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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여름철 대표적 보양식 삼계탕.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 입맛이 떨어질 때 먹는 것이 삼계탕이요, 초복 중복 말복의 삼복더위를 이기려 먹는 것이 삼계탕이다. 삼 십도, 삼복더위에 삼계탕이니, 언필칭 '삼' 자 돌림이다. 오는 19일이 초복이렷다.
△ 배우 이정재가 몸을 만든 곳
'해운대소문난삼계탕'(051-741-4545) 집에 두 명과 함께 갔다. 낮 12시 인근에서 만나자 했는데 상대쪽에서 그런다. "그 집 줄서는 집이라서 일찍 가는 게 좋다." 그래서 오전 11시 30분에 만나 낮 12시 이전에 그 집에 들어섰다. 테이블 위에 그릇이며 물수건이 쫙 깔린 것을 보니 예약 손님들이 많은 모양이다. 주인이 "점심 때 예약은 받지 않는다"고 말하는 걸 보니 손님 맞을 준비를 해놓은 것이다. 삼계탕 9천원, 한방삼계탕 1만1천원, 홍삼삼계탕 1만3천원. 삼계탕 메뉴에 적힌 3가지를 모두 시켰다. 그냥 삼계탕 맛은 깔끔하니 고전적이었고, 한방삼계탕은 이집에서 직접 달인 각종 약초를 넣어 진한 약 맛이, 홍삼삼계탕은 홍삼의 맛이 우러났다.
동석한 동길산 시인은 "맛있다"고 간단히 말했다. 마주 앉은 해운대구보의 조미숙 편집실장이 말했다. "이 집 유명하더라구요. 영화배우 이정재씨가 부산에 내려와 영화 '태풍'에서 웃통을 벗고 나오는 장면을 촬영할 때 몸을 만들기 위해 하루 두 끼를 이집에서 먹었다더군요." 나오는 길에 보니까 이 집 입구에 비치해 놓은 간이 의자에 손님 15명 안팎이 벌써 줄을 지어 있다. 바쁜 주인과는 말도 제대로 주고받을 수 없었다. 오후 3시께 다시 가보니 주인은 출타중이었다.
△ 줄 지어 조공하니 맛의 권력(?)
과연 요즘 같이 무더운 날씨에 삼계탕 집이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맛의 권력 앞에서 사람들이 조공하듯 길게 줄을 지어 서서 먹겠다고 야단들이다.
지난 일요일 오후 2시께 부산 동래구청 인근의 동래삼계탕(051-555-2646) 집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들어가는 골목부터 연방 들어오는 자동차들과 사람들로 붐볐다. 대기표를 나눠주는 남자에게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물어보니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대기 손님들을 헤아려 보니 60명 가까이 됐다. "이렇게 줄을 설 정도로 이 집 삼계탕이 맛있냐"고 한 손님에게 물어보니 "그렇지 않으면 왜 줄을 서겠느냐"고 퉁명스럽게 받았다. 그러자 옆에 있는 다른 이가 "이 집의 삼계탕을 먹으면 우선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 그게 맛있는 집이라는 소리 아니냐"라고 했다.
맛 있는 집에서는 "에게게"하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다가 맛 없는 집에서 비로소 "아 이전의 그 집 음식이 맛 있었구나"라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간혹 있다. 맛 있는 집과 맛 없는 집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데 그 한 장 차이는 큰 셈이다. 그러나 맛 있다고 소문난 집이 이름 값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동래삼계탕 집의 삼계탕은 집 이름을 내세운 동래삼계탕이 1만원, 궁중약삼계탕이 1만2천원이었다.
△ 외국인도 드나드는 곳
부산 중구 남포동은 부산의 구도심에 있는 동네다. 외국인들이 많이 드나든다. 남포삼계탕(051-245-5075)은 이른바 남포동 뒷골목에 있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라는 표어를 내건 자갈치시장 아치 건너편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거나, 광복로의 빵집 '비앤시'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가 피프광장 쪽으로 몇 발만 가면 있다.
지난 14일 오후 3시. 점심 때를 훨씬 지난 시간이지만 식당 안에는 40여 명이나 있었다. 20대들도 많고 여하튼 다양한 연령층이다. 그중 할머니와 같이 온 할아버지는 저고리 단추를 시원하게 풀어 놓은 채 '삼계'의 살을 발라내고 있다. 조금 있으니까 20대로 보이는 외국인 3명이 들어와 삼계탕을 시킨다. 짧은 바지를 입고 배낭을 맨 모습이다. 주인은 "외국인들도, 연예인들도 곧잘 온다"며 "아, 이름이 뭐더라, 조금 전만 해도 프로야구 선수 한 명이 삼계탕을 먹고 갔다"고 했다.
이 집 삼계탕은 담백했다. 일반 삼계탕이 1만원, 특미 전복삼계탕은 1만5천원. 전복삼계탕에는 지금 철에 한창 물이 오른 전복을 넣은 것이다. 주인 아주머니는 "시아버지 때부터 삼계탕 장사를 해왔다"며 나름대로 전통있는 집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 삼계탕 집들도 많고 종류도 많다
한방삼계탕으로 유명한 곳이 '이철한방보양삼계탕'(051-646-8005) 집이다. 원래 부산 동래구 사직동에 있었는데 2년 전 부산 부산진구 범천1동 부산교통공사 인근으로 옮겼다. 부산 중구 중앙동의 사십계단 앞쪽 '이화설렁탕' 맞은편 골목에 들어서면 곧바로 '대궁삼계탕'(051-463-9444)이 있다. 주변에 근무하는 샐러리들과 중앙동 인쇄골목 사람들과 문인들이 많이 가는 곳이다. 1만원짜리 삼계탕에 비싼 오골계삼계탕(3만원)도 있단다.
반계탕이란 게 있다. 말 그대로 삼계탕의 반(半)이다. 삼계탕은 양이 많다, 칼로리가 높다는 다이어트족이나 양이 적은 이들을 위한 것이다. 반계탕 값은 반값보다 조금 더 한다. 호텔들에서도 다양한 삼계탕을 내놓았다. 롯데호텔 한식당 무궁화'(051-810-6330)는 '황기녹두삼계탕'을, 노보텔 앰배서더 부산의 뷔페 레스토랑 '씨스케이프스'(051-743-1234)는 전복삼계탕과 상황버섯삼계탕을, 코모도호텔 한식당 '한국관'(051-461-9747)은 한방삼계탕, 부산 웨스틴조선호텔 한식당 셔블(051-749-7437)은 전복삼계탕을 선보이고 있다.
보양식|삼계탕에 이런 것도
★위시 본(wish bone)
삼계탕을 먹다가 보면 이상한 모양의 뼈가 나온다. U자와 V자와 Y자의 중간 형태쯤으로 특이한 모양이다. 그 뼈를 '위시 본(wish bone)'이라고 한다.
서양에서 두 사람이 마주 잡아 이 뼈의 양쪽을 잡아당겨 큰 조각을 가져가는 이의 소원이 이뤄진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삼계탕 집에서 물어보니 "닭의 가슴 부분에서 나오는 뼈"라고 했다. 소망(wish)이 담기는 곳이 가슴이기는 하다. 조류에게는 이 뼈가 다 있다. 그 때문에 '새 가슴'이라는 말이 생긴 걸까?
이 뼈의 생김새는 예뻐 이 모양을 본 떤 '위시 본 목걸이'가 있을 정도다. 국내외의 연예인들이 그 목걸이를 많이 하고 있다. 또 자동차의 무게와 프레임을 지탱하여 주는 서스펜션 시스템에 이 '위시 본' 구조가 사용되기도 한다.
★삼계탕 속의 대추
삼계탕을 먹으면서 대추를 건져내는 사람이 있다. 대추가 닭의 좋지 않은 성분을 흡수하기 때문이라며 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대추는 탕약에서 다른 약재의 독을 중화시키고, 삼계탕에서는 인삼과 마늘의 강한 기운을 덜어주는 역할도 한다.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행복한의원 전재일 원장의 말이다. "대추의 중화 역할은 중금속과 농약 성분을 거의 제로 상태로 만들 정도로 대단하며 신비하다. 그렇다고 독성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기에 삼계탕의 대추는 먹어도 상관없다. 외려 대추의 단맛은 위장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글·사진=최학림 기자 theos@busanilbo.com
TIP
보양식|'사람 잡는' 찜통 더위.._여름나기 뱀장어도 좋아요!
여름철 보양식으로 싫다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게 장어이다. 장어에는 '하모'라 불리는 갯장어, 민물장어인 뱀장어, 바다장어인 붕장어(아나고), 꼼장어라 불리는 먹장어가 있다. 이 가운데 보양식으로 어떤 게 좋다는 말인가? 조영제 부경대 식품생명공학부 교수가 시원하게 답변을 해주었다. "장어에는 정력에 좋다는 비타민 A가 많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비타민 A는 뱀장어, 갯장어, 붕장어, 꼼장어의 순서로 많습니다." 장어 중에서도 으뜸인 뱀장어를 찾아나섰다.
·'향옥정' 모르면 간첩이야
부산에서 김해를 갈 때 건너는 김해교(옛 선암다리) 일대에는 오래전부터 장어집들이 밀집해 있다. 가장 오래된 집이 30년 전통의 '향옥정'이다.
이름부터 벌써 고색창연하다. 향옥정에 전화를 걸자 주인 공순자(69) 여사가 집이 누추해서 곤란하다며 정중하게 거절을 한다. "누가 집을 보러 갑니까, 맛만 좋으면 그만이지요"라며 약속을 잡았다.
향옥정에 들어가는 순간 다녀간 사람들의 사진을 보고 놀라고 말았다. 연예인으로는 김혜수 황신혜 이경규, 운동선수로는 이만기 안정환 송종국, 당대에 이름난 정치인에서 기업가들까지 손님으로 다녀갔다(젊은 여자 연예인의 사진은 별로 없다. 화장 안 한 얼굴로는 사진을 못찍겠다고 해서 였단다).
여기도 와보지 않고 뭘하고 다녔을까? 자책이 몰려온다. 이 곳에서 장사를 시작했을 때는 초가집이었다니 그나마 집도 나아졌다고 봐야할 것 같다. 이 집에서 2남3녀를 키우느라 돈도 별로 못모았다는 공 여사의 십팔번은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이다. 향옥정의 특색 중 하나는 장어를 밖에서 구워서 가져오는데 알고보면 시설 때문이다. 장어가 나오기 전에 찬이 담긴 상이 먼저 나왔다. 장이나 마늘 따위를 제외하고도 찬이 15개가 넘는다. 장어집이 아니라 한정식집 같다.
공 여사는 "번거롭지만 초라한 오두막까지 찾아와 준 손님들에 대한 보답이다"고 말한다.
빨갛게 양념된 장어가 구워져 나왔다. 생강, 마늘, 고추장을 넣고 하루를 고아 만들었다는 소스에 장어를 찍었다. 끈적한 소스에 몸을 맡긴 장어가 입안에서 스르르 녹아내린다.
공 여사의 큰아들 오창원씨가 열심히 소스 맛 내는 방법을 배우고 있지만 아직까지 다 못배웠단다. 양념장어는 소스 맛인데, 소스 맛을 글로 표현하기는 참 어렵다.
또 생각날 뿐이다. 식사를 포함한 장어 구이 1인분에 2만원. 김해교를 건너 파출소 앞에서 대동 방향으로 우회전해서 30m 지점.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 주차장 완비. 055-336-6283.
·대중화 선도 '장룡민물장어구이'
부산에서 뱀장어하면 빼놓을 수 없는 집이 강서구 녹산동 '장룡민물장어구이'이다. 십 년 전쯤에 누구를 따라 처음으로 와서 "장어를 싸게 먹을 수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장룡민물장어구이'가 박리다매로 부산에서 장어를 대중화시킨 공로는 인정할 만하다. 한 번에 300명이 식사할 수 있는 규모를 자랑하는데 오후 2시가 넘어서도 마당에 차들이 빼곡하다. 왜 '장룡'일까? 이 집 대표 이창준(36)씨는 "장룡이 장어라는 뜻도 있고, 이전에는 지렁이를 먹인 장어만을 사용해 그렇게 이름붙였다"고 했다. 이씨의 부친이자 녹산농협 조합장인 이광촌씨가 부산경마공원 맞은편에서 장어 양식장인 '장룡수산'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부친의 강권으로 식당을 맡았다는 창준씨는 "이 사업이 굉장히 매력적이다"고 했다. 돈도 벌지만 장어를 먹고 건강을 되찾았다는 손님들이 많아서 그렇다. 이 집에서는 소금구이만 하는데 현재 장어 1㎏에 3만4천원이다. 장어 가격의 변동이 심해 판매가격도 수시로 바뀐다. 불평하는 손님도 있지만 시세에 따라 가격이 내려가기도 한다.
창준씨가 직접 장어를 불판에 올려서 구우며 이야기한다. "장어가 급류를 타고 계곡까지 어떻게 올라오는지 신기해요. 장어는 물밖에 나와서도 습기만 유지되면 10시간 넘게 살아남습니다." 장어 맛이 무(無) 맛이지 않냐고 물었다. 창준씨는 "장어의 기름기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을 때 마약 같은 맛이 난다"고 말한다. 셀프서비스로 야채를 제공해 풍성하게 먹을 수 있다. 이 달 중 2호점도 내고 양어장도 개방할 계획이란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녹산배수펌프장 근처. 051-971-8077.
·그 밖에 갈만한 장어집
남구 용호동 섶자리 일대에는 장어집이 30곳이 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장어 무한 리필이 가능한 집들도 생겨나고 있다. 서면 롯데백화점에서 복개도로 방향으로 농협 바로 옆건물에 위치한 통영장어구이(051-806-8882)에서는 일인당 1만1천원을 내면 장어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
글·사진=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ilbo.com
·뱀장어 알고 먹자꼬리 부위는 정력제? '비타민 A' 몸통보다 적어
뱀장어는 연어와는 정반대로 어릴 때 강으로 올라와 5∼12년 생활하다가 산란기가 가까워지면 바다로 내려간다. 우리나라 뱀장어는 오키나와 동쪽 깊은 바다에서 산란한다. 정확한 장소는 아직 모른다. 그 곳의 수심 400∼500m 지점에 700만∼1천300만개의 알을 수정시킨 뒤 암수 모두 죽는다. 알은 열흘 만에 부화해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일년간 부유생활을 하면서 북상, 우리나라 하구 부근에 이를 때 실뱀장어로 변태를 한다. 아직 산란기술이 개발되지 않아 실뱀장어를 잡아서 양식한다.
뱀장어는 세계적인 보신식품으로 오래전부터 먹어왔다. 일본에서는 여름철 보양식으로 장어구이가 유일하다. 독일인이 여름에 즐겨 먹는 아르숩페는 바로 장어국이다. 덴마크의 명물인 장어 샌드위치, 영국 노동자들이 즐겨먹는 냉동한 장어젤리는 스태미나 음식이다. 성경에는 '지느러미와 비늘없는 생선을 먹지 말라'고 나온다. 장어를 뜻하는데 왜 그랬을까?
장어집에 가면 장어 꼬리가 정력제라고 생각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정력을 보강해 어디다 쓰려고 하는 걸까? 알고 보면 꼬리 부위의 비타민 A 함량은 몸통보다 떨어진다.
박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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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김| seorabeol_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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