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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즈(김애란:서강전문대86, 문종국:조대공전88, 장희웅:송원전문대90)
9월 23일 토요일
문종국
새벽에 주영씨가 전북대 의재선배님을 찾으러 우리 텐트에 오셨다. 유명한 산 선배님을 뵈니 반갑다.
주영씨는 오늘 북미벽 픽스하러 오셨단다. 우리는 오늘 노우즈 4피치까지 픽스시킬 계획이라고 하니
아침에 차로 앨캡까지 태워주신단다. 우리는 준비가 조금 늦어서 먼저 가시라 하고 천천히 준비해
8시 30분쯤 나섰다. 걸어서 1시간 거리인데 도착해 보니 노우즈를 등반하는 사람이 꽤 많다.
픽스로프를 딱 4동 가져왔는데 전혀 생각도 못한 노우즈 1 피치 지점까지 1동을 깔고 나니 3동 밖에
안 남는다. 할수없이 3피치까지만 픽스시키고 내려왔다. 오후에 장비점에 들러 스틸너트 2개를 더 샀다.
그리고 계획보다 하루가 늦어버려서 하루치 식량을 더 샀다. 저녁에 주영씨 일행과 맥주를 마시며 내일
앨캡 여러 가지 애기들을 나누었다. 내일 앨캡까지 태워다 주신단다. 옛날에 선배님도 걸어다녀봐서
그 설움을 잘 안다고 하시며......
장희웅
새벽에 누가 불러서 애란이형이 밖에 나갔다. 왔다. 난 신경쓰기 귀찮아 그냥 잠을 청했다. 알고보니
남가주 산악회 주영선배님이 왔다간거였다. 우리 만날 목적으로 오신게 아니라 전북구조대팀의 이의재
선배님을 찾아왔다가 없어서 가신것이었다. 아마 어제 애란이형이 게시판에 붙여둔 걸 저녁 늦게 들어
오셔서 보시고는 우리텐트로 오신 것이었다. 아침에 앨캡까지 태워주신다고 하셨지만 우리가 늦어서
먼저 가시라고 하고서 8시 10분경에 앨캡으로 출발했다.
9시반이 되서야 노우즈 스타트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15미터정도 높이의 크랙을 오르면 거기서 부터
노우즈 1피치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첫번째 크랙이 1피치인줄 착각했었다. 처음크랙은 종국이형이 먼저
오르고 1피치는 내가 섰다. 애란이 형이 확보를 본다. 잘할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바위는 미끄럽기 그지 없고 조그만 크랙은 벙어리라 장비가 먹질 않는다. 그렇다고 경우 손가락 반마디
들어가는 크랙에서 자유등반을 하자니 실력이 딸렸다. 하여튼 1피치는 올라섰다. 그렇지만 마음이 착찹했다.
어떤 뜨거운것에 데인 기분이었다. 이제 1피치 올랐는데 이렇게 힘들다니!
2피치와 3피치도 약간 사선으로 기운 크랙등반이다. 겨우 3피치까지 고정시키고 내려오니 4시 30분 이었다.
베이스에 도착하니 6시가 다 되었다. 저녁늦게 남가주 산악회에서 캔맥주를 사들고 우리텐트로 놀러 오셨다.
오늘 남가주팀은 북미벽을 2피치까지 픽스시키고 왔단다. 굉장히 힘든코스인것 같다. 그 쟁쟁한 사람들이
하루내 겨우 2피치까지 못했으니 말이다. 주영 선배님께 오늘 일을 얘기 했더니 알만하다는 표정이다.
노우즈를 등반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한국사람들) 쉽게 봤다가 한 방 먹은 얼굴을 하고 첫날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4피치이후로는 그리 어렵지 않다는 말씀에 조그마한 용기를 가져본다.
9월 24일 일요일
문종국
5시에 기상. 7시에 차를 타러 선배님을 깨우러 갔다. 차로는 5분 거리인데 걸어가면 지겨운 1시간이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엘캡-노우즈에 붙는다. 장비와 식량 등을 다시 정리하고 나니 9시 30분이다.
4피치는 A3, 5.11인데 기존 하켄이 있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올랐다. 길게 팬듈럼하여 큰 크랙으로 2시에
도착. 홀링에 애를 먹는다.
5피치는 걸어가는데라 나는 배낭을 메고 자일을 깔고 희웅이가 홀링쌕을 매고 온다. 5피치 확보지점에는
볼트가 없다. 후렌드 작은것과 너트로 확보.
6피치 역시 어렵지 않게 오르다 넘어가는 부분에서 애를 먹음.
6피치까지 픽스시키고 나니 5시 30분이다. 오늘은 이만하고 탠트로 가서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오기로 햇다.
원래 4피치에서 아래로 곧장 자일을 깔게 되었다. 그래서 홀링과 쥬마링을 쉽게 하고 시간도 절약 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몰라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길게 뻗은 4피치까지의 길을 따라가서 힘들게 홀링했다.
장희웅
9시경에 앨켑에 도착할 수 있었다. 3피치까지 쥬마로 오르고 홀링을 했는다. 경사가 완만해서 홀링쌕의
여기저기가 터져 있었다. 그것보니 속이 상했다. 종국이형은 더했으리라! 3피치에서 트랙을 따라 오르니
4피치에 이를 수 있었다. 대부분 작은 T.C.U와 중간 크기 너트를 이용했다. 우측으로 약간 너덜지대가
있고 그 위로 반침니가 보였다. 침니로 올라가다가 끝나는 부분에서 우측 페이스로 넘어가면 볼트 2개가
있는데 거기서 5피치를 끊었다. 다시 위로 오르니 6피치다. 톱을 선 종국이형이 6피치까지 고정시키고
다시 우리는 4피치 테라스로 내려와 홀링쌕을 고정시키고 곧바로 밑으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베이스까지 오니 9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9월 25일 월요일
문종국
3시 기상. 4시 30분에 쥬마링 시작 4피치에 도착하지 6시 조금 못 됐다. 7피치: 팬듈럼을 2번하고 오른쪽
크랙을 진입. 크랙타고 쭉 위로 올라간다. 홀링자일이 부족(40m). 등반 중 낙자시키고 완료 후 다시 하강.
홀링자일을 가져간다. 너무 더디고 등반도 느리고 홀링이나 다른 자일처리 기술들이 부족한 것 같다.
우리가 그렇게 시간을 끌고 있을때 독일팀이 먼저 올라간다.
8피치: 개념도와 약간 틀린것 같다. 희웅이가 후렌드를 설치 후 다시 회수 해가며 어렵게 오른다.
9피치: 8피치와 이어지는 직상크랙을 계속 따라 오른다.
10피치: 홀링자일이 부족. 또 홀링자일을 낙자. 등반자로 홀링.
10피치에 다다르니 9시가 되었다. 등반도 하기 싫고 만사가 귀찮다. 자리가 안 좋아도 여기서 대충 자다가
날이 밝으면 하기로 하고 나는 9피치로 하강. 희웅이는 10피치에서 따로따로 비박. 스텐스가 없는 벽면에서
안전벨트에 매달려 비박
장희웅
새벽 3시에 일어나 엘캡에 도착해서 4피치까지 쥬마로 오르니 새벽 5시다. 조금 쉬고 있으려니 다른팀이
올라왔다. 여기서 잤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대답해 버렸다. 이제는 정상에 다다를 때까지 땅을 밟을수 없다.
그리고 여기서 먹고 자고 & 생리현상까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하다.
언뜻 나는 바위체질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7피치부터는 내가 톱이다. 하루씩 번갈아 가면서 톱을 서기로 했다. 6피치에서 하강하여 다시 우측으로
팬듈럼을 하니 우측 위쪽으로 길게 크랙이 나 있다. 하강을 해서 올랐기 때문에 스타트지점보다.
더 위쪽지점까지는 장비를 설치하고 다시 회수하는 방식으로 올랐다. 만약 떨어지게 되면 상당히 떨어지게
될것이다. 그러면 나는 아프겠지? 7피치에서 우측 너머로 보이지 않는 크랙으로 페이스 등반을 해서 다시
위로 쳐올랐다. 서울대팀은 7피치에서 더 위로 올라가 거기서 팬듈럼해서 8피치를 끊었다고 했다. 그치만
난 페이스를 옆으로 횡단해서 오르는데 쉬울것 같아 그쪽으로 갔지만 후등자를 위하고 홀링을 생각한다면
서울대팀의 방법이 나은것 같다. 8피치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위로 곧게 나있는 9피치로 향했다. 9∼10피치는
크랙 크기가 균일하여 같은 크기의 후렌드를 번갈아 끼우며 올랐다. 10피치에 도착하니 저녁 9시가 넘었다.
개념도에 보니 두 피치만 더 가면 좋은 비박지가 있었다. 그렇지만 둘다 너무 힘들어 기력이없었다.
결국 10피치에서 밸트에 매달려 저녁을 보내야 한다. 지독히도 밤이 길다 달은 한 번 뜨더니 질 생각이
없는가 보다. 위 아래로 파일을 걸쳤으나 아래서 부터 쳐올라 오는 계곡풍에는 무용지물이었다. 너무 추워
미칠것만 같다. 내가 꼭 중풍걸린 환자 같다. 제발 이 밤만 무사히 보낼수 있다면......
9월 26일 화요일
문종국
불편하게 자고 일어나 6시쯤 쥬마링으로 10피치에 올라오니 희웅이가 추위에 떨고 있다. 밤새 잠을 못 잤나
보다. 오늘은 내가 톱이다. 돌트타워까지 한 피치정도 밖에 안된다. 아마도 우리가 어제 10피치와 11피치
중간쯤에서 피치를 끊었나 보다.
아침식사후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등반하기로 결정하고 오늘은 15피치에서 자기로 했다.
13피치 : 돌트타워에서 우측으로 하강. 다시 등반 3,4,5호 후렌드 번갈아 쓰며 등반.
14피치 : 역시 직상크랙을 타고 후렌드 3,4,5호, T.C.U 중간크기를 써 등반. 다른 팀 보고서에는 14, 15피치를
같이 끊었다고 되어 있는데 50m자일로는 짧다. 15피치는 거의 걸어가는 코스로 홀링까지 모두 마치니 4시다.
점심을 먹고 나니 더 올라갈 마음이 안 생긴다. 그냥 일찍 자고 내일 하기로 결정. 엘캡테라스가 상당히 넓다.
판판한 길이 약 5m, 폭 1.5m정도의 완전돌침대다.
장희웅
지옥 같았던 밤을 보내고 11피치 부터 종국이형이 선등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어제 한숨도 못자고 다시 날이
밝아 톱으로 오르는 종국이 형을 보니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11피치를 지나 12피치에 다다르니 과연 엄청
좋은 비박지가 있었다. 한편으론 후회도 해보지만 소용없는 일이지 않은가! 개념도를 보니 여기가 바로
돌트타워다! 13피치는 비박지에서 우측으로 20여미터 하강하면 위로 두개의 크랙이 보인다.
여기서 좌측 크랙으로 붙는다. 14피치는 5.9의 좌향크랙으로 아랫부분은 후렌드6•7호, 윗부분은 4호가 적당하다.
14피치를 오르고 15피치는 계단처럼 오르면 된다. 15피치는 달리 엘켑타워 라고도 불리운다. 오늘은 여기서
자기로 했다. 이제 욕심 안부리고 차근차근 하기로 스스로 다짐했다. 어제의 지옥을 생각하면 이 자리는
천국이다. 종국이 형과 나는 오늘 하루 정신없이 했던 등반을 한켠에 멀찍히 밀어두고 아래의 머쎄드강과
나무를 보면서 모처럼 편안한 저녁을 먹었다.
일찍 등반을 끝낸 탓인지 아직 달도 없다. 난 무표정한 얼굴로 아랫세상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았다. 순간
아래에 있는 애란이형이 생각났다. 지금 애란이형은 무얼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옆에있는 종국이 형한테
애란이형 얘기를 했더니 형도 동감이라며 나 처럼 표정없는 얼굴로 위를 멀거니 바라만 보고 있다.
지금 종국이형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 나처럼 특별히 아무생각이 없으리고 짐작해 본다.
침낭을 덮고 이제 막 총총이 빛을 바라고 있는 별을 바라보며 누워있는데 위에서 무언가 쉭하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 아래를 내려다 보니 "?quot; 하는 소리와 함께 낙하산이 그것도 2개가 펴지는데 아닌가!
아마도 정상에서 뛰어 내린것 같았다.
듣기는 많이 들었지만 설마 이런 미친놈들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나라가 크니 별놈들이 다있다면서
종국이 형이 혀를 찬다. 밤에 뛰어내린것은 아마도 공원레인져들의 이목 때문인것 같았다. 법적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금지되 있기 때문에 걸리면 벌금을 낼것이라고 종국이형이 알려준다.
아! 정말 부럽다. 누구는 뺑이치고 있는 데 언놈들은 벌써 정상에 올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하강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에 비해 우리의 등반은 아직도 까마득하기만 하니! 절로 맥없는 한숨만나온다.
9월 27일 수요일
문종국
어제 등반을 끝낸 후 누워 있었는데 깜빡 잠이 들어버려 저녁도 못먹고 일어나니 아침이다. 오늘은 희웅이가
톱이다. 아침에 일어나 체조를 한다.
16피치는 침니 밑과 위에서 2번 홀링.
17피치 : 볼트가 죽 박혀있다. 볼트를 넘어가니 수직크랙. 희웅이가 레다를 떨어뜨렸는데 다행히 16피치침니
밑에 떨어졌다. 하강해서 찾으러 갔다가 모자도 줏었다.
18피치 : 개념도상의 킹스윙이다. 고정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편하게 트레버스를 함. 팬듈럼 후 확보지점까지의
크랙이 조금 위험. 1
9피치에서 왼쪽으로 트레버스하면 20피치다.
21 피치에 도착하니 오줌냄새가 많이 난다. 이제 어느정도 자일처리와 쥬마링, 홀링이 손에 익어 속도가 빨라진
느낌이다.
장희웅
오늘은 내가 리딩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대변을 보니 냄새가 지독하고 소변도 핏빛이다. 재미있게도 종국이형과
나 둘다 냄새가 같다. 아마 먹는게 같아서 그럴것이리라. 쉬운페이스를 지나 어렵지 않게 침니를 올라 16피치에
다달았다. 홀링도 그리 어렵지 않게 침니속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17피치는 좌측으로 이어진 볼트를 지나
수직크랙을 오르니 두명 정도 충분히 비박할 수 있는 테라스가 나왔다. 테라스에서 좌측 아래로 보니 고정로프가
내려져 있어 쉽게 그걸 잡고 내려가 좌측 크랙을 타고 오르니 어느새 18피치다. 19피치는 처음은 쉽지만 올라
갈수록 크랙이 좁아져 점점 힘들어진다. 다시 장비를 넘겨받아 계속 20피치를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다 보니
위에 고정자일이 내려져 있었지만 너무 멀었다. 간신히 고정자일에 런너를 걸거 좌측으로 팬듈럼해서 계속
좌측으로 옮겨가니 확보지점이 보인다.
어렵게 홀링을 한 후 늦은 점심을 먹었다. 20피치는 편히 쉴 수 있을 만큼의 자리가 된다. 이제 한 피치만
가면 오늘 등반은 끝이다. 다시 장비를 점검하고 21피치로 출발. 보기에는 금방 오를 것 같았건만 진도는
너무도 지루하게 진행됐다. 마지막 부분의 볼트를 어렵게 밟고 일어서서 파란색의 3mm 슬링을 잡으니 안심이
된다. 짧은 페이스를 지나니 21피치다. 잠시후 홀링을 하고 종국이형은 벌써 쥬마로 올라왔다. 오늘 등반은
우리의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침낭을 꺼내 누웠다. 위를 올려다보니 우리보다 1피치를 먼저 앞서간 스위스팀 두명이 22피치에서 추위에
덜덜 떨며 메달려 있는 모습이 보인다. "짜식들 기분나쁘게 우리를 추월했겠다. 어디 거기서 좀더 떨어봐라
이놈들아!" 점차 시간이 지나고 나자 저녁늦게 겨우겨우 조금씩 23피치를 벗어나는 게 보인다.
9월 28일 목요일
문종국
아침에 일어나 곧바로 바위에 붙었다.
22피치는 쉬운데로 나이프 하켄이 박혀 있다.
23피치는 대천장. 역시 중간에 고정하켄이 있고 T.C.U 등이 작 먹어 힘 안들이고 올랐다.
24피치는 볼트 너머 실크랙에서 역시 인공등반으로 확보물 설치가 확실해 불안하기는 하짐나 믿고 올랐다.
25피치는 벌어진 크랙으로 발란스 잡기가 힘들어 조금 애를 먹었다. 25피치역시 인공등반으로 피피가 유용하게
쓰임. 25피치는 비박장소로 오줌지린내가 광장히 심하고 대변도 바위에 많이 묻어 있다.
장희웅
오늘은 종국이형이 리딩이다. 22피치는 비교적 쉬운 코스로 종국이형이 쉽게 오른다. 문제는 23피치다.
그 유명한 그레이트-루프(우리나라에서는 대천장이라 불리움)다. 30여m 가량 궁형으로 길게 휘어진 천정
오버행이다. 밑에서 볼때는 저걸 어떻게 오르나 싶었는데 어느새 종국이형이 확보지점에 도달해 있는 게
보였다. 이 루트는 후등자가 횡단 쥬마링을 하면서 장비까지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한 부분이다.
다행히 둘다 안전하게 통과하고 종국이형은 바로 24피치로 출발. 24피치는 A2또는 5. 11b의 실크랙으로
확보물 설치가 용이하다. 빠르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안정되게 오르는 종국이형의 모습이 참 보기가 좋다.
24피치를 오르고 다시 25피치로 올라 붙는 종국이형이다. 25피치는 비교적 쉬운 수직크랙으로 10여미터
올라 좌측으로 나 크랙으로 오르면 된다.
한참이 지난후에 "완료" 소리가 들려 얼른 홀링쌕을 올리고 나도 따라 쥬마링을 했다. 오늘은 이곳에서
비박하기로 했다. 시간이 좀 남아 26피치까지 쟈일을 고정시켜 놨다. 내일이면 정상을 밟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두근 거린다.
9월29일 금요일
문종국
원래 27피치와 28피치를 한번에 끊으나 28피치 약간 못미쳐 끊어 29, 30피치는 빌레이는 힘들게 봄.
오늘은 마지막 날이라고 희웅이가 한껏 힘내서 올라감. 마지막 34피치에서 오버행 볼트 넘어 우측으로
가는데 홀링자가 부족해 등반자로 홀링, 쥬마링을 하는데 링비너가 풀려 쥬마를 연결한 슬링이 빠져 있다.
홀링까지 모두 마치니 18시 30분이다.
정상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카메라가 고장이 나 한판도 못 찍고 정상에서 모달불을 지펴 비박.
장희웅
26피치까지 쥬마로 오르고 27피치부터 등반을 시작했다. 27피치와 28피치는 피치가 짧은 관계로 한번에
끊기로 했다. 약 50m라서 자일 한동으로도 가능하다. 피치 난이도는 5.10c 또는 A1이고 윗부분은 5.7정도 된다.
출발지점에서는 7,8호 중간에는 5~7호 후렌드가 많이 쓰인다. 29피치는 5.11또는 A1의 크랙으로 25m정도의
짧은 크랙이다. 비교적 빠르게 올랐다. 오늘안에 정상에 서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30피치는
확보지점에서 우측으로 팬듈럼하면 실크랙이 나오고 그 위로 직상한다. 거의 피치가 끝나는 부분은 각이
누웠지만 약간 디에드르 형태라서 확보지점까지 밸런스 잡으면서 몸으로 비벼 오르느라 무척 곤혹스러웠다.
30피치까지 홀링을 마치고 종국이형이 올라오자 곧바로 31핓로 올랐다. 31피치는 A1또는 5.10b와 5.8정도의
크랙으로 5m정도의 수직크랙을 지나서 계속 오르다가 다시 5m가량의 천정 오버행을 지나는 40m가량의 긴 코스다.
오버행 밑을 넘어가는데 중간쯤에서 도통 T.C.U가 먹지 않는다. 얼른 올라가야 하는데 장비 아무리 쑤셔도 먹지
않자 결국 대충 밀어넣고 밟고 일어섰다. 아니나 다를까 일어서자마자 3m정도 추락했다. 정신이 버쩍든다.
다시 차근차근 오르니 쉽게 확보지점에 닿을 수 있었다.
이제 정상까지는 세피치 밖에 안남았는데 정상은 코뻬기도 비출 생각을 않는다. 32피치는 5.9의 궁형크랙이고
상단은 5.10b의 수직 오버행크랙이다. 34피치는 위로 줄줄이 볼트가 박혀 있다. 볼트따먹기로 오르면 쉽게
되겠지 했는데 오버행에서의 볼트따먹기라 상당히 애를 먹었다. 더구나 나는 키도 작아 더욱 불리했다.
결국 오버행을 채고 우측으로 이어진 볼트를 따라돌아 올라가니 불안한 지점에 볼트4개가 박혀있다. 우선
그곳에 고정을 시키고 홀링을 했다.
잠시후에 보니 좌측 위로 아주 확실한 사레와볼트가 박혔있었다. 순간 내 자신에 화가 났다. 조금 일찍
봤었으면 이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홀링을 하지 않아도 됬을텐데! 하지만 이제 조금만 걸어가면 정상인데
신경쓰지말자! 잠시후에 종국이형이 올라오고 홀링도 마쳤다. 조금 위로 걸어올라가니 정상같지도 않은
정상이 나타났다. 그래도 기대했던 정상인데 넓게 펼쳐진 능선이었다. 거기다 너덜지대다. 여기저기
나무와 숲이 보이고 우측으로 멀리 하프돔이 보인다.
종국이형과 나는 서로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악수를 나누었다. 정상에 섰다는 생각보다는 어떤 긴 터널은
빠져나온 느낌이다.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30분정도를 내려가다 다시 돌아왔다. 금방 어두워져서
내일 아침에 내려가기로 했다. 비박준비를 하고 주위의 쓰러진 나무가지를 모아 모닥불을 지폈다. 저녁을
먹고 침낭안에 누워 하늘을 보니 둥근달이 그 부드러운 빛을 축하한다는 듯이 우리의 얼굴위로 비추어 준다.
정말 아름다운 밤이다.
9월 30일 토요일
문종국
침낭 지퍼가 고장나 바람이 솔솔 들어와 밤새 떨다가 8시쯤에 기상하여 곧바로 출발, 하산길을 몰라 한참
헤메다 하강슬링을 아무리 찾아도 못찾고 트레킹코스로 5시간걸려 내려옴. 캠프에 도착하니 12시 15분이다.
애란이형이 없다. 주영선배님께서 갈비를 갖다쥐 저녁은 갈비로 먹고 또 노우즈 등반을 축하한다고 맥주
캔과 고기를 사주심.
저녁식사 후 중동산악회팀과 전북구조대팀에 인사하고 다시 중동팀 텐트로 가서 맥주를 마시며 등반얘기를
하다가 돌아옴. 내일 하루 쉬고 모레부터 등반하려고 했는데 희웅이의 무릎도 안 좋고 나도 피곤하여 일단
시간 여유도 있고 해서 모레까지 예비일겸 등반준비일로 하기로 했다.
장희웅
8시경에 일어나 곧바로 하강코스로 출발했다. 능선 쪽의 사람발자욱과 길옆에 돌탑 (아주 조그맣게 3개 정도
쌓여 있음)을 따라 갔더니 하강코스는 어디가고 일반적인 등산로가 나오는데 아닌가 하강코스를 지나친게
틀림없었다. 할수 없이 그냥 돌아서 내려가자고 하니 종국이형도 찬성하여 무려 5시간 30분을 소비한 끝에
겨우 베이스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런데 반갑게 맞아줄것 같았던 애란이형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나갔나보다 생각하고 우린 먹을 것부터 찾았다. 조금 남은 맨밥과 김 길고 오렌지 몇쪽을 걸신 들린것
처럼 먹어치웠다. 일단 허기가 가시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샤워장으로 향했다. 샤워를 끝내고 써니사이드
캠프로 가는 길에 슈퍼에 들러서 먹을 것을 싸들고 벤치에 앉아 또 정신없이 먹었다. 배를 채우고 캠프에
도착하니 애란이형이 돌아와 있었다.
우리들 고생했다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리 모두는 텐트에 들어와서 종국이형과 나는 노우즈 등반얘기를
애란이형은 밑에서 있었던 일들을 서로 주고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정말 벽아래서 다시 올려다보는
마음이 이토록 가볍고 신선할 줄이야! 이때 만큼은 그 지겨웠던 노우즈가 그립기까지 했다.
저녁에 주영선배님이 축한다며 캔맥주 한 박스를 주셨다. 일일이 챙겨주시는 그 마음이 정말 고맙다.
그리고 L.A갈비도 댁에서 직접 사모님께 부탁해 양념까지 해가지고 오셔서는 우리에게 주셨다. 저녁에 그
고기를 먹었는데 오랜만에 먹는 고기에다가 그게 또 그 유명한 L.A갈비라서 그런지 맛이 더욱 각별했다.
저녁을 먹고 우리가 노우즈를 등반하러 올라간 뒤에 전북구조대팀과 중동산악회팀이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
애란이형을 따라서 두팀의 선배님들께 인사드리러 갔다. 그리고 다시 중동산악회 캠프에 모였다.
중동산악회는 추렌히말 등반으로도 유명한 산악회였다. 정확히 말하면 중동고 O.B산악회였다. 그곳에서는
주영선배님도 함께 자리해서 서로서로 술잔을 돌렸다. 술이 약간 거나해지자 애란이형이 신호를 해서 우린
슬그머니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텐트안에 들어와 우리가 했던 노우즈 등반을 잠시나마 되새겨 보고 반성해
본다.
10월 1일
문종국
오늘은 말 그대로 예비일을 가졌다. 그동안 각자 못했던 기록과 세탁, 그리고 남가주팀 한분으로부터 차
렌트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고 남가주팀 북미벽 4피치까지 픽스시키는 것을 보고 오니 텐트에 아무도 없다.
저녁이 다 되어서야 희웅이가 애란이형이 왔다. 선물을 샀다고 한다.
장희웅
모처럼의 휴일이다. 텐트도 정리하고 너저분하게 돌아다니던 옷가지들을 모두 배낭에 담았다. 그리고
우린 배낭을 지고 빨래방으로 향했다. 빨래방에서 나와 커리빌리지에서 점심을 먹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관광을 즐겼다.
10월 2일 월요일
문종국
예비일이 하루로는 부족한 것 같다. 너무 빠득하게 하는 것 보다 일정도 엘캡 2번만 하면 여유시간도 있고
또 희웅이와 애란이형도 더 쉬자고 해 오늘도 예비일이다. 희웅이와 애란이형은 전북팀과 함께 관광을 하고
나는 어제 쓴 엽서도 보내고 선물도 살겸해서 돌아다니다 텐트로 왔다.
전북팀 텐트에서 같이 점심식사를 하고 89학번 두명과 볼더링을 했다. 애들이 괜찮다. 살라테월 픽스로프를
같이 깔기로 하고 내일 아침 7시에 만나 같이 가기로 함.
장희웅
하루를 더 쉬기로 했다. 어제 다 못한 빨래를 하고 귀국할때 가져갈 선물들을 미리 구경하기도 했다.
오후에는 캠프 둘레에 있는 볼더링장에서 볼더링을 즐겼다. 대체적으로 쉬운것이 많고 나머지는 엄청어려워
할 엄두를 못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