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도 준태는 수업 하나가 7교시에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마지못해 강의실로 올라갔다.
교양관 305호실 앞에 이르자 여닫이문이 한뼘 가량 열린 틈으로 시끄러운 소리가 흘러나왔고 산만한 교실 풍경이 얼핏 들여다보였다.
준태는 이대로 어디 딴 데 조용한 데 가서 혼자 있고 싶다는 충동에 잠시 머뭇거렸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 대부분 그랬듯이 억지로 문을 디밀고 들어섰다.
그는 빈자리 몇 개를 둘러보았다. 될 수 있으면 덩치 큰 학생의 뒷자리에 앉아야 교수의 시선을 피할 수 있고 다른 책을 보아도 마음 편하기 때문이다.
꼭 무슨 잡지 같은 거라도 읽어야 시간이 가는 것 같고 전공 공부는 생리적으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학과에 들어왔다는 게 준태가 범한 또 하나의 실수였다.
'아무리 등 떠밀려 들어가는 대학이라지만 올바른 선택을 할 시민의 권리를 포기한 꼴이 되었다!'
하고 몇 번의 후회를 하게 했던 전공 시간이었다.
앞을 보니 낡아서 갈라진 칠판에 무슨 공고문처럼 좁다란 네모가 테두리쳐져 있고 다섯줄의 짤막한 메모가 씌어져 있다.
그는 무슨 레포트 숙제인지 모르지만 또 귀찮겠구나, 하고 그냥 지나치며 시계를 보니 이미 분침이 정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이 시간을 담당하는 노교수가 계단을 느릿느릿 걸어 올라오는 모습을 그려보며 시간을 재는데 오늘은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겼는지 여느 때보다 많이 늦어지고 있다. 기다리는 동안 준태는 칠판 한구석 분필로 그려놓은 네모 안을 읽는다.
"모이는 장소- 용궁 레스토랑 , 회비 십만 원, 개인비용 별도…… "
어디 가서 술을 마시자는 건지, 야유회라도 가려는 건지 모른다. 교수가 들어오지 않으니 계속 읽어나간다.
"준비물- 고무제품, 씨알리스 크림."
'강의실에서 저런 문구를 노골적으로 써 놓다니!'
써클 신입생 환영파티 등에서 음담패설과 자극적인 노래는 많이 들어봐서 낯설지도 않았지만 강의실 칠판에서 이런 문구와 맞닥뜨리기는 처음이다.
준태는 사립대학의 이미지와 이런 분위기를 얼른 연결시켜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얼마 전 다른 수험생들이 도서관에서 마지막 시험 대비에 만전을 기하면서 육상선수처럼 신발끈을 조이고 있을 무렵의 막판 석 달을, 지금 생각하면 여유만만하다 못해 무모하다 할 정도로, 무슨 배짱으로 그 윗층 모델여인과 살얼음판 위를 걷는 연애의 시소 게임에 심취해 있었던가 생각하면 준태는 자기가 누구 딴 사람더러 뭐라 비난하고 말고 할 처지가 못된다는 걸 잘 안다.
그렇긴 해도 이제까지 학교란 게 무슨 담높은 사원의 수도사들만 사는 집단인 양 고지식하게만 바라보던 준태에게 그 낙서는 마치 그의 뒷통수를 한대 내려치듯 칠판에 떡 버티고 있었다.
'여학생들도 보았을지 모른다.'
준태는 우려했다. 교수가 들어올 시간이 되어도 아무도 지우지 않고 있다. 빙긋거리며 저희들끼리 눈을 맞추어 보곤 하는 춘호 일당들의 눈초리에는 혹 좀 놀라는 여학생들을 발견하기를 은근히 기대하며 일말의 쾌감을 만끽하느라고 입들이 귀에 걸려 있는 중이다!
준태는 고개를 돌려 춘호의 얼굴을 말끄러미 바라보았다. 쯧쯧, 가련한 자식들,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노는 게 다른 학생들보다는 한 수 위인 것처럼 우월감을 느끼고 있겠지. 너희가 무슨 2차 대전 직후 기성세대 윤리의식에 반기를 들었다는 <성난 젊은이들>의 무리라도 되냐? 아무리 고급 브랜드 옷을 입고 궤변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해도 개기름이 흐르는 너희 얼굴은 인상에서 천박 그 자체가 풍긴다.
준태는 입 속으로 중얼거리며 있는대로 욕을 해댔다. 이런. 오입쟁이 속물들! 사회가 대학생을 관대한 눈으로 봐 주니까 자식들이 폼잡고 다니며 딴짓만 한다. 급기야는 강의실까지. 저런 자식들 때문에 이 학교가 영 정이 들질 않아.
십분이 더 지났다. 조금 더 있으면 사정을 알아보러 간 과대표가 휴강을 알리러 올라올지도 모른다. 이렇게 희망을 잔뜩 품고 있던 준태는 그제서야 나타난 노교수의 모습을 보자 얼마나 실망했는지 약간 화가 나기까지 했다.
좌중에서는 불특정다수인에게서 실망의 한숨소리가 동시에 튀어나와 한가닥 탄성이 되었다가 허공으로 사라진다.
간신히 교단에 올라서는 노인 옆에서 누군가 후다닥 뛰어나가 그 ‘시알리스’ 등이 씌어진 네모 낙서를 지우고 있다. 교수는 갑자기 먼지를 일으키며 황급히 흑판을 지우는 학생을 한발작 비켜서서 신기한 듯 바라본다.
노인은 이제 출석부를 펴 놓고 양복 안주머니에서 안경을 꺼낸다.
출석을 부르는 동안 대답하는 소리는 여기저리를 옮겨 다닌다. 그러나 잘 들어보면 한군데서 몇 차례 소리가 나는 것을 당신도 분간할 수 있었으리라! 일행 몇 명이 당구장에서 큣대를 쓰다듬으며 쵸우크칠을 하고 공을 노려보는 순간 강의실에서는 음성의 높낮이와 굵기를 적당히 조절하며 누군가의 음성이 여러번 울리는 대리출석 행위가 번번히 백주대낮에도 자행되어 왔다는 사실을.
노인이 돌아서서 오늘 가르칠 큰 단원의 제목을 쓰는데 뒤에서 비스듬히 들여다 본 안경의 렌즈는 마치 방금 수면 위에 잔돌을 던져 일으킨 파동처럼 여러 개의 가물거리는 동그라미가 그려진다. 준태 눈도 같이 어지럽다. 이 안경이야말로 이 노교수가 공부한 육 년간의 독일유학을 포함하여 십 여 년을 학문에 바친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산 증거이다.
정면에서 보면 두꺼운 돋보기 안에서 큰 눈이 사정없이 부풀어 오르며 시종 가물가물해서 정확한 눈의 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방도가 없다.
오전부터 받아온 수업의 피로가 누적되어 있고 하루 마지막 강의 시간이 되다 보니 지루해서 빨리 끝내주기만을 바라고 있는 학생들 틈에서 노인만이 홀로 맹활약 중이다. 그는 웬만해서는 종이 울려도 이에 굴하지 않고 하던 설명을 끝까지 다 하고 나갈 만큼 정력적이다.
온통 흰머리로 뒤덮인 머리도 그렇지만 까칠하게 주름진 얼굴은 교수를 실제 나이보다 훨씬 더 늙어보이게 한다. 86년에 스탠포드에서 학위를 받을 때 나이가 서른이 안 되었다 하니 지금 기껏 해 봐야 오십 문턱을 갓 넘어섰을 터인데 언뜻 보아서는 웬만한 칠순 노인들과 맞먹는다.
"에- 그러니까 제군들이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몇 자 칠판에 적으려고 돌아섰을 때 노인의 양복에서 이음매의 바느질 자국이 드러난다. 이때 나타난 왜소한 등의 윤곽이 자아내는 쓸쓸한 느낌에 준태는 이유없이 울적해진다.
평소에는 어깨에 들어간 두꺼운 심으로 양복틀이 잡혀 있다가 저렇게 칠판 글씨를 한번 쓰려면 옷깃이 당겨져 갑자기 야윈 손목과 좁은 어깨가 본모습을 드러내곤 하는 것이다.
교수는 또 연속적인 밭은기침을 한다. 이럴 때면 듣는 준태의 가슴도 답답해진다.
노교수는 기침을 해대며 힘들어 보이는 목소리로 말한다.
"에 그러니까 ……우리나라 서해안에는 섬 하나 전체가 희귀원소 광물이란 말요 그런데 이게 제대로 연구가 안 돼 있어서 저그 뭣이냐 그 광물마저 수입하고 있어요……그러니깨 에 여러분이- 해야할 일은 이걸 분담하여 해나가자면……"
그는 여전히 얘기를 계속했지만 아쉽게도 노인의 얼굴 앞에서 만들어진 음향은 강의실 바닥과 천장 사이의 공간을 웅얼웅얼 맴돌다가 흩어질 뿐 준태가 앉은 뒷자리까지 채 도달되지도 못한다.
왜냐하면 아까부터 지루해하던 학생들이 서로 떠들며 야유섞인 소음을 계속 발산하자 그의 약한 음성이 이 소음에 파묻혀 버렸기 때문이다. 마치 소리 안 내고 입만 뻐끔거리는 배우의 판토마임 연기처럼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준태는 자기도 전공에 흥미 없어하면서 다른 학생들이 이러는 걸 보면 웬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그래서 창 밖을 내려다보기도 하고 잡지책을 꺼내어 뒤적여도 보지만 교수의 강의하는 목소리와 혼선이 되면 방해가 되어 잘 읽지 못할 때가 있다. 교수가 이 사실을 알면 "뭣이라고? 내가 시방 강의하는 게 자네 독서에 큰 방해가 된다고,라고? 허허, 이런 고얀 놈 봤나."라며 노발대발할 게 틀림없다.
그런데 갑자기 준태는 천천히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무중력 상태에서 몸이 둥둥 떠오르는 것처럼 말할 수 없이 편안해졌다. 몸을 가득 채운 달콤한 감각으로 만사가 다 귀찮다. 시야를 힘껏 내리누르고 있는 눈꺼풀에 반항하여 눈두덩을 밀어올려 본다. 줄줄이 쓰여진 영문과 숫자 섞인 공식은 마치 풀리지 않는 마야문명의 수수께끼가 담긴 비석에 새겨진 암호문처럼 그에겐 도무지 생소하기만 하다. 때를 지나 먹은 점심식사에서 뭐가 잘못 되었나 왠지 부대끼고 힘이 빠져나간 자리에 혼수상태와도 같은 졸음이 몰려든다.
달콤하게 젖어오는 잠도 적당한 자세를 취해줄 여건이 못되다 보니 오히려 그에게는 힘들기만 하다. 간신히 머리를 일으켜 몇 초 간의 의식을 되찾을 때마다 삼류극장의 고물영사기로 틀어주던 옛 한국영화의 비내리는 화면처럼 시야 전체가 기우뚱거리고 초점이 안 잡힌 채 점차로 흐려지다가 어두워진다. 코우치가 아무리 작전 지시를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그로키 상태의 복서처럼 그는 까무룩히 쓰러져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준태는 시간을 가늠해 본다. 머리가 녹는 듯한 깊은 잠에 빠져 있으면서도 시간을 재는 감각은 깨어 있어 십오 분 가량의 경과를 알려주었다.
준태는 잠시 눈이 쓰라려 눈을 몇번 꿈벅이자 어둡던 시야가 차츰 선명하게 밝아오고 교수의 목소리도 점차 또렷이 들려온다.
그래도 어딘지 영화를 중간부터 보는 기분이라 아까와 연결이 안 돼 낯설다. 오 분 간의 멍한 상태를 거쳐서 바야흐로 새벽 같이 맑은 정신을 회복하였다.
다른 학생들의 등과 머리에 가려 병풍처럼 둘러싸인 틈새로 앞을 기웃거려 보았다. 평소 몸치장에 유난히 신경을 쓰던 여학생 P도 지금은 뭇사람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엎드려 자고 있다.
노인은 아는지 모르는지 교정시력이 영 신통치 않게 나온다는 반투명 뿔테안경의 렌즈 속에서 책을 내려다보며 계속 강의 내용을 중얼거린다.
어느덧 준태의 노트 위에는 노인의 스케치가 그려지고 있다.
'시지프스의 신화'에 등장한 노인은 웃통을 벗어제친 앙상한 어깨로 언덕을 향해 큰 돌을 굴려 올리고 있는 중이다.
얼마전 준태가 신문에서 봤는데 소련의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가장 고통을 주는 형벌은 벽돌을 이쪽으로 쌓았다 저쪽으로 쌓았다 하면서 온종일 반복하도록 시키는 일이라고 한다.
준태는 노교수에게 그런 역할을 맡겨 한순간 죄송한 생각이 들어 노트를 다음장으로 넘긴다.
강의 시작할 무렵 처음 5분간은 그런대로 강의 내용을 또박또박 적어 질서정연하던 필기 노트가 갈수록 잡념의 훼방을 받아 낙서와 그림으로 가득해지면서 난장판이 되어간다.
어차피 시험 때가 되면 남의 노트를 빌려서 통째로 복사해야할 운명이다.
이 건물은 남쪽이 언덕으로 가로막혀 있어서 오후에는 햇볕이 잘 들지 않아 어둠침침하다. 먼지가 뽀얗게 낀 유리창을 통해 '푸른 숲' 쪽으로 기울어가는 태양의 주황빛 햇살이 비쳐들고 있다.
창문으로 내려다보이는 아랫쪽에는 예대 건물과 문과대 건물이 마주보는 그 사이 공간에 '자뎅앙글레'라는 영국식 정원이 있고 그 앞 빈터에서는 수업이 일찍 끝난 예대 학생들이 약식 네트를 쳐 놓고 편을 갈라 배구를 하며 놀고 있다.
공이 튈 때마다 너울거리는 옷 속에서는 팽팽한 젊은 육체가 터져나올 듯 싱그럽게 율동하고 있다. 간간히 심판의 휘슬처럼 울려퍼지는 발랄한 탄성의 메아리…….
준태는 직접 뛰어들지는 못하고 이렇게 창문을 통해서 구경이나 하고 있는 자신의 체질이 싫었다. 전에도 자취할 때 계단을 오르는 윗층 여자를 괜히 자세히 바라보다가 일을 만들어 못볼 꼴을 톡톡히 보지 않았던가. 이거야말로 어느 단과대 게시판에 적혀 있듯 '예술가를 빙자한 힘없는 젊은이들의 군상'이라는 문구에 딱 맞는 인간형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준태가 예술대학으로 갔다면 지금쯤 어떤 전공에 무얼 하고 지내고 있을까? 그는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준태는 지금 노인이 그리는 벤젠과 결합한 새로운 물질의 분자 구조식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다.
그는 자신이 흥미있어하는 여타 재미있는 과목 쪽으로 수강신청을 하려 했을 때 담당교수가 일언지하에 거절하며 도장을 찍어주지 않아 난감했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등 떠밀리고 시간에 쫓겨 얼결에 문이 넓다는 이공계로 들어가고 보자고 지원한 게 내내 후회스럽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총알이 귓전을 스쳐지나가는 전쟁터에서도 어떤 병사는 자신이 지닌 한 장의 여자사진이라던지 한 점의 장신구 따위가 삶에 대한 집착을 이끌어내어 끝내 살아돌아왔다는 말을 준태는 누구한테선가 들었다. 그래서 많은 병사들이 여성의 속옷이나 팔찌 같은 걸 부적처럼 소중히 지니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준태가 앉아 있는 이 강의실에서는 낙서 노트가 그에게 유일한 희망이요 시간의 탈출구가 되어주는 귀중한 부적이 될 것이다.
노인이 이제 몇 사람을 시켜서 책을 읽히고 질문을 할 차례다. 준태는 자기를 시킬까봐 긴장하였다. 누구나 그렇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 창피를 당하기가 싫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레포트 열 개 중 대부분 안 냈다고 여러 사람 보는 데서 모욕적인 대우를 받았다.
"자네 그 따위로 학교 다니려면 그만 두게!"
준태는 보모에게 야단맞는 유치원 아동이 되어 얌전히 머리를 숙이고 서 있을 뿐 할 말이 없었다. 내려다본 책상 위에는 최근 유행하는 패션과 영화, 통속 소설이 어우러진 잡지가 펼쳐져 있었다. 이때도 현실도피적인 예술의 이른바 마약효과가 나타나고 있었는지 모른다.
준태가 과제물을 안 낸 이유는 뜻도 모르고 베껴쓰는 일에 이골이 나서 그런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설명한다고 한들 결과를 중시하는 과학하는 사람들이 누가 귀기울여 주랴.
교수가 시험 범위를 판서하고 있다. 시험이 다가오면 괴롭다. 낯선 문자와 수식들을 해독해야 하는 어려움보다도 빗발치는 컨닝 경쟁에서 무조건 낙제를 모면하고 살아남기 위해 똑같이 복작거리며 사기치고 씨름해야 하는 현실이 싫어서였다.
갑자기 삐그덕거리며 의자 끄는 소리가 웅성거리며 들려왔다. 준태는 목을 길게 빼서 앞을 내다 본다. 판서가 꽉 차서 지저분한 칠판만 보일 뿐 교수는 보이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우- 하고 기지개를 켰다. 준태도 뒤질세라 한마디 내지른 괴성이 섞이자 강의실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수업이 끝나고 건물을 걸어나오는데 한 친구가 뒤에서 부른다.
"왜 이번 시간 안 들어왔어?"
"안 들어가긴 왜 안 들어가. 지금까지 거기 있다 나오는 길인데"
"그런데 아까 출석부를 때 보니까 대답이 없던데."
가만 있자. 생각을 해 보니 아까 낙서하기 전, 수업 초장부터 잡지를 꺼내놓고 뒤적거리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정신이 팔려 대답도 못했구나. 준태는 갑자기 자신이 현재 사는 게 왠지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지금이라도 쫓아가서 얘기해, 출석했다구."
"그럴까...?"
준태는 몇 발자국 뛰어가다가 멈추고 다시 걸으면서 생각했다. 잠깐. 이것 또한 부질없는 짓 아냐? 강의 시간 동안 딴짓에 정신팔려 교수가 이름을 불러도 대답을 못했다면 수업을 받았다고 주장할 건덕지도 없는 게 아닌가?
'제아무리 출석점수를 열심히 따보았댔자 과제 못내고 시험 못 보면 낙제일 텐데 이 모든 게 말짱 헛일 아닌가.'
준태는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과사무실 팻말 앞에서 발길을 돌려 올라온 계단을 다시 터덜터덜 내려가기 시작했다.
첫댓글 사람 마음은 다 같은가바여... 수업 땡땡이 치면 자유~하며 기분 날아갈 것 같드만...ㅋ 지는 대리출석 시킬라 해도 성별 구별 불가능한 애매모호한 이름 석자 때문에 대리출석이 거의 불가능했었지요. 그때 대리출석 땜에 이름 지어주신 부모님 원망 많이 했었죠...ㅋ
은근히 의식적,저항적이면서 권위나 규율에 순응하는...그리고 노교수의 결강을 희망하고 다시 실망하고...놀자주의로 나가면서 또 대리출석은 시켜요~ 어찌보면 권위위계질서를 존중하는 것 같지만, 한면으론 비독립적,주체적으로 받아온 교육의 수동적 결과가 아닐까 싶네요..
위 성향을 전혀 모른 바는 아니지만,, 땡땡이를 칠 때는 과감하게도 쳣던 대학시절이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