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휴지가 없어요. 좀 가져다주세요."
"뭐? 너 어딘데?"
"우리 집 화장실이요."
바야흐로 한 지붕 아래에서도 말을 건네는 대신 문장을 전송하는 시대가 왔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고 모바일 메신저, SNS, 게임 등을 즐기게 되면서 이제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 광풍은 아이들에게도 예외 없이 불어닥쳤다. 우리나라 청소년 열에 아홉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하니 스마트폰 없는 아이들을 찾는 것이 훨씬 쉬울 정도이다.
우리 큰아이도 초등 3학년이 되자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모바일 메신저나 게임을 하지 못해서 친구를 사귀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자식이 공부 못하는 것보다 친구 없는 것이 더 두려운 부모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히 건드리는 말이었다. 그래도 안 사주고 1년을 버티다가 하루 30분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서야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안겨줬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향한 아이의 사랑은 예상외로 뜨뜻미지근했다. 처음에만 애지중지했을 뿐 얼마 지나지 않아 전원조차 켜지 않고 내버려두기 일쑤였다. 아직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것보다 친구들과 뛰노는 것이 더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어쩌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을 때면 '오랜만이니 봐주자' 싶다가도 나도 모르게 싫은 소리를 하게 된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자세가 하도 불량해서이다. 소파에 삐딱하게 앉아 고개를 푹 숙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이의 척추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다.
스마트폰이 청소년들에게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2009~2010년부터이다. 흥미롭게도 이 시기에 청소년 목디스크 환자들도 급증하기 시작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자료를 보면 20세 미만인 목디스크 환자가 2008년에는 4,500여 명이었는데, 2011년에는5,500여 명으로 4년 사이에 20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목디스크 환자의 급증, 이 두 현상이 동시에 일어난 것이 과연 우연일까. 스마트폰을 올려서 얼굴 앞에 갖다 대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스마트폰 앞에서는 누구나 '고개 숙인 자'가 된다. 고개를 숙이면 목은 저절로 역C자 형태로 꺾인다. 인간의 목뼈가 완만한 C자형 곡선을 이루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목뼈의 곡선이 4~7kg에 이르는 머리의 무게를 분산시키는 덕분에 우리는 온종일 고개를 들고 다녀도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C자형 곡선은 탄성과 내구성이 강해서 진동과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도 한다. 만일 우리 목뼈가 일자형이었다면 걷거나 움직일 때마다 우리 몸이 받는 진동과 충격이 고스란히 뇌에 전달됐을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너무 오래 사용하면 목뼈의 자연스러운 C자형 곡선이 역C자로 꺾이게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목뼈의 디스크가 뒤로 밀리면서 뼈의 형태가 변형되기 시작한다. 완만한 C자형이어야 할 목뼈가 일자형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가리켜 '일자목 증후군', 혹은 '자라목·거북이목 증후군'이라고 한다.
목뼈는 척추 중에서 뼈가 가장 가늘고 주변 근육과 인대의 힘도 약하다. 그 때문에 나쁜 자세로 인해 변형이 되거나 부상을 당하기도 쉽다. 여기에 일자목 증후군까지 나타나면 유연성이 떨어져 작은 충격에도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고, 머리 무게를 유연하게 떠받칠 수 없어 목뼈의 피로가 가중된다. 목이 1cm 앞으로 빠질 때마다 2~3kg의 하중이 목뼈에 더해지며 일자목에 가까워지면 최대 15kg까지 가해진다. 그야말로 쇳덩이를 뒷목에 얹고 다니는 셈이다.
목뼈가 일자형으로 변형되면 심장에서 뇌로 이어지는 신경과 혈관을 눌러 혈액순환 장애도 생긴다. 그러면 산소가 뇌로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여 만성 두통, 긴장성 두통, 어지럼증, 만성피로, 이명증 등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생기면 환자들은 내과, 이비인후과, 신경외과, 통증외과, 신경정신과 등을 찾곤 하는데 엑스레이나 MRI를 찍어봐도 신통한 원인을 못 찾아 애를 먹다가 척추외과에 와서야 일자목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단지 뒷목이 뻑뻑하고 피곤한 정도여서 운동부족이겠거니 안이하게 생각하고 병원을 잘 찾지 않는다. 그러나 일자목 증후군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고혈압, 안면 근육 비대칭, 어깨 비대칭, 척추 통증 등이 발생하고 목디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목은 척추의 다른 부위보다 부상당하기는 쉬워도 디스크 질환에는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목뼈에 있는 갈고리 모양의 구상돌기가 디스크 돌출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자목 증후군이 있는 경우에는 디스크가 뒤로 찌그러지면서 목뼈가 변형된 상태이기 때문에 잘못된 자세나 부상이 목디스크로 진행될 위험이 매우 커진다. 목디스크가 위험한 이유는 척수를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디스크가 척수를 누르면 처음에는 목보다 어깨와 팔이 저리고 아픈 증세가 나타나는데, 대개는 이를 운동 부족이나 과로 때문이라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러다가 신경근이 본격적으로 압박당하기 시작하면 목을 움직일 때마다 어깨와 팔이 심하게 저리고 통증이 나타난다.또한 손발에 힘이 빠지고 감각이 무뎌져 하반신 감각장애나 부분 하반신 마비가 올 수 있고, 심하면 보행 장애, 대소변 장애, 사지 마비에 이르기도 한다.
목디스크는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일반적인 피로감과 통증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아이가 목뒤, 어깨, 등이 뻐근하다거나 팔에서 손가락까지 저린 느낌이 든다고 하면 일단 병원을 찾아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만일 젓가락질이나 단추 채우기가 어려울 만큼 손의 움직임이 둔해진 경우, 걸을 때 다리가 휘청거리는 경우, 통증이 없는데도 어깨를 들어올리기 어려운 경우에는 목디스크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징조이므로 즉시 병원에 가야한다.
저자: 이동엽
출판사: 예담fri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