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지하철 노선을 착각해 가지못한 예전 도투락목장을 지나 무장산을 거쳐 암곡에서
하루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른 아침 노파심에 다시한번 진행시간을 확인하고 집을 나선다.
다행히 경주까지 7시45분에 도착을하고 암곡행 18번버스 시간을 다시한번 확인해본다.
암곡정류장에 도착해 선덕여왕 드라마 촬영홍보 광고판 앞에서 왼쪽길로 방향을 잡는다.
농로를 따라걷다 용문사 갈림길에서 옛 목장임도로 스며든다.
초입부터 야생화가 천국이다.
산행시작 10분이 지나지 않아 까투리가 날아오르고 예전 목장입구 초원에서는 노루들이 수시로 나타난다.
길은 질척거리고 수풀이 바지단을 적셔오지만 낮은 산임에도 확트인 조망은 갈길을 자주 멈추게한다.
을시년 스럽게 방치된 옛 목장 건물들은 가물거리는 기억속에 아주 오래된 기억을 되살려준다.
아련한 기억...그것도 잠시 쏜살처럼 지나간버린 세월의 허전함이 감동보다 앞서버린다.
이래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감성적으로 변해가는구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과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지라 보존이 잘 되어있을줄 알았지만 방치된듯 하다.
무연고 인듯한 묘지마다 천북 관광단지 조성을 알리는 이장종용 팻말이 보이지만
예산 편성이라는 것이 그리 녹녹치 않을거라 빠른 조성은 힘들어보인다.
나는 오늘 이 곳을 전세내어 혼자의 자유를 원없이 누렸다
억새와 야생화...장쾌한 조망,시시각각 변해가는 구름들의 운무까지...넓은 초원에서 감동을 느낀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또 한번 와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새로생긴 골프장이 평원의 마지막...이제부터 잡풀과 거미줄과의 사투가 벌어질거란 예상을 해본다.
예상은 어긋나지 않았다 시루봉과 연결된 등산로 까지 불규칙한 오름과 수없는 거미줄 중간중간 길을 덮어버린 풀들
이미 각오하고 온 산행이라 별불만이 없다.
갈림길에서 잠시 고민시작..시간적 여유도 있고..결국 단풍현황 살펴보러 대골로 방향을 잡는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본의아니게 시경계를 오늘 두번이나 넘는다.
혼자만의 설정없는 즉흥적 산행 자율산행의 특권이라 생각한다.
대골에는 아직은 원색의 색체가 없다 때가 이른것 같다.
무장산 항사리가 연결되는 등산로와 다시접속...바지를 보니 흙으로 엉망이다 등산화는 이미 진흙으로 덮혀있다.
무언가 몸을 찌르는 느낌이라 살펴보니 뽀쪽한 풀씨들이 수없이 나의 몸에 박혀있다.
온몸에 거미줄까지... 자리를 잡아 대략적으로 정리를 하고 간식을 챙겨먹는다...
어디선가 거칠게 낙엽밟는 소리가 울려온다.
이 외진길을 선택한 또 다른 특이한 산객이었다.
영일만온천 출발 무장산까지 산행을 하신다며
서로 별종임을 확인하는 인사만 나누시고 또 다시 길을 떠나신다.
여유롭게 30여분 간식과 장비점검을 마치고 무장산으로 향한다.
혼자만의 사색산책 누구의 방해도없이 나의 숨소리만 느껴지는 여유로운 길
이런 느낌의 길이 좋다.
한적한 길 이 곳은 가을이 없을것 같다.
여름 다음...바로 겨울
단풍나무도 거의 없을뿐더러 간혹 보인 단풍 잎들은 초록에서 이미 말라죽어 가고있다.
조망도없고 특색없는 길을 끝내고 항사리 갈림길까지 도착하는데 앞서간 산객께서 간식을 들고 계신다.
이번엔 내가 가볍게 인사드리고 먼저 무장산으로 향한다.
무장산 오르는 넓은 길에서 덩치큰 까치독사 한마리를 만났다.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곳에 별일이다.
몇 초전 꼬마산객이 지나갔는데...다행이다.
지나던 산객께서 부러진 막대 하나주워 풀숲으로 냅다 날려준다.
다시는 사람다니는 길로 올라오지 말기를...
천천히 무장산에 올라 동해바다까지 조망을 즐기고 나의 하루일정을 마친다.
터미널 가기전 유명빵집에 들러 경주빵과 보리빵을 사다보니 과한 포장박스가 엄청 불편했다.
경주지역 관광상품이라 이해는 하지만 과한 포장과 가격 또 한 과하다는 생각이다.
30개짜리 두 종류의 박스두개가 뭔 사과상자나 진배없으니...
돌아오는 시외버스 안에서는 엄청난 불편을 주었다.
현관문을 여는순간 반색하는 표정에 다음엔 더 큰 불편도 감수할수 있을거란 생각이 드는건 나뿐일까?
다가오는 주말에는 어디로 떠나야 이가을을 만끽할수 있을까 벌써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