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는 단어 하나에도 나뭇가지들이 앙상해 보인다.
그런데도 아직 잎사귀들은 푸른 빛을 담고 있다.
이상기온이라는 그 틈에 아직 마당에는 조그만 장미가
피어 있는 것들이 눈에 밟힌다.
왠지 마음은 벌써 가을처럼 물들어 가는 데,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잎은 더디기만 하다.
속 시원히 가을에 마음을 푹 담그고 싶은 것은
조바심 나는 나만의 욕심이 되어 가는 것일까?
나뭇잎의 마지막 눈물처럼 맺히는 단풍일지도,
아니면 겨울을 채비하는 서러운 빛일지도 모르는 데......
나는 단풍이 붉게 물든 심상을 보고 싶은 것일까?
이유 없이 눈물겹던 풍경을 지닌 마음들을 그 동안 잊었던 것일까?
가을에 두고 온 아무 사연이 없다고 한들 내겐 아름다움과 동시에
추억의 뿌리가 되었다.
어쩌면 또 다시 추억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되어 가는지도
아니면 계절의 주인공이 되고픈 마음일 게다.
이제 조금 쌀쌀해진 기운에 가을 옷을 꺼내 보니,
그 동안 추억의 묵은 냄새가 아직도 옷에 잠겨 있었다.
# 내 마음의 행로
가을에 이는 추억의 뿌리 / 화림 이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