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ww.ildaro.com
-------------------------------------------------------------------------------
킬링필드에서 펼치는 '광란의 페스티벌'
새만금 락페스티발을 철회하라
허정균 기자(참소리) / 2007-06-28
한국방송(KBS)과 (재)청소년경제교육재단새만금락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새만금락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축제가 지난 6월 11일 군산시 내초도 앞 매립지에 있는 새만금자동차전시관에서 발대식을 갖고 참가신청자와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행사는 오는 8월 1일부터 닷새 동안 갯벌을 매립하여 만든 군산시 오식도동에 있는 새만금산업전시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조직위원회 대회장을 맡고 있는 정재윤(42. 교육포털 이그잼 대표)씨는 “건국이래 최대 세계적 국책산업 ‘새만금방조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지 20여년, 그동안 ‘개발 대 보존’으로 빚어온 국민적 ‘대립과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가야 할 국가적 과제 새만금 개발, 전세계인의 주목의 공간 미래의 희망 새만금에서 ‘아시아에서 세계로’ 도약하는 세계로 향하는 문을 연”다며 올 여름 휴가를 △33km방조제 걷기체험 △록(Rock)의 향연 △대화의 광장 포럼 △관광투어 등의 새만금락페스티벌로 초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이 선전하는 행사 내용을 보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럴 수 있는가. 천혜의 땅 새만금갯벌, 금강 만경강 동진강이 빚어낸 세계최대의 하구역 갯벌, 세계 최대의 습지를 파괴한 방조제가 그렇게도 자랑스러운가. 억만 갯벌 생명을 생매장 시키고 선사이전부터 대대로 내려온 어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간 ‘킬링필드’를 깔고 앉아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니 이것이 바로 ‘집단광기’가 아니고 무엇인가. 강현욱(전 전북 도지사) 명예대회장은 발대식에서 환영사를 통해 “새만금은 인간이 만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땅”이라며, “이번 락 페스티벌은 세계 청년문화의 새로운 커뮤니티 장으로 여러분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소중한 기억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진강, 만경강하구를 틀어막아 강물은 썩어가 방조제 안쪽은 세계 최대의 똥통이 돼가고 있고 그 똥물이 배수갑문을 통해 빠져나와 점점이 아름다운 고군산군도의 뭍섬과 주옥같은 관광지 변산반도를 더럽히고 있다. 사막처럼 변해버린 갯벌에서 날리는 소금바람이 녹슨 폐선들이 즐비한 포구들을 덮치고 있으며 토사가 쌓이고 물길이 막혀 집중호우에 문전옥답이 물에 잠기는 바람에 농민들 한숨 깊어 가는데 한강에서 태어난 영화 속 ‘괴물’보다 더 흉측한 새만금 땅이 그토록 사랑스럽단 말인가. 잘 보존하여 후세에 물려주어야 할 갯벌을 재앙의 땅으로 만들어 놓고 그 안으로 미래 세대의 주인공인 청년들을 초대하여 페스티벌을 벌인다는 것이 제정신이 있는 사람이 할 짓인가. 33km 방조제에서 3천명의 길놀이 풍물 퍼포먼스로 기네스북에 도전하며 3만3천명이 방조제 걷기체험을 한다고 한다. 어머니 대지 앞에서, 대자연 앞에서 겸허해야 함을 청소년들에게 가르쳐야 하거늘 인간의 오만함이 극에 달해 대자연을 도륙낸 현장, 전라북도 해안 3분의 2를 봉쇄해버린 죽음의 방조제로 청소년들을 유인하려 하는가. 무당 김금화씨가 출연하여 ‘나랏굿’을 한다고 한다. 오징어 낙지 쭈꾸미 꼴뚜기. 농게 방게 칠게 꽃게 그물무늬금게 범게, 대사리 맵사리 삐틀이 왕좁쌀무늬고둥 서해비단고둥, 바지락 동죽 백합 죽합 돼지가리맛조개 키조개, 해삼 말미잘 불가사리 가시닻해삼, 장대 운저리 말뚝망둥이 짱뚱이......이루 헤아릴 수 없는 갯벌 생명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 그 원한이 구천에 사무치는데, 서민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겨 우울증에 시달리고 농약을 마시는데,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 들어가는 국민 혈세는 소수 토목자본의 배만 불리는데 어느 귀신이 나타나 큰무당 김금화의 신명을 일으킬 것인가. 주최측은 조류학자 윤무부 교수를 초빙하여 포럼을 연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도래지였던 새만금 갯벌, 갯벌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도요새들의 1만킬로 대장정의 중간 기착지인 새만금갯벌을 파괴해도 좋다는 허가를 얻으려 하는 것인가. 작가 조정래 선생을 초빙하여 포럼을 연다고 한다. 김제 만경의 너른 들판 ‘징게맹게외애밋들’은 그의 장편소설 ‘아리랑’의 무대였다. 그로부터 새로운 만경ㆍ김제 벌판이라는 뜻의 ‘새만금’을 인증받으려 하는 의도일까. 제발 그들이 출연계약에 서명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학춤을 추는 명인도 출연한다고 한다. 내려앉을 곳을 찾지 못해 새만금갯벌 주변을 배회하는 학들이 이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무용단, 국악관현악단, 명창, 그룹 밴드가 공연을 펼치고 정상을 달리는 인기 가수들도 출연한다고 한다. 공중파를 장악해 종합권력기관처럼 돼버린 KBS에서 주최하는 판이니 참여를 거부하기도 어려웠으리라. 이들이 진정 대중에게 즐거움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예술인이라면 ‘새만금 락(樂) 페스티벌’이 어떤 성질을 지닌 것인지 진지하게 공부해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쩌자고 KBS는 이런 ‘광란의 굿판’을 주최하고 나서는 것인가. 1980년대 이후 대규모로 갯벌을 파괴한 김포매립지에서, 시화만에서, 남양만에서, 석문방조제에서, 대호방조제에서, 영암방조제에서, 금호방조제에서 생긴 매립지 땅이 황량한 벌판으로 방치돼 있고 서해어장이 궤멸돼가고 있으며 이로 인한 국고의 낭비가 서민들의 목을 옥죄고 있음을 심층 취재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할 의무가 있지 않은가. 연간 10억톤의 수자원을 만들어낸다는 새만금호가 썩어가고 있고, 연중 강수량이 고르게 분포한 네덜란드와는 달리 한꺼번에 400mm 폭우가 퍼붓는 동진강, 만경강 수역에서 새만금방조제 배수갑문으로는 그 빗물을 퍼낼 수 없어 장기 침수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심층 취재하여 국민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전라북도 포구마다 비린내가 사라졌음을, 전라북도의 연안어업이 절멸했음을 보도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미 전북도민에게는 황우석의 줄기세포처럼 돼버린 새만금에서 진실을 낱낱이 파헤치는 데 큰 돈을 들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의 방조제 시공업체가 후원업체로 참여한 것은 그렇다고 치자. 전라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가 후원자로 참여하고 있다. 천원짜리 빨간 열매를 판매하여 모금한 돈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단체이다. 이런 단체가 총 40억원이 들어가는 이 행사를 후원하고 있다. 그럴 여력이 있으면 삶의 터전을 잃고 생계 걱정을 해야 하는 어민들을 위해 사용해야 정상이 아닌가. 전북 고창 출신의 정재윤 대회장은 이번 행사가 순수 민간에서 준비한 ‘비정치적 이벤트’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5일간의 행사 기간 대한민국 청년 100만 명을 끌어 모으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며 10여명의 대선 주자도 다녀가게 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6월 22일 268회 임시국회 제2차 농림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된 ‘새만금특별법’과는 관계가 없는 것일까. 새만금특별법은 6월 임시국회중 농해수위 마지막 의사일정인 25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변수가 없는 한 무리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국회 상임위를 통과할 경우 새만금특별법은 8∼9월 예정된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절차를 통해 최종 법안 통과를 결정짓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만금특별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나서고 있다. 새만금간척사업을 착공케 한 장본인인 그는 처음으로 지난 4월 5일 김 전 대통령은 새만금전시관에 들러 “감개가 무량하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고 하였다. 이튿날 그는 김완주 지사와 김병곤 도의장, 서거석 전북대총장 등 각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한 오찬에서 “한덕수 신임 총리가 조만간 인사차 집에 방문하기로 예정돼 있다”며 “새만금 특별법이 조기에 제정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지난 4월 8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동교동 자택으로 신임 인사를 오자 "정부는 한미 FTA에 올인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으며 "며칠 전에 전주에서 새만금특별법과 관련해 총리가 인사를 오면 이야기하겠다고 했다"면서 "이 법에 대해 총리가 관심을 가지고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한덕수 총리는 전주에서 태어났지만 부안에서 소년시절을 보낸 사람이다.) 새만금특별법이란 새만금간척사업에 여러 가지 투자 관련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우선적으로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자는 것이다. 새만금간척사업의 시행 주체인 농림부도 반대했던 새만금특별법은 노태우 정권 시절 고속철도, 인천 신공항, 새만금의 3대 국책사업이 정경유착의 산물임이 알려진 이후 새로운 차원의 정경유착일 뿐이다. ‘새만금 락 페스티벌’은 이러한 정치권의 의도에 충실히 복무하는 앞잡이 역할을 할 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다 죽어간 갯벌에서 ‘갯벌KTX’는 무엇이며 ‘갯벌체험행사’가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제라도 KBS는 이 ‘미치광이 축제’를 철회할 뿐만 아니라 방조제를 트고, 갯벌을 살리고, 어민들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
아픈 새만금에서 '죽음의 축제', 이건 아니다
락페스티발, 죽어가는 생명에 대한 예의 아니다
명호(mhosr) 기자 / 2007-07-03
누군가 병원에서 아파할 때 우리가 지켜야 할 예의라는 것이 무엇일까? 그래도 나름대로 사회적 예의에 대해 조금은 안다고 자부하면서 살아가던 나인데 어느 순간인가 도대체 예의라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였다.
그 해박하다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물어보아도 병문안에서의 예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주는 글이 없다. 상식에 기초하여 정리를 해보자면, 병문안은 '음식 잘 챙겨가고, 옆 사람에게 피해가지 않도록 조용히 대화하고, 잘 쾌유하도록 기운을 내라는 정도'의 내용이 전부인 것 같다.
이는 상식이다. 상식은 모든 사람들이 보편타당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설마 이런 것을 모를까 하고, 또 물어보는 사람도 없기에 병문안 예의를 알려주는 내용은 별로 없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 세상이 정말 예의라는 것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FTA만 되면 '만사 OK'라고 떠드는 사람에서부터, 주한미군은 환경치유에 최선을 다했다는 사람도 있을 지경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보다 더 웃긴 사람들이 나타났다. 서서히 생명을 잃어가는 새만금 갯벌에서 난장을 펼치겠다고 진상 떠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새만금 락페스티벌'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행사가 새만금에서 열린단다. 무슨 행사인가 궁금하여 소개하는 홈페이지에 가보았더니 아주 작정하고 진상을 떤다. '인간이 만들어낸 세계 최장 방조제 새만금! 한반도 지도를 바꾼 기적의 창조! 그 생명의 땅 새만금에서 RaFFis 2007을 통한 공존의 첫장을 펼칩니다'라는 거창한 행사 개요부터 눈에 들어온다.
웃기지도 않는다. 생태계의 보고였던 새만금.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계속 개발과 보전의 논란이 벌어졌던 새만금. 세계 5대 갯벌로서 무수한 생태적 가치와 중요성이 널리 알려진 그 갯벌. 그 새만금에서 '락페스티발'이 열린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생명의 땅 새만금이 죽음의 땅으로 변하는 것을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지금도 해수유통을 위해 활동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것인가? 아니 그 상황을 알기에 새만금의 죽음을 찬양하고 축복하기 위해 페스티발을 열겠다는 것인가? 도무지 모르겠다.
새만금은 죽음의 땅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만금의 소생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가고 있으며, 조사를 하고 홍보를 하고 정책을 만들어내고, 온 몸을 던지며 아직도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여전히 그 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 자신의 태를 묻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한숨이 아직도 그곳에 있다. 그리고 사람이라는 존재의 눈과 귀에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비명을 토해내며 죽어가는 수많은 생명체가 그곳에 있다.
새만금엔 죽어가는 생명체가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참으로 두려울 따름이다. 그 생명의 땅을 메워서 죽음의 땅으로 만들고 500홀 이상의 골프장을 만들면서 친환경적인 개발을 한다고 떠드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두려울 따름이다. 그러더니 이제는 그것을 기념하여 페스티발을 한다고 한다.
세상일에 무지하여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내놓고 죽음을 기념하는 페스티발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하였다. 세상은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나는 아직도 온몸으로 기억하고 있다. 새만금을 살려달라는 해맑은 어린이의 외침에서부터, 300여㎞의 거리를 65일 동안 세상에서 가장 느린 걸음의 삼보일배를 진행하였던 성직자들의 소리 없는 외침과 눈물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또한 그곳에서 갯벌여전사로 살고 싶었던, 그러나 지금은 그곳에 고단한 육신을 뉘이고, 오는 7월 12일이면 기일이 다가오는 어느 누이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새만금 방조제 최종 물막이 공사 이후 1년의 시간동안 새만금은 참 많이 변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역시 퍽퍽하게 변하였다. 개인과 개인이 불신하고, 지역 공동체가 소리 없이 무너져가고, 새만금 갯벌이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새만금은 살아있고, 또 살아나야 할 이유는 수천가지가 넘는다.
도대체 이 상황을 바라보면서 소리 없이 즐거운 웃음을 날리는 자들이 누구일까? 소외된 지역 정서를 이용하는 낡은 정치와 토호세력, 그리고 권력. 그리고 그에 기생하는 인간들. 그러면 소리 없는 울음조차 내지 못하는 존재는 또 누구인가? 바로 새만금에 기대어 고단한 자신의 삶과 생을 이어가던 어민들과 무수한 생명들이다. 우리는 누구를 기억하고 연대하여야 하는가?
인생사의 희노애락을 이야기한다는 음악. '음악이 있는 곳에 악은 없다'고 누가 말했다지만, 그리고 그 음악과 '락'에 대해서 나는 잘 모르지만, 그 죽음의 축제에 기꺼이 참가한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들(윤도현밴드, 동물원, 여행스케치, 유리상자, 자전거 탄 풍경, 김장훈, 테너 최승원 교수, 바비킴, 부가킹즈, 마야, 강산애)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고 새만금에 대해서 아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을까마는, 다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그렇지 못하여 이들도 미워할까 나는 참으로 미안하고 무서울 따름이다.
명호기자는 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입니다. '새만금 락페스티발'에 반대하는 개인들의 활동에 대해서는 농발게(www.nongbalge.or.kr) 게시판에 가시면 더 많은 내용과 연대활동을 볼 수 있습니다.
ⓒ 2007 Ohmy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