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세계 시인선 026
변압기 - 전건호 시집
펴낸곳/ 북인 판형/ 신국판 변형, 104쪽
발행일/ 2011년 01월 05일 가격/ 7,000원 ISBN/ 978-89-91240-86-5
출판사/ 북인(Book in) 주소/ 서울 마포구 서교동 467-4 301호
전화/ 323-7767 팩스 323-7845 문의/ 조현석 010-3299-4952
우리 시단의 풍요로움을 더하는 전건호 시인의 첫 시집 『변압기』
2006년 『시와 정신』으로 등단한 전건호 시인이 데뷔 5년 만에 첫 시집 『변압기』를 펴냈다. 한전산업개발 지점장으로 재직중인 전건호 시인의 시집 발간을 축하하는 선배 시인 김석환(명지대 문창과 교수)는 “가정마다 전깃불을 밝혀주던 전건호 시인이 늦깎이 시인으로 업종을 바꾸어 독자들의 가슴에 시심의 전류를 송전해줄 첫 시집을 내게 되었으니 무척 시적인 일”이라며, “전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우선 특유의 해학에 웃음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웃기만 해서는 아니 된다. 웃음의 이면에 숨겨둔 예리한 비판의 가시에 찔리며 아프게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싱싱한 진리의 빛살에 눈이 부셔 팽팽히 긴장하게 된다. 그의 시집에서 흘러나오는 고압의 시적 에너지에 독자들이 깊고 오래 감전되어 전율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전건호의 시집에 담긴 “특유한 해학의 웃음 뒤에 숨겨둔 예리한 비판의 가시”가 장점이라는 것이다.
또한 전건호 시인의 시집 『변압기』는 지극히 사실적인 생활의 세목들의 인덱스로, 시인을 ‘작은 이야기꾼’으로 만들고 있다. “은유의 바다 위를 떠다니는/ 순결한 영혼들/ 그 영혼들의 나라에/ 백성이 되지 않을래요”(「구름의 왕국」)라고 대담하게 자신의 시적 지향을 밝히고 있다. 그에게 있어 ‘구름의 왕국’은 바로 “은유와 상징”으로 형성되는 ‘추상적’ 공간인데 반해, 그의 시가 뿌리내리고 있는 현실은 차라리 “환유와 알레고리”로 읽어낼 수밖에 없는 ‘지상의 제국’인 것이다.
중국의 기예 중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변검變瞼’이 있다. 순식간에 얼굴의 가면을 몇 차례 바꾸는 전통 기술인데 기술 전수의 과정이 워낙 비밀스럽기에 세간에 더 많은 이목을 끌고 있다. 단순 비교로 시에서 ‘변검’은 ‘퍼소나persona’, 즉 시인이 ‘시적 화자’를 설정하는 기술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정확하게는 변검에서의 바꿔 쓴 ‘가면’이 시에서는 시인이 각 작품마다 적절하게 설정하는 ‘화자’에 비교될 수 있고, 남모르게 가면을 바꿔 쓰는 기술은 시에서는 비인격적 존재에게 ‘화자’의 역할을 맡겨버리는 것(수사적으로 의인법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보면 ‘변검’과 ‘시작詩作’은 둘 다 ‘가면假面놀이’라는 점에서 서로를 비슷하다.
주렁주렁 매달린 식구들 부양하다
몸살을 앓던 여자가
끝내 쓰러졌다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아파트며 공장이 순식간에 절망에 휩싸였다
파르르 떨던 가로등도 목을 꺾었다
밥솥이 끓다 말고
청국장도 식어버렸다
웃음꽃 피우던 TV도 멈춰버렸다
여자의 상태는 심각했다
검은 피가 흥건하게 거리를 적셨고
구급차 달려와 심장을 수술하는 동안
집집마다 촛불이 켜졌다
무관심하던 사람들까지
소생을 빌며 간절히 기도했다
누가 저 지경이 되게 방치했냐고
서로를 탓하며 분개했다
간신히 소생한 여자는
그날 일을 금방 잊어버렸다
그녀가 관심을 받아본 건
그날 그 순간뿐
오늘도 상처난 몸으로
허공에 매달려 신음하는데
쳐다보는 사람 하나 없다
-「변압기」전문
전건호 시인의 시집 표제시다. 「변압기」라는 제목만 없다면, 일상생활에서 가끔은 마주치게 되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웃집 ‘여자’의 이야기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이야 말로 우리 시에서 보기 드문 ‘도덕적 알레고리’의 전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런 시적 방법론을 지속 발전시키는 것이 시단의 풍요로움을 더 하고 있다. 또 그가 이번 시집에서 보여준 ‘가면놀이’를 유쾌하게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길을 모색해 나아갈 것인지를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투명한 이미지와 언어 탐색, 삶을 통찰하는 지혜 가득
김완하 시인(한남대 문창과 교수)는 “전건호 시인은 요즘 마치 첫사랑의 열병처럼 다소 늦은 시사랑에 몸이 달아 어쩔 줄 몰라 한다. 우리는 그가 등단 4년 동안 보여온 시의 몸살을 잘 알고 있거니와, 또한 여기 첫 시집 『변압기』의 문학적 성취는 절대로 만만치가 않다. 『변압기』는 그의 시에 대한 열정의 소산인 바, 무엇보다 그의 시에는 투명한 이미지의 전개와 언어에 대한 탐색, 삶을 통찰하는 지혜와 생의 아이러니가 다채롭게 전개되어 빛을 발휘한다. 우리 모두는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앞으로 그의 시에 더 깊은 생의 울림이 차올라 이 세상을 환히 밝힐 것이라는 사실을!”이라며 첫 시집 발간을 축하했다.
전건호 시인 약력
충북 영동 출생. 2006년 『시와 정신』으로 등단. <시와 정신> 운영위원장. (사)미래노사발전연대 이사, (사)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 자문위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한국작가회의 회원. 한전산업개발 지점장.이메일 : demang815@hanmail.net
첫댓글 부끄러운 시집.. 기억들 해주세요
"독자들의 가슴에 시심의 전류를 송전해줄 첫 시집" <변압기>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