. 중순이후에는 못자리에 볍씨를 뿌리며 가래질을 하고, 된장이나 고추장도 담근다. 밭둑에는 옥수수를 심고 보리밭도 맨다. 하순에는 누에치기를 한다. 고구마 온상은 모판흙이 마르지 않도록 물주기를 한다.
어촌에서는 게잡기, 명태, 문어잡이를 나간다. 가정에서는 집안에서 간장을 담그는데 대체로 음력 3월 길일을 택하는 경우가 많고 辛日은 장이 시어진다 하여 피한다. 장맛이 변할까 우려하여 금줄을 치고 숯을 띄우며 종이로 버선을 만들어 붙이기도 한다.
第 2節 夏季의 歲時曆과 農漁業曆
하계인 여름철은 음력 4월부터 6월까지다. 이 기간은 봄철과 다른 파종후 성장의례가 중심이 되는 세시풍속을 형성하고 있다. 여름은 만물이 자라고 양기가 성하므로 우리의 고대 제천의례에서는 5월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마한의 5월제는 연례적인 세시제의로 오늘날 단오제의 원형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으며, 10월의 수확감사제인 예국의 무천제와도 연계성을 갖는다. 대표적인 세시풍속은 4월의 불탄일, 5월의 수릿날, 6월의 유두날이 있으며, 절기상으로 4월에는 입하와 소만, 5월에는 망종과 하지, 6월에는 소서와 대서가 들어있다.
1. 4月
1) 초파일날
초파일날은 불교명절로 음력 4월 8일을 말한다. 석가모니 탄신일인 이날에 불교신자들은 가까운 사찰에 모여 불공을 드린다. 포교당에는 불자들과 불교학생회원 시민들이 모여 이날을 기리며, 저녁에는 시내를 가장행렬을 하거나 제등을 하고 불교포교와 부처님의 기호가 온누리에 퍼지기를 기원한다.
2) 탑돌이
4월달에는 초파일이 들어 있으므로 불교행사가 많은데 강원도 역시 명산고찰들이 많은 관계로 탑돌이가 성행한다. 오대산 월정사의 탑돌이는 유명하여 잘 알려졌는데, 초파일제가 끝나면 신도와 승려들이 함께 불탑을 돌며 부처님께 소원을 빈다. 탑돌이 처음에는 범종, 북, 운판, 목어의 4범 악기만 쓰다가 삼현육각이 합쳐지고 백팔정진가 등이 불려지고 있다.
오대산에는 國寶48號로 지정된 八角九層石塔이 있는 관계로 더욱 탑돌이가 성행된 것으로 보는데, 불교의식인 탑돌이는 혼자서 기원을 해야 많은 복을 받고 더욱이 남이 보지 않아야 효험이 있다고 하여 민간속신으로 변하였다.
탑돌이는 불교행사에서 민간속신으로 다시 이것이 민속놀이화하여 대중화되기에 이루렀는데, 월정사 탑돌이는 먼저 범패를 목청높여 부르는 승려가 앞에 서고 다음은 목탁과 징을 든 승려가 반주를 하면 탑을 도는 승려들은 불경을 외우며 탑을 돈다. 이 탑돌이는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강원도대표로 참가하여 전국에 소개가 되기도 하였다.
3) 봉선화 물들이기
이 달안에 어린 여자아이들은 봉선화 잎을 손톱에 물들인다. 《동국세시기》에는 染指甲이라 하였는데, 봉선화잎에 백반과 된장을 섞어 돌로 찧은 것을 손톱 위에 올려 놓고 피마자나 봉선화잎으로 묶고 하루가 지나면 손톱이 분홍색으로 변한다. 손톱에 물들이는 것은 미용과도 관계가 있지만 붉은색이 僻邪의 의미를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4) 쓰레씻이
농가에서는 이달에 모심기를 하는데 이웃끼리 서로 돌아가며 김매거나 모심기하는 것을 '질짜기'라 하며, 함께 어울려 농악놀이도 하고 술과 음식을 먹는 것을 '질먹기'라 부른다.
'질'은 '두레'와 같은 의미의 모임으로 25명을 한조로 하여 돌아가면서 모심는데 처음 모심는 '아이짐'부터 '두벌짐', '세벌짐'까지 함께 어울린다. 정선, 임계, 강릉 등지에서는 오독떼기나 자진아라리 등을 주로 부르며 작업을 하게 되는데, 항상 소리꾼을 먼저 뽑아서 일하며 흥을 돋우고 일이 끝나면 '쓰레씻이' 또는 '써레쓰시미'라 하여 일명 '세조연'을 베풀어 농군들을 慰勞한다.
이때 술을 마련하는데 종곡논에 누가 농사를 잘 지었나를 살펴 농사를 잘 지은 농사장원에게 각 농가에서 막걸리 한동이를 내놓아 장원주라며 권하고, 모밥에 고등어를 감나무잎에 싸주는 반찬을 먹으면 맛도 좋다고 한다. 영동지방 질먹기는 대체로 모심기 작업이 전반적으로 끝나는 말복이 지나서 서낭당 앞에 모여 술잔을 올리고 풍년을 기원하며 먹는다. 강원도에서는 원주와 철원쌀이 잘 알려져 있는데 농군들은 이때에 민요를 부르며 즐기게 된다.
원주 매지리의 논매기 소리 중에는 "원주문막의 찹쌀벼/원주감영의 사발벼/이럭저럭 심었는데/칠팔월이 어른되어 금포 동일 미달벼/묵정밭에 산두벼/이제 벌써 두벌인가 추경추수하여보세"라고 노래한다.
5) 영갈
영갈은 농촌의 생산풍속으로 소만이 들어있는 4월중에 행하는데 '갈꺾기'를 하여 퇴비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소만때 갈꺾으라는 동네 어른들의 명령이 있어야 하므로 이를 '영갈'이라 한다.
퇴비권장을 위해 동네 주민들이 공평하게 소만전에는 입산을 금하고, 으례 소만날만 되면 요즘도 갈꺾으러 가는 사람이 있다. 영서지방은 거의 전지역에서 했고 영동지방에는 고성군 진부리, 속초시 설악동 등에서 볼 수 있다.
6) 4월의 농어업력
초순에 논갈이를 하고 무논은 두벌 갈며 모래논은 세번갈이를 한 뒤 써레질을 하고 모를 심는다. 모심기는 대체로 소만을 전후하여 소위 "일공론, 모공론한다"며 서로 상의하여 깊은 모자리부터 모심기를 한다. 이때 "모줄은 앞 뒷줄을 다툰다"고 할 만큼 먼저 심은 곳과 나중에 심은 모는 차이가 나므로 먼저 모심기를 하려고 한다. 대체로 초벌매기 즉 '아이짐'은 음력 3월 20일경부터 시작하고 '두벌짐'은 약 보름후 '세벌짐'은 말복 10일전에 매게 된다.
하순경에는 담배를 심으며 누에고치와 보리를 거둔다. 그믐날에는 '써레쓰시미'를 하고 '찰뭉생이떡'을 해서 서로 나누어 먹으며 하루를 즐겁게 보낸다. 어촌에서는 게, 명태, 멸치잡이와 미역따기를 한다.
2. 5月
1) 단오날
음력 5월 5일은 단오날이다. 이날을 高麗時代 歌謠인 '動動'에서는 '수릿날'이라 불렀다. 단오날은 기수인 홀수가 겹쳐 있으므로 길한 날로 여기고 있는데, 기수는 음양으로 보면 양수에 속한다.
수릿날이라 부른 것은 민간전설로 수리치떡을 해먹고 떡모양이 수레바퀴와 같다고 하여 유래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수리'는 고어로 上, 神, 高의 뜻이 있으므로 '신의 날'이라 할 수 있다.
단오날은 전통적인 5월 수릿날의 행사를 계승하고 있는데 남자들의 씨름, 여성들의 그네뛰기가 민속놀이로 행해지며 특히 여성들은 창포물로 머리를 감거나 창포뿌리로 비녀를 만들어 꽂기도 하였다. 가정이나 마을단위로 단오제례를 지내기도 하는데, 마을단위의 향토축제인 단오제는 이른바 파종의례로 10월 상달에 행해지는 수확의례인 명주 무천제와 연관성을 지닌 상대적인 축제라 하겠다.
강릉단오제는 역사성과 고증이 충실한 중요성을 인정받아 1967년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제13호로 지정되었다. 지정내용은 단오제례, 관노가면극, 무격굿으로 현재 지정된 기능보유자는 제관 도가에 김진덕, 관노가면극에 권영하, 무격에는 기능보유자였던 신석남 무녀에 이어 신동해씨가 후보로 지정되었다.
양양의 장군성황신제는 매년 단오날에 치루어 지는데, 고려 穆宗 10년(1007)에 축성한 襄州城內에 성황사를 짓고 외적에게 희생된 영령들을 위로하고 주민들의 소원성취를 기원하고 있다.
2) 창포비녀와 머리감기
창포뿌리를 깎아 비녀를 만들어 수복이란 글씨를 새기고 끝에 연지를 발라 머리에 꽂으면 두통을 막고 액을 없앤다고 한다. 색실로 창포뿌리를 꿰어 댕기를 만들어 달고 다니는데 향낭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하며, 창포뿌리를 파 약쑥과 함께 삶아 머리를 감으면 머리결이 좋아지고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아이들의 머리를 깎아 물에 띄워 보내면 아이들의 머리가 좋아진다고 한다.
3) 약쑥뜯기
단오날 아침 식전에 쑥을 뜯어 말려 놓았다가 여름철 배앓이를 할 경우 다려서 약으로 먹으면 효과를 본다고 한다. 해가 돋기 전에 뜯어야 약효가 있다고 하며 부인들이 출산후에 몸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쑥을 태운 김을 쏘이기도 한다.
일부 강원 마을에서는 소가 난산일 경우 약쑥을 소등에 얹고 천을 덮고 가재로 문지르면 순산을 한다고 하며, 인제에서는 약쑥을 넣은 영계가 몸에 좋다고 하여 여름철 시식으로 먹는다. 강릉 학산마을에서는 이달의 시식으로 밀전병 대신 밀국수를 해먹는데, 이 시기가 밀을 수확한 직후이기 때문이다.
4) 5월의 농어업력
농가에서는 감자밭과 담배밭도 매어 주고 늦은 논에는 아이짐을 맨다. 모심기는 하지가 '모의 환갑'이라 하여 늦어도 이때까지는 모심기를 한다.
첫 감자도 하지때 캐는데 작황을 보기위해 캐보는 것을 "감자 밑본다"고 하며 그렇게 해서 감자가 잘 영근다 한다. 중순에는 밀, 수수를 거두어 마당질을 하고 마늘도 수확한다. 어촌에서는 명태, 도루묵, 오징어, 칼치, 멸치잡이를 한다.
3. 6月
1) 유두날
6월에는 더위가 밀려오는 때로 소서와 대서가 들어 있다. 음력 6월 15일을 '유두날'이라 하는데 예전에는 동쪽으로 흐르는 물가에서 머리를 감았다 하여 '東流水頭沐浴'의 준말이라 한다. 요즘은 강가나 계곡에 천렵을 많이 가며 '유두천신'이라 하여 사당에 제사를 올리기도 한다.
유두조, 유두콩, 유두벼라는 이름으로 시장에는 이른 곡물을 내다 팔며, 농촌에서는 이날 씨를 뿌리고 남은 곡식을 떡해 먹으며 "씨종자 해먹는다"고 말한다. 이날을 전후하여 강우량이 많아지면 "유두물 지운다"고 한다. 鄭東愈는 《晝永編》에서 유두날을 우리의 고유한 풍속이라고 언급하였다.
2) 논굿
농가에서는 복날에 농사짓는 대주가 백설기나 뭉숭이 시루떡을 복떡이라 하여 논둑에 차려놓고 풍년을 기원하는 논굿을 한다.
3) 삼복날
하지뒤 셋째 庚日을 初伏, 넷째 경일을 中伏, 입추후 첫째 경일을 末伏이라 하여 三伏으로 친다. 강원도에서는 이날 닭을 잡아서 약병아리라 하여 보신용으로 먹거나, 수박을 시원하게 먹고 보신탕을 이열치열이라 하여 먹는다. 이런 것을 '복다림'이라 한다. 여름에는 보신을 위해 소보다 개를 선호하는데, 여름소를 '풀소'라고 하여 풀만 먹고 자랐기 때문에 보양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복중에 천둥이 많이 치면 머루, 다루 등 산열매가 흉년들고 천둥이 치지 않으면 풍년이라 점을 친다.
4) 모래찜질하기
동해안은 바다가 아름답고 백사장이 좋아서 허리가 아픈 사람들은 삼복날 바닷가에서 모래찜질을 하기 위해 인근 해수욕장으로 나간다. 삼베옷을 입고 바닷물을 적신 다음 모래구덩이 속에 들어가 있으면 요통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5) 6월의 농어업력
농가에서는 그믐 무렵에 '두벌짐'을 매고 감자도 캔다. 장마가 거의 끝남에 따라 병충해를 막기위해 약제를 뿌리고, 담배잎따기, 깨심기, 마늘수확을 한다. 어촌에서는 오징어잡이, 멸치잡이를 나간다.
第 3節 秋季의 歲時曆과 農漁業曆
추계는 음력 7월부터 9월까지의 시기로 수확에 따른 세시풍속이 대부분이다. 정월 15일의 예축의례의 상응인 8월 15일의 경축의례가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세시풍속으로는 7월의 칠석날, 8월의 한가윗날, 9월의 중양절 등이 있으며, 절기상 7월 입추와 처서, 8월 백로와 추분, 9월 한로와 상강이 들어 있다.
1. 7月
1) 칠석날
7월에는 입추와 처서가 들어 있는 절기로 가을이 시작되고 여름의 더운 기운이 끝나게 된다. 음력 7월 7일은 '七夕날'이라 하여 하늘의 견우성과 직녀성이 만난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날 옷과 서적을 말리는데 전통가옥이나 종가집에서는 보관중인 고서들을 햇볕에 말리면 좀이 먹지 않는다고 한다. 칠석날 비가 오면 견우와 직녀가 재회의 기쁨에 흘리는 눈물이라 하는데 그해 농사가 잘 될 징조라 한다.
2) 칠성기도
강원도 농촌에서는 '칠성기도'라 하여 북두칠성을 향하여 제사를 지내는데 제물은 백설기, 참외, 주과포를 놓고 촛불과 향을 피우며 수명장수를 기원한다. 특히 자손이 귀한 집에서는 득남과 자식의 장수를 빈다.
3) 백중날
음력 7월 보름날을 '百衆날'이라 한다. 백중은 한자로는 '百種', '百中', '亡魂日', '中元'이라고도 한다. 어원은 백가지를 과일을 차리고 불교의 우란분재를 지냈기 때문이라고 하며, 또는 백가지 씨앗종자를 갖추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이날 호미씻이를 하고 나면 발뒷꿈치가 하얗게 되므로 '白踵'이라는 사람도 있다.
성현의 《용재총화》에는 百種이라 하고 망친의 영혼을 제사한다고 하였다. 영동지방에서는 백중날 약수가 여문다고 약수터에 가서 물을 마신다.
4) 질먹기
7월이 되면 속담에도 있듯이 "깐깐 5월, 미끈 6월, 어정 7월, 동동 8월"이라 한 것과 같이 다른 달에 비해 농한기가 된다. 7월 보름에 농사짓는 사람들은 집에서 각자 음식을 만들어 나이 순대로 자리를 마련하고 위로의 시간을 갖는 것을 '질먹기'라 한다. 봄철에 질을 짜서 함께 농사일을 한 사람들이 논김은 다 매고 밭김은 두벌 매고 김장을 심을 무렵에 하게 된다.
이날 질을 먹고 난 다음에는 동네의 일들을 의논하며 일꾼이 많은 집에서는 푸짐한 음식을 장만한다. 아울러 장성한 사람이 있으면 그 집에서는 동네사람들에게 "질을 헤친다"고 하거나 "질을 먹인다"며 음식을 베푸는데, 이것을 '판례'라 하며 이후에는 성인대접을 받게 된다. 따라서 정당한 품회계로 품앗이를 하게 되는 성인식의 한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마을마다 질이라 부르는 두레를 짜면 공동으로 일을 해나가게 되는데 영좌와 대방, 비방이라는 직함을 만든다. 領座는 마을의 어른으로 판례행사와 호미씻이를 주관하고 마을의 불량자를 훈계하기도 한다. 영월지방에는 영좌, 공사장, 대방, 상고원 등이 있었다.
원주 흥업면 매지마을과 회촌마을의 호미씻이는 질먹기라고도 하는데, 논김을 매고 난 다음에 한마당놀이를 하는데, 이때 "에에 어라 단호리야(고시네)/에에 어라 단호리야(고시네)/에에 단호리야/얼싸 단호리야"라는 뒷소리를 하면 김매기 선소리를 한다. 요즘에는 담배농사를 많이 하므로 벼농사 질먹기가 담배농사 질먹기로 바뀌고 있다.
5) 옥수수알점
옥수수가 많이 나는 강원도 산간마을에서는 구황식품으로 오랫동안 주식이 되어 온 옥수수알이 여문 것을 만져 보고 그해 가을 풍흉년을 점친다. 이른 옥수수가 잘 되면 그해는 이른곡식이 좋은 결실을 맺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늦곡식이 풍작이라고 점을 친다.
6) 꽈리불기
음력 7월에는 들판에 꽈리들이 많이 열리는데 소녀들은, 이때를 기해서 다 익은 열매를 따서 껍질이 상하지 않게 속을 파내고 껍질 구멍에다가 공기를 불어 넣어 동그랗게 한 뒤에, 입속에 넣고 구멍이 있는 곳을 가만히 혀로 누르면 꽈리 소리가 난다. 이 소리는 계속하여 입속에서 빠드득 빠드득하고 나게 되므로 이것을 가지고 노는 사람뿐 아니라 듣는 사람도 재미가 있다. 아이들의 꽈리불기도 지금은 고무로 만든 꽈리로 바뀌어져 가고 있다.
7) 갈풀썰이
갈풀썰이는 강원지역 화전농경문화의 하나로 음력 7월경 추수전에 내년의 농사를 위해서 마을사람들이 힘을 합쳐 두레형식으로 집집이 돌아가며 퇴비를 장만하는 것이다. 무성하게 자란 2∼3년생 초목을 베어와서 작두로 썰어서 큰 풀가리를 만든다. 이것은 비료가 없던 60년대 이전 화전농경을 하는 사람들에게 퇴비만이 유일한 지력증강의 수단이었으므로 가을에 풀을 베어 말리는 작업은 긴요하였다.
지금은 농업기계화와 함께 화학비료가 많은 관계로 퇴비작업이 적어졌으나, 갈풀썰이는 산간마을에서 행해지는 중요한 연중행사인 것이며, 이때 행해지는 의례와 소리는 강원산간문화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태백시 일대에서 행해지는 갈풀썰이를 보면, 먼저 추수기전까지 일년 동안 초목이 자라서 좁은 길과 마을길을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풀을 베고 난 다음, 마을 서낭당에서 마을의 안녕과 주민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고사를 올린다. 이때 날을 받아 언제부터 풀베기를 하며 누구집부터 돌아가면서 한다는 결정을 보는데, 보통 20∼30명이 품앗이 형태로 돌아가면서 풀베기를 한다.
갈풀은 대체로 2∼3년생 초목을 대상으로 하는데, 작업중에 풀아시가 풀의 이름을 해학적으로 사설을 붙여 불러주어 지루함과 힘든 작업의 피로를 덜고 작두질할 때 힘의 안배를 해주게 된다. 풀아시의 선소리에 답하여 작두꾼과 뒷풀꾼이 화음을 내어 흥겨운 분위기를 만드는데, 이날은 '풀밥'이라 하여 푸짐한 음식을 장만하며 장정들은 식사후에 씨름을 하며 놀게 된다. 강원화전농경의 흔적이 남아 있는 노동요 갈풀썰이 사설은 다음과 같다.
7월에는 초순에 퇴비를 장만하여 감자를 캔 자리에 메밀을 심는다. 거름을 내고 퇴비를 장만을 위해 풀을 베 놓고 작두질을 한다. 이때 우러리라 하는 작두소리를 한다. 속담에 "퇴비무지가 쌀무지"라 하여 농사에서는 내년 농사준비에 필요한 퇴비작업을 필수적으로 한다.
아울러 가을땔감으로 시목을 하는데, 약 한달간 등거리나무나 소나무 가지인 송지 등을 한다. 중순에는 가을누에를 치며 담배, 오이, 호박 등을 거둔다. 어촌에서는 오징어잡이와 명태잡이, 도루묵잡이를 한다.
2. 8月
1) 한가윗날
음력 8월 15일을 '한가윗날'이라 하는데 한자로는 '추석'이라 쓴다. 이때는 새로 나온 햅쌀과 과일로 조상의 차례상을 차리며 낮에는 성묘를 간다. 속담에 "더도 덜도 말고 8월 한가윗날만 같아라"고 《열양세시기》에 적고 있으며,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도 전한다. 영동지방에서는 이때 고기국을 먹는 것이 특징이며 시식으로는 송편을 만들어 먹는다. 송편을 받으면 이웃과 나누어 먹는데, 떡을 받으면 빈쟁반을 그냥 보내지 않고 자기집의 떡도 맛을 보라고 보내거나 과일을 보내기도 한다. 벌초는 8월 초하룻날에 가는 집안이 많다.
2) 성주단지갈기와 문바르기
8월 추석날이 되면 새로 수확한 '수댓쌀'인 햅곡을 성주단지에 다시 채우는데 찹쌀을 넣는다. 성주단지는 영월, 평창, 양양, 속초, 강릉 등 일부 가정에서 모시고 있는데 보편적인 성주모시기는 한지에 실을 묶어 안방 상량대에 거는 것이다.
성주단지의 성주쌀을 갈 때는 주부가 정성껏 제물을 준비하여 치성을 드린후 새로 갈고 가정의 식복과 안녕을 기원한다. 또한 가정에서는 창호지 구멍이 난 것을 7월달에 바르면 도둑이 들고 이날 바르면 도둑이 들지 않는다 한다.
3) 8월의 농어업력
농가에서는 '건들 팔월'이라 하여 건들거리며 지낸다. 밭의 가지를 거두며 무나 배추를 심는다. 하순에는 가을걷이를 하며 보리를 심는다. 하순에는 이른콩과 올벼를 거둔다. 어촌에서는 오징어, 칼치, 새우잡이를 나간다.
3. 9月
1) 중양절
음력 9월 9일은 9자가 겹쳐 '重九日'이라 하며 양수가 겹쳐 '重陽節'이라고도 한다. 이날 부녀자들은 국화를 따서 찹쌀떡을 만들어 먹는다. 절후상으로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고 기러기가 찾아온다 하며 설악산, 두타산, 오대산, 치악산 등으로 단풍구경을 간다. 강원도 속담에 "여름철 모기떼들도 중구얻어 먹고 간다"고 한다.
2) 구월맞이
음력 9월 9일은 길일이라 하여 집안에 삼재가 든 사람이 있거나 불상사가 자주 일어나는 가정에서는 무당을 찾아서, '구월맞이'라며 액이 든 사람의 이름을 걸고 정성껏 기도를 하며 좋다고 하여 행하며, 이날 차사를 지내는 영동지방에서는 시식으로 감떡을 제상에 올린다.
3) 9월의 농어업력
농가에서는 메밀, 깨, 늑콩, 수수 등을 거두며 하순에는 벼를 베어 말린다. 그믐에는 마늘을 심는다. 어촌에서는 멸치어장이 형성됨에 따라 그물손질 등으로 분주하며 오징어, 명태잡이를 나간다.
第 4節 冬季의 歲時曆과 農漁業曆
동계는 음력 10월부터 12월까지의 3개월간으로 이 기간은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시기다. 방위상으로는 북방으로 북은 '伏'의 뜻이 있고, 冬은 '藏'의 의미를 내포하여 冬藏의례의 세시풍속을 형성하고 있다. 대표적인 세시풍속은 10월에는 상달의례, 11월에는 동지, 12월에는 守歲가 있으며 절후상 10월 입동과 소설, 11월 대설과 동지, 12월 소한과 대한이 들어있다.
1. 10月
1) 상달
10월을 上달이라 하여 각 가정에서는 고사를 올린다. 가정에서는 '안택기도'라 하는데 토지신은 뒷뜰 장독앞에서 지내고 성조신 제사는 안방, 조왕신은 부엌에서 솥뚜껑을 엎어 제물을 진설하고 지낸다. 뒷뜰에는 백설기, 시루떡을 하고 방에는 팥시루떡, 부엌에서는 메를 한그릇 올리며 기타 제물은 돼지고기, 명태, 열갱이, 주과포 등을 쓴다. 일부 군웅신을 모시는 고성지방이나 강릉 등지에서는 간단한 제물을 차려 마굿간에 가서 소의 무병을 빈다.
형식은 독축을 하거나 절만하고 소지를 올리는 가정, 간단히 말로 기원하는 경우가 많다. 제사 중에는 대문에 왼새끼를 꼰 금줄을 치며 황토를 문앞에 뿌린다. 제사 후에는 각자의 소지를 올리는데, 태운 재가 위로 빨리 올라가면 그 식구의 운수가 좋다고 한다. 일부 가정에서는 무당을 불러 안택굿을 한하고 종이성주를 갈기도 한다.
영동지방에서는 10월 1일날 날씨가 따뜻하면 겨울 날씨가 대체로 온난할 것으로 점을 친다.
2) 송개틀기
송개틀기는 농가의 풍속으로 가을철 벼베기를 끝내고 10월이 되면 날을 정하여 '송개틀기'를 한다. 이날을 "속깽이 하는 날", "소갈비 하는 날"이라고도 부르는데, 소나무의 낙엽을 긁어서 겨울철 땔감으로 쓰기 위한 것이다. 마을에서는 한 사람이 종을 울리며 "송개다 송개다"라고 외치면 집집마다 깍지를 들고 나와 소나무 솔잎 검불을 긁으러 함께 간다.
"나무가 묵어서 썩는 집안은 쌀도 남아 썩는다"고 할 만큼 연료사정이 좋지 않던 시절의 풍속으로 지금은 강원 산간 오지마을에서나 검불을 긁어다가 쓰는데, "검불밑이 썩으면 좋다"고 한다.
3) 김장담그기
夏醬冬菹라 하여 여름에는 장을 담그고 겨울에는 김장을 하는 것이 우리의 음식세시다. 음력 10월에는 가정에서 김장을 하는데 다음해 봄까지 먹을 김장을 한다. 김장을 반양식이라 할 만큼 한국인의 식성에 맞는 반찬이고 겨울철의 중요한 비타민 공급원이기도 하다.
우리민족은 예로 부터 醬釀을 잘하였다고 《三國志》 위지동이전에 기록하고 있을 만큼 저장 발효식품에 일찍 눈을 떴다고 할 수 있다. 김장을 할때는 이웃집 부녀자들이 서로 상부상조로 힘을 덜어주는 미풍양식이 계속 전하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김치헛간을 만들어서 땅에다가 김장독을 묻어야 제 맛이 난다고 한다. 김치헛간은 '김치각'이라고도 부르는 움막으로 태백이나 삼척의 산간마을에서는 너와나 굴피, 저릎으로 지붕을 씌우고 일반 가정에서는 짚이나 이엉을 엮어 지붕으로 만든다.
4) 강정만들기
10월달의 시식으로는 강정류를 들 수 있다. 강원도내에서도 전통있는 가문에서는 강정을 만들어 제사에도 올리고 아이들 간식으로도 쓴다. 강정은 찹쌀가루에 술과 물을 넣고 반죽하여 여러 모양으로 말린다음 기름에 이것을 튀기면 부풀게 된다. 그 모양이 마치 누에고치 모양으로 되면, 여기에 조청을 바르고 흰깨나 검은깨를 볶아 묻혀 입히며 된다. 이밖에도 강원도 콩강정은 맛이 좋고 깨강정, 오색강정, 매화강정도 있다.
5) 10월의 농어업력
10월에 들어서면 벼를 떨어서 방아를 찧는다. 날씨가 좋으면 추수한 곡식을 약 20일 정도 말리는데 이때 베를 지게로 지어 집으로 들여서 볏가리를 세운다. 볏가리위에는 짚으로 주저리를 씌워서 비가 와도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한다.
이때 예전에는 '태치기'를 하는데 바위로 태상을 차리고 손으로 벼를 잡아 도리깨질을 한다. 이때 벼들은 녹두벼라 하여 태를 치면 잘 떨어졌다고 한다. 볏짚은 마구깔개를 하거나 초가집을 이었다. 농촌에서는 솔잎을 긁어다가 겨울철 땔감을 마련한다.
초순과 중순사이에 간장을 담그며 날을 받아 안택고사도 지내고 메주를 쑤기도 한다. 어촌에서는 겨울 명태와 멸치를 잡으며 그물손질과 겨울철 고기잡이 준비를 한다.
2. 11月
1) 동지
동지를 '작은 설' 또는 '亞歲'라고 하는데 고대 역법으로 동지를 설로 삼았던 것에서 비롯한다. 동지는 24절기중 밤이 가장 긴 때로, 이때는 시식으로 팥죽을 먹고 나이 한살을 먹었다고도 한다.
《동국세시기》에는 이날 팥죽은 찹쌀가루로 새알 모양의 떡을 만들어 죽속에 넣고 꿀을 타서 시절음식으로 삼아 제사에 쓰며, 문에 뿌려 상서롭지 못한 것을 물리친다 하였다. 동지팥죽에는 찹쌀로 만든 옹심이 또는 새알심을 넣어서 자기 나이 수대로 먹는다. 영북지방에서는 옹생이라고도 부른다. 주부들은 아이들에게 일부러 새알을 주워오라고 심부름을 시키는데, 이때 미리 담옆에 찹쌀 옹심이를 흰종이위에 두 서너개 올려 놓는다. 그러면 아이들은 새알을 찾았다고 주워오게 되고 이렇게 주워온 새알을 자기가 먹으면 좋다고 한다.
또한 옹생이로 점을 치는데 집에 임산부가 있으면 팥죽을 끓이기 전에 생옹생이를 화롯불에다가 구워서 옹생이가 앞으로 튀어 나오면 아들이고, 그냥 갈라지면 딸이라고 점을 친다. 팥죽은 먹기 전에 방안이나 부엌, 대문 등에 뿌려 집안의 잡귀를 몰아내고 평안을 기원한다.
중국의 종름이 쓴 《형초세시기》에는 동지팥죽의 유래를 共工氏의 불초자식이 동짓날 죽어 역질이 되었는데, 그 귀신이 붉은팥을 두려워하므로 팥죽을 쑤어 물리친다 하였다.
동지가 초순에 들면 '아기동지' 또는 '애동지'라 하여 팥죽을 쑤지 않는데 아이들에게 나쁘기 때문에 그렇게 하며, 애동지에는 농사가 잘 안된다고 점친다. 중동지나 노동지인 보름이후라야 팥죽을 쑤어 먹는데 속담에는 "동짓날에 팥죽 아홉그릇 먹고 검불 아홉짐을 지고 와야 좋다" 한다. 영서지방에서는 애동지가 아니더라도 그해 괴질로 죽은 사람이 있으면 동지에 팥죽을 쑤지 않는다. 동짓날에는 날이 맑고 바람이 없어야 풍년이 들 것으로 보며, 팥죽이 일찍 쉬어도 풍년이라 한다.
2) 용경점
龍耕은 '용갈이'라고도 하는데 동짓달에 호수가 얼면 그 얼음이 언 것을 보고 새해 농작의 풍흉을 점치는 것이다. 이것은 호수밑에 사는 용이 논두렁처럼 얼음을 갈아 놓은 것으로 보고 농사와 관련된 물의 수량을 예측한다.
즉 얼음을 남쪽으로 향해 갈아 놓거나 복판만 갈면 이듬해는 풍년이 들고 북으로 향해 엇갈거나 옆을 갈면 흉년, 좌우로 마구 갈면 평년작이라고 한다.
《동국세시기》에도 전하는 용경은 속초지방에서는 청초호가 얼었을 때 이것을 점쳤다고 하고, 만천동 나룻배 싸움놀이는 이러한 전설에 입각한 놀이로 주민들에 의하면 용이 밭을 가는 동지 때면 소들이 진땀을 흘리는 것을 볼 수 있다고도 전한다.
3) 11월의 농어업력
농가에서는 겨울철에 쓸 땔나무를 준비하며 삼도 삼는다. 하순에는 새끼를 꼬거나 삼데미나 멍석을 짠다. 어촌에서는 이때 명태가 많이 잡히므로 일손이 바쁘다. 동태 말린 것을 북어라 하는데 대관령 밑에서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마른 누런색의 황태를 제일로 친다. 명란과 창란 등은 밑반찬으로 유명하며 포로 만든 것은 제수감으로 많이 애용된다. 양미리나 꽁치도 어획량이 높다. 영서지방의 강변마을에는 샆놓기를 이 무렵에 하는데 물고기를 잡기 위해 통살이나 샆을 놓는다. 샆은 싸리나무나 닥나무의 바른 것을 골라 노끈으로 발과 같이 엮은 것을 말하는데 물이 흐르는 곳을 일부 막고 샆을 놓으면 물고기가 샆에 얹혀서 잡히게 된다. 각종 피라미나 민물생선으로 매운탕을 끓여 먹는 것이 이 무렵의 시식이다.
3. 12月
1) 섣달 수세
음력 12월달을 섣달이라 부른다. 이달을 한해를 마감하게 되므로 분주하게 보낸다. 예전에는 동지후 셋째 未日을 납일로 정하여 납향제를 지냈으나 요즘은 없어졌다. 섣달에 잡은 참새는 맛이 좋고 마마를 깨끗이 한다고 해서 잡아 먹었다. 이날은 일찍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며 아이들은 잠을 재우지 않는데 이를 "守歲 지킨다"고 한다.
가정에서는 집 안팎에 환하게 불을 켜놓는데, 그렇게 해야 한해가 밝고 복을 받으며 잡귀가 침범하지 못한다고 한다. 辭歲라 하여 묵은 세배를 하고 만두국을 먹으며, 미리 넣어 둔 복만두를 먹는 식구는 남보다 복을 많이 받는다 한다.
2) 12월의 농어업력
농가에서는 12월을 '썩은 섣달'이라 하여 다른 달에 비해 쉽게 지나간다고 한다. 온상준비, 감자저장, 새끼꼬기 등을 하며 어촌에서는 명태, 문어, 게, 오징어를 많이 잡는다.
4. 윤달
윤달은 '남의 달', '공달'이라 하여 재액이 없는 달로 여긴다. 이 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 할 정도로 꺼리던 일을 한다. 장례준비를 하고 수의를 만들며 부엌개수, 화장실 등을 고친다. 묘소도 손을 보는데 이장을 하거나 비석도 세우게 된다. 윤달에는 기가 약하므로 결혼, 이사, 회갑 등의 살아있는 사람의 경사스런 일을 금하고, 자손에게 피해가 없기 때문에 평소 꺼리던 죽은 사람을 위한 일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윤삼월은 죽은 사람을 위한 귀한 달로 지관을 대지 않고 어느 자리에 이장을 해도 탈이 없다 한다. 불교계에서는 윤달을 이용하여 저승길에 지고 갈 업장을 현세에 미리 갚는다는의식으로 예수제를 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