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맥도날드 햄버거 값으로 각국의 적정 환율을 비교하는 ‘빅맥 지수’를 발표해왔는데, 지난달부터는 ‘톨-라테 지수’를 추가했다. 스타벅스가 ‘세계 어디에나 있는’ 카페로 급성장하면서, 스타벅스의 인기품목인 톨(tall) 사이즈 카페라테 가격이 유용한 환율 비교 잣대가 됐다는 설명이다. 경제잡지 포춘은 지난 2월2일호 표지 인물로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을 다루었다. 시애틀의 작은 커피산매상을 불과 20여년 만에 전 세계 7,500여개 매장, 세계 10위의 브랜드 파워를 가진 일류기업으로 키워낸 비결은 무엇인가? 포춘은 우선 커피라는 오래된 소재를 사회경제 변화에 접목시켜, 도시인의 휴식처이자 프리랜서들의 작업실도 되는 복합 공간을 만들어 낸 슐츠의 사업 감각을 꼽았다. 그런데 포춘이 이에 못지 않게 주목한 것은 슐츠의 ‘공동체 중시 경영’이다.
-슐츠와 박용성 너무 상반-
슐츠는 미식축구 덕에 겨우 대학에 갈 수 있었던, 뉴욕 브루클린의 빈민가 출신이다. 잡역부로 일하던 아버지가 다리를 다치자 치료는 물론 생계도 막막했던 기억이 있어서, 스타벅스에서는 주 20시간 이상만 일하면 임시직에게까지 완전의료보장혜택을 준다고 한다. 그는 또 ‘주인의식이 있어야 좋은 서비스가 나온다’며 모든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을 부여했다. 1997년 워싱턴 D.C.의 한 스타벅스 점에 강도가 들어 직원 3명이 숨졌을 때는 1주일간 현장에 머물며 장례식을 주관하고, 그 점포에서 나오는 순익을 모두 범죄예방과 희생자 지원사업에 쓰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커피 원두를 생산하는 제3세계 농민을 지원하는 등 국내외 자선사업과 환경문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런 식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도 스타벅스는 연평균 20%씩 성장했고, 92년 기업공개 이후 주가 상승률이 3,000%를 넘었다는 것이다. ‘나누는 경영’이 뜨거운 협력과 헌신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나는 고독한 승리를 원하지 않는다. 많은 승리자들과 함께 환호하며 결승점에 도달하고 싶다”고 말하는 슐츠는 미국인들이 존경하는 멋진 기업인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슐츠의 이런 경영은 ‘반기업 정서’를 불평하고 ‘강성 노조 때문에 사업 못 하겠다’고 목청을 높이는 우리 기업인들을 돌아보게 한다. 대한상의의 박용성 회장은 지난달 한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미쳤습니까? 사회에 환원하려고 돈 벌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학교에서 기업의 본분이 부(富)의 사회 환원이라고 잘못 가르쳐, 국민의 기업 인식에 문제가 생겼다”며 한 얘기라고 한다. 그의 지적대로 기업의 본분은 부의 사회 환원이 아니라 부가가치창출이다. 그러나 기업의 이윤을 기업 성장의 거름이 된 종업원 및 사회와 나누는 것이 그가 말하는 것처럼 ‘미친 짓’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지금까지 번 돈의 절반을 자선사업에 내놓았고 앞으로도 대부분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누구도 그를 미쳤다고 하지 않는다. ‘나누는 경영’은 종업원의 헌신과 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투자이기도 하다.
박회장은 대한상의의 조사를 근거로 ‘우리 국민의 반기업 정서는 세계 금메달감’이라고 불평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정말 우리 국민이 학교에서 잘못 배워 반기업 정서를 갖고 있다고 믿는 것일까? 비자금을 바친 대가로 특혜를 챙기며, 내부거래와 주가조작도 서슴지 않으며, 탈세 편법을 동원해 부를 세습하면서 종업원에겐 인색한 재벌들을 생생히 봐 왔기 때문에, 정확히 말해 ‘반재벌’ 정서를 갖고 있음을 모르는 것일까?
-공동체 중시경영 아쉬워-
나라마다 훌륭한 기업인도 있고 부도덕한 기업인도 있지만, 사회인식을 크게 좌우하는 것은 대개 간판급 기업인의 언행이다. 박 회장은 회사의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에 시달리다 노조원이 분신자살한 일이 있는 두산중공업의 최고경영자다. 그의 일가친척인 두산그룹 2, 3세들은 거액의 편법 증여 의혹에 휘말린 일이 있다. 그런 그가 사업자 단체인 대한상의를 대표하는 자리에서 “미쳤습니까? 사회에 환원하려고 돈 벌게?” 했다는 소식은 긴 한숨이 절로 나오게 한다. 우리 사회에서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가?
첫댓글 너무 대조적인 두 사람이군. 그런 말을 했다면 박회장은 참으로 걱정스러운 시각을 가진사람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