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성 : 예술철학 반리
_제1회 예술철학 발표회를 위한 정리와 구성_
작년부터인가 로보트 태권 V가 사람들 입에 부쩍 오르내리고 있다.
지누션의 '태권 V'라는 노래 가 인기를 얻었었고, 인터넷상에서 로보트 태권 V를 주제로 한 사이트들이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새로운 로보트 태권 V 마저 제작
중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영영 미궁으로만 빠진줄 알았던 원판필름 회수사건은 전국
각지에서 시민 들의 제보를 통해 하나 둘씩 검거되고 있다. 그리고 그검거범들은 대학극장이나, 일반 극장등에서 수많은 팬들앞에게 자백을 받기도 하고 있다. 왜 갑자기
로보트 태권 V인가?
그동안 지구를 지키던 독수리 5형제의 방어능력에 한계가 온 것일까?
왜 이 많은 사람들이 20년도 훨씬 지난 태권 V를 잊지 못하고 환장들인가?
당시 로보트 태권 V를 극장이나, TV에서 방학특집 혹은 설날특집으로 보며, 자라온 세대들은 로보트 태권 V가 당시 그들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는 말 안해도 알것이다. 만약
당신의 나이가 20대 후반 이상인 청장년층임에도 불구하고 로보트 태권 V와 관련된
아무런 유년시절의 추억이 없다면, 지금 당장 부모님께 잘해드려라. 당신의 부모님의
경제사정이 좋지 못해 극장도 못보내 주고, TV도 장만하지 못한것이리라. 힘들게 사신 분들이다. 효도해라. 그러나, 지금의 청장년층 아래것들한테 로보트 태권 V를 아냐고 물어보면…
20대 중반 : 태권 V ? 당근 들어봤지요. 아마 본 것 같기도 해요
(이럴 경우 거의 대부분이 슈퍼 태권 V 혹은 84 태권 V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도 예뻐보인다.)
20대 초반 및 10대 후반 : 로보트 태권 V? 우리 삼촌이 이야기하는거 엿들은적
있어요.
그거 수영장에서 물갈라지면서 나오는 로보트 아니에요?
(아니란다. 그건 마징가 Z란다. 너를 욕해서 무슨 득이 있겠니.
불쌍한 니네 삼촌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자꾸나)
10대 중반 및 초반 : 노래 제목이잖아요. 그걸 누가 영화로 만든데요?
그럼 지누션 오빠도 나오겠네? YG 패밀리 다 나오나요?
(몰라도 용사해주마. 제발 사방이 막힌 호프집에만 가지 말아라)
그 이하 어린이 : 뤄붯 태권 뷔? 홧츠 뎃? 아저씨, 나쁜 사람이야! 엉엉…엄마~
(오잉? 내가 뭘 어쨌다고….엉엉...아빠~)
보통 이정도다.
그래도 로보트 태권 V에 관심을 가지고 다가올 새천년을 준비하고자 하는 이나라의
새싹들이 로보트 태권 V가 무엇인지 알고자 각종 매체들의 자료들을 호시탐탐 노렸을 때, 그들이 발견할 수 있는건, 줄거리, 동영상, 그림, 주제가 정도이다. 사실 이정도의 자료도 매우 훌륭한 것이지만, 이것은 당시 추억을 가진 이들에게 기억을 되살려주는 매개체이지, 생판 모르는 우매한 새싹들에 겐 소왓정도 밖게 되질 않는다.
(소왓이란? 영어 공부 좀 해라. 그이하 어린이들에게 창피하지도 않냐? So What? 번역하면 소가 무엇이냐는 뜻이다. 뭐긴 뭐야 포유류지.) 그래서 로보트 태권 V가 우리
청장년층들에게 무슨 존재인지, 도대체 로보트 태권 V가 무엇이관데 이러는지 당시
로보트 태권 V 회오리 한가운데서 목숨을 연명하고 살아오신 피코氏를 기자가 인터뷰 해 보았다. 이 인터뷰를 통해 당시 우리 선조 들께서는 어떻게 태권 V와 더불어 화평할수 있었는지, 도대체 당시의 태권브이V는 얼마나 인기가 있었길래 아직도 저러고들 있는지 알아보길 바란다.
기자 : 안녕하세요? 피코씨.
피코 : 안녕하세요? 기자씨
<로보트 태권 V와의 첫 만남>
기자 : 태권 V를 처음 봤을때가 언제인가요?
피코 : 제가 초등학교 1학년때였지요. 그때가 1976년도 여름이였어요. 여름방학식날이었는데,그날 방학식을 마치고 동네 친구와 함께 아버지의 인도하심을 받고 극장에
갔었어요. 솔직히 저는 극장 가기전까지 태권 V가 뭔지 몰랐어요. 분명 그전에 광고를 했으니깐,
아버지께서 저희를 데려가셨겠지요. 하여간 그날이 마침 개봉일이였어요.
<극장가 모습>
기자 : 자료에는 정확한 개봉일이 1976년 7월24일로 기록되어 있군요.
그날 극장 분위기는 어떠했나요?
피코 : 저는 대한극장에서 봤었는데, 세기극장에서도 동시 상영했지요. 지금이야 극장이 수도없이 많으니깐 한영화를 많은 극장에서 동시상영을
하지만, 당시는 극장수가 많지 않은 관계로 같은 영화를 다른
극장에서 동시 상영하는 예는 별로 없었어요.혹시 서울극장과
대구극장에서 같은 영화 상영하는 것도 동시상영 범주에 든다고 유권해석이 가능한가요?
그날 대한극장에는 정말 사람이 많았어요. 애들로 바글바글했지요.
대한극장뒤에 '한국의 집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거기까지 줄이
서있었지요.
가장 인상 남는건, 그때 약 10미터정도짜리 태권V 상을 만들어서 극장입구에 전시했었어 요. 폼은 1탄 포스터에 나오는 그 늠름한 교태였고, 중심을 잡기 위해 옆에 있는 육교에다가 빨랫줄처럼 묶어놨었죠. 아마 제질은 나무였나 봐요.
왜냐하면, 표사다 지친 아줌마께서, 아마 지금 생각해보니, 표팔다 지친 암표장수아줌마같은데…. 하여간 힘든 표정으로 태권V 왼쪽 발위에 앉아 계셨는데, 그만 무게를
못이기고 부셔져서 속에 합판이 보였어요.
기자 : 아니, 태권V가 겨우 아줌마의 힘에 눌려 파손되다니, 충격입니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지구를 지키겠습니까?
피코 : 이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가 아줌마입니다. 아줌마들이 뭉치면, 태양계의
질서가 흔들리게 됩니다. 그건 그렇고, 태권V의 눈은 파란색 아크릴로 만들었었어요.
그걸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의 눈으로 관찰했다니,나 자신이 무서워 지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입장료는 500원이었구요.
기자 : 상영때는 분위기가 어떠했나요?
피코 : 1탄 상영때와 2탄 '우주작전' 상영때가 사뭇 틀렸어요. 아무래도 1탄 개봉 때
는 태권V 이름정도만 아는 어린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2탄때부터는 그 저명한 주제가가 온누리 삼천리 강산에 알려져 있을 때였으므로 영화에서 주제가만 나오면, 온
어린이들이 극장이 떠나가라 제창을 해댔죠. 깡통로보트의 한동작 한동작에 모두 자즈러졌고, 태권V가 멋진 태권동작으로 적의 로보트를 물리치면 함성과 박수가 터져나왔죠. 처음 개봉되었을때까지만 하더라도 태권브이와 마징가 제트를 구분못하는
어린이들도 있었죠.
그래서 대한극장에서는 태권브이를 상영하고 세기극장에서는 그레이트마징 가를 해준다는 소문도 있었으니깐요. 근데, 그게 왜 그냥 마징가 제트도 아니고 그레이트 마징가였는지는 글세요....
기자 : 2탄 개봉때는 어떠했나요?
피코 : 1탄이 엄청난 히트를 기록한 후라, 2탄도 크게 인기를 끌었어요. 중앙극장에서
개봉을 했는데, 입장하는 어린이들에게 태권브이 주제가, 메리의 노래, 깡통로보트의
노래의 악보와 함께 태권브이 그림들을 나누어 줬죠. 그림은 두가지였는데, 하나는
고무줄 묶어서 얼굴에다 뒤집어 쓰는 태권브이 종이 가면,또하나는 전신 그림이였죠.
극장관계자가 주는대로 받아야했으니깐, 그림을 선택할수는 없었고...그러니깐 일이당 악보와 그림하나씩 받은거죠. 그때 500원짜리 프로그램도 팔았었죠. 내용이야 다
똑같죠, 뭐. 스토리, 스틸컷, 색칠하기등등... 난 돈이 없어 못샀는데, 내친구는 그걸
샀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빈부의 차이는 언제나 존재했죠.
기자 : 3탄도 큰 인기를 끌었죠?
피코 : 안타깝게도 3탄, 수중특공대와 4탄 로보트 태권브이와 황금날개의 대결은 극장에서 보지 못했어요. 원래 4탄을 보기위해 일요일에 세종문화회관 별관으로 갔었는데, 대낮부터 완전매진이라 못보고, 할 수 없이 피카디리극장에서 하는 스타워즈를 어린마음에 디게 재미없이 보았죠. 스타워즈보면서도 루크 스카이워커는 훈이로, 레이아공주는 영희로, R2D2는 깡통으로 보였습니다.
<생활속의 태권V>
기자 : 상영당시때야 큰 붐이였지만, 그후로는 어떠했나요?
피코 : 실로 엄청났죠. 마징가제트야 매주 TV만 틀면 보여주니깐, 지속적인 붐이 당연하지만, 태권V는 방학동안만 상영되는 한시적인 작품이라는데, 한계가 있었죠. 하지만 문구류나 신발, 딱지, 그림책등으로 수도 없이 태권브이가 등장했지요. 아직도
기억남는 제품은 태권브이 신발이였는데, TV광고로 2탄 우주작전中 우주 전투신을
CF로 방영 했었죠. 아직도 잔재해 있는 빈부의 차이땜에 그신발을 결국 못샀습니다.
기자 : 그런 제품들을 학교로 가져와서 자랑도 했겠군요?
피코 : 어련하시겠습니까? 사자마자 바로 학교로 가지고 가서 자랑하고, 하교길에는
그걸 잃어버려서 울면서 오곤했죠. 당시에는 교실에 풍금이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풍금으로 태권브이를 쳐주시고, 학생들이 따라 부르던 추억도 있습니다.
김氏 성을 가진 친구하나는 태권V를 보고와서 엄마한테 자기이름을 '훈'이라고 바꿔달라고 했다가, 구타를 당한적도 있다고 하더군요.그리고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곳은 뭐나뭐니해도 태권도장이었습니다. 태권V로 시작해서 생긴 붐은 그후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가 개봉되면서 그절정을 이루었죠. 많은 어린이들이 학교가 끝나면 태권도장에 다녔고, 길거리에는 도복을 입고 싸돌아 다니는 어린이들이 엄청 많았죠.
흰도복을 입고 삼삼오오다니는 이들을 보며, 역시 우리는 어쩔수 없는 백의민족이라는 고뇌를 했었죠.
또 그때는 교실이나, 가정집에서 연탄난로를 사용하는 곳이 많았는데, 난로에 쓰는
연통을 팔이나 다리에 끼고 다니면서 깡통로보트를 흉내내기도 했었지요.
기자 : 피코님께서도 태권V OST를 가지고 계셨나요?
피코 : 그때 저의집엔 전축이 없어서 카세트 테입으로만 가지고 있었지요. 1탄부터 4탄까지 다 사서 모았었어요. 후에 분실이 됐지만.... 허읔..
(이때 피코,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인다)
그땐 저의 집뿐만 아니라 왠만한 어린이와 전축이 있는 집은 거의 한장 이상씩 가지고
있었는데, 제친구들은 제2탄 우주작전 OST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었어요.
<출판 만화>
기자 : 영화로도 크게 히트했으면, 출판 만화로도 당연히 나왔겠군요.
피코 : 기자님은 너무나도 당연한 말을 마치 본인의 대뇌가 우수해서 그런것처럼 하시니,저의 사지가 무척 당혹스럽군요. 로보트 태권V 만화책으로는 육영재단에서 발행된 '어깨동무'에서 였어요. 작가는 기억이 안나지만, 1탄이 개봉하기 1달전부터 시작해서, 개봉과 함께 인기가 치솟았죠. 나중에는 태권V만 별책으로 연재가 되었으니깐요. 어깨동무는 태권V의 가장 큰 홍보역활을 했었습니다. 계속해서 시리즈가 나올때마다 대형 칼라화보와 함께 소개가 나가고, 특별선물로도 태권V 스틸컷이라든지,
연속동작 수첩 (각장에 연속동작이 그려져 있고 각장을 빠른 속도로 넘기면 그림이
움직이게 보이는 것) 등 많은 선물들이 제공되었죠. 그후 2, 3, 4탄까지 계속 어깨동무 에서 연재를 했었는데, 재미있는것은 3탄과 4탄 중간에 개봉된 황금날개 1,2,3은
김형배氏의 그림으로 '새소년'에서 연재가 되었거든요. 그런데, 4탄 '로보트 태권V와
황금날개의 대결'에서 두스타가 더블캐스팅되니깐, 결국 어깨 동무와 새소년에서도
동시에 연재를 했죠. 하지만 김형배氏가 그린 새소년쪽이 완성도가 훨씬 좋았어요.
어린 마음에도 어깨동무의 것은 왠지 남성작가가 밥상차리느라, 빨래하느라 바쁜와중에 짬내서 그린 느낌이였어요.
<김청기감독에 대한 추억>
피코 :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어린이들이 만화나 영화를 볼때 감독을 알고 보지는
않잖아요? 굳이 있다면 심형래氏 정도? 우리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하지만, 태권V가
뜨면서, 각 메스컴에서 태권V를 다루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당연히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은 이가 김청기감독이었죠. 아마 2탄이 발표된 이후부터 김청기라는 이름이 어린이들에게도 인식되기 시작했고, 그후 김청기감독님의 만화가 개봉할때, '우리들의 친구 김청기감독'이라는 문구도 등장했었죠. 당시 크게 인기를 끌던 TV프로중에 MBC의 묘기대행진이라고 있었는데, 태권V를 그리던 애니메이터 2분께서 나오셔서 묘기를 보여주셨죠.
모델로 고두심氏가 당시 유행하던 나팔바지를 입고 나오셔서 허리에 팔을 올리고 폼을 잡고 있으면,
그 2분이 서로 안보이는 상태에서 고두심氏의 좌우반쪽씩을 그렸죠.
실제크기로 말이죠. 그리고는 서로 그림을 맞춰보니 앗, 이럴수가...둘이 딱 들어맞아
마치 한장에 그린것 같은것이 아니겠어요? 어쩜, 이런 불가사이한일이...
그리고 나서 김청기감독님께서 나오셔서 변웅전 아나운서랑 이러해서 쿵,
저러해서 쿵하시면서 태권V를 또 새로 제작중에 있다고 소개하셨죠.
그때 전 김청기감독님의 얼굴을 처음으로 보는 역사적인 순간이였습니다.
기자 : 인터뷰를 하다보면 으례 형식적으로 하는 접대용 멘트지만, 이렇게 말씀을 들으니, 시간이 후다닥 가는군요. 많은 수다에 깊이 감사드리며, 본 인터뷰를 읽으시는
많은 분들이 로보트 태권V의 개봉당시, 그 상황은 어떠했는지, 정말로 얼마나 히트를
하였길래, 2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잊지못하고, 게다가 부활을 꿈꾸는지
어렴풋이라도 이해하시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피코 : (씨앙, 이때까지 이야기를 했는데, 어렴풋이라고? 작은 도움이 어쨌다구? 이
기자양반 몰지각하구만!!) 천만합니다.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길 전심으로 바랍니다.
양심선언
죄송합니다. 기자와 피코는 동일인물이였습니다. 1인2역을 맡으면 원고료가 더 나올줄알고....
본글은 (지금은 사라진) 당시 애니메이션 웹진인 ANIMA21에서 게재된 글임을 밝힙니다.
출처 : 태권브이부활자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