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적으로 공항 활주로에는 울긋불긋한 항공등화가 경쟁적으로 화려함을 더해가고 있지만 개발 초기에는 기껏해야 활주로의 이․착륙지점 표시라든지 위험구역 등을 표시하는 단순한 기능에 불과했다. 항공등화는 빛, 색채 및 배열로 구성되어 주위 밝기, 시정 및 운고 등에 따라 적정한 광도조절을 하여 조종사에게 이․착륙에 필요한 모든 시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최종 착륙단계에서는 조종사의 시각에 의해 인위적으로 착륙조작을 하여야 하므로 안전한 이․착륙의 상태를 결정하는 요소로서 필수불가결한 시설이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공항의 항공등화 시설은 일반 조명과는 달리 특수한 형태와 목적에 따라 고도의 기술집약적 최첨단 장비 및 성능이 발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좋다고 해서 마음대로 설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항공등화시설 운영의 적합성은 항공기 안전 운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국내 법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및 미연방항공청(FAA)등에서는 설치․운영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국내 공항에서도 국제규정에 맞추어 설치, 운영되고 있다.
시내 번화가의 화려한 네온풍경에 결코 뒤지지 않는 공항의 일루미네이션을 살펴보자. 공항 활주로의 야경은 마치 보석을 아로새긴 것처럼 빛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색깔은 청색과 녹색이다. 활주와 주기장을 연결하는 유도로에는 가장자리가 청색 불빛이고 가운데에 Lead in Light가 황색 등화로 설치되어 있어 불빛 경로를 따라 계류장으로 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활주로의 등화를 살펴보면 마치 길다란 화폭을 내려다보는 것 같다.
활주로 진입구 일대에 설치된 등화는 조종석에서 선명하게 보이도록 다양한 색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항공기가 목적지 공항으로 접근(Approach)하게 되면 9km 전방에서부터 공항관제탑의 지시를 받으며 하강하게 되는데 활주로 900m 전방에 다다르게 되면 1m 간격 5개 등화로 구성된 등화가 30m 간격으로 활주로에 이르기까지 총 30줄 정도로 이어진 백색 등화 가 이어져 있다.
이들 등화는 연쇄식 섬광등(Sequenced Flashing Lights)이 21구간 설치되어 릴레이식으로 1초에 3회 섬광하며, 조종사에게 진입하는 활주로의 중심방향을 안내하여 준다. 이것을 진입등(ALS, Approach Lighting System)이라고 한다. 해변에 위치한 공항에는 활주로 길이를 확보하기 위해 바다 위에 길다랗게 진입등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진입등을 따라 600m 정도 접근하면 활주로 전방 300m 지점에 횡선표시등(Cross Bar)이 좌우로 길다랗게 펼쳐져 있고, 여기서부터 조종사는 극도로 긴장된 가운데 조종간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항공기가 진입할 때는 활주로 지면에 대하여 착륙각도 3。로 하강하는데 이러한 각도는 조종석의 계기판에도 나타나지만 활주로에 설치된 등화에서도 시각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활주로말단에서 약300m 지난 지점 좌우의 녹지대에는 PAPI라고 불리는 정밀진입각지시등(Precision Approach Path Indicator)이 4개조가 15m 간격으로 나란히 설치되어 있는데 이 등화의 불빛 색깔이 4개 모두 백색이면 3。보다 높고 4개 모두 적색이면 3。보다 낮게 착륙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즉 백․백․ 적․적색으로 보여야 3도가 되어 활주로 착지점에 정확히 착륙하게 된다. 이러한 진입각지시등은 계기착륙시설(ILS)과 함께 운영되는 공항, 즉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에는 진입각지시등은 조종사의 위치에서 볼 때 활주로 좌측에만 설치되어 있다. 이것은 조종실의 기장석이 좌측에 있는 것과 연관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윽고 항공기가 접지(Touch down)를 눈앞에 두고 활주로의 시작을 알리는 활주로말단등(Runwat Threshold Lights, RTIL)이 활주로의 옆 방향으로 1.5m 또는 3m 간격으로 포장면 끝까지 좌우로 길게 뻗어 있다. 이 등화는 진입하는 항공기에서 볼 때는 백색이고 안쪽(반대편)에서 볼 때는 적색으로 되어 있다. 뒤이어 활주로 전체를 좌우로 감싸듯이 길게 둘러싸고 있는 백색의 띠 활주로등(REDL, Runway Edge Lights)은 활주로 가장자리에서 3m 떨어진 지점에 아래 그림과 같이 60m 또는 30m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어 조종사에게 활주로의 폭 넓이를 나타내어 준다.
활주로 한가운데에는 활주로 끝 방향으로 길게 활주로중심선등(RCLL, Runway Center Line Lights)이 설치되어 있는데, 활주로가 시작되는 부분에서 300m 지점까지는 적색으로 되어 있고 이후 900m 지점까지는 백색과 황색을 나타내는 등화가 2개씩 교차 설치되며, 그 이후로는 백색으로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활주로 끝 부분을 나타내는 활주로종단등(Runwat End Lights)으로 이어지는데 이 등화는 앞서 활주로말단등(RTIL)에서 설명했듯이 적색으로 되어 있다.
높은 빌딩이나 교량, 굴뚝, 철탑이나 골조형태의 구조물, 가공선과 이를 지지하는 탑, 계류기구와 그에 부착된 지선 등에는 적색 또는 백색 섬광등이 설치되어 깜빡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항공기의 안전 운항과 직접 관련 있는 사항으로 법에 명시되어 있다. 항공법 제83조 및 항공법시행규칙에는 지상 또는 수면으로부터의 높이가 45m이상으로서 항공기 항행의 안전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구조물에는 항공장애등 및 주간장애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하고 있다.
또한 항공법제84조에는 공항 인근 일정한 지역내에는 항공등화의 인식에 방해되거나 항공등화로 오인될 우려가 있는 "유사등화"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고, 공항이 들어서기 전에 이미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소유자의 비용으로 철거하거나 유사등화를 가리는 등의 방법으로 항공등화의 인식을 방해하거나 항공등화로 오인되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공항에 있어서 항공등화는 워낙 그 기능이 복잡 다양하여 시스템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A-SMGCS(Advanced Surface Movement Guidance and Control System) 즉 지상이동안내 및 관제시스템으로 활주로 일대의 빛의 배열, 광색, 광도 및 배광을 바탕으로 갖가지 조형을 만들어 항공기의 진입, 착륙, 출발, 지상이동의 안전성을 제공하는 시설이다. 인천공항의 경우 항공등화의 등기구의 램프를 별도로 별제어가 가능하도록 설치되어 있다. 기존의 시각지원시설(Visual Aids)에서 보다 발전시켜 항공기의 안전운항 확보 및 항공교통 흐름의 효율성을 높인다.
공항에는 이러한 초현대식 컴퓨터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인근에는 여러 가지 규제가 많다. 항공기 안전에 위험을 줄 수 있는 지상 구조물에는 광도, 배열, 또는 색채에 의해 항공기 이착륙에 혼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비항공등화는 소등 또는 차단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일부 변경되어야 한다 라고 ICAO에서 권고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대충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는데 그러면 공항 주변이란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일까?.
ICAO 부속서 14장(비행장) 5.3.1~8에는 이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우선 “활주로 중심 연장선상의 양측으로 각각 750m 폭과 활주로 종단(Thredhold) 및 말단(End)에서 각각 4,500m이상 연장한 길이 내의 지역”이라고 되어 있다. 활주로가 길이 3,750m, 폭 60m 기준으로 보면 12,750m 폭 1,560m 이내가 등화관제구역이 되는 것이다. 비행장 근처에는 등화관제만 있는 것이 아니고 건물 높이 제한 등 또 다른 규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