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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란 무엇일까?
휴대폰으로 통화나 문자를 보내다가 전지가 소모되어 중지해야만 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휴대품을 언제나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부착되어 있는 전지 때문이다. 야외에서 cd(compact disk)플레이어를 작동시키려면 전지를 몇 개 준비해야 했었다. 전지 구입비도 만만치 않았는데 충전하면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전지가 나타났으니 상당히 편리해졌다는 생각을 지금도 가끔 한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전지는 화학반응(즉, 산화-환원반응)을 이용하여 화학에너지를 필요한 경우에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킬 수 있는 장치이다. 그 외에도 태양빛, 열, 연료의 연소를 이용한 태양전지, 열전지, 연료전지 등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연구되고 있다. 화학반응을 이용한 화학전지는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1차 전지와 사용 후 외부에서 전기를 공급하면 다시 재생되어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한 2차 전지로 나누어진다.
산화환원반응은 언제나 같이 일어나며 고전적인 의미로는 산소와 결합하면 산화가 일어났다고 하며 산소를 잃으면 환원되었다고 한다. 안 쓰고 오래 내버려둔 철제 연장(호미, 낫, 못 등)이 빨갛게 녹이 슬어 있는 것1)이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산화 반응이며 격렬하게 일어나 빛과 열을 발생하는 연소도 산화의 일종이다. 생명체도 섭취한 음식물을 산화시켜 필요한 에너지를 얻고 있다. 생명체에서는 산화과정이 단계적으로 일어나므로 발생한 에너지가 빛과 열로 변환되지 않고 ATP(adenosine triphosphate)에 저장되어 필요할 때 사용된다.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산화환원 반응의 개념도 확장되어 현재에는 분자나 이온의 산화수가 증가하면 산화, 감소하면 환원이라고 한다. 또한 전자의 개념을 도입하여 전자를 잃으면 산화, 얻으면 환원이라고 하기도 한다.
1800년 3월 20일에 영국왕립학회에서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A. G. A. A. 볼타가 발표한 논문에 최초로 개발된 1차전지인 볼타전지의 원리가 설명되었다. 원래 두 종류의 서로 다른 금속이 전해질용액에서 전기를 만든다는 것은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해부학 교수였던 L. A. 갈바니2)(1737~1798)에 의하여 우연히 발견되었는데 갈바니는 이 전기를 동물 안에 있는 전기 즉 동물 전기라고 확신하고 이 전기는 동물(개구리)의 신경을 지나 근육으로 통하며 두 종류의 금속에 의하여 전기 회로가 만들어지면 경련이 일어난다고 주장하고 이 전기를 ‘갈바니 전기’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물리학자였던 볼타는 친구인 갈바니의 설명에 의문을 가지고 우연히 두 금속 사이에 개구리 다리가 끼어 있었을 뿐이었지 전기는 두 종류의 금속이 만드는 접촉전지라고 생각하였다. 왜냐하면 같은 금속을 사용하여 실험하니 개구리 다리가 경련하기 않았기 때문이다. 드디어 그는 은판과 아연판 사이에 소금물을 적신 헝겊이 끼워져 있는 것을 12겹으로 연결하여 전기를 발생하게 했다. 은과 아연의 표준 환원전위3)(E°)가 서로 다르므로 아연판과 은판을 은과 아연 이온이 녹아 있는 전해질 용액에 넣고 도선으로 연결하면 전기가 흐른다. 이 때 이온화 경향4)이 큰 아연금속(Zn)이 산화되어 아연2가 (Zn2+)이온이 생성되고 이 용액 중의 은(Ag+)이온은 환원되어 은 금속(Ag)이 은판에 석출한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아연판은 줄고 은판은 늘어나며 흐르는 전기는 점점 약해진다.
현재는 구리전극과 아연전극을 분리된 두 개의 전해질 용액에 넣고 염다리로 연결한 전지를 갈바니 전지 또는 볼타전지라고 한다. 간단하게 이 전지는 Cu(s) ︳Cu2+(aq) ‖ Ag+(aq) ︳Ag(s)로 표시된다. ‖는 염다리이며 양쪽을 한천으로 막은 U자관에 KCl 포화수용액을 채워 만든다. 이것의 역할은 구리이온과 아연 이온이 직접 전자를 주고받지 못하게 하며 이온은 염다리를 통하여 이동하게 된다. 일반적인 전지는 환원극(양극)에 이온화 경향이 작은 금속을 그리고 산화극(음극)에 이온화 경향이 큰 금속을 넣고 주위에 전해질을 채운 장치이다.
새로이 개발된 볼타전지는 휴대하여 사용하기가 불편하므로 분젠전지5), 포겐도르프전지6) 등이 고안되었으며 망간건전지가 개발되어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다. 건전지에는 망간건전지, 수은건전지, 적층건전지 그리고 내한건전지 등이 있다.
망간건전지는 음극에 아연금속(Zn), 양극에 탄소막대(C), 전해액에 염화암모늄(NH4Cl)과 염화아연(ZnCl2)을 사용하는 전지이며 탄소막대 주위에서 발생한 수소기체가 탄소막대에 붙어 전지의 효율이 떨어지므로 산화제인 이산화망간을 넣어 물로 만든다. 망간건전지의 기전력은 약 1.5볼트(V)이다. 손전등과 같은 소형 전기 제품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온도가 10℃에서 30℃ 사이이면 사용하기에 가장 알맞고 사용할 수 있는 최고온도는 60℃이다. 기온이 5℃로 떨어지면 기전력이 줄고, -20℃ 정도가 되면 전해액이 동결하여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수은건전지는 1947년에 미국의 S. 루벤에 의해 고안되어 P. R. 맬로리사에 의해서 만들어진 1차전지이며 소형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보청기, 휴대용 라디오, 테이프리코더, 무선마이크나 카메라의 노출계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건전지는 아연금속(Zn, 음극), 산화수은(HgO, 양극) 그리고 전해질인 산화아연(ZnO)과 수산화칼륨(KOH)의 혼합물로 이루어져 있다. 기전력은 사용하는 동안 거의 일정하며 약 1.35 V이다. 고온, 예를 들면 100 ℃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자체방전이 적어, 제조 후 1년 정도 경과하더라도 용량이 거의 감소하지 않는 등의 장점이 있는 반면에 수은이 아주 유독한 금속이므로7) 폐품처리에 문제가 있다.
적층건전지는 이름이 말해주듯이 건전지를 구성하고 있는 이산화망간, 염화암모늄, 아연금속판 그리고 탄소판을 포개어 만든 단위전지 여러 개를 직렬로 연결하여 만든 전지이다. 주로 휴대용 라디오나 무선 통신기용으로 사용되는데 기전력은 69 V 정도이다.
망간건전지는 온도가 5℃ 이하가 되면 사실상 사용할 수 없으므로 부동액을 첨가한 전해질을 가지고 있는 내한건전지가 만들어져 -20℃ 이하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미사일이나 우주통신 등에 사용되고 있다.
이들 이외에도 건전지의 전해질로 사용되는 염화암모늄 대신 강염기인 수산화칼륨(KOH)을 사용하는 알칼리 망간 전지(보통 알칼리 전지라고 함)와 아연 대신 리튬금속을 양극으로 사용하는 리튬전지가 개발되어 지금 사용되고 있다. 알칼리 전지의 기전력은 1.54V이고 건전지보다 오래 쓸 수 있지만 강염기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분해할 때 조심해야 한다. 리튬금속은 반응성이 강하여 수용액, 대기 중의 수증기 산소 심지어는 질소와도 반응하므로 수분이 완전히 제거된 유기용매를 사용해야 하며 산소와 질소가 없어야 하므로 개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리튬전지는 전해액이나 음극물질에 따라 고체음극, 액체음극, 고체전해질 전지로 나누어진다. 고체음극형의 이산화망간 리튬전지는 계산기, 시계, 완구 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리튬 액체 음극전지는 군용무전기 등의 특수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고체전해질 리튬전지는 전지에서 누출이 없지만 기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므로 인공심장 박동기 등의 낮은 출력으로 오랜 저장수명이 필요한 곳에 사용된다.
건전지, 알칼리 전지 및 리튬전지는 1차 전지이므로 한 번 사용하면 폐기해야 한다. 전지를 폐기할 때 생명체에 유독한 성분이 유출될지 모르므로 조심해야하며8) 만들기 어려운 물질도 많으므로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빨리 확립되어야 한다.
충전하여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전지를 2차 전지라고 하며 납축전지, 알칼리 축전지 및 니켈카드뮴 전지 등이 속한다. 충전할 때 외부에서 가하는 전압은 기전력보다 커야하며 양극과 음극을 바꾸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면서 일어나는 반응의 역반응을 외부에서 전압을 가하여 일어나게 하여 원래의 상태로 만드는 것을 충전이라고 한다.
자동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케이블로 다른 차의 축전지를 연결하여 충전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납축전지는 2차 전지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며 주 용도는 자동차에 전기 공급이다. 다공성의 납(Pb)과 압축된 이산화납(PbO2)이 교대로 배열되어 진한 황산(비중 1.21.3)을 넣어서 만들며 기전력은 약 2V이지만 사용하는 동안 서서히 저하하여 1.8V 정도가 되면 다시 충전해야한다. 납은 음극이고 이산화납은 양극이며 전해질은 황산이다. 방전이 되면 납과 이산화납은 모두 황산과 반응하여 황산납이 된다. 충전은 전지의 양 단자에 전원의 양 단자를 연결하고 규정된 전류 값을 유지하면서 계속한다. 충전이 진행되면 양극판은 다갈색으로 음극판은 회백색으로 변화하며 전압이 2.7~2.8V로 높아지고 전해액의 비중이 서서히 증가하여 1.26 정도가 되면 종료한다. 충전과 방전은 많을 때는 1,000회까지 가능하며 몇 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자동차에서는 6개를 연결하여 사용하니 총 기전력은 12V이다.
니켈카드뮴 전지는 계산기, 면도기, 캠코더 그리고 휴대용 라디오 등에 사용된다. 양극이 카드뮴금속이고 음극이 NiOOH이며 전해질은 알칼리 용액이다. 충전하여 계속 사용할 수 있으므로 수명이 길며 기전력은 1.4V이다. 납과 카드뮴도 유독한 중금속(카드뮴은 이타이이타이병9)의 원인)이므로 사용 후 잘 처리해야만 한다.
전기분해용 전지는 위에서 설명한 화학전지와 다르게 외부에서 전기를 공급하여 화학반응이 일어나게 하는 장치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전지는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며 전기분해용 전지는 전기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장치이다. 전기분해를 이용하여 반응성이 아주 강한 원소들 알칼리 금속과 알칼리토금속들 그리고 알루미늄, 또 할로젠 원소들 특히 플루오르 등이 순수하게 얻어졌다. 소금물의 전기분해와 알루미늄을 순수하게 얻는 방법을 알아보자.
소금물(염화소듐, NaCl 수용액)에 두 개의 전극을 넣고 전류가 흐르게 하면 양극에서 염소기체가 발생하며 음극에서는 수소기체가 발생한다. 음이온은 염소이온(Cl-)이 전자를 잃고 즉 산화되어 염소기체가 발생한다. 양이온인 소듐이온(Na+)은 전자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수소이온(H+)보다 작으므로 수소이온이 전자를 받아서 수소기체가 발생한다. 남아있는 소듐이온(Na+)은 물과 반응하여 수산화소듐(NaOH)이 되거나 때로는 염소기체와 반응하여 염소산소듐(NaCl03)이 생기기도 한다.
알루미늄은 순수하게 제련하기가 아주 어려워 전기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는 19세기말에 미국의 C. M. 홀(1863~1914)이 전기분해를 이용하여 순수한 알루미늄을 만들 수 있게 되기까지는 만들 수 없었다. 알루미늄 광석인 보크사이트를 정제하여 순수한 산화알루미늄(Al2O3)을 얻어 이것을 빙정석(Na2AlF6)을 혼합하여 용융한 액체를 전해질로 하여 직접 전기분해하면 음극에 알루미늄이 석출된다. 그 이후로 알루미늄이 대량 생산되어 여러 용도에 사용되고 있다. 알루미늄은 산과 염기에 다 반응하지만 다행히도 산화물인 알루미나(Al2O3)가 흰색이고 치밀하여 내부가 더 산화되지 않게 보호한다.
전기도금은 전기분해의 원리를 이용하여 보다 견고하고 부식성이 적은 금속을 어떤 물질의 표면에 석출하게 하여 표면을 매끄럽게 하고, 쉽게 닳거나 부식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목적으로 이용되며 보통 금, 은, 구리, 니켈 등이 물질의 표면에 석출된다. 전기도금에서는 석출되어야 할 금속(금속 갑으로 표시)이 양극이며 도금될 물질(을로 표시)이 음극이 된다. 전해질수용액은 갑 이온이 녹아 포함되어 있는 용액이다. 전기를 통해주면 양극에서는 금속 갑이 전자를 잃고 갑 이온이 되며 음극에서는 이동해온 전자에 의하여 갑 이온이 산화되어 금속 갑이 되어 을 표면에 석출한다.
은도금을 예로 들어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은은 비교적 반응성이 약하고 잘 변색되지 않으므로 귀금속으로 사용되고 있다. 은으로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는 표면에만 은으로 도금한 물체가 비슷한 내구성과 광택을 가지지만 가격이 보다 저렴하므로 은도금을 많이 하고 있다. 숟가락에 은도금을 하기를 원한다면 도금될 숟가락을 음극으로 사용하고 깨끗한 은판을 양극으로 사용한다. 이 때 수용액으로는 질산은(AgNO3) 용액이나 시안산은포타슘(K[Ag(CN)2])용액과 같이 Ag+를 포함하는 용액이 사용된다. 두 전극을 넣고 직류전원장치를 연결하면 양극인 은판은 산화되어 은 이온(Ag+)과 전자(e-)가 만들어지며 은 이온(Ag+)은 전해질용액에 녹고 전자는 전선을 타고 음극으로 이동한다. 음극에서는 모여 있던 전자들이 전해질용액 속의 은 이온(Ag+)과 만나 은 이온(Ag+)이 환원되어 생긴 은(Ag)이 숟가락에 붙게 된다. 반응이 충분히 진행되면 숟가락의 표면 전체가 은으로 얇게 뒤덮이게 되고 전기도금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