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2008.10.11 22시 신도림 (토) 출발
- 얼마나: 2008.10.11 02:30~10월11일(무박산행)
- 날 씨: 맑음 그리고 가을의 서늘함
- 어떻게: 백두대간을 사랑하는자유인과 함께
- 산행코스: 진고개-동대산-두로봉-신배령-만월봉-응복산-약수산-구룡령
- 가는산: 동대산1433m-두로봉1421-만월봉1286m-응복산1369m-약수산1306m
오늘은 산림청에서 대간길을 막은곳으로 간다.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강원도의 국립공원은 입산금지(산불강조기간)로 당분간은 갈수가 없다 그래서 기존 대간길 가던 순서에서 벗어난 코스를 선택했나보다하고 어림짐작을 해본다
타고가는 버스가 추워서 뒤척이다 일어나보니 새벽2시다 차는 어느새 진고개에 도착을 했고 버스안에서는 모두가 춥다고 난리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갑작스럽게 급강화한 기온으로 미리 추위에 대한 산행 준비를 못했기 때문인듯하다 나 역시 그랬기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산행준비를 한다.우리가 타고온 차 외에도 주차장에는 버스가 서있다. 아마도 우리와 같은 목적으로 산행을 시작하는 분들이 아닌가 한다 배낭을 꺼내고 헤드 렌턴을 켜고 산행에 필요한 준비를 빠짐없이 챙긴다 그리고 대장님의 지시에 따라 준비운동을 하고 출발한다. 날씨는 손이시려울 정도로 싸늘하다. 산행 덜머리를 오르기 위하여 주차장을 벗어나려고 할때 불빛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모습이 풀잎에 가득히 맻혀있다. 이밤에 내린 무서리인듯 싶다.
<무서리 내리면>
한빛 / 윤 덕 명
계절의 추이에 발맞추는 나무들의 행진곡 소리가
우람차게 경쾌히 들리면 녹색 이피라 춤을 춘다
온갖 새들의 보금자리인 깊은 산 속의 나무들이
제 각기 그리움을 안고 하늘의 태양을 사모한다
사계의 아름다운 섭리로 하늘과 육지와 바다에는
공기와 흙과 물의 조화가 삶의 활력소로 넘쳐난다
여름 햇빛 제대로 받고 사랑 저축한 온갖 나뭇잎
무서리 많이 맞을수록 아름다운 채색옷 만든다
환장하게 곱디 고운 잎 오색창연한 단풍잎 지면
바람부는 대로 굴러가는 나그네 마음 바라 본다
우리들은 동대산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생각보다 경사가 심하다 숨이 턱을 차고 올라온다 발걸음은 둔탁해지고 금새 땀이 비오듯 흐른다. 중간중간에서 자켓을 벗어 배낭에 넣는 모습들이 보인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흐르는 땀을 식히고 뒤에 따라 오르는 렌턴 불빛이 구불구불 산행길의 모습을 한눈에 보여준다
주위는 캄캄하여 사방을 분간하기 어렵지만, 저멀리 공제선(하늘과 맞닿은 부분)은 선명하여 여인내의 S자 몸매를 방불케한다. 공제선이 참으로 아름답다.
땀을 식히고 동대산에 오르니 선두가 기다린다 우리들은 표지석을 배경삼아 포즈를 취하고 각자 이미지를 사진기에 담고 대간능선길로 접어든다. 한참을 올라와서일까 능선길은 산인지? 들판길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평탄하다 간간이 고개를 숙여야하고 또 발조심을 해야한다. 쉽게오르는 산이어서 그런지 산신령께서 고개를 많이 숙이라고 나뭇가지를 늘여 떨어놓고 돌맹이를 간간히 박아놓아 잠시 헛생각을 하면 여지없이 회초리를 들고 또한 나무에 머리를 박히게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발걸음을 돌부리에 채이게 하기도 한다.
조심조심 차돌백이에 도착을 해서 흰돌에서 휴식을 취하고 물 한모금 마시고 갈비집 차돌백이 였으면 좋으련만,속으로 되뇌이면서 입맛을 다신다. 어제 저녁을 간단이 먹은 까닭일까? 아직 아침을 먹으려면 족히 두어시간은 지나야 될것 같은데....
<친구는 잠을 자고 있다 졸리기도 하겠지........>
다시 걸음을 체촉하여 신선목이에 다다른다. 신선목이는 두로봉을 오르기전 쉼터역활을 하는 곳이다. 여기서 두로봉까지는 단숨에 올라치는 그런 코스는 아닌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두로봉은 쉽게 정상을 내줄심산이 아닌듯하다
여명이 밝아오는아침 진을다빼고나서야 정상을 내어준다 정상에는 마른모꼴을한 정상석이 부자연스럽게 서서 밝아오는 태양을 몸으로 맞이하고 있다. 장관이다.
두로봉에서 일출의 모습을 잉태한 동쪽하늘, 금방이라도 토해내놓을것 같은 그런 하늘이다.불이타오르는 것 같다
구름에 가려진 태양은 간밤에 내린 무서리를 녹아 내리기라도 하듯이 슬그머니 모습을 더러낸다 가만히 두손이 모아지고 대자연의 웅장함에 고개 숙여진다
날은밝아 가을이 쏟아낸 경치를 맛보며, 간간이 낙엽에대한 예찬이라도 하듯이 어디선가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하는 시읊조림이 들린다.그렇다 가을은 누구나 시인이고 싶다
낙엽<落葉>
구르몽 프랑스의 평론가·시인·소설가(1858~1915).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을에는 누구입에서나 회자되는 그런 詩다 누구나 한번쯤은 연애편지 쓸때 인용한 구절일 것이다
금방이라도 산에 불이 붙을 정도로 아침의 태양은 붉게 빛나고 우리들 일행은 출입금지판이 선명한 신배령을 지난다 배는 점점 꼬로록 소리를 낸다 입산금지지역을 통과하느라 아침먹는것도 잊고 일출과 붉은 단풍에 도취되어 만월봉1.3km를 남겨두고 아침을 챙겨 먹는다 아침은 진수성찬이다. 어제 오스카 큰형님께서 주문진에서 택시로 공수한 동해바다의 맛있는 생선회로 회비빕밥을 만들어 자유인의 아침식단은 태양과 어울어진 한자락의 단풍능선 같았다 어찌 이보다 좋겠는가?
대자연의 조화에 도취되고 가을에취해 우리들은 만월봉에 도착하고 만월봉 등산 안내도를 배경으로 한컷이다
우리일행은 놀멍놀멍(제주도방언으로 쉬엄쉬엄놀며라는 뜻)만월봉을 등뒤로하고 응복산으로 발길을 제촉한다. 응복산 정상은 밋밋하다 바닥에 깔린 동판의 안내판이 해발1359m라고 선명하다 응복산에서 구룡령은 6.71km라고 이정표에 표시되어 맘속으로 다왔내라고 이제 길게는 3시간이면 되겠내 생각하고 마늘봉으로 향한다
마늘봉을 오르기전 간식으로 요기를하고 출발이다 마늘봉? 마늘만큼 매워서 붙여진 이름인것 같다. 태양은 등뒤에서 이글대며 잠시틈도 주지 않는다 귓볼은 따갑다목언저리를 타고 내려온 땀을딱고 약수산 아래에서 잠시쉬고 약수산을 향한다 약수산은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다 이제 다왔겠거니 하면 다시나타나 앞을 가로막는 작은 봉우리들이 진을 뺀다 뒤돌아 보건데 응복산에서 구룡령은 아무래도 산림청관계자들이 측량을 잘못했을것 같다 그리고 약수산 아래 이정표도 지워진 흔적이 우리가 아닌 다른 산행꾼들도 똑같은 느낌을 받은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약수산 정상에 도착해 지나온 대간길을 되돌아보니 과연 인간의 한계는 어디일까?나 자신에게 되물어 보지만 해답이 없다. 약수산 을 내려오면서 구룡령의 경치는 길손들의 발길을 멈추게하는 마력을 지닌듯 연신 셧트를 누르게 한다 몇년전의 일일까 불이나서인지 확인할수는 없지만 앙상한 가지를가진 고목이 수없이 단풍과 조화를 이뤄 색다른 연출을 한다
구룡령에 도착하여 할머니가 파는 동동주 두어잔에 기분을 맡기고 자리에서 일으나니 세상이 너무도 맑아보인다 취했다 옛날이면 댓병소주를 마시고 두주불사를 즐기는 나였었는데 사오년간 단주를 한것이 술에대한 면역력이 확연히 떨어져있다. 그래도 기분은 참으로 좋다 또 한구간의 대간을 마치고 다음구간의 산님께서 어서오라고 손짓하는 모습이 보이는듯 하다
오대산구간 함께한 자유인11기에 감사를 드린다 항상 안산 즐산 하시길 기원하며 졸필의 산행기를 마친다
PS; 단비님의 사진을 슬쩍 인용했습니다 저작권에 위배되남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