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실의 상황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 비통함이 주된 정서 -김소월,〈 초혼〉
·형님 ! / 부르는 소리는 들리는데 /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 다만 여기는 / 열매가 떨어지면 / 툭 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 → 슬픔을 안으로 삭이는 태도 -박목월,〈하관〉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상실감의 토로 -정지용,〈유리창〉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슬픔의 내적 승화 -김현승,〈눈물〉
(2) 현실 부정적인 상황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 어데다 무릎을 끓어야 하나 /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육사, 〈절정〉
·샛강 바닥 썩은 물에 / 달이 뜨는구나. / 우리가 저와 같아서 /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정희성,〈저문 강에 삽을 씻고〉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키면 /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 약장사 기타 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신경림,〈파장〉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 / 길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 /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 / 차단 - 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김광균,〈와사등〉
·하늘을 우러러 / 울기는 하여도 / 하늘이 그리워 울음이 아니다. / 두 발을 못 뻗는 이 땅이 애닯아 / 하늘을 흘기니 / 울음이 터진다. / 해야 웃지 마라 / 달두 뜨지 마라. -이상화,〈통곡〉
·나와 / 밤과 / 무수한 별뿐이로다. / 밀리고 흐르는 게 밤뿐이요 / 흘러도 흘러도 검은 밤뿐이로다. / 내 마음 둘 곳은 어느 밤 하늘 별이드뇨. -신석정,〈슬픈 구도〉
(3) 자연 파괴 및 문명에 대한 비판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 가슴에 금이 갔다. -김광섭,〈성북동 비둘기〉
·진실로 현실은 한 그루 나무 그늘을 길가에 세워 바람에 울리느니보다 빠개어 육신의 더움을 취함에 미치지 못하겠거늘, 내 애석하여 그가 섰던 자리에 서서 팔을 높이 허공에 올려 보았으나 그러나 어찌 나의 손바닥에 그 유현(幽玄)한 솔바람 소리 생길 리 있으랴. -유치환,〈선한 나무〉
(4) 현실적 고난의 극복 의지
·진실로 사람에겐 무엇이 있어야 되고, / 인류의 큰 사랑이란 어떠한 것인가를 / 아아 빈한함이 아무리 아프고 추울지라도 / 유족함에 개같이 길드느니보다 / 가난한 볕 아래 끝내 고개를 바르게 들고 / 너는 세상의 쓰디쓴 소금이 되라. -유치환, 〈가난하여〉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 눈 속 깊이 꽃맹아리가 옴작거려 / 제비 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이육사, 〈꽃〉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한용운,〈임의 침묵〉
(5)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현실 인식
·이제 지구가 깨어져 없어진대도 / 할머니는 역시 살아 계시는 동안은 / 그 작은 꽃씨를 받으시리라. -주요한,〈할머니 꽃씨를 받으시다〉
·해를 보아라. 이글대며 솟아오는 해를 보아라. 새로 해가 한 너머 솟아오르면, 싱싱한 향기로운 풀밭을 가자. 눈부신 아침 길을 해에게로 가자. -박두진,〈해의 품으로〉
·오늘 아침 / 따뜻한 한 잔 술과 /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김종길, 〈설날 아침에〉
·혼자는 아니다. /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 나도 아니다. /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 김남조,〈설일〉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신석정,〈들길에 서서〉
(6) 미래에의 낙관적 희망과 기대
·다시 우러러보는 이 하늘에 / 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 / 오는 봄엔 분수처럼 쏟아지는 태양을 안고 / 그 어느 언덕 꽃덤불에 아늑히 안겨 보리라 -신석정,〈꽃덤불〉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박두진,〈해〉
(7) 자기 희생의 다짐과 의지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냥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 / 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기우고 할퀴우라 내맡긴 신세임을 /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 막음 날 내 외로운 혼 건지기 위하여.
-김영랑,〈독을 차고〉
·괴로웠던 사나이 /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 처럼 /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 모가지를 드리우고 /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윤동주,〈십자가〉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이육사,〈청포도〉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 나는 밤 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심훈,〈그 날이 오면〉
·진실로 참되고 옳음이 / 죽어지고 숨어야 하는 이 계절엔 / 나의 뜨거운 노래는 / 여기 언 땅에 깊이 묻으리. -유치환,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기침을 하자 /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 눈을 바라보며 /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 마음껏 뱉자. -김수영,〈눈〉
2. 시어의 함축적 어미
• 시어의 기본 이미지
돌 단단함(의지, 영원성, 불변성), 부동성(구속당함), 무생물(무정함)
눈 희다(순결, 정화), 차갑다(시련), 덮는다(포용), 녹는다(허무감)
구름 움직인다(유동적), 변한다(가변적), 태양을 가린다, 비를 뿌린다(시련의 시발점)
바람 쓰러뜨린다(시련), 건드린다(유혹, 자극), 움직인다(유동적), 일정하지 않다(가변적)
강 흐른다(역사, 문명)
거울 비추다(자아 성찰)
종소리 종교와 관련(희망, 자유, 구원), 알림(시작과 끝)
호수 맑다, 잔잔하다(고요, 정화, 포용)
물 생명의 근원(생명 탄생과 죽음, 무한함, 계속)
폭포 떨어지다(낙하, 곧음, 계속성, 희생)
태양 이상, 동경, 희망
바다, 하늘 끝없고 영원함, 도달할 수 없음(이상 세계), 건널 수 없음, 가로막음(장애물)
가래 더럽다(불순한 일상성, 속물성, 소시민성)
* 대립적 의미 구조의 유형 : 이상과 현실, 광명과 암흑, 상승과 하강, 삶과 죽음, 존재의 부재, 영원과 순간, 사랑과 미움, 과거와 현재 등
• 대립적 이미지가 사용된 시구
·껍데기는 가라. /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 껍데기는 가라. // 껍데기는 가라. /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 껍데기는 가라.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풀이 눕는다. /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 풀은 눕고 // 드디어 울었다. /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새는 울어 / 뜻을 만들지 않고 / 지어서 교태로 / 사랑을 가식(假飾)하지 않는다. // ―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 그 순수(純粹)를 겨냥하지만 // 매양 쏘는 것은 / 피에 젖은 한 마리 상(傷)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 아직도 내 혈액(血液)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한 장 검은 표지(表紙)를 열고 들어서면 / 아비규환(阿鼻叫喚)하는 화약(火藥) 냄새 소용돌이. / 전쟁(戰爭)은 언제나 거기서 그냥 타고 / 연자색 안개의 베일 속 / 파란 공포(恐怖)의 강물은 발길을 끊어 버리고 / 사랑은 날아가는 파랑새 / 해후(邂逅)는 언제나 엇갈리는 초조(焦燥) / 그리움은 꿈에서도 잡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