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일대에서 디자이너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노리’라는 일본인 친구가 있습니다. 현재는 이태리의 IDE A(이데아)에서 시니어 디자이너로 근무 중인데 필자와는 아트 센터에서 만나서 친구가 되었습니다.
일본의 명문인 게이오 대학에서 역사미학을 전공한 후 미국으로 유학을 왔었는데 자동차 매니아로서 그 칭호가 부족하지않을 정도로 자동차에 대한 각별한 열정이 있는 친구입니다. 단순히 차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정도가 아니라 직접 중고시장을 돌아다니며 본인이 원하는 자동차를 구입하여 타고 다니곤 하였습니다.
엔진오일이 새는 상태의 차를 매번 수리를 해가면서도 즐겁게 차를 즐기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자동차인 시트로엥의 경우에는 당시 안락한 드라이빙의 진수라고 불리는 한 차종이 있었는데 이것 역시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서 구입하였습니다.
형편없어 보이는 차를 제법 비싸게 돈을 주고 산 이유인즉 부품이 모두 오리지널이라는 것이었습니다.짧은 거리를 운전하더라도 시동을 끄기 전에는 반드시 공 회전을 한참 한 후에야 시동을 끄곤 하였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음에 시동이 잘 걸리지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독일의 명 스포츠카인 포르쉐는 반드시 은색의 것을 선택하여야 하고 기어는 수동, 이태리의 페라리는 이탈리안 레드(Italian Red-본인이 만들어낸 단어로서 모두들 이 단어를 사용하게 되었음)여야 하며, 클러치가 없이 수동기어를 작동하는 포르쉐의 차종은 1980년대 몇 년에서부터 몇 년 사이에 몇 대가 생산되었다는 정보 등을 이 친구를 통하여 많이 듣게 되었습니다.
트라이엄프에서 나온 차 중에 TR6, TR7, TR8이라는 차들이 있는데 TR7과 TR8은 외관이 꼭 같습니다. 뚜껑을 벗길 수 있는 오픈카 타입으로서 스포츠카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단지 배기량이 달라서 좀더 스포티한 드라이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TR8을 선호하는데 이것은 작은 체구에 8기통을 넣어서 그 힘이 아주 좋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노리’ 가 TR6을 타고 나타난 것입니다. 이 자동차는 두 개의 좌석뿐인 것으로서 주로 지붕을 열고 다니는 것이 일반적인데, 상태가 많이 좋아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당시에 도요타에서는 280ZX라는 고급 스포츠카가 생산이 되었었는데 그 두 차를 비교하며 자기는 TR6가 더 좋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도요타의 것은 잘 정비가 되어있으므로 운전 중에 가속을 할 때 부드럽고 강하게 밀어주는데 에 반해서 TR6는 엔진의 소리가 약간 불규칙하고 따라서 가속을 할 때에 속도가 붙는 것도 일정하지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기가 느끼기에 TR6는 마치 살아있는 말이 달려나가는듯한 기분을 느끼는 반면에 도요타의 최상급모델인 280ZX는 운전자의 명령을 잘 수행하는 기계라는 것입니다. 자동차를 가리켜 ‘나의 애마’ 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 이유가 이런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해봅니다.
트라이엄프는 원래 자전거회사로 시작을 하였으며, 제1차 세계대전 때에 영국군이 사용할 모터사이클을 제조한 덕분에 당시 영국에서는 최대의 모터사이클 제조사가 되었다가 1930년에 자동차회사로 발전합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회사가 재정비되었고 그 이듬해인 1946년에 트라이엄프 1800이 생산됩니다.
당시에는 철강이 부족하여 항공기에 사용하던 알루미늄을 차에 사용하였습니다.
우리가 요즈음에도 사용하는 핸들 옆에 달린 기어변속장치, 튜브형태의 프레임, 공기압력을 이용한 브레이크 그리고 용수철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장치 등을 처음으로 장착하였습니다.
학창시절 엔진디자인을 공부하기도 합니다. 기억을 되살려서 약간 까다로운 부분들이 있습니다만 트라이엄프 1800엔진을 그려보았습니다. 캔슨(Canson) 종이를 사용하였으며 약 4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출처 : 캐나다 밴쿠버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