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의 친구들이 모여 집에서 캠프를 했다. 그때 일정 중에 있었던 계획 중 하나가 아이들과 함께 장작오븐을 만들고 빵을 구워 보는 것이 있었는데 정작 오븐만들기는 여러 아이들의 손길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 숙련된 용접공과 철판을 자르는 위험한 기계를 다룰 줄 아는 기술자가 필요한 일.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만들지는 못하고 울 서방님 혼자 열심히 만들었다. 암튼, 이 날을 위해 장작오븐에 대한 공부를 참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다.
그 흔한 전자레인지도 사용하지 않는 우리집. 언젠가부터 오븐에 대한 얘기가 많이 오갔다. 요것저것 만들어 보고 싶은 게 있는데 막상 조리법을 보면 '오븐에서~' 라는 단어가 씌여지기 일쑤. 그래서 아이들이 오븐 하나 구입하자고 몇 년 전부터 아우성이었는데 결국은 장작오븐을 만들어 쓰기로 했던 것. 그 장작오븐을 지난 6월에 캠프를 빌미로 확실하게 만들고 어제 드디어 첫 가동을 했다.
그제, 비가 억수로 쏟아지더니 어제도 간간이 비가 왔다. 어쩌면 그 비 덕분에 오랜만에 온식구들이 모여 여유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여유있는 시간에 오븐을 가동해 보지 않으면 언제 한단 말이냐~~~ 하며 모두들 빵만들기 시작. 지난 캠프 때 왔던 현빈에게 배운 식빵 만들기 반죽을 하고 오븐은 제대로 그 기능을 할까 조마조마 하며 불을 떼기 시작했다.
"반죽은 아주 잘 됐어! 실패하면 오븐 탓이야!" "아니지~~. 오븐은 잘 됐어. 실패하면 불조절을 잘못한 탓이지~~" 하며 나는 서방님에게 화살을, 서방님은 나에게 화살을 겨누고서.
그런데, 기다리는 시간 배가 너무 고픈 아이들이 상을 차리기 시작하더니
어쩌다 생긴 삼겹살을 굽고, 야외에 둘러 앉아 콩잎에 쌈을 싸 먹기 시작하니 오랜만에 식구들끼리 오붓하면서도 여유있는 휴일의 느낌이 물씬났다.
오븐 화덕 위를 대리석으로 덮어 둔 것이 불을 떼면서 빵도 굽고 고기도 굽기 좋게 생겼다. 엄마 아빠가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탓에 평소 고기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 고기가 왜 이리 맛있냐며 잘도 먹어 댔다. 돌판에 구워 더 맛있는가? 하면서.
그렇게 밥을 먹으며 희희낙락거리다 빵은 어떻게 돼가고 있는걸까 열어보니
"어머나! 오븐만들기가 실패한 것 같지는 않아~! 된 것 같은데?!"
맨 왼쪽 빵이 맨 윗 칸에 있었던 빵, 가운데는 두번째 칸에 있던 빵, 마지막이 맨 아래칸에 있던 빵이다. 오븐을 모두 세 칸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각 칸마다 열효율이 어떤지 확인하려고 칸칸이 반죽을 집어 넣었었는데 맨 아래 칸이 제일 잘 익었다. 우리의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우린 맨 윗 칸이 열효율이 제일 좋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식빵 두 개 분량의 빵이다. 아직 제대로 된 빵틀이나 도구들이 아무 것도 없는 관계로 스텐 그릇들을 이용하여 만들었는데 이 방법도 아주 좋은 듯~. 첫 작품 치고는 잘 구워져 일단 오븐의 기능을 제대로 하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기분이 좋았다. 더구나 온 식구들이 이렇게 여유있는 시간을 함께 나눈 게 언제였던가! 장작오븐과 함께 모처럼 느껴졌던 여유로운 시간이 주는 편안한 느낌이 충만했던 어제. 어제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아 우리만 느끼기엔 참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었던 시간이었다~. |
출처: 살림 원문보기 글쓴이: 때리아
첫댓글 불쑥,.... 한번 초대해 주신다면 좋은 술 들고 가보고 싶은데요. ^^
이러다 당원들이 탈도시화 붐이 일어남직허다.
어쨌든 재미는 있네요.
그런 아주 쉬운일들이 있는데.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