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산 김향숙
나로 인해 내 주위가 더 밝았으면…
- ‘자원봉사, 행복한 사회의 척도’ 경산시 김향숙
자원봉사 미래를 위한 투자
○ 꿈나무/초등학생, 수호천사/중학생, 아띠/고등학생, 대학생리더봉사단 봉사단운영
장애인을 위한 폭 넓은 활동
○ 생일상, 급식, 김장김치 등 프로그램 운영
복지관 조리 및 배식봉사 / 백천사회복지관, 경산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재난 안전요소 등 안전한 사회 만들기 / 지역문화체육행사 적극 지원
“봉사는 하늘이 내게 내린 축복!”
꽃송이에도 음이 있다? 맞다! 춤사위에도 색이 있으며, 글에도 향기가 있고, 그림에도 리듬이 있다. 하물며 사람임에랴…. 경산시 김향숙(59세) 씨와 대화를 하며 든 생각이다. 통통 튀는 매력, 거침없는 진실,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가식 없는 미소, 그리고 넘치는 에너지가 상대를 들뜨게 했다.
법구경法句經에 나오는 말이다. ‘꽃의 향기가 제아무리 짙더라도 바람을 거슬러 퍼질 수는 없다. 그러나 순수한 마음에서 풍기는 덕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이 세상 끝까지 간다.’ 작지만 아름다운 행동 하나가 선율을 타며 세상을 환하게 밝힌다는 뜻이다. 남을 위하는 지고지순한 순정을 가진 사람에 의해서만 가능하지 않을까.
그녀는 경산 토박이다. 자원봉사는 마치 우연을 가장한 필연처럼 그녀의 삶 속으로 스며들었다. 2003년, 대구 라이온스에 발을 디딘 것이 자원봉사의 시작이었다. 사업차 인연을 맺은 모 지역 회장으로부터 총무직책을 부탁받으면서 남을 위한 배려와 봉사에 대한 맛을 조금씩 알아간 듯하다.
그 후 사람과 맺은 끈끈한 결속의 힘을 잘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경산을 위해 무엇인가 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남을 위한다는 거창한 명제가 아니어도 좋았다. 가슴이 고동치는 순간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사회봉사에 대한 스펙을 쌓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애써 잊고 지나쳤던 사회의 그늘진 곳의 존재가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내친 김에 장애인 후원단체를 만들고 싶었다. 생각에서만 머무는 허황된 꿈만 꿀 수는 없었다. 당장 실행에 옮겼다. 2006년, 모 사찰에서 발의해 문을 연 중증장애인을 위한 시설 개소식에 참여한 것이 자원봉사의 시작이었다. 지적장애인을 위한 생일잔치를 매월 둘째 일요일을 택해 열었다. 처음 맛본 신이한 느낌, 무한한 감동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 밀치락달치락 차올랐다. 색다르게 요동치는 두근거림, 이상한 기운의 행복, 그때부터 봉사는 하늘이 내린 축복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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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더 노숙자 같아요!”
대구역 광장에서 무료급식을 시작했다. 눈비가 와도, 더위가 극성을 부려도, 혹한에 세상이 꽁꽁 얼어도 정해진 날에는 어김없었다. 이는 세상과의 약속이었고, 희망을 잃은 사람에 대한 믿음의 전도였기 때문이다. 손에 호호 입김을 불어가며, 비옷을 걸치고 콧물을 훌쩍이는가 하면, 때론 발을 동동 구른 적도 많았다. 그러나 힘든 시간은 함께하는 봉사자들과 따뜻한 대화와 즐거움 넘치는 수다가 용광로역할을 해주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저 대열에 끼지 않음을 감사하라!, 사람이 늙는다는 것은 불변의 법칙인데, 현재를 사랑하며 매사 최선을 다하며 살리라.’
늘 감사하는 삶, 매사에 만족하며 나를 내려놓는 마음, 굽어보는 사랑과 자비, 남을 위한 배려가 생활철학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세상에 태어나 스스로 칭찬해 마지않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깊은 구석에서 작은 꽃망울이 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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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눠 먹는 물고기에는 가시가 들어있지 않다
‘경산 상록회’, 경산시 장애인 후원단체 이름이다. 전직 회장을 거치면서 지금까지도 정성을 다하고 있다. 장애인 수련회가 있는 날이면 회원들은 1인 1 도우미를 자처하며 이들과 행동을 함께한다. 밥 먹는 것부터 데려오고 데려가고 행사의 전 일정을 공유한다. 시각, 지적, 교통장애 등 어떤 단체든지 도움을 부탁하면 기꺼이 돕는다.
‘경산 안전모니터 봉사단’이란 곳에도 몸을 담고 있다. 현재 4년째 회장을 맡고 있으며, 경산시 전역을 대상으로 사랑의 마음이 매의 눈과 결합해 잠재된 사건‧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이다. 회원들의 노력으로 이제 경산은 제보할 것이 더 없다고 할 만큼 깨끗하다고 자부한다. 정해진 회비로 꾸려가면서 아끼고 절약해 불의의 화재로 실의에 빠진 회원에게 적은 금액이나마 성금으로 전달 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는 그녀다.
그녀의 활동영역은 이뿐만이 아니다. ‘독도수호걷기대회’는 물론, 경산시 ‘교통장애인 시가행진’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 부모님 품을 떠나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50사단 장병들과 시티투어 등을 같이하며 즐거운 시간도 가진다. 굵직한 행사 뒤에 늘 이들 자원봉사자의 보이지 않는 손길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올해로 22회째를 맞은 ‘경산장애인재활증진대회’ 행사가 있다. 그녀는 이를 기회로 2007년부터 행사장 한 곳에 부스를 마련해 사정이 여의치 않은 어르신을 대상으로 ‘행복사진만들어주기’(예전에는 ‘장수사진’이라고 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개인으로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게는 150여만 원의 돈이 드는 일이다.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마음 안쪽에만 달려 있다. 하지만 그녀 앞에 서면 그런 진리도 의미가 퇴색되고 만다.
그녀가 남을 위해 헌신하는 일을 나열하기에도 벅차다. 경산시가 올해 ‘여성친화도시’에 재지정 되었다. 물론 경산시에서 운영하긴 하지만, 이곳에서 2년 임기의 단장이라는 무거운 견장을 차고 여성을 위한, 여성이 안전한, 여성의 시각에서 본 도시를 만들어 가는 데 일조 했다. 무인택배 시스템, 여성 운전자를 위한 노후도로 개선, 사각지대 가로등 사업 등 수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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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자양분 삼아 자라나는 봉사의 새싹
김향숙 씨는 자원봉사를 시작하면서 꼭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자원봉사자 평균 연령대가 의외로 높다는 사실이다. 세월과 함께 자원봉사자 나이도 먹어간다는 데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생각해낸 것이 미래의 꿈나무, 자원봉사자 꿈나무를 키우자는 생각이었다.
2007년 그렇게 결성된 것이 ‘꿈나무‧수호천사‧아띠’라는 예쁜 이름의 단체가 생겨났다. 꿈나무는 초등학생, 수호천사는 중학생, 아띠는 고등학생 자원봉사자 동아리다. 자원봉사의 올바른 이해로부터 시작해 주변의 친구들을 돕는 것은 물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 인성계발과 자라면서 창의적이며 남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시각으로 성장하게끔 하는 데 있다. 이들 동아리를 지원하는 대학생 봉사동아리 ‘디딤돌’과 함께 어우러져 화음을 이룬다. 어쩌면 이토록 즐겁고 멋진 생각을 해냈을까.
김향숙 씨는 이곳에서도 동아리 단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다. 그러면서 매년 200여만 원을 후원해 미래 자원봉사자 양성은 물론 밝고 희망찬 사회를 위해 노력을 다한다. 우리의 이기적인 행동이 인간의 아름다움을 가장 빨리 훼손한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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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우리가 만든다?
처음과는 달리 남편이 내 편이 되어주면서 천군만마를 얻은 듯하다. 밖에서 남의 입을 통해 아내의 칭찬을 듣다 보면 생각이 변하게 마련이다. 그녀는 봉사는 곧 나 자신이라고 한다. 그녀를 꼭 닮은 딸들 역시 어릴 때부터 자원봉사는 당연했다. 이제 성인이 되어서 사회에 발을 디딘 후 그 덕을 톡톡히 보았으니 세상에 감사한다. 더불어 나로 인해 내 주위가 밝았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