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교육사기' 공화국이다<1>
이땅의 청년들이 시들어가고 있다. 일자리 때문이다.
청년 실업자가 100만에 달한다.
청운의 꿈을 안은 젊은이들이 뒷골방에서 신음하며 쓰러져가고 있다.
몇개 안되는 공무원 자리 시험에 온 나라 젊은이들이 목을 매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희망이 없다.
톡 까놓고 말하면, 대한민국은 '교육사기' 공화국이다.
대학을 나와도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는 사람은 20~30%밖에 안된다.
나머지 70~80%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없다.
그것이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다.
한번 생각해보자.
전국의 모든 수험생이 수능 전과목에서 1등급을 받고,
전국의 모든 대학이 이름을 '서울대학'으로 바꾸고,
전국의 모든 대졸자들이 올 A학점과 토플 만점을 받고,
전국의 모든 대졸자들이 해외 어학연수에 온갖 스펙을 다 갖춘다고 해서,
모두가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가?
결국은 20~30%만이 원하는 직장을 얻고,
나머지 70~80%는 실업자가 될수 밖에 없다. 취업을 위해 재수-삼수하며 본인 고생에다 부모고생까지 다 시키고도 결국 '백수'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
결국 하다하다 안되면 대학 졸업장이 필요 없는 일, 건설막노동이나 고기잡이 과일야채장수 구두닦이 쓰레기청소 건물경비 대리운전을 하거나, 부모의 가게로 돌아간다. 우리 주변에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다.(이런 직업을 폄하하려는 뜻이 아니다. 이런 직업이 지금보다 더 사회적으로 소중한 대접을 받았으면 좋겠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오늘날 현실이다.
그런데 모두들 이렇게 말한다.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대학 갈수 있고, 좋은 대학 나오면 좋은 직장 얻을 수 있다"고.
그리고 모든 대학들은 "우리 대학에 오면 밝은 미래가 열린다"고.
자기 제자의 3분의2가 대학문을 나서는 순간 실업자가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학교수들은 침묵한다.
그리고 매년 고교졸업생을 상대로 똑같은 거짓말을 한다.
"우리 대학에 들어오라"고.
대학 나와서 졸업장에 걸맞는 직장을 얻는 사람이 최소 50%라도 넘으면 그나마 봐줄만하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제대로 대접받는 대졸자 20~30%를 위해 나머지 70~80%가 들러리가 되는 지금의 구조는 너무 가혹하고, 국가적으로 낭비가 심하다.
이 거대한 '교육사기'의 공범은 중고교 선생님들부터, 전국의 무수한 학원들, 엄청나게 커진 사교육시장, 대학교수들, 교육부 공무원들과 대통령이다.
또 이 과정에서 한국은 세계 최대의 사교육 국가가 되었다.
정규학교가 학원에 주도권을 내준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 뿐이다.
대통령 후보들도 늘 이렇게 '사기'를 친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일자리 몇십만개를 만들겠다"고.
역대 장관과 고위 공무원들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얼마의 예산을 쓰고, 몇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노라"고.
하지만 이를 지킨 대통령과 장관은 거의 없다. 결과는 지금과 같은 참혹한 현실이다.
이미 짐작했겠지만,
'청년실업' 대란의 근본원인은 개개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에 있다.
그리고 그 구조적 문제의 가장 핵심은 '대학생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보자.
경제 노화기에 접어든 지금, 우리 사회에서 대졸자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 '수요'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과거 대학 진학율이 50%를 밑돌 때는 일자리 구하기가 쉬웠다. 졸업자 숫자와 일자리 숫자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학율이 84%에 달하는 지금은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다.
더구나 내년은 경제위기로 대졸자 신규채용이 10만명 이하로 떨어져 사상 최악의 취업대란이 우려된다고 한다.
그래도 전국의 대학에서 여전히 40만명의 취업예비생이 쏟아져 나온다.
모두가 A학점을 받고, 토플 만점을 받아도, 어차피 30만명은 취업이 안된다.
그리고 아직 취업못한 취업재수-삼수생이 60만명에 달한다.
이 와중에서 교육낭비는 얼마나 심하며, 취업비리와 취업사기는 또 얼마나 판을 칠까?
대졸자가 너무 많은 우리 사회는 인력 수급구조가 심각히 왜곡되어 있다.
소위 '번듯한 일자리'는 지원자가 너무 많아 탈이고, 사회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일자리는 사람이 없어 난리다.
좁디 좁은 공무원-교사 선발문과 포스코 한전 등 공기업 입사문과 삼성-LG-현대-한화 등 대기업 입사문에는 수십만명이 몰려, 머리가 터지도록 경쟁하고 취업재수-삼수-사수생이 즐비하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연간 23만명의 인력이 부족해도 오겠다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고용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기계의 절반 이상을 놀리고 있다.
이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은 바로 청소년의 84%를 대학에 갈수 있게 하여, 눈만 잔득 높여놓는 망국적 '대졸자 대량생산 교육 시스템'에 있는 것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대학진학율은 50~60% 밖에 안된다.
그 나라 국민들이 돈이 없어서 자녀를 대학에 안 보내는걸까? 결코 아니다.
그 사회에 그렇게 많은 대졸자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이 엉터리 교육구조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대통령 아니라 대통령 할애비가 와서 대입제도를 아무리 뜯어고쳐도 모두 '대국민 사기극'이 될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까?
조선일보 2008.12.21 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