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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에 독일에 도착한 후 일요일을 옛 제철소 견학과 티바 후원 클럽과의 시합으로 보낸 후 월요일 일정은 새벽부터
부지런하게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프랑스 파리에 다녀오는 일정이었습니다.
저희 일행들은 낭만의 도시 파리에 다녀 온다는 것 때문에 다들 들떠 있었습니다만, 저는 사실 걱정이 좀 많았습니다.
왜 걱정이 많았느냐....
증거 사진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지난 번에 티바사와 계약하기 위해 독일에 방문했을 때도 티바사에서는 저희 가족에게 파리 여행을 권유했더랍니다.
그 결과 생각없이 덜커덕 1박 2일의 파리 일정을 잡았는데요,
문제는 바로 요 두 녀석들이었죠.
파리라는 곳이 보통 복잡한 곳이 아닌데 그나마 관광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잘 갖춰진 지하철망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저와 아내는 이렇게 한 녀석은 유모차에 태우고 한 녀석은 힘들다고 할 때마다 안아 가면서 온 파리 시내를
휘젓고 다녀야 했습니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에 파리를 보겠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아기 둘을 데리고 지하철을 옮겨 타고 때로는 도보로
장시간 걸어 가면서 시내 관광을 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어쩐 일로 둘째 녀석이 모기에 물려서 눈두덩이가 벌겋게 부어 오른 상태인지라 잔뜩이나 불쌍한 얼굴로 계속
안아달라고 칭얼 대는 것을 어찌 모른척 할 수 있겠습니까?
2일 동안 둘째 녀석을 안고 다니느라고 파김치가 되었지요.
그래도 첫째는 첫째답게 많이 걸어다니면서도 불평을 하지 않아 참 대견했지요.
그나마 조금 쉬었다 싶은 것이 바로 세느강에서 유람선을 탈 때인데요, 이때 빼고는 계속해서 유모차와 둘째에게
많이 시달렸네요.
아무튼 이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한지라 많이 걸어 다니는 형태 말고 시간 낭비 하지 않는 알찬 여행을 하려고
벼루었습니다만.... 글쎄요... 이번 파리 여행도 많이 걷고 힘든 형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어쨌거나 사진으로 보는 장면 장면은 참 아름답기 그지 없네요.
월요일 오전 6시 반에 이른 조식을 하고 서둘러서 자르브뤼켄 기차역으로 왔습니다.
티바사에서는 저희 일행 모두에게 간식과 음료수를 담아 티바 마크가 선명한 배낭을 선물해 주어 저희 일행들은
편하게 간편한 휴대품을 담아 갈 수 있었습니다. 참 세심하게 준비해 주었다 싶네요.
이번 파리 여행에 동승해 주신 분은 티바사에서 선수 후원 업무를 맡고 계신 다미야씨입니다.
크로아티아 국대 출신 선수로 오랜 시간 티바의 후원 선수로 활약을 하다가 지금은 티바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삼소노프 선수는 말할 것도 없고 거의 모든 유럽 유명 선수들과 친분이 있으시네요.
이래 저래 탁구계의 비사를 많이 들을 수 있었죠.
(김은지 선수 아버님이신 김명래 님은 전통 한복을 입고 프랑스 파리를 누비셨답니다. 다미야씨는 두툼한 바바리 속에
51살이라는 나잇배를 감추시고 멋지게 차려 입고 파리행에 올랐네요. 왠지 운동복만 입은 저까지 끼여 있으니 이 사진,
참 생뚱맞네요. 한복에 바바리에 츄리닝까지... ^^)
독일 남서부 국경 지대에 위치한 자르브뤼켄은 차를 타고 가다 보면 프랑스와 독일을 왔다갔다 하게 될 정도로 두 나라가
인접한 지역으로 주민 투표에 의해 독일이 되긴 했지만 프랑스적인 성향이 강한 지역입니다.
이곳 자르브뤼켄으로부터 프랑스 파리는 원래 국경에서 열차를 갈아타는 방식으로 해서 대략 4시간 가량 걸리는 거리
였지만 최근에 이체(우리나라의 KTX와 비슷한 초고속 열차이지요.)가 개통되어 2시간 내에 도착하게 되었답니다.
독일의 이체는 프랑스의 떼제베와 함께 우리나라 KTX 사업권을 놓고 경합했던 열차로 지금이야 KTX 가 생겨서 별로
신기할게 없지만 과거에는 300km라는 속도감이 무척 신비로왔겠죠?
이체를 타고 내린 곳은 동파리역 (똥파리역이라고 저희끼리만 놀려 댔습니다만...^^)이었습니다.
파리는 그물망처럼 촘촘히 엮인 지하철이 유명한데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중심가는 온통 모든 곳이 다 문화재인지라
루불 박물관, 개선문, 에펠탑, 노틀담 성당, 몽마르트 언덕 등 각 유명 장소를 꼼꼼하게 챙기게 노선을 짜다 보면 방사형으로
얼기설기 얽힌 형태가 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원래 티바 사장인 롤랜드씨와 미리 계획하기로는 내리자 마자 바로 에펠탑에 도착해 오전 10시 이전에 올라가기로 했었는데
그 계획이 어그러지는 바람에 결국 차질이 발생했네요.
다미야씨가 프랑스에서 3년 동안 프로 선수로 활약을 했기 때문에 파리 지리에 대해서 잘 아실 것으로 기대했습니다만
의외로 지도 읽는 솜씨가 재작년에 다녀 온 저보다 못 하시더라구요.
결국 다미야씨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곳은 에펠탑으로부터 걸어서 1시간 반 거리나 되는 먼 곳이었습니다.
바로 눈 앞에 보이기 때문에 곧 도착하겠거니 하고 정처없이 걷다가 오전 시간 다 보내고 말았죠.
팁으로 알려드립니다만, 에펠탑은 무척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관광 명소인데다가 엘리베이터가 3단으로 나뉘어 운영되는
바람에 붐비는 시간에 가면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만 해도 3시간이 넘게 걸린답니다.
그 대부분의 시간을 줄을 서서 앞사람 뒤통수만 쳐다 봐야 하는 것이라, 올라갔을때의 감흥이야 매우 좋지만 줄서는 것
싫어하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딱 죽을 맛이죠.
제가 아이들 둘과 함께 3시간을 오르내리면서 얼마나 힘들었던지.. 이번 만큼은 반복하지 않았으면 했습니다만...
어쨌거나 에펠탑에 도착한 시간이 1시 반... 결국 내려 오니 3시 반이 되었더군요.
에펠탑 인근 역에 오는 과정에서 만난 지하철 가수입니다. 이 사람은 붐비는 전철 안에서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더군요.
썩 잘 부르지는 않았는데, 아무튼 파리는 각양 각색의 사람들이 섞여 사는 곳입니다.
이곳 인구는 매우 적은데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이 매일 800만이라던가... 그러더군요.
즉 도시 인구 1천만명의 대다수가 관광객이나 혹은 인근에 거주하면서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죠.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파리 집값이 보통 비싼 게 아니거든요.
한 10여평 남짓한 쪽방집이 40억씩 간다네요.
그래서 파리에 집가지고 있다고 하면 유럽의 부자로 취급 받는 것이죠.
파리 여자 유학생들이 집가진 주인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해주면서까지 집을 얻으려고 한다는 안 좋은 뉴스도
있었습니다만.. 그만큼 파리의 주택값이 심각한 것이죠.
동파리역에서 지하철로 그래도 에펠탑에서 가까운 거리라고 추측하고 내린 곳은 콩코드 광장이었습니다.
콩코드 탑은 이집트에서 나폴레옹이 실어온 것이라고 하네요.
이집트 상형문자가 금박을 박혀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어떻게 보면 전리품인데, 이제는 이집트로 돌려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네요.
파리에는 희안하게 공중 화장실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지하철 내내 공중 화장실을 못 찾았는데, 밖에 나와도
마찬가지네요.
아마 어느 건물이든지 들어가면 화장실이 없기야 하겠습니까만은, 다미야는 그런 노고를 굳이 하느니 바로 카페행을
택하더군요. 그래서 비싸디 비싼 만원짜리 커피와 맥주 한잔씩을 마셨답니다.
뒤에 보이는 건물이 루블 박물관입니다.
들어가서 관람 하려면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릴 듯 하여 가보지는 못 했구요, 다미야 덕분에 에펠탑까지 걸어가는 와중에
사진만 한장 찍었습니다.
개선문 앞에서도 한장 찍구요.... 전 유럽은 물론 이집트, 아프리카 북부까지 진군한 나폴레옹이 위풍당당하게 걸어 들어
왔을 개선문이지만 실제로는 크게 볼 것은 없었습니다.
사실 파리가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은 거대한 문화 유산 때문이 아닙니다.
이처럼 보통 사람들이 사는 곳이 다 아름답게 되어 있기 때문이죠. 도로 한복판에 떡하니 서있는 말 한마리를 보면서
제가 다미야에게는 여기는 왜 이렇게 말을 사고 파는 곳이 많으냐 하고 농담을 던졌죠.
아무튼 모든 건물이 역사가 오래 되었고 또 예술적인 형태가 많아서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낭만이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파리의 뒷골목은 몹시 더럽다는 사실을 지난 번 여행시에 알게 되었습니다. 제 말이 의심가는 분들은 파리
시청 주변의 뒷골목들을 한번 걸어 보세요. 왜 이렇게 소변 냄새가 심한지... ^^)
그렇게 에펠탑을 향해 걷다 보니 우연히 우리 나라 말이 쓰여 있는 간판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반가와서 바로 기념 촬영 들어갑니다.
에펠탑은 매우 매우... 매우 높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올라가 보면 정말 높습니다.
총 3개의 층으로 나뉘어서 관람석이 있는데, 그렇게 나뉜 이유는 제가 보기에는 바로 엘리베이터의 각도 때문인 것
같습니다.
4개의 다리로부터 시작해서 첫 단계 엘리베이터가 각각 올라가는데 엘리베이터가 수직으로 되어 있지 않고 약간 기우뚱
하게 되어 기울어진 다리의 각도를 타고 올라가거든요. 그 4개의 엘리베이터가 첫번째 층에서 다 만납니다.
그러니 4개의 다리로부터 올라오는 과정에서부터 섰던 줄이 1층에서 더 길어지죠.
그리고 다시 2층으로 올라가고 맨 꼭대기까지 올랍니다.
2층에서 꼭대기로 올라가는 과정은 정말 아찔한 느낌이 들더군요. 제가 일부러 가장자리로 섰는데 발밑을 보니 까마득하게
느껴 졌습니다.
의문이 드는 것은 이처럼 높디 높은 고철 탑을 왜 만들었을까 하는 것이죠.
지금이야 이 에펠탑의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 다들 잘 아시지만 그 당시에도 그런 것을 미리 알고 만들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싶구요... 이런 것을 생각해서 만들어야 하겠다고 생각한 사람도 대단하지만 그것을 실행하도록 도와준 행정기관이나
또는 자금을 지원한 사람등등이 다 어느 정도는 선견지명이 있던지, 아니면 무모한 뭔가를 하는 것에 대한 특이한
가치를 알고 있던지 한 사람들이었겠죠.
이 에펠탑을 만드는 데 사용된 철이 바로 어제 저희가 들렀던 제철소에서 만들어 졌다니 더욱 감회가 새롭네요.
꼭대기에서 바라본 시내 풍경입니다. 세느 강변을 따라 옛 건물들이 즐비하지요.
에펠탑에서 내려 와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날 티바사가 저희 일행에게 사용한 비용이 대략 130만원 정도라고 하니 파리의 물가는 짐작이 가시죠?
저희 일행이 여비를 조금 보태었는데도 그렇게 돈이 많이 들었다고 하네요.
파리의 점심은 한국에서 챙겨온 김과 고추장이 함께 했습니다.
의외로 다미야씨가 고추장을 잘 드셔서 저희가 한국 고추장을 오는 길에 많이 드리고 왔네요.
그리고 나서 그 다음 일정은 제가 제안한 센느강 유람선이 되었답니다.
이 유람선이 생각보다 좋아요. 하루종일 탔다 내렸다 할 수 있는데 유람선만 타고 왔다 갔다 해도 왠만한 파리의 명소들은
다 거치는 데다가 유람선 경로를 따라 잠시 내려서 구경하고 다시 타도 되니까 교통 수단의 역할로도 좋지요.
저희들은 시간 관계상 다시 내려서 어딘 가를 들를 마음은 못 먹고 유람선 안에서만 시내를 구경했습니다.
이렇게 파리 관광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니 무려 10시가 다 되어 가더군요.
숙소에 들르기 전에 맥도날드에 들려서 햄버거로 간단한 저녁을 때웠구요...
아참, 파리는 공짜 화장실이 없나 봐요.
독일도 마찬가지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역에서 화장실 이용하는데 꽤 돈이 많이 들더군요.
그리고 어디를 가나 물이 공짜가 아니라는 점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참 불편한 일이죠.
그렇지만 예술과 문화, 역사가 흠뻑 베어 있는 아름다운 파리 시내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저희 일행들
가슴 속에 남았답니다.
다음 글에서는 화요일 일정을 담아 드리겠습니다.
첫댓글 흠..... 점점 다음엔 저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음 대회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12월달이었으면 하는 바램이......^^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 그 지뢰 말씀이군요. 파리에는 지뢰가 무섭죠.
근데 defunct님 죄송합니다. 동파리 역이라는 말을 본 순간 뭔가 비슷한 다른 말을 연상해 버렸습니다. 풋~
^^ 교수님, 저도 마찬가지 의미로 말한 거여요. ^^ 지뢰도 많이 있었을 듯 하네요. 어디선지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아도 지뢰 냄새는 숱하게 맡았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