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죽을 맛있게 끓이는 방법
요즘 한 여름 처럼 날이 덥다. 배나무봉지씌우기를 하느라 있는 식구 없는 식구 다 불러 모아 놓고 다리를 절며 해찰부리는 사람들 독려하며 하루가 너무 짧다고 푸념을 해대다 보면 등줄기로 땀방울이 구르는 느낌이 나무그늘 아래서도 후덥지근 하다.
부지런히 일을 하다 보면 해가 기운 줄도 모른다. 일 하던 사람들을 보내고 나면 해는 서쪽으로 기울어 붉은 빛을 토하기 시작 한다.
해가 저물어 갈 무렵, 서쪽 하늘을 본다. 전에는 서쪽이 툭 터져서 조망이 좋았던 곳인데 지금은 큰 건물이 들어서 하늘이 쬐금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시선을 아래로 조금 내리면 안말 방죽이 보인다.
그제서야 방죽에서 세월을 낚고있는 얼룩덜룩한 파라솔과 낙싯대들이 눈에 들어온다. 요즘 전철이 다니면서 낙시꾼들이 부쩍 늘었는데 인공수분하느라 그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는 스스로를 보며 느긋하게 살자고 몇 번을 다짐해본다.
몇 년 전에 서울에 사는 친구들이 과수원을 방문했다. 약속을 하지 않고 들이 닥쳣으니 대접할 것이 별로 없다. 간단히 국수를 말아 대접하고는 친구들과 함께 바케스 들고 구멍난 반도를 찻아서 저수지에 들어갔다. 친구들이야 촌에서 자란놈들이라 오랜만의 외도에 부끄러운줄 모르고 팬티바람으로 물에 들어가 한편에선 족대질을 하고 한쪽에선 물속을 뒤져 떡붕어들을 잡아 올린다. 조그만 것 한 마리만 잡아도 그 기쁨에 저수지에 한바탕 웃음꽃이 핀다.
이 친구들과 어린시절을 천방지축으로 뛰어 다녔다. 지금은 이름 조차도 없어지고 아파트밑에 하수구로 변해버린 홍무개울, 무지개울, 널따란 습지 였던 까치벌, 어린눈으론 엄청나게 컷던 영근논, 그런곳이 우리들 놀이터였지 않은가. 방학 때가 되면 강남일대를 모조리 뒤지고 다니며 각종 서리며 천렵이 우리들의 일상이 되곤했다. 영근논 물고에선 메기를 움켜잡고 무지개울 ,홍무개울엔 미꾸라지, 피리, 송사리, 붕어들을 잡아 찌그러진 냄비에 물을 끓여 즉석에서 어죽을 만들어 먹었다. 비릿하며 특유의 흙냄새가 풍기는 맛이지만 참으로 맛있게 먹었던 것이다. 그리곤 강변으로 달려가 멱을 감고 해가 뉘었해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친구들이 30년이 넘어서 그 짓을 하니 뿌끄러움을 챙길 사이도 없이 희희 낙낙 인 것이다.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고 하는 모든 도시 문화가 세상을 지배하는 이 땅에서 그래도 돌아갈 곳을 보듬고 혼자서라도 고군분투하는 우리 농촌사람들이 어쩌면 행복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친구들이 하나같이 부러워하는 것은 이런 여유를 가끔씩이라도 낼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가진 나에 대한 부러움 이었다.
언제 부턴가 우리주변에 우리가 삶의 일부로 가지고 있던 것들이 사라져 갔다. 촌이 도시로 변하고 농촌에는 밀이 사라지고 목화밭이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은 콩을 비롯해서 각종 두류들과 유지류인 참깨, 아주까리, 해바라기도 잘 보이지 않게 됐다. 우리 아이들이 수영장이나 해수욕장은 알아도 강변이나 개울에서 멱감는 일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아이들에게 꿈과 추억을 빼앗아 버린 것은 바로 국가선진화라는 기치아래 오로지 선진서방의 물질확대가 보여주는 가치에 현혹된 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었이 우리의 진정한 가치인지를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선진화는 우리의 가슴속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곤 이제 그것이 상실이었다는 것을 깨우친 후에는 되돌리기에 힘겨운 일이 돼 버리고 만 것이다.
어죽이라고 하면 민물고기를 잡탕으로 넣고 고추장 풀고 파나 마늘 따위를 넣고 펄펄 끓이다가 수제비를 떠서 먹는 것 인줄만 알았는데 지방마다 어죽이 있고 특히 바닷가에도 어죽이 있어 민물고기가 아닌 바닷고기로도 어죽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요즘 웰빙이라고 잘 먹고 잘 살자는 주의가 대세인지라 영양이 담뿍 담긴 어죽집도 등장하고 있다. 수원 광교산 들머리에 원조 어죽집이 있지만 그렇게 맜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어죽을 맛있게 끓이는 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니 먹는 사람들이 맛있게 먹을 준비가 되어있지 못한 까닭일 것이다.
친구들과 한밤을 어울리며 끓여 먹었던 어죽을 구경하기는 어렵다. 뭔가 부족하지만 뭔가 서툴지만 내가 물고기 배를 따고 친구가 물 끓이고 또 다른 놈이 고추장 풀고 마지막 수제비를 빗어서 날리는 놈이 큰소리 뻥뻥치면서 , 연합작전으로 만들어진 어죽을 큰 대접으로 하나씩 잡고 웃통 벗어 던진 채 땀을 흘리며 먹는 일이야 말로 최고의 웰빙일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언제 회복될지도 모른다고 하는 이마당에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용기를 잃지 말고 넉넉한 품성을 유지하며 인내심을 기르는 것일 게다. 지난시절보다 더 어렵기야 하겟는가.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어죽을 맜잇게 끓이는 법을 실천해 보시기를 바란다. 최백호의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를 한 곡조 뽑기도 하면서 말이다. 몽구
첫댓글 충청도 지방에 가게 되면 먹어 봤던 어죽 맛보다 몽구님의 글이 더 감칠맛 나네요
"강변가로 
려가 멱 감는다" 정말 그땐 그랬는데...

뉘신지 모르는 몽구님의글 넘 잘 읽고 갑니다..^(^...꾸벅
전, 영애씨에 대해 정보가 있는데 얼굴은 모릅니다. 저는 종덕이 하고 동창이며 구렁밖에 살았던 사람입니다. 앞으로는 모르는 사람으로 하지말고 온라인으로 잘 아는 사람으로 기억 합시다. 좋은 이야기 부탁 드리구요
정말 죄송 합니다
어렴풋 생각은 나는데 저두 얼굴은 


사이버 오라버니

함..죄송혀
유..^^*
까치벌 물고기가 최고니라....
그 영근논 생각납니다. 미꾸라지 잡고 놀았던것 같아요. 어죽 한번도 먹어보지 않았지만 시원한 맛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