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노원점) 직원미사를 다녀와서
1.
약 한 달 전, 서울대교구 직장인 사목국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롯데 백화점 노원점”에서 직원 미사 부탁이 왔는데,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고난회가 도와줄 수 있느냐는 문의였다. 이 제안을 3월 1일 “공동체 월례모임”에서 다루었다.
결정에 앞서, 이전에 창동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직원미사 봉사를 하신 적이 있는 관구장 신부님을 초대하여 직장인 미사에 대한 경험을 들었다. 참석 교우들이 대부분 비정규직으로서, 업무 특성상 본당 신앙생활과 활동이 매우 어려운 분들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씀이, 그런 분들을 우리가 도와야 한다고 하셨다. 이어진 공동체 논의를 통해, 직장인 사목국의 제안을 수락하기로 하였다. 이 미사를 누가 담당할 지는 정하지 않고, 원장님께 위임하였다.
2.
그로부터 한 주일이 흘렀다. 아침 식사를 하는데, 원장님이 특유의 조심스럽고 미안한 얼굴로 직장인 미사를 내게 부탁하였다. ‘착하신’ 우리 원장님이 무슨 부탁을 하면, 여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거절을 할 수가 없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원장님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기꺼이 미사 봉사를 할 마음이 있었다. 주로 피정집에만 머무는 내게는, 새로운 사람들을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3.
오늘이 백화점 직원들과의 첫 만남이다. 첫 날이라 좀 여유 있게 출발을 하였는데, 워낙 길치인데다가 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다니던 길을 직접 운전하여 가려니 오히려 헷갈렸다. 간신히 미사 시작 10분 전에 도착하였다. 문화센터 6층 음악실을 찾아가니, 이미 미사 도구가 차려져있다. 그런데 사람은 한 사람도 보이지를 않는다. 잠시 복도를 어슬렁거리는데, 미리 오셔서 미사 준비를 하신 자매님이 나타나셨다. 인사를 드리고,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매님 말씀으로는, 롯데 백화점이 개장하기 이전 옛날 미도파 백화점 시절부터 이곳에서 10여 년간 직원미사가 이어져 왔다고 한다. 예수성심전교회 소속 신부님이 그동안 봉사를 하셨다는데, 이번에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신 모양이다. 그래서 자칫 직장인 미사가 폐쇄될 뻔하였는데, 몇 몇 분이 직장인 사목국에 도움을 요청하여 우리 수도회와 연결이 되었다고 한다. 직장인 미사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없애버리기는 너무 쉬운 일이므로, 지난 10년간 이어온 미사를 지켜나가자는 몇 몇 교우 직원들의 뜻이 이루어진 것이다. 오늘부터 재개되는 직장인 미사 홍보를 위해 백화점 엘리베이터 등 몇 군데에 안내 포스터도 붙였다고 한다.
4.
그 사이 두 세 분이 더 오셨다. 얼마나 부리나케 서둘러 오셨는지, 어떤 분은 가쁜 숨을 몰아쉬신다.
“이제, 다 오셨나요?”
몇 분이 더 오실 거라고 하신다. 그래서 성가연습을 하며 기다리기로 하였다. 성가를 부르는 사이 모두 여섯 분이 모이셨다. 오시는 분마다 모두 급하게 뛰어오셔서 숨을 몰아쉬는 모습들이 너무 안쓰러웠다. 그리고 적은 미사참례 인원 때문에, ‘괜찮다’고 해도 자꾸 미안해하신다. 예정된 미사 시작 시간을 10여분 지나 미사를 시작하였다. 미사가 끝나자마자 또다시 일터로 급하게 나가셔야 하는 분들이라 미사를 시작하기 전, 몇 시까지 미사를 마쳐야 하는지 여쭤보았다. 40분이면 된다고 하여, 아무 걱정 마시라고, 40분 안에 미사를 봉헌하겠노라고 안심(?)시켜 드리고 미사를 시작하였다.
5.
“수난 기약 다다르니 주 예수 산에 가시어 / 근심 중에 피땀 흘려 성부께 기도 하시네…”
다 함께 시작성가를 노래하였다. 제대에 인사를 드리고 들어갔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사랑을 베푸시는 하느님 아버지와, 은총을 내리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와 함께”
성삼위의 이름으로 미사를 시작하며 교우들과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참회 예절로 넘어가려다가 ‘첫 만남’이라 간단한 인사를 드리기로 한다.
“안녕하세요! 예수 고난회 우이동 명상의 집에 사는 베드로 신부입니다. 반갑습니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미사 참례 인원이 몇 사람 안 된다고 자꾸 미안해하시는데, 오히려 제가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어려운 직장생활 속에서도 신앙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여러분들이 제게는 너무도 고맙고 소중합니다.
하느님의 눈으로 보면, 한 사람의 영혼이 결코 백 사람의 영혼보다 가볍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든 열 사람이든 모두 소중합니다. 그러니 세상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교회 안에서조차 숫자에 너무 연연해하지 맙시다. 단 한 분이 오셔도, 이 미사는 계속될 것입니다. 그 한 사람의 영혼을 돌보기 위해 교회가 있는 것이고, ‘교회의 사람’인 제가 이곳에 파견된 것입니다…”
한 자매님의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미사를 드리며 중간 중간 벽시계를 통해 시간을 확인한다. 미사를 모두 마쳤을 때, 3분이 더 지났다. 3분 정도 지난 것은 양해해 주시겠지! 미사를 마치고 인사를 드리자마자, 또 다들 정신없이 일터로 향하신다.
형제들이 미사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얼마 전 "시사IN" 잡지에 나온 막걸리 한 병을 사오라 그랬는데, 백화점 개장 시간이 아직 안 되어서 그냥 돌아왔다. 오는 길에 보니까, 매장 오픈 준비로 바빠 다들 난리가 아니다. 낮에 보는 화려한 백화점의 이면에는 이처럼 오랫동안 서서 일하느라 하지 정맥류에 걸리고, 신앙생활 또한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노동자들의 현실이 있다.
첫댓글 감동과~~감사합니다~~~
미사를 드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데 그 소중함을 게으름으로 인해 망각한 자신을 반성해 봅니다. 어려운 현실에서도 신앙을 지키시려고 노력하시는 분들의 모습이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답습니다. 기도중에 함께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