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아버지의 농사일기>
오늘은 마늘을 심기 위해 농장에 왔다.
친구네 부부와 네 명이 함께 심으면
크게 바쁠 것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민락동 회센터에 들러
가을철 별미인 대하를 사고,
홍합도 한 망 사가지고 왔다.
그리고 마늘 종자를 사기 위해 오는 길에
김해 시장에도 들렀다 왔다.
그러다 보니 농장에 도착한 시간은 11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먼저 표고버섯부터 살펴보았다.
기대한대로 버섯이 빽빽하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에는 한 개도 볼 수 없었는데
이번 주말에 와보니 어떤 나무에는 종균을 넣은 구멍마다
동시에 올라오고 있었다.
수확 시기도 지나버린 것이 대부분이었다.
버섯은 갓이 퍼지기 전에 따내어야 하는데
일주일 사이 대부분이 활짝 피어버렸다.
그래도 좋았다.
시장에 내다 팔 것이 아니기에
풍성하게 올라오는 것만 보아도
마음은 즐거웠던 것이다.
먼저 버섯을 따서 소쿠리에 담아놓고 채소밭으로 갔다.

채소밭에는 무와 배추가 쑥쑥 자라고 있었다.
일주일 먼저 심었던 배추는 한랭사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다음 주말에는 한랭사를 벗겨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벌레 먹은 것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채소밭을 둘러보고 비닐하우스에 있는 고추를 살펴본 후
마늘 심을 준비를 했다.
쇠스랑을 들고 채소밭으로 가는데 손자 성규가 따라왔다.
손자 성규는 농장에 오면 할아버지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 한다.
유아기 때 모방심리가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너무 밀착해서 따라다니니 할아버지가 좀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공구를 가지러 창고에 들어가면 창고에 따라오고,
물을 마시러 가면 할 일없이 수돗가에도 따라오는 것이다.
오늘도 할아버지를 따라 공구창고를 거쳐 마늘밭으로 왔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이랑을 고르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더니
이것도 따라했다.
때로는 작업에 방해가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싫지는 않았다.
손자와 함께 놀면서 일하는 재미는
수확물을 거두는 재미보다 더 클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랑을 조성하고 비닐로 멀칭까지 한 후에
일단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오늘은 가을철 별미로 대하를 사가지고 오고,
홍합도 사가지고 왔다.
모처럼 여유로운 주말이 될 것 같아
식도락을 즐기는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아내들이 따라오지 않으면 풋고추에 된장을 발라 먹으며
점심 한 끼를 때우기도 하는데,
오늘은 그에 비하면 진수성찬이 차려진 것이다.
계절의 별미이고, 또 야외에서 먹는 맛이 있고,
금방 일을 하고 땀을 말리면서 먹은 맛이 있어서 그런지
새우는 맛이 있었고, 홍합 국물도 시원하고 좋았다.
손자 성규는 새우를 입에 가득 넣어 씹으면서
할아버지가 까고 있는 새우를 끌어당겨
제 입으로 끌고 갈 정도였다.
농장에 오면 일하는 재미도 즐겁고,
점심을 먹는 시간도 즐겁다.
오늘은 별미라서 더욱 맛이 나겠지만
굳이 별미가 아니더라도 농장에서 먹으면
한 맛이 더 있는 것이다.

점심을 먹은 후에 다시 마늘을 심기로 했다.
나무그늘에서 마늘쪽을 분리해서 소쿠리에 담은 후
마늘밭으로 갔다.
두 부부와 손자 성규까지 힘을 모아(?) 마늘을 심었다.
구멍마다 하나하나 심다보니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마늘을 심은 후에 분수호스로 물을 뿌려주는 조치를 해두고
다음으로 동치미용 무를 추가로 심는 것으로 오늘 작업은 마쳤다.
다음 주말에 오면 마늘이 얼마나 올라 와있고,
배추와 무는 얼마나 자라나 있을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또 일주일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주말농장을 하면 늘 내일의 삶이 있어 좋은 것이다.

<성규의 농사일기>
농장에 오니 뭉게구름이 피어오르고
코스모스와 메리골드가 피어있었다.
오늘은 할아버지와 마늘을 심기 위해 농장에 왔다.
먼저 할아버지께서 쇠스랑으로 이랑을 만드셨다.
쇠스랑을 들고 지켜보다 나도 따라했다.
쇠스랑으로 하는 것보다
삽질을 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혼자서 삽질하는 연습을 해보았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그래서 삽질을 하며 할아버지를 도왔다.

이랑을 조성하고 나니 점심 때가 되었다.
할머니께서는 새우를 구워 주셨다.
들에서 일을 하고 먹는 새우구이는 참 맛이 있었다.
점심을 먹은 후에 다시 마늘을 심으러 갔다.
할머니와 함께 마늘 종자를 담은 소쿠리를 들고
영차영차 구호를 외치며 밭으로 갔다.
할아버지께서 구멍을 파시면
나는 마늘 종자를 구멍에 넣어 심었다.
처음 해볼 때는 재미가 있었는데
오랫동안 심으니 일이 지겨웠다.
그래서 혼자 마늘 종자를 까며 놀기도 했다.
농장에 오면 모든 것이 장남감이고 놀이기구였다.
마늘을 심은 후에는 붉은 고추를 따고
할아버지와 함께 고구마도 캤다.
이번 주말에도 심고 거두는 일로 하루를 보냈다.
계속 수확을 하기 위해서는
또 계속 뿌려야 하는 것이 농사인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