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나온 '밀양설화집'에 이어 이번에 출간된 '밀양민요집'도 밀양 출신의 부산대 한태문(국문학과) 교수가 주도했고, 역시 밀양이 고향인 이순욱(부산대 강사) 박사가 참가했다. 부산대 강사인 정훈식 류경자 박사도 함께 편집위원을 맡았다.
제1권 594쪽, 제2권 481쪽에 이르는 두터운 분량의 '밀양민요집'은 밀양 지역의 민요를 빠짐없이 모았다는 점에서 지역 문화 연구의 발품 어린 성과물로 꼽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편집위원들은 "기존에 발행된 구비문학자료집, 민요집, 읍면 단위의 향토지, 지역에서 발간된 매체 등 각종 문헌에 수록된 밀양 지역의 민요를 저본으로 삼고, 현지 조사를 통해 내용을 대폭 추가하여 종합적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중요무형문화재 제68호 밀양백중놀이 중 범부춤을 노는 장면. '밀양민요집'에는 밀양 사람들의 삶과 놀이를 담은 민요를 일일이 찾아 풍부하게 실었다. 국제신문DB | |
자료집의 성격이어서 보통의 책처럼 처음부터 찬찬히 완독하는 형태의 독서는 힘들겠지만, 책 속에는 밀양 사람들의 삶과 고향 사랑을 담은 소중한 노래들이 박혀 있다. '…호박은 늙으면 맛이 좋고/사람은 늙으면 씰 곳이 없다/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아리랑 고개를 날 넘겨주소//십오야 보름달은 구름 속에 놀고/뒷집의 처녀는 내 품에 논다/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아리랑 고개를 날 넘겨주소…'(무안면 무안리 안장환 제보·1958년 9월 채록·1권 40쪽) 등 유명한 밀양아리랑은 이 속에 거의 다 담겼다.
'…시오마시 죽으라고 축원을 했더니/친정부모 죽었다고 전보가 왔네/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아리랑 고개를 날 넘기주소//삼 동시 사 동시 다 모이거라/시오마시 잡아다가 단지곰을 해 묵자/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아리랑 고개를 날 넘기주소'(무안면 무안리 신영무 73세 제보, 2010년 7월 7일 채록·1권 60쪽)처럼 삶의 애환을 있는 그대로 풀어놔버린 가사도 만난다.
'밀양민요집'을 통해 보면 먼 옛날부터 일제시대에 이르기까지 밀양사람들의 삶과 밀양백중놀이, 무안용호놀이, 감내게줄당기기 등 민속을 맛볼 수 있고 장례, 혼인, 잔치 등의 장면을 재구성해볼 수도 있다. 그 정도로 민요가 풍부하게 실렸다.
'밀양민요집'의 발간은 지자체가 주도하고 전문가들이 합류해 꾸준히 지역문화를 정리·보존한다는 데서 가치 있는 작업이다.
'밀양민요집' 전2권은 밀양시가 기획·발간 중인 밀양문화총서의 5권과 6권에 해당하는데 이 총서는 제20권까지 계획돼 있다.(자료제공:국제신문 조봉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