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이끌어 에덴 동산에 두어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시고(창 2:15)
여호와 하나님께서 그 지으신 사람을 이끌어 에덴 동산에 두셨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셨습니다.
'경작하다'라는 히브리어는 עָבַד(아바드)인데 이는 '섬기다, 일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인데 경작하다라는 번역은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경작하다라고 하면, 오늘날 농사를 짓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표현인데, 사실 에덴동산에서 농사를 지을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에덴에서는 그냥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온갖 종류의 식물들과 나무들을 보면서 즐기면 되었을테니까요. 한글개역에서는 '다스리다'라고 번역을 하였는데, 차라리 이 표현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번역하면, '섬기다'가 가장 좋지 않을까 개인적인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하나님의 창조물인 에덴동산을 섬긴다고 하면, 하나님 외에 다른 피조물을 섬긴다는 뉘앙스가 풍기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사람은 처음부터 섬기는 존재로 창조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시고, 모든 창조물들을 다스리라고 하셨습니다. 다스린다는 게 무엇입니까? 압박하고 착취하고 괴롭히는 것인가요?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었죠.
마태복음 20:25~28 "예수께서 제자들을 불러다가 이르시되, 이방인의 집권자들이 그들을 임의로 주관하고 그 고관들이 그들에게 권세를 부리는 줄을 너희가 알거니와,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않아야 하나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창세기 1장 26, 28절에서 하나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실 때의 계획과 명령 중에 '다스리다'라는 표현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의미로 읽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첫 사람에게 에덴동산을 섬기게 했다고 한다면 이게 잘못된 표현일까요?
KJV 번역자들은 이를 dress로 번역하였는데, 그나마 가장 적정하다고 보여집니다. 오늘날 정원사를 garden dresser라고 하지요. 미용사를 hair dresser라고 하듯이,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첫 사람을 에덴정원을 가꾸는 사람, garden dresser로 삼으신 것입니다. 그런데 칠십인역 역자들은 ἐργάζομαι(에가조마에)라는 단어를 선택하였는데 아마도 현대 역본들은 이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NIV는 work, NASB는 cultivate, YLT는 serve, DBY는 till로 다르게 번역하였는데 YLT가 가장 원문에 가까운 번역인 듯 합니다.
'지키다'라는 히브리어는 שָׁמַר(솨마르)인데 이는 '지키다, 경계하다'는 의미가 있는 단어로서 에덴동산을 누군가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에덴동산은 사실 안전하지 않은 상황임을 예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뱀이 말을 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하고, 첫 사람의 아내 하와가 뱀의 말을 듣고 하나님께서 금하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 먹고 그 남편에게도 주어 결국 하나님의 명령을 불순종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