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밀양 (2)
자전거 여행
(초동면(2))
미리벌민속박물관 도착.
‘전망 좋은 레스토랑을 만나 우아하게 식사를 하고 차를 들며 글을 쓰리라’
오늘도 설레임을 안고 집을 나왔지만 나무그늘을 찾아 간단하게 요기를 한다.
지도를 펼쳐놓고 메모를 하며 카메라에 담아온 고향산천에 다시 빠져본다.
1시 40분쯤 일어날 준비를 하자니
형편없이 납작해진 머리와 따끔따끔 익어가는 얼굴이 거울 속에서 웃고 있다.
나를 찾아 자전거로 길 떠나는 일, 일찍이 망가지기를 작정하고 볼 일이다.
몇 해 전 지인들과 이곳을 찾아 성재정 관장님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적이 있어
오늘은 여유를 가지고 쭉 돌아보았다.
내내 기쁘고 편안한 마음으로 일관했는데 전통민속품들이 한 세월을 견뎌내고
어른처럼 앉아 후손들을 반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곤 했다.
장농 홍두깨 자 경대
이층농 이층농 가리개
평상 개다리소반
바구니 용수 조리 뒤주
저울추 띠창살 빗창살 꽃창살......
다듬이목 돗틀
램프 초롱
가마 가죽신
*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한 컷도 담아올 수가 없었는데 관장님께 양해를 얻어 홈페이지에서 몇 가지만 옮겨보았다.
옮기는 과정에서 크기에 다소 차이가 났다.
경대, 장롱, 빗집, 농 등 옛 가구들과 수많은 부엌살림들은
어릴 적 집안 풍경과 생활상들을 떠올려보게 한다.
그윽한 저녁풍경의 멋을 발하던 초롱 하나에도 얼마나 많은 기억들이 담겨있는지......
직접 사용했던 살림살이들을 긴 시간 신기하게 구경하면서 눈시울이 젖어들기도 했는데
부모님 생각과 할머니 품에서 자라던 어린시절이 못내 그립다.
그런가하면 복(福)자가 새겨진 큼직한 연두색 밥사발,
여인들과 동고동락하며 가정에 큰 소득원이 되어 주던 베틀은
가난했던 시절을 다시 상기시켜 주기도 했다.
가족과 찾는다면 산 교육장은 물론이고 과거여행 속으로도 한번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본다.
과거로 돌아가 회포를 풀기라도 했던가.
박물관을 나와서도 감회에 젖었던 여운이 한동안 떠날 줄 모른다.
4시 경에 가까이 있는 초동면사무소에 들러
초동면만 나와 있는 5만분의 1 지도 한 장을 감사하게 받아들고 나왔다.
지금의 면소무소는 하나같이 넓고. 안팍으로 깨끗하게 손질이 잘 돼 있다.
그리고 친절하다.
단감, 수박, 청양고추 등이 특산품이기도 한 초동면은
풍요롭고 인심 좋은 우리 고향의 정서가 짙게 배여 있는 곳이다.
또한 고운 백사장의 낙동강을 안고 있어 뛰어난 경관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새터 가을굿놀이’ 민속놀이가 전해오기도 하는 초동면은
각종 문화재자료, 수많은 재실과 비각 등 전통풍습과 문화가 곳곳에 숨쉬고 있어
미리벌박물관이 더욱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소득증대, 고용기회 제공, 지역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로 2000년에 준공된 초동특별농공단지는 아쉽게도 들르지 못하고 돌아서야 할 것 같다.
초동농공단지는 지방도 1008호선에 접해 있어 부산, 창원, 마산, 울산, 대구 등으로 연결이 용이하며
인근지역의 산업단지와 연계되어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30여 업체가 입주하여 기계, 전기전자, 운송장비 등을 비롯해서 많은 품목을 생산하고 있으며 나날이 번창해나가고 있다.
박물관과 농공단지는 홈페이지를 참고한다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가면서 놓쳤던 풍경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초동면이 평화로운 농촌임을 또한번 느끼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달린다.
신월리를 지나는데 길가 논 가운데 멋진 보호수 한 그루가 길손에게 힘을 실어준다.
5시. 행정상으로는 무안면에 속해있지만 가는 길목이라 어변당으로 들어선다.
오전에 논에 피를 뽑던 아주머니께서 아직도 일을 하고 계신다.
미안해지는 마음에 자전거에서 내렸는데 언제 보셨는지
누구 집에 가느냐, 자전거 타고 다니느냐며 이것저것 물어 오셔서 잠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앞으로는 주민들과의 만남과 대화의 기회를 많이 가져야겠다는 생각이다.
뻐꾸기와 갖은 새소리로 어변당 안은 적막감이 감돈다.
대청마루에 인쇄물을 돌멩이로 눌러놓았는데 방문객을 위한 배려라 고마운 생각이 든다.
망중한에 고요한 시간을 즐겨본다.
먼지가 앉아 물이 탁한데도 연못 속 풍경이 참 예쁘다.
흰구름 떠가는 하늘, 어변당 건물, 5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조화를 이루니
연못 속이 고스란히 하나의 역사이자 작품이다.
조선전기의 무신 어변당 박곤 장군이 40대 이후 벼슬에 나가지 않고 고향에 돌아와
어변당을 짓고 여기서 생을 마쳤다 한다.
연못을 만들고 물고기를 길러 부모를 효도했는데 물고기가 그 효성에 감동해 용이 되어 승천해서
건물 이름이 어변당(魚變堂), 연못 이름은 효도지 또는 적룡지라 부른다.
어변당은 경남도지정 문화재다.
옛담장이 있는 꽃밭을 누비며 작품사진을 만들겠다고 온 마음을 쏟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어두우면 마흘리 고개 못 넘어온다.”
남편이 위에서 지켜보고 있기라도 한 걸까.
아직 남은 해를 믿고 느긋하게 보내던 마음이 그만 바빠진다.
돌아오는 길은 봇도랑에 시원한 물소리와 갓길다운 길이 많아 수월하다.
하지만 오르막길이 잦아 자전거에서 내려 걷는 시간도 길었다.
마흘리 고개를 다시 오르는데 길가 호박잎이 쌈으로 보이고 쑥 냄새, 밤꽃 내음이 진동을 한다.
해는 삽시간에 노을과 섞여버리고 저녁안개와 땅거미 내려앉는 산 속은 빠르게 어둑해온다.
6시 30분에 정상에 올랐다.
땀을 많이 흘려 그럴까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첫댓글 내용을 계속 수정해나가야 할 글입니다만 이렇게 올려봅니다. 지난 여행 이야기를 다시 추억해보면서......
여름풍경이 겨울에 보게 되니 참 아름다운가요? 아니면 사진이 좋은 가요? 글과 함께 보는 어변당. 그리고 밀양의 전역을 누비는 빨간 자전거. ㅎ~ 참 아름다운 여행을 하시는 군요.~ 기대합니다. 앞으로의 게속 되는 여행길. 지역 사랑에 빠져드는 들꽃님의 지극함을.~ 큰 마음으로 올려 주신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